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천마신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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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천마 신교에 와서 할 일만 늘어났지만 나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아무런 의미 없이 힘만 쓰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내 실력을 높일 수 있었으니까.
검마에게는 무술을 배우고 하연이와 연하에겐 마나를 다루는 법을 훈련 받았다.
내가 마나가 있다는 사실을 들려줬을 때 연하와 하연이가 깜짝 놀라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검마에게 배우는 무술은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날 정도로 성장세가 빨랐지만 마나를 다루는 방법의 진행은 너무나 뎌뎠다.
'마나가 쥐꼬리만 하니까...'
아끼고 아껴써도 10분을 못 쓰는데 채워지는 데는 2시간씩 걸렸다.
또한 연하와 하연이의 마나 컨트롤은 세심한 조절 보다는 대규묘 마력을 효율 좋게 다루는 방식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둘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마나컨트롤만 배울 수 있었는데 아까 말했다시피 마나가 쥐꼬리만해서 크게 도움은 되지 못 했다.
"마나통을 늘리는 방법은 없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늘어나긴 하는데, 어릴 때 각성해서 마력에 친숙한 게 아니면 유의미할 정도로 늘어나는 건 힘들어요."
"나도 어릴 때 각성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식스의 말 대로라면 어렸을 때 시설에서 마나를 얻은 거니까."
"하지만 그동안 마나의 존재도 모르고 살았잖아요? 그동안 마나에는 자극이 없었을 테고 마력과 친숙하지도 못하실 테고요."
애들이 요즘 나한테 화나는 게 있나? 팩트가 묵직하게 꽃히네.
"솔직히 말하면 이쪽은 아예 포기하시는 게 나으실 것 같아요. 저희가 능력을 개발해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라버니가 직접 전투를 하시면서 전투 스타일대로 능력을 활용하시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일단 마나가 있는데 가만 내버려 두고 있는 건 아까워서 그렇지."
"아예 무공을 배워보는 건 어때요? 무공도 마나를 쓸 거 아니에요."
"내가 그 생각을 안 했겠니. 검마한테 무공을 알려달라고도 말해봤지. 그런데 아예 숙련된 무공을 펼치는 거면 모를까 처음 배우는 무공을 낮은 마나를 소모하면서 펼치는 건 불가능 하다고 그러더라."
"어렵네요."
연하가 턱을 쓰다듬었다.
"천마씨한테 부탁해 보는 건 어때요? 검마씨보다 월등한 강자시잖아요. 더 괜찮은 정답을 내 주실 것 같은데..."
"걔는 바쁘잖아. 하루에 30분 시간내는 것도 바쁜애인데 어떻게 나를 도와달라고 해."
"그 30분 동안 아해를 도와주는 거라면 충분히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만?"
들려선 안되는 소리가 들리자 순간적으로 뇌가 멈췄다.
마나로 목소리도 변조할 수 있었나?
하연이가 성대모사도 잘하는 구나, 하는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있을 때 연하의 옆에 서 있는 하연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왔다 아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천마신교 어디를 가든, 내 손바닥 밖으로 빠져나갈 순 없지. 바다 건너 반도에 있던 아해의 위치도 알아냈는데 설마 천마산에 있는 아해의 위치를 모를리가 있는가."
"지금 일할 시간 아니었어?"
"일이 예상 외로 빠르게 끝나서 말이지. 집에서 멍하니 기다려봤자 시간 손해니 직접 아해를 찾아왔다."
그거 정말 고맙네.
"그러면 오늘은 더 오래 있을 수 있는 거야?"
"오늘에 한정한다면 2시간 정도의 여유는 있다. 제대로 아해를 가르치진 못 해도 방향정도는 잡아 줄 수 있는 시간은 되지. 아해의 동생들도 같이 들어도 좋다. 시간이 없어서 아해의 동생들의 질문엔 대답을 해줄 생각이 없는데다가 아해의 기준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보니 아해의 동생들 정도의 마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아무런 쓸 데 없는 정보가 될테지만 굳이 듣고 싶다면 같이 들어도 막지 않겠다."
"그냥 다른 데로 가라는 거죠?"
"이해력이 높군, 좋은 동생들을 두었다. 이해력이 높은김에 배려심도 높아줬으면 감사하겠다."
당당한 축객령에 연하와하연이가 천마를 한 번 쏘아 보고는 몸을 돌렸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양보해 주는 거지 일만 다 끝나봐요. 이럴 일 절대 없어요."
"그 땐 내가 알아서 할테니, 괜히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떠나주길 바란다."
연하와 하연이가 뒤도 안 보고 사라졌다.
저렇게 보면 쟤네들도 참 츤데레 같단 말이지.
"자 그러면 아해의 마나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보도록 하지."
"무협보면 운기조식이라고 그러나? 내기를 키우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걸 쓰면 안돼."
천마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나와 내기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세계엔 내공이 없다. 애초에 몸 구조가 달라서 이 세상에서 태어난 어떤이들도 내공을 사용할 순 없다."
"응? 너랑 검마같은 사람들은 마나로 무공을 사용하잖아. 몸의 구조가 다르다면서 어떻게 그게 가능해?"
"그야 본좌가 마나의 특성을 연구해서 전생의 무공을 마나로 구현해 냈기 때문이지."
무공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내공과 마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고, 바꾸고자 하는 무공에 대한 숙련이 충분하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전제조건이 너무 어렵잖아.
"여하튼 아해가 마나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 따윈 없다."
"진짜 없어?"
"없다."
천마가 딱 잘라서 말했다.
"본좌가 마나를 잘 아는 것 처럼이야기 하긴 했지만 나도 마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무슨 원리로 늘어나는 것인지 어떤 조건으로 늘어나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까 아해의 동생이 말한 것처럼 그저 마력과 친하면 서서히 살이 붙는 다는 것만 알 뿐이지."
"마나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데?"
"아해는 이미 늦었다."
천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심장이 쿵하고 떨렸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이고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해에게 기본적인 수련법 정도는 전수해 주고 헤어질 걸 그랬군..."
"그러면 나는 마나량을 늘릴 수 없다는 소리야?"
"마나량을 늘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를 다룰 수 조차 없다. 아마 아해가 각성한 능력이 자연 발현 되는 걸 제외하면 마나는 아해의 명령을 듣지 않고 꼼짝없이 멈춰 있을 테지."
"... 뭐라고?"
"아해는 마나를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괜히 못 들은 척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거라."
"아니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마나를 못 다룬다고?
확실히 내가 움직이고자 하면 마나는 꼼짝도 안하고 굳어 있었다.
처음 내 신체에 마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도 내 명령에는 꼼짝도 안하던 마나들이 내 다른 인격의 명령을 받아야만 움직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나를 다루는 모든 과정은 다른 인격에게 맡겨 왔던 것인데...
'야, 너 마나 움직이는 거 어려워?'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아무래도 몸의 통제권이 본체에게 있다 보니 조금 불편하긴 하지?'
해결법을 찾은 것 같은데?
"내 다른 인격은 마나를 다룰 수 있던데?"
"호오?"
천마가 기묘한 탄성을 내 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마의 눈에는 그 어떤 의구심과 의심도 담겨 있지 않았는데 천마가 나를 그만큼 믿는다는 생각이 들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분체가 마나를 다루는 시간이 늘어나고 몸과 마나가 친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마나가 살을 불려 나갈테지."
"나이스!"
"그런데 엄청 큰 양은 아니다. 리우잉은 5살 때부터 무공을을 익혀서 적은 마나를 굴려왔는데 지금은 순수 마나량만 따지면 D급 각성자만 못해. 아마 아해도 15년은 흘러야 마나가 그 정도로 늘어나겠지."
"아예 답이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일단 몇가지 실험을 해보도록 하지."
천마의 주도하에 다양한 실험이 시작됐다. 내가 직접 마나를 다루려고도 해보고, 내가 몸을 장악한채 다른 인격이 마나를 다뤄도 보고 다른 인격이 내 몸을 장악한 체 마나를 다뤄도 봤다.
몇 번 되지 않는 실험이었지만 천마쯤 되는 강자에겐 미세하게 다른 차이마저 구분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해의 분체가 몸을 장악하고 마나를 다루는 게 마나와 조금 더 친숙해 지는 군, 미미한 정도의 차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그러면 수련은 분체가 내 몸을 장악하고 하는 게 좋다는 거네?"
"당연히 그러하지만 나와 수련할 때는 분체 말고 아해가 몸을 차지하도록, 분체도 아해의 어린시절, 혹은 순수한 아해의 성격이라 생각하면 썩 귀엽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은 거부감이 드니 말이다."
"개인 훈련 시간에만 다른 인격이 내 몸을 장악하면 된다는 거지?"
"그렇다. 그리고 이 참에 용어를 좀 정리하도록 하지. 몸을 장악한다니, 너무 길고 복잡하지 않은가. 깔끔하게 조종으로 정리하라 그리고 분체를 지칭할 명칭도 필요하다."
"다른 인격,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천마가 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간지가 부족하다. 차라리 분체라고 부르거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분체가 아닌걸."
"그도 싫다면 이름을 지어주는 건 어떠한가?"
이름이라...
'원하는 이름 있어?'
'당장은 없는데? 좀 생각해 볼게.'
"자기가 생각해보고 알려주겠대."
"마음 같아서는 개똥이로 지어지고 싶지만 그래도 아해의 몸이 불릴 이름이니 이런 이름을 붙일 순 없겠지."
"뭐, 지가 생각한다니까 맡기자고."
어련히 잘 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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