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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반란-1 (17/265)



〈 17화 〉반란-1

사현이의 명복을 빌어주고 걷고 있을 때 월하가  옆으로 넌지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기사님 부탁 한 가지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 무슨 부탁인데?"
"근래에 암흑가에 가벼운 반란이 일어날 건데 그때  호위를 부탁 드려도 될까요?"
"반란?"


반란이라는 말에 가벼운 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가벼운 반란,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반란이라고 해도 제가 주동자인 걸요. 저한테 반감을 가지고 있는 놈들을 솎아내기 위해서 제가 분위기를 주도한 거라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랍니다."
"나도  도와줄까?"
"암흑가에 일에 경비 대장님이 개입하려 하시는 거에요? 저희 일은 저희가 처리할게요."
"그러면 오라버니한텐  도와달라고 하는 데?"
"그야, 기사님은 저의 기사님이니까요."

하연이는 뚱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월하의 호위를 한다는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라버니는 비각성자잖아. 네 호위를 한다는  말이 돼?"
"당연히 말이 되죠. 저에게 반항하는 세력 중에 A급 각성자는 없어요. B급 이하의 각성자는 아무리 많이 덤벼봤자 제 권능과 기사님의 싸움 실력이면 모두 처리할  있죠."
"반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데?"
"암흑가 전체가 반란에 휩싸일 거에요."

별거아니라는 듯 말하는 월하의 모습에 얼굴이 굳었다. 암흑가 전체가 반란에 휩싸인다는 소리를 저렇게 담담하게 말한다고?
암흑가의 지배자라는 월하의 위치가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마 일주일 정도는 암흑가 전체가 개판이 될지도 모르죠. 밟기 어려운 놈들은 아니지만, 수가 많아서 좀 걸릴 것 같거든요."
"암흑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 많이 죽겠죠? 그래도 수   정도 죽는 선에서 끝날 것 같아요."

월하의 표정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일말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다.

"암흑가의 인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좀 걸리긴 하지만 그 정도 손해를 감수  만한 가치가 있는 계획이에요."

그래, 이게 월하가 사는 방법이겠지.
암흑가의 최고층에 있는 사람이니까,  정도 냉정함은 기본 소양이겠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입안이 씁쓸했다.설마 하연이도 이렇게 생각을 할까?
하연이를 슬쩍 쳐다봤지만 이겼다는 표정으로 월하를 쳐다보고 있어서 내 시선을 눈치채진 못한 듯했다.


"기사님?"
"그래서 난 뭘하면 돼?"
"24시간 제 옆에서 경호를 해주시면 된답니다."
"그건 안 돼! 왜 네가 오라버니를 독점하려 하는데?"
"하연씨? 아까부터  너 하시는데 저희 계약에 서로 이름에 씨 붙여서 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연 씨도 24시간 같이 다니시면 되죠. 왜 이걸 독점이라고 하시는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네요."


정신이  뜨는 기분이었다.
아까까지는 예쁘고 귀엽기만 보였던 둘의 대화였지만 왠지 모르게 더 이상 듣기 싫었다.
급하게 둘의 말을 끊었다.

"일단 내 무기가 어딨는지 알  있을까?"


허리춤이 허전해도 월하의 빌딩이기도 하고 A급 각성자와 S급 각성자가 옆에 있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냥 다녔지만, 호위를 맡게 된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투를 준비해야지.


"방에 가져놓으라고 하긴 했는데 벌써 준비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잠입해 있는 제 부하들이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내일 모레는 돼야 일을 벌일 것 같으니까요."
"아냐. 일은 확실히 해야지."


아침에 깨어난 방으로 이동하니 나의 애병 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오라버니, 몬스터가 상대도 아닌데  권총을 챙겨야 해요?"
"있어야 마음이 든든해서."


일반적인 권총으로는 각성자한테 피해를 줄 수 없다. 대격변 이후 일반적인 탄환을 쓰는 총기는 사라지고 마력을 기반으로  총기들만 남게 되었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몬스터용 탄환으로는 각성자의 몸에 생채기 하나 수 없었다.
이는 체내의 마나로 신체만 겨우 강화할  있는 F급 각성자도 마찬가지고 월하의 권능으로 무력화된 각성자들한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하긴 기사님이라면 총알 없는 권총도 잘 쓰실 수 있으시겠죠. 일단 무게가 나가는 둔기니까요."
"그래. 칼이 박살 나거나 하면 총이라도 휘둘러야지."


마음에도없는 말을 하며 무기들을 허리춤에 장착했다.


"그리고 적에 대한 정보를 좀 들을 수 있을까? 설마 호위를 시켜 놓고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막 싸우라는  아니지?"
"10년 전엔 그러고도 잘 싸우셨잖아요?"

엄숙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월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알았어요. 말씀드릴게요."
"계속 일 얘기할 거면 나는 애들 찾아가도 돼? 해줄 말도 많고 싸우는 것도 잘 가르칠 수 있으니까."
"네, 가셔도 좋아요."

하연이는 나와 월하 둘만 남겨놓고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둘 사이에 어떤 계약이 있었는지 궁금해지긴 했지만 지금 집중해야  사안은 아니었다.

나는 월하가 말하는 적에 대한 정보를 귀에 새겨 넣었다.


***

각성자는 얼마나 강할까? 라고 묻는다면 일단 등급에 따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겠지.
각성자의 등급은 기본적으로 계단형태를 띄고 있다. E급에서 가장 약한 사람도 F급의 가장 강한 사람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각성자의 등급이 다르다는  `격`이 다르다는  의미한다.


F급 각성자는 체내의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의지대로 조종 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사실상 신체능력이 많이 강한 비각성자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극히 소수의 비각성자는 각성자를 잡을  있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내가잡아본 적 있으니까.


E급부터는 체외로 배출해서 특정 부위를 강화 할 수 있다. 아리의 수준이 딱 그 정도, 단련 여하에 따라서 신체외에도 무기에 씌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지만  개성이 있는 단계는 아니다.

D급 부터는 개성이라는 것이 생긴다. 작은 정전기를 일으킨다거나, 속도를 올리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거나 하는 개개인의 개성이 조금씩 생겨나간다.
D급 즈음 되는 각성자는 마력도 강력한 편이라서 이 정도만 되도 어딜 가든 환영받는 인재다.

C급부터는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개성이 생긴다. 손에서 불을 피우거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화염구를 만들어내거나하는 특정적인 능력을 갖춘다.
도시마다다르지만 태양 길드의 경우는 C급 능력자의 대우에 면죄부가 포함되어 있다. 큰 죄는 용서해 주지 않지만 가벼운 죄는 용서해 준다. 심지어 살인이나 강간 같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감봉과 근신 정도로 끝난다. 그만큼 고급인력이라는 뜻이지.

B급이 되면 능력의 운신 폭이 넓어진다. 능력을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B급 능력자부터는   만나봐서 나도 얘기로만 들었다. 아마 어제 하연이가 두들겨 팼던 남성이 B급정도 되는 각성자 정도 되겠지.


A급은 B급 이하와는 격이 다르다. 동급이상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간섭할 없는 강력한 권능이 생기거든,
어린 시절 마력도 약하고 권능 사용에 능숙하지 않던 월하였음에도 일정 범위의 모든 각성자들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권능이 얼마나 절대적인 건지는 예측이 되겠지.

S급은….  모르겠다. 널리 알려진 정보는 없고 그냥 마력이 엄청나게 강하고 권능 사용이 능숙하다는걸 제외하면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본 S급 각성자는 하연이를 포함해도 3명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의 제대로  무위를 볼 기회는 없었으니까. 하연이한테 물어보면 알려주긴 할  같은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옆에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말을 왜 하냐면….

"B급 3명에 C급 12명? 그 정도로 월하 너 혼자서  박살 낼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내 호위가 필요하대서 A급 각성자라도 있는 줄 알았다. B급C급들은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월하의 능력에 전부 무력화 될 텐데, 내가 필요할까
어릴 때야 월하가 마력이 약해서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A급에 걸맞은 강대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월하였다. 무력화시키고 마나로 한 번 휩쓸면  정리 될텐데 내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긴 한데 기사님께 지켜지는 게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아서요."
"... 하아, 아무튼 걔네들이 첫날에 합공을 해올 것 같다는 거지?"
"네, 격의 차이를 모르는 머저리들이라서 저 먼저 처리한다는 생각으로 덤벼들겠죠."


다행이다.만약 월하가 처리하는 것보다 내가 처리하는  느렸으면 괜히 희생자가 늘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을 텐데.

"일단 머리를 잘라 놓고 잔챙이들을 정리하면 되는 쉬운 일이에요. 명분을 만들려고 작업치는 게 어려웠지 싸움 자체는 쉽게 흘러갈 거에요. 기사님은 첫날에만  고생하시면 돼요."


확신에 가득 찬 월하의 말에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됐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내 뒷목을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억지로 부정했다.

`별 일 없겠지.`


높으신 분의 계략 때문에 피해를 입을 암흑가 시민들이 걱정 되서 이런 불안감이 드는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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