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2화 〉 18. 소용돌이(9) (112/119)

〈 112화 〉 18. 소용돌이(9)

* * *

“위험한 곳.”

“...”

“나는 네가 따라오길 기대하지만 따라오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야 한다.

자신 없으면 여기 있어.”

로드리게스는 진지한 카심의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최소 8레벨은 뚫어야 할 거다.”

“그건 너니까 그렇게 빨리 가능했지.

보통 10년이 지나도 못 한다고.”

“내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해봐.”

카심은 목숨을 걸고 했었다.

그에 반에 자신은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을까?

없다.

무서우면 항상 카심을 불렀고 할 수 없으면 카심에게 해결을 바랐다.

누군가 행운이라고 말해도 로드리게스는 바로 앞에서 보았으니 카심이 절대 그런 것들을 거저 얻은 게 아님을, 우연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해볼게.”

“그래.”

결심한 듯한 눈빛의 로드리게스를 보며 가볍게 끄덕였다.

로드리게스는 성장해야만 했다.

자신의 자리를 로드리게스가 이어받기 위해서.

8레벨만 되어도, 저 장비라면 웬만한 강자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로드리게스 말대로 자신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다.

아무리 목숨까지 위태로울 정도로 몰아붙이긴 했지만, 이전 삶의 경험 때문에 이렇게 빨리 된 것이지 사실 로드리게스가 이번의 경험으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노력으로 인해 원래 달성해야 할 시간보다는 훨씬 빠르게 당길 것이다.

그렇게 다시 움직이려는 그때 가운데 물이 흐르는 반대편 길에 칸이 나타났다.

“어이! 동상!”

“형님.”

“오! 칸 형님!”

칸은 넓은 수로 사이를 가볍게 뛰어올라 착지했다.

“어디 가려고?”

“전사의 탑에 가려 합니다.”

“응? 거기는 왜?”

“원하는 게 있습니다.”

“호오. 이거 군침이 당기는 소린데? 나도 가자.”

“좋습니다.”

“괜찮아? 내가 혹시 그게 마음에 들어서 훔치려고 하면 어떡하려고?”

“그럴 수 있다면 내어드려야지요.”

카심이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짓자 칸이 크게 웃었다.

“우하하하! 내가 이래서 동상이 좋다니까?

아주 화끈해.

그나저나 로드리게스 동상은 장비 뭐야?

심상치 않은데?”

“으흐흐. 보셨습니까?

하아 내가 또 자랑하지 않으려 했는데 알아보셨으니 어쩔 수 없이 해드려야겠네.”

웃으며 떠드려는 그때 갑자기 카심과 칸은 뒤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로드리게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이어지는 비명에 화들짝 놀라 세 사람은 동시에 달렸다.

앞쪽 코너가 꺾이는 부분을 지날 때 멈춰야 했다.

“으아악!”

“히익!”

“뭐야 이것들은!”

죽은 이들도 있었으며 피를 잔뜩 흘린 채 고통스러워하거나 허겁지겁 도망가는 부랑자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가 이후 뒤쪽의 모습이 보였다.

세 사람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뒤로 보이는 이질적인 현상.

바로 이 지하 수로에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주저하지도 않고 곧바로 달려들어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온 몬스터를 도륙해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쥐새끼처럼 보였지만 그 크기가 송아지만한 괴물로 놈들의 날카로운 이는 바위는 물론 강철마저 모조리 뚫어버렸으며 무엇보다 물량이 엄청났다.

카심과 로드리게스가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수가 줄고 있었지만 던전 브레이크에서 두 배는 크고 털 색이 검은색인 흉포한 놈이 나타났다.

시뻘건 눈과 그 흉포한 모습에 부랑자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으랏차!”

어느새 괴물의 머리 위로 칸이 내려오고 있었고 그대로 주먹을 냅다 박았다.

콰지익!!

주먹 단 한 방에 거대했던 괴물의 머리가 박살나며 널브러졌고 부랑자들은 역시 칸 형님이라며 소리쳤다.

“쉐끼들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카심, 로드리게스 여기 정리 좀 해주라.

혼자 가서 모조리 죽이고 올 테니.”

칸은 혼자 던전 브레이크로 들어갔고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빠르게 나타난 30여 마리 정도 되는 몬스터를 죽이고 시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약 2시간이 지난 이후 던전 브레이크가 닫히면서 칸이 거의 10미터는 되는 크기의 몬스터를 끌고 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칸의 가슴에 붉은 핏자국이 흥건했지만 큰 부상은 아닌 듯 했다.

“스읍.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 아니냐?

여기까지 이 현상이 일어난다는 건 왕국 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거잖아.”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가 하려던 건 계속 진행하고?”

“오히려 잘 됐습니다.

놈들은 더 움직임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단, 칸님께서는 여기에 남아 계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이런 일과 동시에 놈들이 이곳을 알고 공격해 올 시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끌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흐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알았다.”

카심은 당장 움직이기 전에 다시 레온을 만나야만 했고 레온 역시 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의 발생 빈도와 위치를 조사해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도 하나를 펼쳐 보여주었다.

“이게 일주일 전의 일이었고 이게 불과 3일 전입니다.”

“...”

던전 브레이크의 수가 두 배는 더 늘어난 상황이었다.

“저희에게 좋은 상황일 수 있겠군요.”

레온 말에 카심은 끄덕였다.

“잠시 우리에 대한 시선이 돌아갈 수 있을 테니.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앞으로 어찌할 생각입니까?

듣자하니 왕 아니, 진 레이널을 죽인다고...”

레온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너무 과격하고 극단적인 움직임이었다.

“왕실 기사를 뚫어야 하며 들키기라도 하는 순간 전 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없게 될 겁니다. 아니, 애초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은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될 겁니다.”

레온은 오히려 그 10%가 된다는 소리가 어이가 없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엔 0.1%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카심은 절대 허언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중은?”

“원하면.”

짧은 대답.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카심의 표정에는 다소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는데 그 부분은 레온이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진 레첼과 만나 조언을 해줄까 했지만 최근 그녀는 굉장히 바빴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그녀의 집중을 방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왕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더 이상 조언은 필요 없어 보였다.

그래서 로드리게스와 함께 왕국의 아벨리우스 수정으로 향했고 두 사람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위험한 곳이라면 어디 가려는 거야?”

“전사의 탑.”

“어? 거기는 왜?”

먼저 카심이 들어가고 뒤이어 로드리게스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거대한 탑은 역시나 감탄을 만들었다.

현재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왕국 내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우린 지금부터 99층에 오른다.”

“헉. 99층? 말이 돼? 아직도 85층이 한계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말했잖아. 위험한 곳이라고.”

“크흠... 뭐 그래도 죽지는 않으니까 어떻게든 오를 수 있겠지...?”

“90층부터는 죽는다.”

“... 뭐?”

“걱정마라 90층부터는 2인이서도 움직일 수 있으니까.

다만, 네가 거기까지 올라올 수가 있느냐지.”

“절대 안 될 거 같은데.”

당연히 올라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로드리게스의 성장을 폭발적으로 일으켜줄 수 있는 곳이었다.

카심은 대답을 무시하고 투구를 벗었다.

“어? 여기서 벗어도 돼?”

“어.”

“들키면 어떡하려고?”

“상관없다.

어차피 여기서는 서로 공격할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알려질 수밖에 없어.”

51층 이후부터는 그 층을 클리어하는 순간 지배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즉, 지금부터 85층까지는 전부다, 그 층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51층 지배자의 경우에는 가장 많은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도전자가 많다 보니 51층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했다.

50층 대기실.

이곳은 왕국처럼 제법 거대한 마을이 형성된 곳이었다.

다만, 너무도 아름다웠으며 전설 속에서 내려오는 하늘의 도시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아틀란티스였다.

“와. 뭔가 확 분위기가 바뀌니까 이상한데?

그나저나 여기 너무 예쁜 거 아냐?

분수대 봐. 주변 의자들까지.

뭐야 데이트도 하네? 부럽다.”

“여기서도 꽤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든.

그래서 아예 올라가지 않는 사람도 많다.”

“오...”

아름다운 곳.

이곳은 심지어 집도 살 수 있었다.

이곳에서 집을 사게 되면 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당연히 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일종의 포인트로 사는 것이었다.

그 포인트로 51층에 도전을 할 수 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거의 10층 높이의 아주 큰 건물이었다.

넓이도 이곳 주변의 건물 중에서 가장 넓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

그중에는 제법 강해 보이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이 세계는 넓었다.

아무리 왕국 내가 유명하다지만 수많은 대륙에 몰린 여기서는 또 다른 숨은 실력자들이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 특유의 긴장감과 강인한 이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서로의 가늠을 살폈다.

그 순간 들어온 카심을 보더니 일제히 그 시선이 은밀하게 쏟아졌고 그때 몇 사람은 카심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카, 카심이다.”

“진짜네. 저 사람이지? 그 플륨을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든...”

“직접 본 놈들 말에 의하면 진짜 포스가 미쳤다던데.

오히려 저 뒤에 있는 덩치 큰 놈이 더 살벌해 보인다.

장비 봐. 더럽게 멋있네.”

“저 카심 장비도 개 멋있잖아. 저런 건 어디서 구해 도대체?”

카심의 유명세는 이제 확실히 퍼져 있었기에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수배받지 않았었어?”

“그거 잘못된 거라고 왕실에서 직접 해명했잖아.

왕실이 그랬을 정도면 뭐 정말로 잘못된 거지.”

“하긴.”

그러나 분명히 말했다시피,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 대륙에서 온 이들.

여전히 카심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카심은 그런 이곳의 분위기를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훨씬 생기가 있었고 열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여유가 없던 터였기에 이곳에서는 잠시 밖의 일은 잊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노여 있는 게시판을 기웃기웃 거리거나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곳은 임무를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포인트 길드라 불리는 곳이었다.

포인트 길드.

이곳에는 각종 임무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몬스터 사냥과 독특한 조건의 임무는 물론 가상의 세계에서 귀족의 신분을 지닌 이를 호위하는 등, 정말로 신세계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오히려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놀고먹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 것이다.

돈도 벌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까.

심지어 이곳에서 얻은 포인트로 실제 돈으로 바꿀 수도 있었으며 생전 처음 보는 독특한 장비도 얻을 수 있었다.

“와 임무 진짜 다양하네.”

“마음에 드는 거 들고 찢으면 된다. 다수인원도 있고 혼자서도 가능하지.

꽤 재미있는 것도 많으니까 마음에 드는걸로 해서 포인트를 모아.”

“흐음. 이건 10이고 저건 1000점이나 되네.

51층에 도전하려면 몇 점을 모아야 해?”

“최소 10만.”

“헉.”

“가끔 저렇게 1만 포인트도 나온다.”

그것을 집으니 눈앞으로 창이 떠올랐다.

[크롬투 제국의 전쟁]

멸망한 크롬투 제국의 전쟁을 승리로 만들어라!

성공 시 Point 10000.

실패 시 Point –5000.

인원 1인.

“허 그런데 실패 시 포인트 차감이 심한데? 저거 되면 어떻게 해?”

“일정 시간 내에 못하면 쫒겨 난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올 수 있지.

물론 그때도 포인트를 계속 갚아야 하고.”

카심은 바로 그 크롬투 제국의 전쟁을 찢었다.

“먼저 간다.”

그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카심을 집어삼켰고 사라졌다.

카심이 사라지는 순간 주변에서 웅성거렸다.

“아니 저걸 한다고?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 없지 않아?”

“단순 무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워낙 어렵기로 유명한 임무기에 몇 몇 실력자들은 그런 카심을 비웃었다.

“꼴에 유명하다고 하더니 허영심이 가득찼네.”

“젊을 때 원래 관심 받으면 자기가 대단한 줄 알지. 쿡쿡.”

“하긴, 너도 그렇게 깝치다가 임무 실패하고 몇 달 고생했잖아.”

“닥쳐 인마.”

웃음 소리 사이로 로드리게스도 임무를 하나 골랐다.

[몰락한 왕녀의 호위]

몰락한 왕녀를 안전한 위치까지 호위하라.

성공 시 Point. 3000.

실패 시 Point. ­1000.

인원 1인.

“예쁘면 좋겠다.”

나지막이 말함과 동시에 로드리게스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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