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천마신교6
* * *
'본체는 뭔 본체야 너랑 나 사이에 본체고 분체고가 어딨어?'
'몸의 주인은 너잖아. 아무튼 좋은 생각이 났어.'
'무슨 생각인데?'
내 다른 인격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마나도 있고, 능력도 있지?'
'그렇지.'
아무리 쥐꼬리 같아도 확실히 마나가 존재했고, 나름 순발력과 반사신경이 올라가는 아주 소소한 능력도 있었다.
'의지대로 마나를 능력에 사용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세지지 않을까?'
'말이 안되는 소리는 아니긴 한데...'
그게 되려나? 내 마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쥐꼬리만한 마나를 단검에 흘려넣는 것도 힘들어서 늘 타이밍 맞추는 리듬게임을 해야하는 신세인데 뭘 능력을 쓰는 데 사용해.
'너보다는 내가 훨씬 마나를 잘 쓰잖아? 내가 능력을 발동시키는 걸 전담해서 집중하면 충분히 할만 할 것 같지 않아?'
'한 번 해볼까?'
내가 마나를 다 쓰면 전부 회복하는 데 2시간쯤 걸렸다.
어차피 2시간 안에 단검을 가지고 수련을 할 일이 생길 것도 아니니까 한 번 시도 해 본다고 손해 볼 건 없겠지.
사제! 왜 멍 때리고 있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잠깐 생각해 볼게 좀 있어서. 다시 한 번 덤벼봐."
간다!
소녀가 움직이는 동선이 아까보다 더 명확하게 보였다.
마나를 최대한 아껴쓰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엄청 빠르게 보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다져진 전투경험을 이끌어 내면 못 막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캉!!
쾅!!
막아도 날아가는 건 어떻게 해결이 안되네.
'날아가기 싫으면 운동을 해라 본체!'
'이미 한계에 가까운 것 같아서 말이야. 아무리 빡세게 운동해도 이런걸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 같진 않아.'
한 두번 정도 막는 건 자주 있었던 일이었기에 재빨리 다시 자세를 잡았다.
캉
쾅!
캉
쾅!
그렇게 6번을 연속으로 막아내니 소녀의 눈이 크게 띄여졌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설마 이게 눈에 익었다고? 아무리 처음에 비해 속도를 낮췄다지만 이건 너무 빠른거 아니야?
"공격 좀 막을 수도 있지 왜 그렇게 놀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나는 절대로 사저의 공격을 막을 수 없을 줄 알았어?"
어, 못 막을 줄 알았어. 천마님은 사제를 믿고 있어서 스테이지 6정도까지는 무난하게 깰 수 있다고 믿고 계셨지만 나는 사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스테이지 5을 절대 못 깰 줄 알았거든, 내 상식선에서 무공도 없고, 각성도 못한 일반인이 스테이지 6를 깨는 건 상상할 수가 없었거든, 솔직히 열 번에 한 번 정도 막는 걸 보고도 엄청 놀랐어.
"아무튼 스테이지 6은 깬거지?"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마나를 쓰는 편법인 것 같긴 한데 엄청 소량의 마나니까 용서해 줄게.
이걸 눈치 챈다고? 나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소량의 마나를 쓴건데 어떻게 알아낸 거지?
그런데 스테이지 7은 절대로 못 깰거야. 천마님도 사형이 스테이지 7을 깼으면 좋겠다고만 하셨지, 아마 못 깰 것 같다고 말씀하셨거든.
도대체 얼마나 어렵길래 그래.
스테이지 7은 정말정말 간단해.
소녀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싹 없앴다.
나랑 싸워서 이기면 돼. 당연한 말이지만 마나는 일절 사용하지 않을 거고, 신체 능력도 사제랑 비슷한 수준으로 조절해 줄 거야.
"... 가능 한거야?"
불가능하지. 스테이지 6을 까지 깨는 데 이틀 밖에 안 걸렸지만 스테이지 7을 깨려면 천마신교에 있는 내내 노력해도 힘들걸? 만약 이긴다고 해도 요행으로 한 번 이기는 정도겠지.
소녀의 어투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담겨 있었다.
참고로 말하면 나는 순수하게 무술만 따지면 검마나 권마보다 강해, 걔네는 자신의 이능과 무공을 합치려고 엄청 노력하는 데 나는 그런 시간 없이 순수하게 무공과 무술만 연마할 수 있었으니까.
"깨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거 아니야?"
천마신교에서도 각성자 용으로 짜놓은 수련법이거든. 비각성자인데다가 무공도 배운 적 없는 사제가 클리어 하긴 어렵겠지.
"일단, 맛만 볼게."
소녀가 자세를 잡고 나를 노려봤다.
장난기 하나없는 진지한 표정에서 상당한 기세가 느껴졌다.
'진짜 진심으로 하려나 본데?'
간다.
아차 하는 순간 소녀는 이미 출발해 있었다.
다른 인격이 마나를 쓰고 있었지 상당히 느릿하게 보이긴했지만 나랑 같은 신체 능력이라고 치기엔 비정상적인 속도로 나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특별한 주법이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검마한테 알려달라고 하자.
내 얼굴쪽으로 다가오는 주먹을 왼손을 들어 막자마자 사저가 내 팔을 걸어왔다.
사람 매치는 걸 좋아하는 건 천마신교 특징인지 바로 나를 엎어 버리려 하는 걸 겨우 팔을 빼내 피해...
"커헉!!!"
갑작스럽게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무릎꿇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그녀의 팔이 아랫쪽으로 내려가는 것 까지는 포착했는데 그 이후의 움직임을 완벽히 해석할 수가 없었다.
'마나 다 떨어졌다.'
그래서 못 본건가?
하지만 마나가 떨어져서 능력이 발휘가 안됐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엔 사저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생각해 보면 내 신체 능력으로는 낼 수 없는 위력인데 말이지...
'이것도 기술의 일종인가?'
사저의 표정이 담담한 걸 보면 사기를 친 건 아닌것 같은데...
뭘 그렇게 봐? 설마 내가 무공이라도 썼을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너무 빨라서."
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어도 몸을 더 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검마나 천마님이랑 싸울 땐, 아마 동선 정도만 최적화 해서 싸워줬을 테지만, 스테이지 7은 내가 진심으로 싸워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네 몸에 미약한 마나가 느껴지고 그걸 조금씩 사용하는 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마나를 조금 썼지.
결국 검마랑 천마는 나를 봐줬다는 뜻이네.
'괴물들...'
검마가 나를 상대 할때도 답을 못 느꼈는데 한 단계 위가 있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이 깎여 나갔다.
"나도 배울 수 있는 거야?"
글쎄? 배워봐야 알겠지만 아마 불가능하진 않을걸? 시간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말이야.
검마한테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내기의 승리한 대가로 검마는 나를 훈련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일단 절대로 단기간 내에는 못 깨겠네."
그렇지, 천마신교에서 수련하면서,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든 찾아와.
"알았어."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일어나자 사저의 진지함이 확 풀렸다.
그럼 이제 뭐할거야? 놀거야? 훈련하러 갈거야? 훈련하러 갈거면 나도 구경해도 돼?
"혹시 검마가 어딨는 줄 알아?"
어딨긴 어딨어 아까부터 저기서 구경하고 있었잖아.
사저가 가르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검마가 팔짱을 낀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언제 왔어?"
거의 처음 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리우잉한테 저항도 못하고 맞는 게 꽤나 인상적이더군.
"어쩔 수 없잖아. 실력 차이가 있는데."
그리고 리우잉, 아무리 수현에게 마나가 있다한들 너도 마나를 쓰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아. 수현은 마나로 신체 강화도 제대로 못 할 텐데 네가 마나로 무공을 써버리면 너무 격차가 크잖아.
그게 싫으면 그냥 마나를 안 쓰면 되는 걸! 사제가 마나를 써서 나도 쓴 것 뿐이야. 사제가 먼저 쓰지 않으면 나도 안 써!
스테이지 6이랑은 다르게 편법따윈 허용할 수 없다는 건가?
내가 아무리 마나를 이용해 능력을 써봤자 사저의 무공에 비하면 효율이 워낙 떨어지니까, 아예 안 쓰는 게 낫겠지.
나느 사제의 실력을 키우라고 천마님께 부탁 받았어. 엄격해지지 않으면 안돼.
사저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작은 키와 귀여운 얼굴 때문에 별로 무섭진 않았다.
아까 전투할 땐 꽤 무서웠는데 분위기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사제가 마나를 쓰면 나도 마나를 쓸거고 버프를 받고 오면 나도 그에 따라서 신체 능력을 올릴 거야. 타협은 없어. 스테이지 7을 하는 이유는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데에 있는 거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하지만 굳이 마나를 쓰지 않아도 네가 이길 텐데 꼭 무공을 썼어야만 했나?
한 번 아프게 맞아봐야 사제도 편법을 쓸 생각을 못하지.
아까부터 편법 편법 거리는 데, 이건 편법이 아니잖아. 정당한 내 능력을 사용하는 건데.
"편법이라니, 나는 내 능력을 사용하는 거라고, 내가 마나를쓰는 것 보다 사저가 마나를 쓰는 게 훨씬 더 효율이 높아서 굳이 안 쓰는 게 더 좋을 뿐이지, 분명히 내가 습득한 기술이야. 엄연한 기술을 편법이라고 끌어내리지 말아줄래?"
알았어. 편법이 아니라 아직 부족한 기술! 그 기술을 나한테 쓰고 싶으면 내가 쓰는 무공보다 더 효율이 좋을 정도로 단련하거나 단 한 번이라도 허를 찌를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한 다음에 사용하도록해!
'능력 개발쪽은 하연이나 연하한테 상담하면 되려나.'
할일이 점점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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