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 혁명단­5 (75/265)

〈 75화 〉 혁명단­5

* * *

"원래 이렇게 다 개판이야?"

"이 사람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거든."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다들 혁명단이라는 이름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인데 왜 지들끼리 싸우고 있어."

"저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름 친분 표시라던데? 매일 저렇게 싸우는 데도 막상 밥먹으러 갈 때는 친하더라."

"집단 째로 혁명단에 들어왔나보지?"

다른 애들이 맡은 혁명단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었다.

"어, 지배자를 몰아내겠다는 목표를 가진 집단이었는데 한달 전쯤에 혁명단이랑 접촉이 있었고 모든 인원이 혁명단으로 들어왔어."

"혁명단이 덩치가 더 커서 일단 들어왔지만 제어가 안되는 상황인가?"

"어 우리 말보다는 저 쪽의 대장말을 더 잘 듣거든, 일단 대 전략은 따라온다고 했는데, 세세한 전투는 우리 혁명단의 전략을 따르지는 않는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상태야."

"혁명단식으로 교육해 주면 되는 거야?"

식스가 고개를 절래절래 돌렸다.

"그냥 네 식으로 교육해 줘."

"오케이 알았어."

부르기 쉽게 호칭을 정해야 겠지?

'머저리로 하자.'

식스를 뒤로 하고 머저리들을 향해 다가갔다.

어느 정도 가까이 가자 머저리들이 하나둘씩 싸움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형씨! 어제 싸움 잘 봤어!"

어느 집단을 가든 한 명씩 있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사내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식스를 이기다니 진짜 대단하던데? 그런데 형씨가 여기로 온 걸 보니 우리랑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하려는 모양이지?"

"아니, 나는 너희의 교관 역으로 이곳에 왔어."

한바탕 폭소가 일었다.

"이봐 형씨, 형씨가 잘난 건 인정하겠는데 말이야 싸움솜씨는 누구한테 배운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거든? 타인과 싸울 때 늘어나는 거지."

"그래?"

"당연하지! 그러니까 굳이 우리를 가르치려고 할 필요가 없..."

사내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바닥에 매쳐지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니까. 한가롭게 말이나 할 시간 따윈 없다.

"나에게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 없는 자는 지금 나와, 나와 싸워서 이긴다면 굳이 나한테 배울 필요가 없다는 걸 인정해주지."

머저리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겁이나서 눈치를 본 다기 보다는 일종의 신호를 교환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한 번에 덤벼도 좋아.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너희를 그대로 내버려 둘게."

"왜 우리가 너랑 싸워야만 하지? 우리만 불리한 제안이잖아."

"그러면 반항 없이 쳐 맞던가."

머저리들이 시차를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적에게 들키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 같은데 자세히 보면 누가 가장 먼저 고개를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저 여자가 대장인가?'

나를 향해 덤벼드는 머저리 하나를 들어서 땅에 메다 꽃았다.

'수는 20명 정도, F급 각성자 3명, E급 각성자 1명인가?'

녀석들의 공격은 굉장히 느렸다.

굳이 검성까지 갈 것도 없이 식스보다도 훨씬 느렸다.

각성자들의 공격은 확실히 빠르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가며 녀석들의 몸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F급 각성자를 상대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E급 각성자를 상대로 단순한 타격기로 큰 데미지를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밀어내고 땅에 메치는 식으로 시간을 벌었다.

내 주먹 한 번에 사람이 한 명씩 쓰러졌고 땅에 메친 상대는 다시는 일어 날 수 없었다.

반사신경이나 순발력 만큼은 아니지만 순수한 근력도 내가 자신 있는 부분 중 하나였으니까.

"괴물..."

"그렇게들 부르지."

어느새 서 있는 사람은 미리 빠져있던 여자 하나와 E급 각성자 하나 뿐이었다.

단검을 쓸 수 없는 지금으로선 제대로 된 타격을 넣기 힘들었지만 어차피 E급 정도의 마나는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길게 끌기만 하면 내가 이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짝짝짝짝

"대단해, 저게 진짜 비각성자라고?"

지금까지 구경만 하던 여자가 박수를 치며 내 쪽으로 나가왔다.

'보스몹 나셨군.'

마치 호랑이 같은 인상의 여자였다.

눈빛은 당장이라도 나를 물어 뜯을 듯 강렬했고 입가에는 강자의 여유가 넘쳐 흘렀다.

'혁명단에 들어오기 전의 보스인 모양이네.'

"네 실력은 인정할게 너는 정말 뛰어난 놈이야. 내 부하들을 단신으로 해치우다니, 그것도 마나를 각성하지 않은 비각성자가 말이야."

여자가 내 바로 앞에 다가왔다.

여자의 키는 정말 컸다. 내 머리가 그녀의 턱 끝에 겨우 닿을 정도였으니, 그녀가 얼마나 큰지는 대충 체감이 되겠지.

"그런데 나는 누가 내 위에 있는 게 정말 싫어서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꺼져 주지 않겠어? 우리애들 교육은 내가 알아서 잘 시킬테니까 말이야."

"미안하지만 나도 부탁 받은 게 있어서 말이야 시도도 하지 않고 물러날 순 없어."

"... 지금 나한테 덤비겠다고?"

여자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비각성자가 C급 각성자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나도 다른 인격과 같이 전투를 하는 방식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육체능력베이스의 C급 각성자가 아니면 이길 수 없었다.

'지금 이라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육체 능력 베이스의 각성자라면 수가 생긴다.

'그리고 어차피 죽일 각오로 덤벼 드는 것도 아닐 테니까.'

우리는 명목상 혁명단으로 묶여 있는 동료였으니까. 단순히 제압을 하려고 움직인다면 더 상대하기 쉽겠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단검을 꺼냈다.

어차피 그녀의 살을 배어낼 여유는 없을 테니 이 단검이 얼마나 뛰어난 단검인지 들킬은 없겠지.

권총까지 꺼내 반대쪽에 듦으로서 전투의지를 내보이자 여자가 미간을 부여 잡았다.

"그냥 싸우는 건 네가 너무 불리하니까, 나한테 제약을 걸게."

여자의 키가 점점 커지더니, 기존에 비해서 머리 하나 정도 더 커진 상태에서 멈춰 섰다.

"마나 아껴가면서 천천히 싸우면 무조건 내가 이길 텐데 능력을 발휘했으니까 제한시간이 생겼어. 내 마나가 다 떨어질 때까지 버티면 네가 이긴걸로 해줄게."

여자의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인가 본데,'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깨닫게 해주지.

나도 궁금했다 각성자용 탄환을 쓰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는 그녀를 상대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 지.

그녀의 거대한 손이 양옆에서 나를 잡아오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곧바로 나를 밟아 오려는 발을 굴러서 피하자마자 그녀가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거대한 몸 때문인지 황소가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는데, 속도도 겁나게 빨랐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시발 겁나게 아프네.'

나로서도 상당히 무리한 움직임이었기에 몸이 욱씬 거리며 아파왔다.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는 여자에게 총알을 발사했다.

몬스터 용 총알인 만큼 물리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여자의 자세가 흐뜨러졌다.

바로 그녀를 향해 달렸다.

설마 내가 먼저 다가올지는 몰랐는지 놀란 눈빛을 하고 있는 여자의 허벅지를 향해 단검을 꽂아 넣었다.

­캉!!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튕겨져 나왔다.

마나가 깍여나가는 것이 아예 보이지 않는 걸 보아 마나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순수하게 신체능력을 올려서 버틴건가?'

그렇다면 단검은 쓸모가 없었다.

단검의 역할은 언제든 상대의 마나를 뚫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어 상대가 마나를 헛되이 소모하는 것이 목적인데 아예 공격이 통하지 않는 다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쓸모가 없진 않겠네.'

존나 작은 방패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겠지. 겁나 단단한 단검이니까.

그녀는 더 이상 큰 동작을 행하지 않았다.

힘과 속도는 그녀가 압도적이었기에 나와 거리를 벌리지 않고 나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 때마다 단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았지만 데미지는 차곡차곡 누적됐다.

"그러면 슬슬 끝낼까?"

그녀가 내 목을 잡아왔다.

손이 얼마나 큰지 한 손으로 내 목을 전부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미 이 시점에서 나의 판정패라고 해도 무방했겠지만 그녀는 그냥 승부를 끝낼 생각이 없는 듯 내 목을 잡은 손에는 힘을 주지 않고 반대쪽 팔을 길게 뒤로 뺐다.

­쐐애애애액!

커다란 주먹이 나의 배를 향해 날아왔다.

­탕!!!

­쾅!!!

정신을 차리니 벽까지 날아가 있었다.

'겨우 먹혀 들었나 보네.'

애초에 배를 때리고 날려버릴 생각이었는지 그녀의 손에는 큰 힘이 담겨 있지 않아서 총을 손가락에 박자 목이 풀려 날 수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에 발을 대고 최대한 충격시간을 늘리자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고 날아올 수 있었다.

다시 나에게 다가오려 하는 여자의 미간에 총알을 발사했다.

아무리 각성자여도 총알을 피하는 기행은 불가능 했는지, 총알이 그녀의 몸에 명중 할 때마다 그녀의 몸은 저지 됐다.

'너무 안일했어.'

아마 그녀의 능력은 곧 끝날 것이다.

내 단검이 안 먹힐 정도로 단단한 몸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순수한 단단함만 따지면 거한이 보다 단단했는데, 아무리 능력이어도 A급에 준하는 신체 능력을 그리 오래 유지할 수 있을리는 없다.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총을 몇 번을 쏴도 다 맞으면서 돌진해 오는 모습에 최대한 버티다가 오른쪽으로 꺾었다.

미리 피해봤자 쓰러진 몸 위로 돌진해서 밟으면 끝장이니까,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게 항상 좋았다.

'몸이 비명을 질러서 문제지.'

아무리 나라도 단시간에 급격하게 몸을 움직이면 많이 아프다.

"!! 커흑!!"

땅을 쓸듯 움직인 그녀의 발에 맞아 멀리까지 굴렀다.

낙법은 제대로 했지만 맞는 걸 너무 대비 없이 맞아서 그런지 단 한 방에 전신이 욱씬 거렸다.

'지금 덤비면 끝장인데...'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부여잡고 일어나 보니 그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내 키의 가슴깨에도 못 미치는 여자애 하나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저건 뭐시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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