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 천마­3 (81/265)

〈 81화 〉 천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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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회의였지 사실상 최종 점검이랑 다름이 없었다.

혁명단의 모든 인원을 모아 놨는데 제대로 회의가 진행 될리가 없었으니까. 만약 진짜로 회의처럼 진행하려 했다면 오늘이 아니라 일주일동안 회의만해도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안 나왔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리 식스라도 공적인 자리에선 존댓말을 쓰는 구나.'

식스는 거의 모든 사람한테 반말로 대했다. 오롯이 검성한테만 존대를 했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 앞에선 존대를 하는 걸 보니 애가 상식도 없는 애는 아니구나 싶었다.

"일단 대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겠지만 다시 한 번만 집중해 주십쇼."

혁명단의 전략은 간단했다.

일단 검마가 지배자의 목을 따러 간다.

검마의 강함은 모두가 아는 것임으로 검마가 지배자의 목을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완급조절이 중요하지.'

지배자를 압도하면서도 죽이지는 않을 정도의 상황을 유지하면서 도시에 있는 다른 고위 각성자가 지배자를 돕게 한다.

이 도시에 존재하는 걸로 확인된 모든 A급 각성자가 지배자를 도우러 도착하면 그때가 돼서야 지배자를 죽이고 A급 각성자들에게 항복을 권유한다.

'검마가 도시를 떠난 다는 걸 감안하면 A급 각성자도 죽여야 될 것 같긴 해.'

A급 각성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는 혁명단이 다른 A급 각성자들을 제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으니까.

'식스가 알아서 하겠지.'

다른 이들에겐 검마가 미르를 떠난 다는 걸 비밀로 했기에 저렇게 말해도 검마가 떠난 다는 걸 알고 있는 식스는 다른 계획을 세워놨음이 틀림이 없다.

'나는 뭐하냐고?'

내가 직접 훈련시킨 머저리들과 함께 지배자의 건물로 향한다. 어차피 고위 각성자는 검마가 제어해 줄 테니 나는 저급 각성자들과 일반인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맡으면 된다.

이는 지배자의 명령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다

미르라는 도시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선 지배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구역 또한 제압할 필요가 있으니까. 가장 윗대가리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구역을 제압하는 데 훨씬 편할 것이라고 계산한 혁명단의 방침이었다.

검마의 조사에 의하면 오랜 시간동안 절대권력을 누려온 지배자의 나태함 때문에 구역간의 명령체계가 개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각성자는 지배자의 감시를 받아야 함으로 도시의 중앙부분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미르의 외곽은 정말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은 저희 오랜 염원이 이루어지는 날입니다. 그동안 혁명단을 위해서 여러분이 행했던 모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식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가슴을 울리는 진동이 있는 연설도 아니었고 그리 길지도 않은 연설이었지만 식스의 목소리에서 울음기가 명확히 느껴졌기 때문인지 모두들 감성에 젖었다.

나 같은 가짜랑은 다르게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지배자한테 반감을 가지고 혁명단을 만들고 힘을 모아 온 사람들이었으니까.

드디어 지배자를 무찌르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복잡 미묘해 지겠지.

커다란 강당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일단 검성님이 먼저 출발 하신 후 신호가 오면 움직일 예정입니다. 그 때까지는 친한 사람이랑 못 다한 말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주세요."

검마라는 존재 덕분에 지배자를 물리칠 확률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미르를 정복한다는 건 말도 안됐다.

여기 모인 사람 중에 분명히 사상자가 나오겠지.

진짜 친한 사람들은 이미 어제 충분히 회포를 나누었겠지만 마음도 다잡을 겸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지만,'

검마가 지배자를 공격할 때 다른 이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인 만큼 검성과 비슷한 시간에 지배자의 건물에 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하연이랑 연하랑은 충분히 이야기 했으니까.'

어차피 하연이든 연하든 죽을 걱정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다. 하연이야 S급 각성이니 만큼 지배자랑 직접 붙어도 꽤 오래 버틸 수 있을테고 연하 또한 A급 각성자라서 죽을일이 없다.

나? 내가 죽을 것 같으면 천마가 구해줄텐데 뭘 걱정해.

때문에 우리가 한 이야기는 혁명이 일어날 때 어떻게 행동할 지와 혁명이 끝나고 어떻게 움직일 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일단 혁명 중에는 목숨의 위험이 다가오는 게 아닌 이상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일반인 처럼 지내다가 검마가 미르를 떠나면 우리도 홀라당 도망쳐 버리는 걸로 일단 결론을 냈다.

나중에 다시 온다면 길드장과 함께 오게되겠지.

천마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결국 천마와 검마 둘다 미르를 비울 것은 분명했기 때문에 결국 미르는 우리도시가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수아는... 죽으려나 살려나.'

혁명단의 계획엔 지배자를 죽이고 도시를 정돈 한 다음 바로 이수아를 죽이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천마의 계획엔 자신이 검마를 쓰러뜨리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수아가 죽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이동합시다."

혁명단의 유일한 A급 각성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은신계열 능력을 사용하는 각성자인데 짧은 시간동안 마나를 몰아 쓰면 나와 머저리들을 들키지 않고 지배자의 거처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고한다.

'정작 지배자는 우리를 눈치 챌 수 있겠지만 검마랑 싸우느라 바빠서 우리를 견제할 수는 없겠지.'

그가 능력을 시전하자마자 미르의 중심부를 향해 열을 맞춰서 뛰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누구 하나 우리를 눈치 채지 못했다.

나름 신기하긴 했지만 하연이랑 같이 다닐 땐 더한 것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중심을 향해 마구 내달렸다.

중심부와 일반인들이 사는 구역을 가르는 거대한 벽이 있었지만 미리 알아둔 구멍으로 빠르게 통과했다. 경비가 있긴 했지만 그 경비 또한 우리를 알아채진 못했다.

"여기입니다. 이미 검마랑 지배자와의 전투가 시작된 것 같은데 검마의 명령이 다른 곳으로 전달 되지 못하게 전부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A급 각성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쓰러져 버렸다.

이만한 대인원을 은신시키는 건 A급 각성자여도 꽤 무리가 되는 일이었나 보다.

아직은 나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애들 사기나 올려볼까?

"설마 여기까지 와서 겁에 질린 놈은 없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오늘 하루만 바라보고 교관님의 훈련도 견뎌냈는데 이제와서 겁을 먹다니, 그건 겁쟁이가 아니라 머저리입니다."

너희 머저리맞잖아.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푸하하하!! 교관님은 그렇게 뻘하게 쳐다보시는 게 가장 웃기십니다."

이것들이, 감히 나를 이용해서 긴장을 풀려해?

"됐고, 슬슬 사람들 나올 때 됐으니까. 진형 맞추고 준비해."

지배자가 거주하는 거처 안엔 수 많은 건물이 있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아마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저런 구조로 만들어 놓은 듯 한데 우리야 길 하나만 막고 있으면 됐으니 오히려 편했다.

'지배자의 거처라고 주변에 아무 건물도 없어서 외부에서 우리를 눈치 챌 수 있는 사람도 없을 테고,'

생각하면 할 수록 지배자라는 인간은 안일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자신이 도시의 유일한 S급 각성자라서 당당한 것 까지는 인정하겠는데 도시 운영이 너무 개판이잖아.

­쾅!!!!!

거처 안에 있던 가장 커다란 건물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터졌다.

검마와 지배자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듯 보였는데 거처안의 다른 사람들은 그제서야 검마의 침입을 눈치채고 이쪽으로 뛰어 오기 시작했다.

'얼씨구?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애들의 표정이 아닌데?'

어떻게든 지배자의 명령을 전달해야 겠다는 신념을 가진 눈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두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이쪽으로 오는 걸 보며 우리가 너무 지배자세력을 너무 과대 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꼴을 보면 우리가 굳이 여기 없었어도 됐겠는데?'

이들이 도망간다고 해도 다른 구역에 가서 병력들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숨어있을 테니까.

­탕!!

하늘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다들 멈춰라. 순순히 우리에게 제압 당하면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거야."

"시끄러! 고작 비각성자따위가 우리를 어떻게 막겠다는 거야?!"

각성자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앞장서서 나섰다.

겉으로 풍기는 기세와 마나로 보았을 때 등급은 대략 B 등급 정도 평소의 무장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대였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권총을 들고 상대를 겨냥했다. 반동에 대비해 양손으로 권총을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각성자는 멍청하게도 자신의 육체를 믿었고 그 결과 오른팔이 날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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