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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병원(1) (7/94)



〈 7화 〉병원(1)

“..근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

나는 피가 굳어 말라가고 있는 손가락을 보며 말했다.

..이 몸을 아끼겠다고 말한 게 방금전인데 벌써 한군데 조져 버렸다. 원래 주인한테 면목이 없네.

일단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대로 뒀다간 안에 박혀있는 유리 조각들이 더 파고들어 와 곤란한 상황이 될지도 몰랐다. 세균감염은 덤이다. 일단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려봤다.

“잘 움직이긴 하는데….”

다행히 인대가 끊어지진 않은 거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인대 봉합수술을 받아도 예전만큼은 감각이나 움직임이  돌아 왔을 거다. 이미 몸이 부서졌다 붙은 경험 때문에  부분에 대해선  알았다.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것에 일단 안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 할 수는 없으니 병원에 가야 했는데 문제는..내가 지금 돈이 없다는 거 였다.

내가 일어난 첫날 수중에 있는 거라곤 만원밖에 없었던 게 생각났다.
하 가난한 이 새끼의 인생…. 아니 나의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까 뒤져봤던 서랍에는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은 안 뒤져봤지만 그걸 하나하나 다 난장판을 치며 돈을 찾기엔 상황이  좋았다.

그럴 시간도 없고  뇌에서 분비되던 아드레날린이 사라져, 벌어진 손가락의 피부로 바람이 숭숭 들어와 칼로 에는 고통이 느껴졌다.
병원은 여기서 걸어서 20분 거리. 지금 나한텐 아주 멀었다. 날씨도 여름이라 거기까지 걸어가다간 그 뜨거운 공기에 손가락이 따가워 잘라내고 싶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세균도 걱정됐고.

날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택시비를 내주고 내 병원비를 내줄 돈이 있는 사람.
나는 고민하다가 내가 이렇게 일어난 첫날 만났던 알바생을 떠올렸다.
그때분명 그녀가 전화번호를 적어 건넨 메모지를 받아서 내 츄리닝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뒀던 기억이 났다.

‘그때  버리길 잘했네. 집 가던 길에 바로 버리려 했는데. 그날 충격받고 집에 와서 그냥 자버렸었지.’

급히 침대 옆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츄리닝 상의를 뒤져 메모지를 찾았다. 다행히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난 구겨진 종이를 피면서 번호를 본 뒤에 내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쾌한 컬러링 노래가 꽤 오래 이어지면서 연결이 안 되자 나는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거는 거고..나인걸 알았어도 고작 번호 한번 땄던 남자가 도와달라고 하면 그냥 거절하지 않을까. 하긴 여자가 생판 모르는 남자 도와주는 것도 우습긴 하지. 내가 여자라도 안 도와주겠다.’

나는 괜히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고 그냥 병원에 걸어가서 일단 치료받고 각서라도 써야 하나 생각했다. 입  닦고 정말 다시 와서 돈 내겠다는 각서.

그렇게 다음 플랜B를 고민하고 있을 때 컬러링이 끊기며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받을  알았는데 전화가 연결됐다. 근데 그녀가 전화를 받긴 했는데..다시 생각해봐도 도와달라 하기 쪽팔렸다. 그래도 나는 반쯤 안될 거 알면서 계속 말해 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번호 주셨던 남자인데 초면에 죄송하지만 부탁드릴  있습니다.”

내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약간 무언가를 참는듯한 목소리로 밝게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도와드릴  있는 데까지 도와드릴게요 제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말끝에 ‘진짜 연락 주실 줄은 몰랐는데’...라면서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반응이좋아 약간 희망을 품었다. 이분이라면 날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지금 어디 계신지  수 있을까요?”

“아 네, 네. 오늘 날씨가 맑아서 잠깐 집에 있다가 편의점에 뭐 사러 왔어요. 그때 제가 알바하던 편의점이요. 하하.”

음..한마디면 될 말이 세 마디로 돌아왔다. 선뜻 도와주신다고 말한 것도 감사하긴 한데 내가 지금 많이 급해서 바로 용건을 물어봤다. 그래도 우연하게도 편의점에 있다니 다행이다. 거기서 여기까진 아주 가까우니까.

“그럼 염치없지만, 혹시 지금 저희 집에 와주실  있으신가요? 제가 지금 좀 다쳤는데 병원비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어서  급합니다. 이런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어..어 집이요? 제가요? 그쪽 집에 제가 가도...가 아니라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류세화 입니다.”

“아 넵. 그러니까 제가…어 세화 씨 집에요?”

그녀는 약간 우물쭈물한 목소리로 다시 물어봤다. 아무래도 여자보고 처음 보는 남자 집에 오라는 건  그랬나 보다. 난  번만 더 물어보고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이 진짜 플랜B를 시행하기로 했다.

“네 맞습니다. 지금 계신 편의점이랑 3분 거리입니다. 마음 같아선 제가 그쪽으로 가고 싶은데..날이 많이 뜨거워서 제 상처 상태가 안 좋아질 거 같아요. 아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많이 폐를 끼쳤네요.”

내가 그리 말하자 그녀는 황급히 놀라서  목소리로 즉시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세화 씨 집에 가는 게 실례일까 봐요! 집에 계시면제가 당장 그쪽으로 갈게요. 아 택시도 미리 불러두겠습니다!”

반응이 굉장히 격하다. 이 여자 도대체 얼마나 착한 거지? 아니 내가 이렇게 염치없이 구는데도 애써 선심 쓴다는 듯이  내는 것도 안 하고 진짜 자기 일처럼 군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은인 이름도 제가 모르고 있었네요. 이름이..”

“저는 신하율이라고 합니다, 세화 씨!”

허허.

“네 하율씨. 정말 감사합니다. 집 주소는 바로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난 전화를 끊고 하율 씨가 오기 전까지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보니 츄리닝 바지만 입고 있어 상체가 알몸인 상태였다. 일단 팔이 뻥 뚫려 입기 편한 검은 나시만 챙겨 입었다.

나시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좀 그렇긴 했는데 그렇다고 긴 팔 츄리닝 까지 입을 수는 없었다.

입다가 손이 쓸릴 것 같기도 했고 밖은 너무 더웠기에. 그렇게 하율이 집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5분 기다렸을까. 문밖에서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ㅡ띵동!

“세화 씨  왔어요!”

금방 열어드린다고 대답하며 문을  뒤 고개를 숙여 헉헉대면서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인제 보니 뒤로 묶인 포니테일 머리가 그녀의 강아지 같이 귀여운 얼굴과 잘 어울렸다.
긴 다리에  달라붙는 청바지와 바지 안에 넣은 흰 반팔티 안에 검은 속옷이 비쳤다.

나 때문에 뛰어오기라도 한 건가.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인데 내가 하율을 저렇게 고생하게 만든  같아 더욱 미안해졌다.

“진짜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물이라도 좀 드시겠어요?”

“헉..헉  그럼 죄송한데 잠깐  좀..주허어억!”

하율은 아래다 대고 뱉어대던 숨을 거두고 고개를 올려 나를 보자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집으로 그녀를 들였다. 은인한테 시원한 물 한잔은 대접해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택시가 오기 전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했다.

하율은 나를 따라 들어오면서 검은 나시만 입고 있는 내 상체에서 눈을  떼다가 말했다.

“그..세화씨..여자앞에서 그렇게 입고 있어도 괜찮겠어요? 아..아니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뭐랄까 위험해 보여서..아니 제가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면!”

그렇게 말하는 하율의 얼굴은 폭주 기관차처럼 시뻘게져 터질 듯했다. 만지면 밖에 햇빛 아래 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울 듯했다.

“아 보기 싫으셨으면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이 차림으로 하율씨를 맞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

“아뇨 그런 말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진짜 정말입니다! 몸도 너무 예쁘셔서 조각 같으십니다!”

그녀는 내 말을 도중에 끊었다. 이번엔 4마디가 돌아왔다. 그나저나 저 붉은 얼굴은 저러다 진짜 터지지 않을까? 일단 끊긴 말에서부터난 계속 이어갔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저도 위에 뭐라도 걸치고 싶었는데 손이 이래서 못 입겠어서요.”
난 다친 내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손이요? 다치셨다는 게 손이였..아.”

하율은 그제서야 내 손과 난잡한 집안을 보더니 기분이 좀 가라앉은 듯 낮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심각해 보이는 내 손을 보고 충격받은 듯했다.

“일단 아무것도 묻진 않겠습니다..그래도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러지 마세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곧이어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그녀의 폰에 울리자 우리는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그녀는 택시에 타서도 내 다친 손만 바라보며 똘망똘망 거리는 눈망울로 걱정에  시선을 보냈다.

난 괜히 겸연쩍어져 아무 말 하지 않고 병원으로 가고 있는 택시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높은 빌딩들이 하늘에 닿을듯 서 있고 그 사이로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도로를 메우는 수많은 차.
전부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운동에 빠져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회사원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 밝게 얘기하고 있었다.
 꽤나 그 광경이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인생을 사는 사람들.

그렇게 창밖을 감상하다가 어느새 병원에 도착했다. 내릴 문 쪽으로 앉은 그녀가 카드를 꺼내 택시비를 계산하더니 먼저 나가 문을 열어주고 나를 기다렸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  체구로 좁은 문을 통과해 택시에서 나왔다. 이럴 땐 큰 키가 불편하다.

오랜만에  병원은 여전히 굉장히 컸다. 병원 근처에 주차된 차들이나 입구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사방에서 시선이 꽂혔다. 남자나 여자 가릴 것 없이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봤다. 특히 여자들이 더. 나는괜히 그 시선들이 거슬려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눈빛에 날이 달려있다면 지금쯤 나는 시체도 온전하지 않을 듯했다.

‘다들 뭘 그리 보시나. 남자  다친 거 처음 봐? 아 상처가 이러니까 자해  줄 알겠네.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자해 한건 맞네..’

그렇게 짜증 난다는 듯 눈매를 좁히고 있으니 멀리서 사람들이 작게 수군수군 거렸다. 나랑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저게 들리네. 이 몸은 청각도 좋았다.

“야 저거 봐봐라. 진짜 존나 꼴린다 씹. 씨발 검은 나시만 입은 거 봐.  진짜 당장 저거 벗겨서 가슴이랑배 존나 빨고 싶다.”

“끅끅. 존나 미친년이냐? 야 근데 나도 갑자기 좀 젖은  같다.  얼굴 생긴 거 보고 축축해짐.”

“미친년은 너였네 시발년아!”

친구처럼 보이는 여자 둘이 음담패설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나한텐  들릴 줄 알았겠지만 다 들렸다.

‘시발 저게 여자가 맞나? 뭔 발정 난 새끼들이 꼴리는 여자한테 대고 농담하는  같네.’

난 미친년들에게서 들려오는 말에 관심을 껐다. 그런데 이번엔 커플처럼 보이는 남녀 둘이서나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비비로 떡칠해 목과 얼굴색이 다른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누나 지금 어디 봐? 쟤가 저렇게 입어서 그래? 아~그래. 얼굴도 예쁘고 몸에 문신도 많으니까 쉬워 보여? 잘해봐.  그냥 집에 갈게. 연락하지마.”

“아..아니야 애기야. 아니 그냥 남자가 저렇게 입으면 여자는 무조건 보게 돼 있어. 당연히 우리 애기가 더 잘생기고 예쁘지요~! 오늘 너 사고 싶다던 거 뭐였지? 가방? 아니 일단 다 사줄테니까 화 풀어. 누나가 잘못했다.”

삐졌다는 듯이 고개를 확 돌리고 팔짱을 끼는 남자를 보며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와 이런 씨발. 역겨워서 토가 쏠리네. 뭔 남자 새끼가 저따구로 구냐. 나였으면 그냥 존나 팼다.’

남자를 받아주는 여자도 이해가 안 갔다. 아주 그냥둘이 천생연분이었다. 남자가 그렇게 잘생긴 것도 아닌데 여자가 쩔쩔매며 삐진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남자의 팔을 잡고 사정하고 있었다. 결국 여자는 용서받은 듯 남자의 몸을 뒤에서 밀며 어서 가자는 듯했다.

..그러면서 아쉽다는 듯 혀를 다시며 남자 몰래 변태 같은 시선으로 내 몸을 훏었다.

내가  그지 같은걸 보고 눈을 찡그리고 있자 옆의 하율이 주변을 보다 내 표정을 보더니 갑자기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뭐라도 걸쳐 드리고 싶은데 옷이 없어서..일단 빨리 안으로 들어갈까요.”

‘전부터 죄송한 게 참 많으시네. 나시만 입은 게 어쨌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날씨가 더워서 집에 있는 긴 팔 츄리닝도  입었는데. 입으면 땀나서 상처에  들어갈까봐 걸칠 생각도 없어요.'

그렇게 하율과 같이 병원 안으로들어간 나는 응급실로 향했다. 일단 치료를 받으려면 접수하고 기다려야 했으니 창구를 보는 남직원에게 갔다. 나를 본 남직원은 부러운 듯한 눈으로 내 얼굴이랑 몸을 쳐다봤다.

“성함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류세화 입니다. 22살입니다.”

그 뒤로 어쩌다 다쳤는지,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등등을 말하고 접수를 마쳤다. 직원의 호기심인지 손을 보여달라 해서 보여줬다.

“일단 저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거에요. 어머..정말 예쁜 손가락이 많이 다쳤네요.  어떡해 진짜.”

'후우. 말투 씨발 차단하고 싶네..'

벌써 2명이다. 좆같은 말투 쓰는 남자가. 굵직한 목소리 들로 그러는 게 토할 것 같았다.

 뒤로 피부관리나 몸매 관리 어떻게 하는지 따위를 질문 당하다 겨우 접수를 마치고 저기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앉을 수 있었다.
근데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느낀 건데 시선이 너무 따갑다. 택시에서 내릴 때도 그렇고, 응급실에 여자들이 많았는데 그녀들 전부가 나를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잘생긴  알겠는데 그만 좀 쳐다봐라.’

심지어 내 옆에 앉은 하율은 불안한 듯이 주변을 휙휙 보다 나를 보다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하율 씨는 또 뭐가 불안하신가....진짜 전부 다 이해를 못 하겠다.’

체념하며 눈을 감고 의자 뒤에 기대서 앉아있다가 남자간호사가 나를 부르는 걸 듣고 일어나하율과 함께 처치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남자간호사가 응급실을 보네.’

나는 신기함을 느끼며 푸근한 인상의 좀 나이 드신 여자 의사분 앞에 앉았다.
의사는  찢어진 손가락 피부밑에 마취 주사를 놓고 약효가 돌기를 기다리다가 내 옆에 있는 하율을 보곤 의심쩍다는 듯이 가늘어진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아이고 어쩌다가 남자 손이 이렇게 됐을까...옆에 분은 누군지 알수 있을까요?”

‘남자 손은 다치는  일상이지. 손에 흉터 하나 없으면 그게 남잔가.’

남자 손 따윈 잘리거나 어디 끊어지지만 않으면 됐다. 별 대수롭지 않게 질문에 대답했다.

“제 은인이십니다. 손은 그냥 어쩌다 보니 유리를 쳐서요.”

거울 깨서 다쳤다고는 절대 말  했다. 멀쩡한 거울 깨서 여기 온 미친놈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의사는 아직 미묘한 눈으로 내 옆의 하율을 바라보다 조용히 마취된 내 손가락 사이에서 집게로 속에 있는 유리 조각들을 꺼냈다.

하율은 그걸 보면서 자기가 다 아프다는 듯 질린 얼굴을 했다.

'솔직히 마취해서 아무 느낌  나는데.'

어느새 식염수인지 뭔지로 세척을 끝내고 유리조각도 다 뺀 의사는 내 찢어진 손가락을 실로 봉합하며 자기 딸 얘기를 했다.

“나는 이렇게 젊은 사람이 다쳐서 응급실 오는 거 보면 마음이  좋아요. 군대 간 우리 딸 생각나서.”

오..여자가 군대를 갔다라. 부사관 쪽으로 갔나? 아님 장교? 나는 꽤 흔치 않은일에 호기심이 동했다.

“따님이 직업군인이신가 봐요.”


“음? 하하 아니에요. 그냥 일반 병사로 갔어요. 20살 되자마자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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