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대삼림7(더 강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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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삼림을 조사한지도 벌써 1주일 가까이 흘렀다. 연하의 말로는 정보가 충분히 쌓여서 오늘이나 내일 정도엔 결과를 내 놓을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오늘은 대삼림에 조사를 가지 않고 각자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하나 하연이는 자신의 일이 있지만 나는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에 이미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 올릴 수 없을 것 이라 생각한 내 강함을 올리기 위한 수련을 진행하려고 했다.
'진짜 되는 거 맞아?'
'몰라 해봐야 알지.'
수련을 혼자서 진행할 수는 없는 법, 월하네 조직 행동대장인 거한이가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근데 어떻게 사람 이름이 거한이냐?"
"형님! 남의 이름 멋대로 바꾸지 마쇼!"
아무튼 B급 각성자가 상대라면 내 능력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 수 있는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겠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전력을 다하면 된다는 거지?"
"그래, 어지간하면 한 번에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말고 덤벼."
"먼저 들어오쇼."
먼저 들어오라고 하면 사양 안 하지.
저번에 D급 빌런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권총과 단검을 둘 다 들었다.
솔직히 B급쯤 되는 각성자에겐 권총은 견제의 역할조차 재대로 할 수 없을 확률이 높았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하면 평범한 권총 정도의 물리력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쓰는 권총이 아무리 특수하게 개량한 권총이라고 해도, 내가 반동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에 실질적인 물리량은 일반 권총보다 살짝 높은 선에서 끝났으니까.
'그래서 특제 총알을 가져왔지.'
탄환이 발사 된 후 탄환 내부의 마나가 점화되며 가속을 받아 충격량이 커지는 탄환이다.
마나가 사용되긴 하지만 각성자에겐 물리력이 큰 영향을 주지 못 하기 때문에 몬스터용 탄환으로 취급돼서 사용해도 된다.
탕!! 핑!
총알을 발사한 후 작게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한의 어깨가 살짝 뒤로 밀렸다.
몬스터용 탄환을 맞고도 저렇게 멀쩡한 걸 보면 역시 육탄계 능력자인가 싶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해.'
빠르게 달려서 거한의 근처에 붙었다. 위에서 내려 오는 거한이의 주먹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대련에서 회피는 나의 역할이 아니니까.
거한의 주먹이 아슬아슬하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다칠까봐 일부러 빗겨 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움직이는 내 몸을 따라서 주먹을 비틀 정도로 격하게 나를 때리고자 했으니 평범한 상황이라면 이 주먹 하나를 피하는 데 온 신경을 써서 다른 생각을 못 했을 것이 분명하지.
'하지만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야.'
거한의 옆구리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내 계산상 가장 완벽한 부분, 높은 확률로 막지 못하거나 막더라도 균형이 흐뜨러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텅!
사람의 몸과 단검이 부딪힌 소리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쾌한 소리였다.
'1점.'
자신의 마나로 보호막 하나 계속 유지 할 수 없는 D급 각성자와는 다르게 거한은 보호막을 계속 유지 할 수 있다. 각성자용 탄환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 그렇기에 서로 타격할 때마다 1점씩 얻는 것으로 대련의 승패를 나누기로 했다.
텅!!
탕!!
대련은 굉장히 치열했다. 지근거리에 붙어서 싸우는 만큼 거한이 나를 한 번 붙잡기만 하면 게임은 끝이었으므로 두 사람분의 머리를 끌어다 써서 회피에 집중했다.
어쩌다 한 번 빈틈이 날 때마다 점수를 따내긴 했지만, 공격을 하면서 완벽한 회피를 하기란 불가능 했기에 나도 점수를 많이 뺏겼다.
"형님 개 쩌는데?! 진짜 비각성자 맞아?"
저 새끼 자기가 지고 있는 데 웃는 거 보소, 하긴, 이렇게 짜릿한 싸움을 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나도 아드레날린이 팽팽 날리는 중이다.
"내가 각성자였으면 너는 3분도 못 버텼어."
"그럴 것 같긴 해. 분명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는..."
꽤 멀리 떨어져있던 거한이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났다.
대화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나 대신 다른 이수현이 팔을 움직여 단검으로 거한의 공격을 막았다.
10미터 정도 쭉 밀리긴 했지만 점수를 뺏기진 않았다.
"이게 페이크를 쓰네?"
"일단 내가 졌수다. 능력을 아예 안 쓰고는 형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거한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도대체 얼마나 싸운거지?
대련실 내부에 있는 시계를 보니 싸움을 시작한 지 벌써 30분이 지나있었다. 이렇게 오래 싸워 댔으니 힘들 수 밖에 없지.
긴장이 풀리자 심장이 격하게 뛰는 게 느껴졌다.
'시발 개 힘드네.'
몸에 힘이 쭉 빠져서 드러누웠다.
"능력을 쓴다고 치면, 나를 제압하는 데 얼마나 거릴 것 같냐?"
"그걸 왜 물어, 당연히 1분도 안 걸리지."
'역시 내 한계는 C급 정도 까지인가.'
그래도 또 다른 인격과 함께하는 전투방식은 꽤나 효율적이었다. 솔직히 나 혼자였다면 내가 승리하긴 커녕 10분도 버티지 못 했을 확률이 높으니까.
'고맙다.'
'같은 몸을 쓰는 사이에 고맙긴 무슨.'
오랜만에 각잡고 휘둘러서 그런지 단검도 살짝 웅웅 거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웅웅 거리며 진동하는 건 아니고, 단검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활동성 있게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근데 이게 마나 아니야?'
단검을 두 손으로 꽉 잡고 단검을 잡고 있는 손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틀림없이 마나가 맞았다. 어릴 적 수조 속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던 기운이 맞았다. 하연이와 연하를 따라다니면서 수 없이 느껴본 그 마나가 맞았다.
왜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을까를 묻는 건 의미가 없었다. 내가 마나라는 걸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건 강대한 마나를 지닌 하연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니까. 이렇게 적은 마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건 당연했다.
'외부에 있는 마나보다 중앙 쪽에 있는 마나가 훨씬 더 많네.'
외곽도 미약한 마나가 둘러싸고 있었지만 내부엔 외부보다 훨씬 더 많은 마나가 느껴졌다.
이걸 사용할 수 있을까?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처음 시도 한 건 그냥 마나가 움직이는 걸 상상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생각하는 것으로 마력이 움직였으면 각성자와 비각성자가 구분되지 않았겠지.
그 다음으로 한 건 단검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 것이다. 마력의 중심축이 미약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외력을 가하는 걸로도 마나들이 미약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크게 의미가 있진 않았다.
손잡이를 아무리 강하게 잡아도 마나의 중심부가 아주 살짝 움직이는 게 끝이었으니까.
'근데 너 그거 아냐?'
'갑자기 뭘 알아.'
'우리 몸에도 마나 있음.'
뭔 개소리야, 몸에 마나가 있으면 각성자지,
'아냐, 이건 확실해, 다른 사람들도 마나가 다 있는데 눈치 채지 못 한 건지 아니면, 어렸을 때 시설에서 커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몸에 미약하게 마나가 있어.'
'어디있는데?'
'몸 전체에.'
눈을 감고 내 신체에 집중했다. 마나는 개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움직여 볼게.'
있지도 않는 걸 어떻게 움직인다고...
'어?'
손 쪽으로 무언가가 모이는 게 느껴졌다. 단검의 외부에서 느껴지는 양보다도 적은 양이었지만 틀림없이 마나였다.
'이걸 어떻게 찾았어?'
몸 전체에 퍼져있던 걸 끌어모아도 이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 거지?
'몰라, 내 몸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냥 느껴지던데?'
내 몸에도 마나가 있었구나.
"거한, 잠깐 이리 좀 와볼래?"
"내 이름은 거한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투덜대면서도 그 큰 몸을 일으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몸에 마나 좀 둘러봐. 어깨 찌를 거니까 안 밀리게 조심하고."
"알겠수다."
퍼져있을 땐 전혀 몰랐던 마나지만, 내 몸에 있는 마나인만큼 내가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단검을 거한의 어깨를 향해 찌름과 동시에 손에 있는 마나를 단검으로 밀어 넣었다.
아주 짧은 시간, 단검의 마나 중심이 자루의 반대쪽, 즉 칼날 쪽으로 밀려났고,
푹
내 단검은 거한의 어깨에 박혀 들어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