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 천마신교­1 (86/265)

〈 86화 〉 천마신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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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일이 차근차근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수아가 사라졌기에 더 이상 혁명단을 막을 세력은 미르에 존재하지 않게 됐고 혁명단은 결국 미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일단 식스가 임시 지도자를 맡고 미르가 정돈 된다면 다음 지도자를 투표로 뽑는다고는 하지만...'

일이 잘 진행 될지는 모르겠다.

오랜 시간 지배자에게 지배당한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고, 미르가 약해진 걸 아는 태양길드가 미르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

아마 천마와 검마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듣는 순간 처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천마도 딱히 미르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진 않았으니까.'

S급 각성자 하나 없는 미르가 부디 잘 살아가길 기도할 뿐이었다.

"우리도 이동하지."

"근데 이것 좀 풀어주면 안돼? 어차피 묶든 안 묶든 똑같잖아."

"기분 좀 내는거다."

나는 지금 밧줄에 의해 포박되어 있다.

천마가 나를 중국으로 납치하겠다! 하면서 멋대로 묶어 버린 것인데, 솔직히 굳이 묶지 않아도 천마가 행하고자하면 나는 당할 수 밖에 없는데 쓸데없이 이런 행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 동생들도 같이 가는 데 왜 걔네들은 안묶어?"

"아해의 동생들은 나를 따라오는 것이지 내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따라오지 않겠다 하면 굳이 데려갈 생각이 없는데 왜 포박을 해야하지? 설마 아해는 자신의 동생들이 포박당한 꼴을 보고 싶어하는 변태인가?"

누가 누굴보고 변태라는 거야.

내가 중국으로 이동한다는 말을 듣고 하연이와 연하도 나를 따라 오기로 했다.

천마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 영원히 있기 위해 가는 건 아니고 자신이 없어도 중국이 돌아갈 정도로만 준비를 마친 뒤 이후에는 내가 있는 곳에서 살면서 중국과 한국을 왕복하면서 지낸다고 했기에 연하와 하연이도 크게 부담없이 따라올 수 있었다.

태양길드의 길드장한테도 허락을 맡았다고 하는데 하연이의 빈자리는 임시적으로 월하가 메꾸고 있다고 전해왔다.

'월하 못 본지도 진짜 오래 됐네.'

조금 그리워 지는 순간 지금까지 쌓여있었을 월하의 욕망을 생각하니 재회를 조금 미뤄도 괜찮지 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진짜로 출발하지."

천마가 나를 공주님안기로 들었다.

당연히 이렇게 들줄 알고 있어서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본좌 혼자서 이동하면 3분도 안 걸릴테지만 검마와 아해의 동생들과 이동하면 시간이 꽤 걸릴게야. 그 동안 눈이라도 붙이고 있거라."

자고 있는 동안 무슨 짓을 당할 지 알고 맘편하게 눈을 감아?

천마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주변을 바라보니 검마와 하연이의 몸도 떠올랐는데 연하가 짐짝 처럼 하연이에게 들린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몰려왔다.

비행과 순간이동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이동했는데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다보니 순간 이동을 해도 큰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천마산으로 가는 것이지."

­도시 이름이 천마산이지 진짜 산은 아니야.

꽤 멀리 떨어져 있던 검마가 말했다.

'중국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으려나?'

우리도 우리가 사는 곳이 한반도고 대격변 이전의 국가의 이름이 대한민국이라는 것 만 알지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솔이 정확히 어느 지역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고 이전에 어떤 도시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융성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마 태양길드에서 기밀로 관리가 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중국도 거의 모든 지명을 잃어 버리고 도시 위주로 재편성됐겠지. 기존의 지역명을 따왔을 수도 있지만, 솔이나 미르를 생각해 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천마 신교의 본거지다. 아해가 살고 있는 도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하다는 걸 미리 말해주지."

"얼마나 크길래 그래?"

"미르를 기준으로 보면 스무배가 넘지."

"뭐? 진짜야?"

미르가 솔에 비해서 작은 크기인 건 맞지만 그래도 도시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스무배가 더 크다고? 아무리 천마가 거주하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너무 한거 아니야?

­단일 도시 하나가 큰 게 아니야, 천마님이 오시기 전에 세워졌던 여러개의 도시들이 천천히 연결되면서 거대한 도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거 뿐이지. 가서 보면 알거야.

"천마가 없었다면 세워지지 못할 도시였다는 거네?"

천마가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 것이냐?"

"너 대단한 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

­아, 맞다. 천마산에 도착하면 천마님께 철저하게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천마님이 곁에 있으니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겠지만,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를 찍히고 시작할 거다.

천마신교라고 했었나? 천마의 세력의 중심지 같은 곳이니까, 나도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

"아니다. 그냥 편하게 말해도 된다. 어차피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내 부하인데 그들 때문에 내 친우가 나를 불편하게 대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군.

내가 우리 도시에서 살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두 사람이 다른 말을 하면 일단 최신정보에 따르고 둘 다 최신 정보라면 더 높은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무조건 맞다.

'지금은 천마의 정보가 더 최신정보이기도 하고 천마가 더 높기도 하니 무조건 천마의 말을 들으면 되겠지.'

천마의 부하들이 나에게 반감을 가질 지도 모르지만 천마가 그러라잖아? 최고 권력자의 말을 들어야지.

내가 천마의 부하들에 대해 뭔가 큰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곧 밝혀지겠지만 이 시점의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었다.

"하연이랑 연하는 어떻게 해야 해?"

"저들은 어차피 나에게 존대를 하지 않나."

"아니, 그래도 천마인데 더한 예의를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천마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이 내 부하도 아닌 데 저 정도면 충분히 예의를 갖추는 것이지 무엇이 더 필요한가."

뭐지? 천마신교라고 하면 엄청 딱딱해 보였는데 내 생각보다는 물렁한 곳인가?

'몰라 직접 가보면 알겠지.'

"사실 저들이 반말을 해도 문제 없다."

"응?"

아무리 그래도 반대는 좀 이상한데? 자기네들 최고 지도자한테 친구도 아닌 애들이 반말을 쓰는 거잖아.

"걱정없이 잠이나 자고 있거라."

천마의 말 한마디에 수마가 찾아왔다.

천천히 감기는 시야의 마지막에 파악한 건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천마의 모습이었다.

***

"거의 다 도착했다 아해야."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은 볼이 아프다. 였다.

누군가한테 맞은 것같진 않은데 왠지 땡기고 아파왔다.

천마가 범인인 것은 분명한데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라서 한 소리하기도 애매했다.

"슬슬 풀어줘. 네 부하들이랑은 처음 보는 건데 이꼴로 들어갈 순 없잖아."

"급하기는 그렇게 해방되고 싶었느냐?"

눈 깜짝할 사이에 밧줄이 사라졌다.

몸을 칭칭 감고있던 밧줄이 사라지자 해방감이 느껴졌다.

아픈 볼을 만져보니 다행이 축축하진 않았다.

'다행히 손으로 꼬집었나 보네.'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주변을 살펴보니 마목으로 가득찬 평범한 산림이었다.

'거의 다 왔다더니 아무것도 안 보이네.'

아무래도 공간이동을 섞어서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거의 다의 개념이 내 생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천마가 공간이동을 한 듯 시야가 바뀌었다.

그제서야 나는 천마산이라는 도시를 내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개 쩌는데?'

미르만한 도시 수십 개가 발 밑 아래로 보였다.

도시와 도시 사이엔 커다랗게 길이 나있었는데 마목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본좌가 왔다는 걸 알려야 겠지."

천마가 조용히 기세를 방출했다.

심장을 누르는 압박감이 짧게 느껴졌지만 천마가 나를 보호해 줬는지 금방 사라졌다.

'저 건물로 가는 건가?'

꽤 넓은 천마산에서도 단 번에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다.

천마산의 중앙 도시에 엄청나게 거대한 건물이 보였는데, 4글자 짜리 한자에 가장 첫글자가 하늘 천인걸 보아하니 천마신교라고 적혀 있는 듯 했다.

천마가 천천히 바닥으로 착지하니 수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천마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저 사람들은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경계할까? 아니면 욕을 할까? 아니면 일단 천마가 데려온 사람이니 저자세로 대할까.

저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내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던 말이었다.

"@#$$@!"

아, 여기 중국이었지.

왜 다른 나라 사람이랑은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잊고 있던 걸까?

왜 천마가 하연이와 연하가 천마에게 반말을 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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