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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 18. 소용돌이(7) (110/119)

〈 110화 〉 18. 소용돌이(7)

* * *

카심은 오자마자 뜬 알림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런 위화감과 몸에 변화를 느꼈는지 이제야 알았다.

확실히 그동안 너무 큰 혹사였다.

무엇보다 소닉붐으로 인한 몸의 반동이 너무 컸다.

단순히 뼈가 아작나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아마 단순히 팔 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의 아주 세세한 신경까지도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리고 두 개의 엘릭서를 섭취한 것도 원인이 있었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었다.

[불 완벽한 육체]

완벽한 육체에 비해 회복력이 떨어지며 능력이 하락하나 그럼에도 일반적인 육체에 비해 아주 뛰어나다.

근력: 183

체력: 190

마력: 212

특화: 스피드 강화 Lv 8

특성: [불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

그런데 이것은 생각보다 사소한 건 아니었다.

사실 그동안 완벽한 육체를 믿고 무리했다.

어떻게든 회복이 되겠지라는 안정감으로 아박투와의 전투에 있어서도 오히려 압도하며 이겼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지만 완벽한 육체는 그 상태에서도, 회복했으니까.

그래서 그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으니 이것은 앞으로 싸움에 있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물론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투로 인한 성장은 상당했다.

거기다 마력의 능력까지 얻었으니 충분히 득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에 엘릭서를 안먹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것을 알고 알베이안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왜 그래?”

“아니다. 가자.”

“이쪽으로 가는 거야? 던전 이잖아.”

“둘러서 가면 최소 일주일은 더 걸려.

여기는 지름길이지.”

레온은 아주 흥미로워했다.

“신기하군요. 개미굴 안쪽에 길이 있는 겁니까?”

카심은 가장 끝에 있는 구멍을 가리켰다.

수개미가 나오는 바로 그곳이었다.

“저 안으로 갑니다.”

“저기는... 막혀 있는 거로 아는데요?”

“예. 뚫어서 길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위로 지나가게 되면 일주일 걸리는 거리가 겨우 여기를 통과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것이죠.”

“과연.”

레온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궁금했다.

이곳이 나타난 이후로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행위를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하고.

영생교를 알기 시작하면서 영생교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에 최근 너무도 즐거웠다.

참으로 신비한 곳이었고 알면 알수록 호기심이 커졌다.

그와 동시에 카심이란 자에 대한 호기심도 날이 갈수록 커졌는데 이제는 영생교보다도 이 카심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실 이미 조사는 했었다.

그의 과거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그게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카심은 그런 그의 눈빛을 읽었다.

“언젠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가 되는군요.”

한편, 던전에서 사냥하고 있던 이들은 투구를 쓰고 있는 다섯 명이 다가오자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약 40명 정도 되는 길드였는데 자신들이 사냥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 개미의 수가 엄청나서 사냥터로서 인기가 좋아 이렇게 서로 약속을 잡고 나누고 있었다.

확실하게 자리 잡힌 문화였기에 길드 마스터는 다가오는 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다가가려 했다.

“이보시...”

그러나 말을 하기도 전에 멈칫했다.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자신이 감히 다가갈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앞으로 걸어가는 그들로 인해 주변에 수많은 구멍에서 개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붉은색 투구를 쓴 두 명이 앞으로 나서는데 그들에게서 특화 레벨 7이 쏟아져 나오자 구경하고 있던 이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윽고 수백 마리 개미를 순식간에 죽였고 그들은 가장 끝에 있는 거대한 구멍 앞에 섰다.

­파르르르!!

그곳에서 거대한 덩치를 지닌 수개미가 날개를 펼치며 튀어나왔다.

날개를 파르르 떨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 수개미는 날카로운 이를 이용해 빠르게 덮쳤다.

슈악!

그 입이 가장 앞에 있는 인간에게 닿으려는 순간.

하늘 위에 생겨난 검은색 빛의 거대한 검이 그대로 수개미를 반으로 갈랐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그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어야 했다.

저들이 수개미가 나왔던 동굴로 들어가는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들 앞으로 널브러져 있는 수백 개의 완벽한 개미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

왕실 기사단.

예비 기사를 따지면 300명 가까이 있지만, 진짜 왕실 기사는 10명밖에 선정되지 않았다.

이들의 체계는 전투의 탑과 흡사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될 수 있었으며 특정한 날 예비 기사는 원하는 왕실 기사에게 신청을 걸 수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왕실 기사 엘룬은 기사에 오른 이후 단 한 차례도 도전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는 왕실 기사가 될 때 당시 가장 강하다고 여겼던 기사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왕실 기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임팩트는 아직도 예비 기사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거론되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룬의 강함은 아직 전부 드러난 게 아니었다.

“주웬과 드로얀의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놈들은 반란자이니 보이는 즉시 척결하도록.”

“알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두 신입 녀석들이 그 일에 적극적입니다.”

“그렇겠지. 자격을 확실히 하고 싶을 테니까.

허나, 우리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조력자가 있다는 뜻이다.

조심하도록.”

“알겠습니다.”

엘룬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왕실 기사를 보며 몸을 휙 돌리자 그의 망토가 펄럭거렸다.

걸어가던 엘룬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영생교의 간부를 보고 멈춰섰다.

“엘룬님.”

“...”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왕의 지시냐 아님, 너희 영생교의 지시냐?”

“당연히... 왕의 지시이십니다.”

엘룬의 미간이 좁혀졌고 한순간 그 영생교 간부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말하라.”

“수배를 내리라는 지시입니다.”

“이유는?”

“착각에 의한...”

“웃기는군.

지금껏 왕실에서 한 번이라도 착각한 적 있었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한다?”

“...”

“영생교의 지시겠지.

그자와 어떠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고.”

“저희 영생교는 절대...”

“닥쳐라. 한마디 더 하는 순간 죽인다.”

“히익.”

엘룬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결국 영생교 간부는 뒷걸음질 쳤고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놈들의 간부 중에는 분명히 강자들이 있었다.

특히 아박투라 불렸던 놈은 심상치 않았었다.

그런 놈들이 있는 곳인데 어찌하여 의심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그는 딱히 왕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에 누가 왕이 되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서 흐르는 소문 중 영생교가 왕을 죽였다는 것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지금처럼 최고라는 자리였다.

그런데 영생교 출현 이후 자신에 행해야 하는 역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앞에 나서서 일을 처리하던 게 보통 대부분 자신의 일이었는데 영생교가 나온 이후 그들과 관련된 이들이 상황을 계속해서 정하고 바꾸고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향한 곳은 바로 왕이 머무는 곳이었다.

허나 가던 중에 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엘룬. 어디 가는 거야?”

“린.”

검은색 머리를 하고 뇌쇄적인 눈빛을 지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엘룬의 볼을 매만졌다.

“요즘 바쁜 거 같아. 만나기가 어렵네.”

“개인적인 일이다.”

“요즘 까칠한 거 알아?”

“미안하지만 난 너에게 관심 없다.”

“너무하네. 그래놓고 그날 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를 안았던 거야?”

“...”

“어때? 나 지금도 또 그때처럼 안기고 싶은데.”

엘룬은 순간 불끈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수련에만 빠졌던 엘룬에게 유일한 약점이기도 했다.

허나, 엘룬은 다시 오는 손길을 뿌리쳤다.

“다음에 하지.”

그리곤 걸어가는 것을 보며 린은 흥 하고 웃었다.

“쳇. 스킬도 없는 주제. 뭐 그래도... 힘은 마음에 들지만.

하아, 저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놈인데.

그렇다고 티냈다간 저 괴물 같은 놈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데.

포도 죽은 이상 나까지 죽으면...”

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서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편, 엘룬은 왕인 진 레이널이 머물고 있는 방 앞에 섰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왕실 기사 둘은 엘룬을 보자마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왕을 뵈러 왔다.”

한 명이 끄덕이더니 소리쳤다.

“엘룬경께서 찾아왔습니다!”

­들라하라.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어주었고 엘룬은 안으로 들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라.”

“감사합니다.”

“오랜만이다.”

진 레이널은 왕이 된 이후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덩치도 커졌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나면서 왕으로써 위엄을 내뿜었다.

“수배를 없앴다 들었습니다.”

“...”

“왕실의 실수라고하던데... 이것은 왕실에 대한 명예가 떨어지는 행위입니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찌...”

진 레이널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요즘 영생교의 움직임이 자꾸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

“물론 그들 덕분에 난 왕이 되기도 했다.

나는 왕이 되기 위해 그들을 이용한 것이지.

놈들이 이 왕실을 움직이게 두려 했던 게 아니다.

허나, 놈들은 지금 자신들이 왕인냥 행동하고 있다.

감히! 왕인 나를 능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룬의 표정도 굳어졌다.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아직은 기다려라.

지금 움직였다가는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터.

머지않아 나의 칼 엘룬.

그대의 날카로움이 놈들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될 것이다.”

“!!”

영웅.

자신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것이다.

신이 내린 재능.

자신은 처음부터 영웅이 될 운명이었고 진짜 영웅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한 걸음 남았다.

***

카심은 걷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멈춰섰다.

그리곤 땅을 바라보고는 손짓했다.

“보입니까? 이 두 잡초가 미세하게 다른 것을.”

레온은 살펴보더니 깜짝 놀랐다.

“과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 허허.”

“이 세계는 몇 개의 세계가 합쳐진 곳입니다.

즉, 우리가 살던 세계가 결국에는 이 아벨리우스 수정 안으로 흡수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처음 듣는 충격적인 진실에 드로얀과 주웬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로그아웃.”

카심을 시작으로 모두 로그아웃을 외치자 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이내 드러난 곳은 왕국의 안이었다.

그들은 역시 깜짝 놀라 주변을 휙휙 둘러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비록 투구를 쓰고 있었지만 움직임만 보아도 얼마나 지금 놀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 장치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다른 영지로 이동하려면 최소 한 달은 넘게 걸리는 시간을 겨우 일주일만에 이동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곳에서 계속 있을 수 없었기에 빠르게 이동했다.

“우선 레온님의 거처로 이동하죠.”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거처 역시 머지않아 들킬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찾아주세요.”

“누구를...?”

“칸.”

우선 레온의 거처에 들어온 그들은 레온의 정보원에 의해 수배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예상한 일이긴 했으나 생각보다 움직임이 빨랐다.

“그럼 이제 투구 벗어도 돼? 불편한데.”

로드리게스는 투구를 벗으며 답답해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오는 시간이 약 일주일 걸렸는데, 그 사이 계속 안 쓰던 투구를 쓰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직은 안 돼. 우리는 철저하게 저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저들의 정보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도 눈을 피해 소비되고 있는 인원과 돈이 상당합니다.”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곧 확실하게 숨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다른 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위치도 모두 말씀드릴 테니 빠르게 칸과 접촉하시면 됩니다.

제 이름을 대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예.”

칸과 연락이 닿기까지 3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역시 많은 정보가 오고 갔으며 영생교와 왕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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