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 혁명단­3 (73/265)

〈 73화 〉 혁명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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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잘 배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적당한 어휘를 찾지 못하고 검성을 바라보고 있을 때, 식스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너 장난 아닌데? 검성님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나도 몰랐다."

나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를 상대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두 개의 정신과 반사신경을 기반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 겨우 대적할 수 있던 거지, 그녀의 검술은 나와 비교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지에 올라있었다.

'저런년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식스의 말에 따르면 검성이 혁명단에 합류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면 그 동안 어디서 뭐하고 지낸 거야? 원래는 그냥 검술을 존나 잘하는 여자였는데, 근래에 S급 각성자로 각성해서 혁명단에 들어왔다?

저런 검술은 독학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검술이 아니다.

분명 뛰어난 스승이 있을 테고, 오랜 시간 그 스승 밑에서 수학한게 분명했다.

'아예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는 아니야.'

미르의 어딘가에 지배자가 알 수 없는 곳이 있고, 그곳에 숨어서 검술을 연마하다가 근래에 S급으로 각성했든, 아니면 충분한 실력을 쌓았다는 생각으로 혁명단에 찾아왔든,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단순한 촉에 불과했지만, 내 신경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르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외세의 사람이라고,

그녀가 이제 됐다는 듯,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들어가시려고요?"

검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물음표를 만들었는데, 아마 미리 약속된 수신호인 듯 식스는 바로 그녀의 의지를 알아챘다.

"넵,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뭐라고 하신거야?"

"오늘 조사 해오신거 정리해서 가져오시겠다."

물음표 하나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네.

검성이 완전히 밖으로 나갔다.

"식스, 질문 좀 해도돼?"

"무슨 질문?"

"검성님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혁명단에 들어오게 되신 거야?"

"직접 찾아오셨어."

"의심도 없이 바로 받아들였나보다?"

식스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S급 각성자가 혁명단에 들어오겠다는 데, 괜히 거절했다고 기분 상해서 다 때려부수면 큰일 나잖아?"

"그러면 그냥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들여 보네 준게끝이야? 검성에 대해서 너희가 알고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어?"

"없어, 굳이 있다고 하면, 지배자에 대해서 상당한 분노를 가지고 계신 것 같다는 거? 매번 조사하실 때마다 지배자의 행동들을 보고 진노하시거든. 그 정도면 충분한 거지."

"아까도 말했던 건데, 검성이 제 2의 지배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건데?"

"검성님을 믿는 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려나?"

"당연하지."

지금의 검성이 아무리 뛰어나고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견제 되지 않는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기 마련이다.

우리 도시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우리 도시는 영향력 있는 S급 각성자가 두 명이어서 한 명이 멋대로 독재 노선을 밟을 수가 없으며 미르는 이미 독재 노선이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으니까.

'도시 행정을 혁명단이 전부 처리 할 순 없을 테니, 기존 권력자들의 손을 빌릴텐데, 그들이 꼬득이면 검성이 다시 독재자가 될 수도 있겠지.'

물론 검성이 반드시 독재자가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지배자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분노하고 있다면, 나름 건전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겠지.

"그래도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야. 달리 방법이 없다고."

갑자기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좆 됐는데?'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아주아주 화난 표정으로 나와 식스를 노려 보고 있는 검성이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조사 해온 것을 전부 정리했을리도 없고, 만약 정리 했다고 해도 저렇게 화낼일은 없었을 테니, 아마 문 앞에서 우리가 한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모양이다.

"ㄱ... 검성님?"

­나를 믿을 수 없나?

검성이 우리를 향해 또박 또박 걸어왔다.

"그런 게 아니라요."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어차피 지배자와 광신도들의 여신을 없앤 후 나는 이곳을 떠날 테니까.

"네?"

­지도층이 제어할 수 없는 무력은 집단에 해만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미르의 지도층이 될 생각은 없으니, 내가 이곳을 떠나는 것 만큼 완벽한 해결법은 없겠지.

"아아."

식스가 할말을 잃고 바닥을 쳐다 봤다.

안 그래도 작은 놈인데 움츠린 채 바닥을 쳐다 보고 있으니 더 작아보였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너희가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터이니.

글쎄, 과연 그럴까?

자신의 도시를 지킬 무력이 없는 도시를 과연 다른 도시가 가만히 둘까?

우리 도시는 지배자를 없애고 이수아를 도시의 지배자로 세운 뒤 미르에게서 여러자원을 뽑아내려고 우리 남매를 이곳에 보냈다.

그런데 지배자, 이수아, 검성이 없는 미르가 과연 자립할 수 있을까?

솔의 지배자인 길드장이 이런 꿀 땅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

'절대 아니지.'

이곳은 야생이다.

무력이 없다면, 다른 곳에 집어 삼켜질 수 밖에 없다.

검성은 그걸 모르고서 하는 말일까?

검성은 하연이와 이수아의 존재를 확인했다.

아마 하연이가 다른 도시에서 온 각성자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수아가 광신도들의 여신인것은 분명했다.

하연이가 적어도 이수아와 협력하는 관계라는 사실 정도는 쉽게 유추했겠지.

'설마 하연이까지 죽일 생각인가?'

혼자서 S급 각성자를 두 명이나 상대한다고?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그녀의 검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각성자의 근본은 마력이다.

그녀의 실력으로 마력의 교환비 면에서 이득을 가져간 다고 해도, 두 명분의 마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이만 들어가서 오늘 조사한 걸 정리해오도록 하지.

검성이 떠나가고 또다시 정적이 방안에 감돌았다.

"검성님이 떠나가신다니..."

"괜찮은 거 맞아? 검성까지 없으면 미르에 S급 각성자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잖아.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인데 다른 도시들에게 너무 쉽게 표적이 되지 않을까?"

"다른 도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식스가 이해 안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봤다.

"... 다른 도시가 다른 도시지 무슨 소리야,"

"설마, 미르 말고도 다른 도시가 존재하는 거야?"

잘 못 말한 것 같은데, 나름 혁명단의 중진인 식스가 모를 정도면, 미르에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모른다는 뜻이잖아. 설마 다른 도시에 대해 아예 모를 줄은 몰랐다,

'하긴, 우리 도시에서도, 다른 도시와 솔을 비교하면서 선전을 하는 뉴스가 없었으면 다른 도시의 존재를 상상하지 못했겠지.'

"역시 지배자의 말은 다 헛소리였구나, 한반도에 남은 도시는 미르 밖에 없다고 했는데."

식스의 표정은 꽤 밝았다.

다른 도시의 존재에 안심해서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다른 도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거야?"

"어렸을 때 1호가 이곳저곳에 데려다 줬지."

뒤에서 하연이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천마에 대해선 하나도 말 안해줬지.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설명을 해줄 필요성을 느꼈다.

"아하... 그러고 보니 1호는 지금 뭐하고 지내려나."

"나도 몰라, 주변 도시 조금 돌다가 미르에 내려주고 사라져버렸거든."

"그년도 미친년이야. 다른 애들이랑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잖아."

"그렇지."

원래도 강한 놈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왜 1호는 너만 데리고 간 걸까?"

"그건 나야 모르지."

"그렇게 강하던 1호도 결국 소녀였던 걸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애를 데리고 튄거지."

뒷통수로 쏟아지는 하연이의 눈빛이 점점 매서워졌다.

"너는 몰랐을 것 같았는데, 너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 엄청 많았어. 1호 다음 가는 모범생이었고, 성격이 좀 날카롭긴 했지만 어른스럽고 멋지고, 그래서 다들 너를 동경했는데, 네가 이수아한테 관심을 보여서 질투하던 애도 많았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내가 대부분의 여자 애들이랑 친했거든."

이 새끼 친화력은 어렸을 때도 대단했나 보네, 남자 주제에 여자애들 이야기를 다 알고.

"이 얘기는 그만하고,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되는 데?"

"회의가 좀 필요할 것 같아. 숙소 안내해 줄 테니까, 일단 거기서 쉬고 있어."

식스가 안내해준 숙소는 4인 1실의 작은 방이었다.

내 기억에 이런 시설이 없던 걸 생각하면 아마 혁명단이 새로 만들었거나 교관들의 숙소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진짜 이렇게 4명이서 써도 되겠어? 혼성이잖아."

"괜찮아. 괜히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지내는 것 보다 오라버니랑 지내는 게 훨씬 낫거든."

"그래, 그러면 푹 쉬어라."

식스가 나가자마자 하연이가 내 어깨를 잡아왔다.

"오라버니? 1호가 누구에요?"

하연이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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