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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 천마­2 (80/265)

〈 80화 〉 천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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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엑!!"

­고작 그 정도로는 우리 스승님의 공격을 한 번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천마와의 싸움에 대비해서 검마와 함께 수련을 진행 한지도 어느새 3일이 지났다.

검마와 두 번째로 싸웠을 땐 나름 잘 싸웠다고 생각했지만 3일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검마에게 제대로 된 일격을 넣은 적이 없었다.

일단 처음 만났을 때 검마의 실력이 그녀의 본 실력이 아니었다. 지난 3일간 내가 많이 성장했음에도 아직까지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 한 것은 내가 성장하는 만큼 검마또한 자신의 실력을 천천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근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수련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녀와의 수련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한 것은 한무 대련 밖에 없었다.

물론 검마가 워낙 뛰어난 실력자고 피드백도 잘 해줘서 내 실력도 쑥쑥 올라갔지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어. 내가 너에게 본격적으로 검술을 알려주려면 스승님의 동의가 필요하거든,

"깐깐하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은 스승님께 배운것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면 당연히 허락이 필요하지. 그리고 검술을 배워봤자 1주일도 못 배울 텐데 이렇게 짧은 시간이면 괜히 검술을 배운다고 용쓰는 것 보다 너의 전투방식을 갈고 닦는 것이 훨씬 더 좋아.

내 전투방식, 순발력에 반사신경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어내고 상대의 행동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움직이는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이다.

천마의 움직임도 내가 해석하기가 너무 힘들뿐이지 눈은 충분히 그녀의 움직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내가 천마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 이론이라는 것이 너무 말도 안되는 게 문제지.'

이론적으로는 언제든 복권에 당첨 될 수 있다. 심지어 여러 번 연속으로 받을 수도 있다.

천마한테 이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내 전투 방식으로도 충분히 천마를 막아 낼 수 있다. 정보를 처리 하는 놈이 두 명이나 있으니 진짜 사력을 다하면 한 번 정도는 그녀의 주먹을 막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복권에 당첨 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식스가 슬슬 지배자를 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아.

"오래 걸렸네.'

­그렇지 식스외의 모든 사람들이 제발 지배자를 치자고 말했으니까. 이젠 식스의 눈에도 만족할 만큼 준비가 되었나봐.

"그러면 내일 대규모 회의를 진행하겠네."

기존의 작전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어디 잘 못된 건 없는 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확인할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곧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도 크게 감흥은 없었다.

도시의 운명을 건 반란이었지만 나는 미르 사람이 아니니까.

'이수아는 어떻게 하려나?'

혁명단에 오래있어서 슬슬 잊혀지고 있었는데 이수아는 스스로를 여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광신도 들의 리더기도 했었는데 혁명단 내부의 모든 정보를 들은 이수아가 광신도들을 어떻게 다룰지 알 수 없었다.

'우리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확실히 정해야 하고.'

내가 도망치면 천마가 따라올게 분명해서 나는 반란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해도 하연이나 연하는 몸을 좀 사릴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검마의 정보를 들은 길드장이 최대한 그녀를 자극하지 말고 혁명이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있다가 혁명이 끝난 후 통상 외교를 시작하겠다고 전해오기도 했고.

참고로 통상외교라는 건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지내겠다는 의미다.

미르와 솔이 가까운 도시도 아니고 대삼림이 중간에 떡하고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어차피 S급 각성자가 아니면 왕래도 못한다.

'사실상 헛고생을 한 거랑 다름이 없네.'

이수아를 미르의 지배자로 세우고 이수아한테 여러가지 이점을 받아먹어서 이득을 보려고 한건데 혁명단이라는 변수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천마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진 거겠지. 천마가 일을 조금만 늦게 끝내고 왔다면 혁명단엔 S급 각성자가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완전히 헛고생은 아니야.'

길드장은 모르겠지만 검마는 미르 출신이 아니다. 미르를 떠나더라도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통상외교를 선택한 것인데 검마가 떠나서 다신 안 돌아온 다는 걸 알면 이수아가 도시의 지배자 일 때 보다 더욱 쉽게 미르를 점령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월하한테 부탁해서 월하로 하여금 미르를 통치 하게 할 수도 있지.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판 붙고 쉬도록 하지.

"알았어."

늘 느끼는 건데 검마는 말투가 상당히 뒤죽박죽이다. 3일동안 꽤 친해져서 둘만 있을 때는 반말을 하는데 검마는 예전에 근엄한 어투랑 친해졌을 때의 평범한 말투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 크게 거슬리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신경이 쓰였다.

­먼저 덤비거라.

"좋아."

단검을 들고 검마를 향해 뛰어갔다. 검마도 나를 대비해서 검 끝을 나에게로 향했다.

지난 3일 간의 수련은 나한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진 않았다. 내 전투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발력과 반사신경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전투 중 체감시간이 더 길어지지도 않았다.

어차피 천마는 나와 비슷한 육체 능력으로 싸워줄게 분명했기에 굳이 육체도 단련하지 않았기에 몸이 더 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뭐가 늘었냐고?

­챙!!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검마의 검끝을 쳐냈다.

내가 3일 간의 수련으로 얻은 건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메뉴얼 들이었다.

상대가 다가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이 특정 방향으로 날아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평소에는 일일이 계산해야 했던걸 경험으로 외워 버리자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게 됐고 더 심도 깊은 계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술이라고도 할 수있겠네.'

그런데 모든 상황을 일일이 대처할 수 있는

검마와의 대련은 내가 메뉴얼을 찾아내서 머릿속에 저장시키는 과정이었다. 검마의 모든 공격에 대한 메뉴얼을 세우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메뉴얼을 심화 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니 이제는 검마가 처음 보여줬던 수준으로 싸우면 10판에 3번 정도는 내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검마를 이길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3분을 버티지 못하고 검마의 밑에 깔려버렸다.

내가 실력을 늘릴 때마다 검마 역시 더 높은 수준으로 나를 상대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내가 검마를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으윽, 겁나 무겁네."

"???"

아 실수했다. 겁나 세다고 했어야 했는데 겁나 무겁다고 말해버렸네.

검마도 당황했는지 육성으로 중국어가 튀어나왔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무거워?

"아니 실수했어. 겁나 세다고 했어야 했는데 가슴팍에서 무게가 느껴지니까 실수로 무겁다고 말한 것 뿐이라고."

씩씩거리면서도 이해한 듯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는 검마의 모습을 보고 얘도 여자긴 여자구나 싶었다.

귀여운 구석이 없지는 않네.

­내가 그렇게 무거워?

검마가 호다닥 내 위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일단 평범한 여성에 비해서는 무겁지 않을까? 키도 엄청 큰 편이고 근육도 꽤 있잖아."

­그래서 무겁냐고.

"안 무거워. 내가 일반인도 아니고 고작 네 몸무게 정도로 무겁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야.

검마가 안심하듯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럼 오늘 훈련은 이걸로 끝이지?"

­그래 오늘은 이만 푹 쉬고 내일 다시 보자.

검마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다른 애들은 사람들 지도해주고 바로 돌아오는 데 나는 검마랑 대련 까지 하고 오니 항상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는 건 나였다.

"응? 왜 너 밖에 없냐?"

"하연 언니는 씻고 있고 수아언니는 자기 신도들 챙긴다고 갔다 온데요."

"그래?"

그나저나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연하의 자세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너 되게 편해 보인다?"

"당연히 편하죠. 도시에 있을 땐 맨날 몰려오는 서류 처리하고 틈만 나면 빽빽 거리는 간부들 상대하느라 바쁜데 여기서는 병아리들 가르쳐 주는 거 말곤 할게 없잖아요. 그리고 여유시간도 많아서 이렇게 누워있을 수도 있고 완전 천국이에요 천국."

그래 연하 네가 좋다면 좋은 거겠지.

하연이가 나온 뒤 씻고 침대에 누웠다.

검마와 싸운 것만 3시간이 넘어서 몸은 꽤 피곤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부터는 혁명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어떻게 천마를 상대해야할까 걱정하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걱정해서 뭐해 어차피 개 발릴텐데.'

덜 아프게 맞는 법이나 연습하자.

억지로 눈을 감고 양을 새고 있으니 그제서야 수마가 나를 찾아왔다.

필요 없을 땐 주구장창 찾아오면서 꼭 필요할 땐 출근이 늦은 놈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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