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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 천마­4 (82/265)

〈 82화 〉 천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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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술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인간은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구를 만들어 낼 수있었고, 대격변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총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무기지.'

대격변 초기엔 각성자 외에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고 한다.

평범한 총의 물리력으로는 몬스터의 외피를 뚫을 수 없었다.

냉병기? 그건 각성자가 들고 무기에 마나를 씌워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일반인이 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이 역시 극복해냈다.

이미 소실된 역사기에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었지만 대 몬스터용 탄환이 발명된 것이다.

마나를 사용하여 물리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었는데, 덕분에 모든 D급 이하의 몬스터와 일부의 C급 몬스터에겐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지금이야 기술이 발전해서 적당한 재료와 고위 각성자가 있으면 A급 몬스터에게도 통하는 탄환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가성비가 지나치게 낮아서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았다.

딱 여기서 멈췄으면 좋을텐데 인간은 굳이 분란의 씨앗을 낳았다.

몬스터한테 먹히는 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각성자한테 통하는 탄환을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런 발칙한 발상으로 만들어 진 것이 각성자용 탄환이었다.

단순 물리력으로 이루어진 몬스터용 탄환과 달랐다.

각성자들의 마나를 뚫고 피부에 닿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단순히 물리력을 높이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탄두는 각성자의 마나를 뚫기 위해 특수한 마력에 감싸여 있을 필요가 있었고, 그를 위해선 정말 좋은 재료가 있어야하며 고위 각성자의 도움이 필수였다.

때문에 가성비는 더더욱 낮아졌지만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각성자들을 해할 수 있는 탄환이었기 때문에 개발과 동시에 수많은 기술자들이 탄압당했다.

당장 솔과 우리 도시만 해도 각성자용 탄환을 사용하면 즉결 처분까지 당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내가 설마 각성자용 총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생각하지 못했던 거겠지.

"끄아아아악!!!"

남자가 사라진 오른 어깨를 잡고 울부짖었다.

"더 이상 다가오는 놈은 이 총알로 머리를 꿰뚫어주지. 죽고 싶은 놈이 있으면 움직여도 좋아."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모든 이들이 굳었다.

"야, 가서 제압해."

머저리들을 바라보며 읍조리니 미리 챙겨둔 밧줄을 들고 이동해 도망 나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묶기 시작했다.

"너..."

레아가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설마 내가 각성자용 탄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 나를 경계하는 걸까?

'참 이상한 사람이야.'

"설마 저를 경계하는 거에요?"

"그건 아닌데..."

"레아씨 진짜 신기하신 분이네. 이게 무서워요?"

권총을 툭툭 치며 말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레아씨를 죽일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친해질 수 있던 거에요? 제가 레아씨를 죽일 수 있다고 느껴지니까, 이젠 못 친해질 것 같냐고요."

참으로 이기적인 마음이다.

나 뿐만 아니라 머저리들 조차 당신이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걸 알면서도 레아와 친해졌는데 레아는 자신을 해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를 경계하다니, 얼마나 이기적인 일일까.

그래도 아예 고쳐 먹지 못할 사람은 아닌지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미안하다."

레아가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고작 작은 경계 한 번 한 정도니까.

"그런데 그건 어디서 구한 거야? 아무리 지배자가 나태하다고 해도 각성자용 탄환이 시장에 나 도는 꼴을 볼 만한 놈은 아닐텐데..."

"검성님이 만들어 주셨어요."

거짓말이지만.

"그나저나 슬슬 끝나가는 것 같은데요?"

지배자의 거처가 박살이 나니 검마와 지배자가 싸우는 것이 잘 보였다.

온몸에서 피가 흐르는 지배자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검마, 누가 이겼는지는 아주 명확했다

'슬슬 A급 각성자들도 오는 것 같고.'

우리를 슬쩍 바라보는 것 같긴 한데 지배자 쪽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는지 단 한 명도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지배자와 합류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지배자에게 향하는 각성자들의 표정엔 공포라는 감정이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이미 몸에 상처가 있는 이들도 꽤 많이 보였다.

'이수아의 짓인가?'

일단 혁명단의 작전을 도와주려는 모양이었다.

지배자의 거처에 도착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혁명은 거의 다 끝나갔다.

지배자를 포함한 고위 각성자만 전부 처리하면 혁명단을 막을 세력은 없으니까.

한가로이 지배자와 검마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을 때 뒤 쪽에서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뭐지?'

내가 뒤를 바라봤을 때 보인건 다급한 표정으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식스와 그녀가 이끄는 병력들이었다.

'쟤가 왜 여깄어?'

식스 뿐만이 아니었다. 하연이도, 연하도, 그 외의 다른 모든 혁명단들도,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야? 왜 왔어? 너희 작전 안 해?"

"하아... 하아... 지금 작전이 문제가 아니야."

식스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차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갔던 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다 쓰러져 있었어."

"뭐?"

"저희도요. 저희가 도착했을 땐 시민이고 지배자의 수하들이건 전부다 쓰러져 있었어요."

"일단 모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중앙으로 달려왔어. 여긴 검성님이 계시니까."

천마의 짓인 건 분명했다.

도시의 모든 인원을 잠재우는 미친 짓을 천마가 아닌 다른 이가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런 거지? 어차피 천마는 나랑만 붙어보면 되는 거 아니었나?'

의문만 더 해져가고 있을 때 지배자가 털썩 하고 쓰러졌다.

혁명단의 숙적이 쓰러지는 순간이었지만 그 누구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순 없었다.

어색한 정적이 감돌고 있을 때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짝짝짝

"훌륭하구나."

한 문장에 불과한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엄청난 기세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언제 나타난 건지, 어느새 천마는 검마의 곁에 서 있었다.

"과연 내 상대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해 볼까?"

아무리 천마여도 연기까지 잘 할수는 없는 모양이다. 긴장감에 몸이 굳어있는 와중에서도 목소리에서 어색한 점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발연기였다.

연기는 못해도 대련은 제대로 할 수있는 듯 검마와 천마의 화려운 비무가 이어졌다.

우리가 눈치도 못 챌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투를 진행해도 됐을 텐데 굳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면 우리에게 전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근데 존나 멋있네.'

둘 다 나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있는 고수들이라 그런가? 대련을 하는 과정이 마치 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대략 5분간 이어진 둘의 비무는 검마가 우리 쪽으로 튕겨져 나오며 마무리 됐다.

"다음에 덤빌 놈 없니?"

검마가 졌는데 누가 나가겠어?

­저자는 아무래도 상대의 능력에 따라 본인의 능력이 상승하는 계열의 각성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나서야 할 것 같은데.

검마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시발,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구나.'

검마의 말투도 천마 못지 않게 어색했지만 바쁜 상황이라 그런지 아무도 의심을 가지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하연이와 연하만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혹시 내가 누구와 싸우게 되더라도 내가 죽을 일은 절대 없다며 안심 시켜 놨기에 나를 막아서진 않았다.

'그래, 내가 싸워야 이 꽁트도 끝나겠지.'

천마는 지금 나랑 싸우기 위해서 혁명단에 검마를 심고 자기는 지배자 쪽으로 갔던 거니까.

여기서 괜히 도망갔다간 갑자기 빡돌아서 미르를 멸망시킬지도 몰랐다.

"네가 나를 상대하러 나온 아해인가?"

천마의 목소리엔 강한 기가 서려 있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멀찍히 떨어진 혁명단들도 다 들을 수 있겠지.

'그나저나 겁나 예쁘네.'

온몸을 꽁꽁 싸맸던 저번과는 달랐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검은 머릿결과 붉은 눈동자가 더해져 엄청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만나고 싶으면 그냥 찾아오면 되지 너도 참 고생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아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아해를 절망에 빠뜨리고도 싶었지."

그놈의 절망 절망, 상대가 천마인데 절망할 리가 없잖아.

이미 천마는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체념한지가 얼마인데.

"내 이름은 이수현이거든? 이젠 어른인데 자꾸 아해라 부르지 말아줄래?"

"나한테 아해는 얼마나 자라든 아해일 뿐이다."

"네가 내 부모님이냐..."

천마는 내 질문에 씽긋 미소 짓는 것 만으로 답해왔다.

"그러면 슬슬 공격하지, 너무 시간을 끄는 건 의심을 살테니."

천마의 몸이 나에게로 빠르게 쏘아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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