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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화 〉 19. 전사의 탑(5) (117/119)

〈 117화 〉 19. 전사의 탑(5)

* * *

이럴 줄 알았으면 푸른 힘을 사용할 걸 이라는 후회와 함께, 어쩔 수 없이 저 깊은 절벽 사이를 향해 떨어졌다.

제법 깊었는지 한참을 떨어진 이후에야 착지했다.

문제는 절벽 아래에는 안개로 깔려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크크크. 그런 한 수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안개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위치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었다.

“특성인가?”

­흐, 이곳에서 나는 무적이나 다름없지.

네놈은 절대 볼 수 없겠지만 나는...

스팟!

카심의 귀를 살며시 창이 스치고 지나쳤고 피가 흘렀다.

­아주 똑똑히 보이거든.

70층 지배자는 다시 절벽 사이를 뛰어오르며 위치를 잡았다.

그는 자신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도전자를 요리해왔다.

상대는 보이지 않고 자신은 보이는 이 이기적이고도 압도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질 확률은 0퍼센트에 수렴했다.

그는 씩 웃으며 다시 접근했고 뒤쪽에서 창을 내질렀다.

슈욱!

하지만 카심은 고개를 꺾어 피하자 그는 깜짝 놀라며 다시 뒤로 빠졌다가 다시 접근해 공격했다.

슈슈슉!

이어진 세 차례 공격도 피하자 인상을 찌푸리며 피했지만, 피식 웃었다.

­그래, 소문의 강자인데 이 정도 감각은 있어야지.

그런데 너 같은 뛰어난 감각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알고 있나?

그는 조심스레 돌 몇 개를 줍고는 그대로 던졌고 카심은 날아오는 돌을 반응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 70층 지배자는 벽을 타고 뛰어올라 위쪽에서 내려찍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움직임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일격으로 완전히 죽일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데 아래에 있던 카심의 얼굴이 갑자기 휙 위로 향했다.

“헉!”

놀란 70층 지배자는 다급하게 몸을 비틀어야 했다.

하지만 소닉붐을 맞았던 그의 신체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카심의 창이 어깨를 꿰뚫었다.

푹!

“끄윽!”

“미안한데 나도 다 보여.”

“어, 어떻게...”

마력이 200이 되면서 얻게된 또 하나의 능력이었다.

모든 지형과 인물이 보지 않아도 입체감처럼 느낄 수 있던 것.

그 순간 카심의 창이 극렬한 회전을 했고 창에 어깨가 박혔던 70층 지배자층의 어깨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끄아아악!”

70층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

영생교의 성녀인 아이렌은 최근 카심의 행보를 보면서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전사의 탑을 오른다라.”

사실 다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떻게 그 사이에 왕국으로 갔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눈에도 걸리지 않고 갑자기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가 왕국에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거슬리는 일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 건가?”

진 레첼의 위치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얼추 유추는 할 수 있었다.

그럴 것이 왕국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랑자 길드.

놈들의 활동이 갑자기 활발해졌고 칸과 카심의 관계도 아는 이상 분명히 그 지하 수로라는 곳에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역시 걸리는 것은 어떻게 그곳으로 갔냐는 점이었으며 카심은 왜 전사의 탑에 오르고 있냐는 것이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전사의 탑에 무언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부분을 확신에 가지고 행동했다.

이 상황에서 전사의 탑에 오른다는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면서까지 심지어 급하게 올라간다는 의미는 그 무언가가 자신의 상황을 너무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그녀의 눈동자가 새하얗게 변하더니 이내 눈을 감았고 잠시 후, 눈을 떴다.

“알베이안에게 전하세요.

그가 올라갈 수 없게 만들라고.”

이전 삶에선 그를 전사의 탑에 올라가기 위해 도움을 주었으나 지금은 막고 있었다.

역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71층까지 올라온 카심은 다음 층 지배자를 확인하는 순간 멈칫했다.

“알베이안.”

알베이안은 일부러 높은 층을 올라가지 않은 상태로 그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충분한 실력자이지만 압도적인 실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딱 이 정도 위치에 있었다.

실제 그의 실력은 충분히 80층까지도 갈 수 있었다.

카심은 주저 없이 다음 도전을 눌렀고 3일 뒤 두 사람은 광활한 들판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알베이안은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대단하실 줄이야.”

“영생교에서 나에게 해준 게 겨우 수배를 없애주는 것뿐인 거 같던데.”

“허! 겨우라니.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십니까?

왕족이 내건 어떠한 문제를 바꾸는 것은 역사상 몇 차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물며 그들은 공주님을 꼭 제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설득하는 데에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겨우라고 하시다니!”

“수배를 풀지 않아도 딱히 상관이 없는데, 그걸 생색내고 있네.”

“...”

알베이안은 열심히 설명하다 끄덕였다.

“하긴, 지금 카심님의 움직임만 보아도 사실 수배가 있었다 하더라도 하시는 일에 전혀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새로 또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는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카심은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알베이안은 손가락을 위로 올리고는 말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카심은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 층을 포기해드린다는 겁니다. 하하하!”

“...”

“어? 설마 마음에 드시지 않는 겁니까?”

카심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아, 이거 참...”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만지던 알베이안의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리곤 그에게서 거대한 기세가 뿜어져 나와 카심을 덮쳤다.

“설마... 이 알베이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

“...”

그 기세에도 표정하나 변화 없이 너무 당연하다는 대답에 알베이안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뭐 밖이라면 확실히 쉽지 않겠지만... 여기라면.

내가 질 가능성이...”

카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없다.”

“이야... 이거 꽤 자존심이 상하네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 공격 한 방에 어깨가 부서졌던 분이.”

“그랬지. 확실히 그때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서서 표정 변화도 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베이안의 눈에는 보였다.

저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아주 위험한 힘을 말이다.

두근.

궁금했다.

얼마나 성장했을까?

알베이안은 호승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의 호승심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형태였다.

호기심.

강자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인해 그는 강해졌다.

아박투를 보며 질투가 아닌 호기심으로 그에게도 배움을 청해왔었고 성장했고 그것을 알았기에 아박투도 그를 인정했었다.

그런 알베이안에게 카심이란 존재는 그야말로 호기심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 생각에 도달하는 순간 알베이안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더니 그 주변으로 공기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후웅, 쿠구구궁.

땅이 진동했고 파동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

카심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박감에 여유롭던 팔짱을 풀어야 했다.

확실히 알베이안의 진짜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것은 칸과 싸웠을 때보다도 더 강했으며 아박투가 마지막 보였던 수준의 힘이었다.

아니,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알베이안은 아박투보다도 더 강했다.

그런데 부풀어 오르던 그 힘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슉 하고 사라졌다.

“후우. 이러면 안 되지요.

저희는 말했다시피 당신과 적이 아닙니다.

성녀님께서 당신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주는 정보가 있습니다. 지금 공주님이 위험합니다.”

“뭐?”

“카심님께서 왕의 명을 거절한 것을 압니다.

사실 우리 역시 아직 카심님을 신뢰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거절했음을 알고 우리는 더 확실히 카심님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는 진짜 선물은... 바로 공주님을 왕으로 만들어드리는 겁니다.”

“...”

달콤하다.

확실히 이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카심은 왕을 죽인다 하더라도 이후에 진 레첼은 아주 험난한 길이 펼쳐지게 된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은 사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망상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흘리는 피는 엄청날 것이고 끝내 내부에서 살해당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때는 자신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영생교가 힘이 되어 준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한다.

“진 레첼이 위험하다는 이유는?”

“왕이 그녀의 위치를 알았습니다.”

“지하 수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엘룬이 움직였습니다.

아무리 칸이라 하더라도 특성이 발휘되지 않는 상대에게는 큰 힘을 내지 못합니다.

거기다 상대는 엘룬.

저조차도 엘룬과 대결에서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시각.

실제로 지금 지하 수로에는 왕국 기사단과 예비 기사 100명과 거의 천 명이 넘는 병사가 쳐들어온 상태였다.

“이곳 일대를 모조리 뒤져라.”

엘룬의 명에 의해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빠르게 양쪽으로 갈라져 움직이기 시작했고 양쪽으로 갈라졌던 병사들은 또 서로서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악!”

“저기있다 잡아라!”

반대편에서 나타나 화살을 쏘고 도망치며 도망치고 있던 놈들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러다가 다시 뒤쪽에서 나타나 공격당해 쫓아가기를 반복했을 때 병사들은, 자신들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너무도 거대한 미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걸었고 그 모습을 보던 부랑자들은 씩 웃다가 다시 숨었다.

물론 이 모든 게 바로 레온 때문이었다.

이곳 미로는 더 복잡해졌고 더 위험해졌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레온이 철저하게 교육을 한 상태였다.

그러니 아무리 예비 기사라 하더라도 이곳에서만큼은 부랑자들을 절대 쉽게 볼 수 없었다.

7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식은커녕 움직인 병사 천 명 중 돌아오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예비 기사들조차 돌아오지 않았는데 10일이 지났을 때 몇 명이 돌아왔지만 그들의 상태는 너무 좋지 않았다.

“차, 찾았다.”

“살았어...”

아무리 기사라 해도 10일 동안 음식과 물조차 먹지 못하면 죽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이 더러운 지하수를 먹거나 쥐를 잡아먹는 바람에 질병에도 걸린 상태였다.

완전히 피골상접한 상태로 걸어오던 기사 중에는 결국 쓰러져 죽기까지 했다.

엘룬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을 보며 엘룬은 기사단에게 말했다.

“돌아간다.”

“예!? 하지만 이대로 입구를 막는다면... 저놈들도...”

“놈들은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설사 우리가 간다 하더라도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그렇다고 부수는 순간 왕국 전체가 무너진다.”

“그럼 어쩌실 생각입니까.”

엘룬은 단호하게 말했다.

“부랑자 청소.”

그렇게 시작된 본격적인 왕국과의 싸움은 지하 수로에서 위로 바뀌는 순간 한순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부랑자들이 보이는 순간 모조리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포상금까지 있었기에 한순간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레온이라 하더라도 지하 수로가 아닌 곳에서 왕국을 상대로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지하 수로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고립이 될 수박에 없었다.

결국, 그 소식은 카심도 들을 수 있었고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잠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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