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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 19. 전사의 탑 (113/119)

〈 113화 〉 19. 전사의 탑

* * *

­ 전사의 탑 ­

나지막이 피어오르는 사막의 모랫 바람.

그곳에는 수만에 가까운 병사가 서 있었다.

긴장한 얼굴로 맞은 편 모래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휘이잉.

얼마쯤 지났을까?

저 멀리 모래 언덕 위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왔다!”

“남색의 드래곤!”

“설마 혼자야!?”

“아무리 제깟 놈이 대단해도 혼자서 우리를 어떻게 죽여!”

하지만 그 순간 그 주변으로 거대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그 폭풍의 크기가 10미터, 20미터까지 커지면서 점점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폭풍의 끝에서 푸른색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브, 브레스다!!”

번쩍!

그곳에서 날아온 빛이 전장의 가운데를 지나쳤다.

이어지는 굉음.

파아앙!!!!!

그로 인해 죽은 수만 천 명이 넘었다.

사라진 모래 폭풍과 그 가운데 서 있는 남색의 드래곤을 보자마자 병사를 이끄는 장군이 소리쳤다.

“죽여라!!!”

쿠구구궁.

수만 병사가 움직이자 사막임에도 지진이 울리는 듯 땅이 울렸다.

하지만 그때 남색의 드래곤의 창이 위로 향했고 그들 주위로 남색의 병사가 우르르 튀어 나왔다.

그 순간 남색의 드래곤의 창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음성이 울렸다.

­먹어라.

그 외침과 동시에 남색의 병사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부대를 나눈다! 안낙스 기사단은...”

푸왁!

그러나 어느새 나타난 남색의 드래곤에 의해 장군의 목이 떨어졌다.

홀로 수만 명 사이에 떨어졌음에도 오히려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었다.

“으, 으으! 괴물이다!”

이윽고 두 진영의 병사들이 뒤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퍼엉~ 펑~

온갖 폭죽이 터졌고 수많은 사람이 박수를 치고 있었고 그 가운데로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남색의 드래곤!!

­와!! 멋있어요!!

화려한 단상 위에 앉아 있는 왕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잠시 후, 왕이 내려와 일으켰다.

“우리 크롬투 제국의 영웅 카심!

악을 섬멸하고 당당히 돌아온 이 위대한 영웅에게 환호의 박수를 주어라!!”

­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 그대는 이제 앞으로 우리 제국의 새로운 기둥이 되어 수호신이...”

“황제시여. 말을 끊은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괜찮다! 무엇이냐.”

“아직 저의 할 일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구하고자 합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말 그대로 떠나겠다는 의미였다.

청천병력같은 소리.

하지만 그야말로 영웅의 면모였고 여기저기서 더 환호하는 소리에 황제는 말릴 수 없었다.

“역시 그대는 나조차 품기 어려운 위대한 영웅이었다.

허나 아쉽구나.

특히 나의 딸 오르스테인이 가장 아쉬울 것이다.”

오르스테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에요.

제가 어찌 위대한 이의 길을 막을 수 있겠어요.

다만, 언젠가는...”

카심은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어둠이 없을 때, 가장 밝은 빛을 찾아오겠습니다.”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환해지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네!”

그것을 끝으로 카심은 번쩍이며 돌아왔다.

[크롬투 제국의 전쟁]

완벽한 미션으로 인해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 Point. 5000

돌아오자마자 떠오른 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오글거림을 참길 잘했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는 순간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야야, 진짜 왔어. 설마설마했는데.”

“저거 깬 사람 몇 없지 않아? 대단하네.

실력과 동시에 전투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던데.”

“그것뿐이겠냐? 리더쉽도 장난아니어야 하며 동시에 머리도 좋아야 하는 게 저쪽 가상 세계의 귀족의 예도 빠르게 배워야 한다고.”

“괜히 한 번에 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소문이 사실은 사실인가보네.”

경계 시선을 보냈던 이들 중에서 어려운 임무를 단번에 성공시켜버린 카심을 보고는 더 이상 객기를 부릴 수 없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임무 중 최상위 조건을 저렇게 성공해버림으로써 증명했으니 말이다.

애초부터 그것을 위해 처음부터 이 임무를 클리어한 이유이기도 했다.

어렵기로 소문난 임무를 클리어 함으로써 단번에 이런 시선을 없애려는 것이었고 동시에 다른 목적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대륙.”

카심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곳에 있던 수십 명이 술렁거렸다.

“그곳을 가려 한다.

지원자가 있나?”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몇 명이 일어나 다가왔다.

“푸른 상처의 백투란이오.”

“어둠에서 사는 기사 드란이다.”

“피의 가시 가드리아나에요.”

이전 삶에서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인물들이었다.

지금 이들은 분명한 전성기.

실력은 의심할 필요 없었다.

만족스러워하며 끄덕였는데 백투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했다.

“우린 아직 승낙하지 않았소.

가능성을 들어보고 움직일 생각이외다.”

“당신이 그 어렵다는 크롬투 제국 임무를 클리어 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대륙은 단 한 번도 클리어된 적 없는 임무인 거 알죠?

괜히 포인트만 5만인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도전했다가 괜히 포인트만 모조리 잃고 나락으로 빠진 사람들이 많아요.”

드란도 같은 입장인 듯했다.

카심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실패할 확률은 없다.”

“!!”

“!?”

“뭐?”

당황한 세 사람은 카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허세로는 의미 없소! 확실한...”

“설명한다 한들, 그곳을 경험 해보지 못한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약속한다.

실패한다면 내 목숨을 준다.”

그 어떤 주저함도, 고민도, 두려움도 없었다.

목숨을 준다는 것.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많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노예도 의미했다.

이 대단한 실력을 지닌 인재가 그 목숨을 내놓겠다고 저리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누가 더 의문을 품을 수 있을까?

“좋소이다.”

“동행하지.”

“와아... 당신 꽤 멋있네? 어때? 이 누님이랑 오늘 뜨거운 밤 보낼래?

뭐~ 노예되면 그렇게 만들 거긴 하지만. 후훗.”

“그런데 인원은 다섯이 최대인 거로 아는데 한 명이 부족하지 않소이까?”

이곳은 아무리 오랜 시간 임무를 진행하더라도 하루가 지난다.

수년을 보내도 하루였으며 들어가자마자 1시간 만에 끝나도 하루였다.

아주 독특한 시간의 흐름인 세계였다.

그러니 자신이 간 이후 로드리게스도 움직였을 게 뻔하니 머지않아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3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을 때 게시판 앞에 빛이 번쩍이더니 로드리게스가 나타났다.

“응? 카심. 벌써 왔어?”

“너 뭔 짓 하고 다녔냐?”

“왜?”

로드리게스의 얼굴에 입술자국이 가득했다.

“어우 씨 말도 마. 설마 그렇게 못생겼을 줄은... 으으.”

“말 안 해도 뭘 했는지 알 거 같다. 쯧. 그리고 인사해라.”

“응? 누구?”

“다음 임무에 같이 갈 동료다.”

로드리게스는 인사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대의 친구 인 거 같은데 도움은 되나?”

“충분히. 미션에 큰 영향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알겠다.”

드란은 더 이상 아무런 불평하지 않았다.

이미 카심은 그럴 가치를 걸었으니 여기서 딴지를 거려면 자신 역시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출발을 4일 뒤.

그때까지 준비해야 한다.”

“준비라면 무엇을 하는 것이오?”

“그건 내가 알아서 준비하니 걱정 마라.

너희들은 그저 최상의 컨디션만 준비해.”

미션을 하고 난 이후에는 하루 휴식이 필요했다.

바로 연속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로드리게스와 함께 근처 숙소에 포인트를 지불하고 머물고

다음 날, 바로 다시 포인트 길드로 왔다.

“지금부터 재료를 구하러 갈 거다.”

“재료?”

“그래. 그 재료가 우리가 곧 가야 할 곳의 핵심 역할을 할 거거든.”

[움직이는 대륙]

미지의 세계.

혼돈에 빠진 이 세계를 구하라.

성공 시 Point. 50000

실패 시 Point. ­10000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임무.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임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 재료가 필요했다.

물론 저 안에서도 구할 수 있었지만, 그 구하는 난이도가 미친 듯이 어려웠는데 실력이나 그런 게 아닌, 아주 엄청난 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재료를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꽃피는 마을]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 전설을 따라 여행하라.

성공 시 Point. 100

실패 시 Point. 0

인원 제한 없음.

바로 이곳이었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들어온 이곳은 꽤 크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이곳은 설명대로 아주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오오~ 영웅께서 말했습니다. 이 내가......”

누군가 통나무 위에 올라 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음유시인이 영웅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심은 그 사이를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단다. 사실은 남색의 드래곤은 사실 진짜 드래곤이라는 소리가 있었지.”

“...”

멈칫한 카심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당황스럽게 했다.

“우아아... 진짜 멋있다. 그럼 창 하나로 모두 다 죽였어요?”

“그럼~ 이 할애비도 그때 하프 드래곤의 일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카심을 보고는 눈동자가 맹렬하게 흔들렸다.

“어, 어...”

남색의 드래곤.

자신이 젊을 때 동경했던 그 모습이었다.

노인은 잠시 눈을 부비고는 다시 살폈지만 그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다급히 일어났다.

“어? 왜 그래요 할아버지?”

“아... 아니다. 늙어서 헛것을 봤구나.”

***

카심은 지금 조금 혼란스러웠다.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무슨 소리야?”

“하아, 아니다. 내가 이것까지 알아보려고 하면 너무 신경 쓸 게 많으니까.”

골목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이곳 도시 중앙과는 또 다른 작은 분수대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한 여성이 바쁘게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카심의 물음에 고개를 들은 그녀는 아주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고마워요.”

카심도 꽃을 꺾기 시작했고 로드리게스도 그것을 보고는 따라 꺾어 잠시 후, 그녀에게 한다발씩 주었다.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도와주신 김에 혹시 조금 더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그녀를 따라 들어가 집에는 노인 한 명이 물을 끓이고 있었다.

“아고고, 누구니?”

“어머니. 오늘 일 좀 도와주신다고해서요.”

“아이고. 고마운 분들이네.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이걸 휘저을 수가 없으니 조금 휘저어 주겠수?”

카심은 바로 로드리게스에게 까딱거렸고 로드리게스는 후다닥 그 큰 수저를 휘저었다.

“아고고. 이거 참. 늙으니 이제 하루하루가 힘들구먼.”

노인이 의자에 앉자 카심도 자연스레 의자에 앉았다.

“뭘 만들고 계시는 겁니까?”

“허허. 별 거 아니라우. 그거 아시우? 한때 이 대륙은 정처없이 떠돌았지.

대륙이 잘게 잘리기도 했고 다시 붙기도 하면서 거대해지기도 했수다.”

“신기하군요. 그런데 지금은 이 대륙 괜찮은 겁니까?”

“아주 오래전 일이라 이제 믿는 사람은 없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계속해서 우리 인간들이 죽으니 신에게 직접 찾아갔다고 하우.”

그때 노인이 일어나더니 방에 들어가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그리곤 다가와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있었다.

“이것을 심으면 자라난 식물이 신으로 향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내려온다오.”

한국의 동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신기하군요.”

“그저 전설이긴 하지만... 오늘 도와주었으니 그대에게 이거라도 주고 싶수.”

카심은 감사하다며 그것을 받았고 그렇게 마무리하고 나왔다.

“이게 끝이야?

그런데 진짜 그 전설이 맞아?”

“그래.”

예전에 한 사람이 이 임무를 굉장히 좋아했고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클리어하기를 즐겼다.

그러다 문득 이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움직이는 대륙]과 흡사함을 알고는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비밀을 파헤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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