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업보청산2(펨돔 주의, 스토리 x)
* * *
엘리베이터 안에 어색한 정적이 가득 찼다.
이동하는 잠시 동안에도 내가 어디 도망갈지 걱정이 되는 건지 손목을 강하게 쥐고 있었다.
"어, 얘들아. 오늘은 돌아오지 말고, 밖에서 놀다오렴."
사현이 애들한테 전화하고 있는 건가?
퇴로까지 완전히 막힌 느낌에 절망감이 느껴졌다.
제발 열리지 않았으면 했던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익숙한 문이 우리를 반겼다.
월하게 끌려서 문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익숙해 보이는 내부가 들어났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실 줄 몰라서 준비한게 없긴 하지만, 기사님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겠죠."
월하가 소파에 나를 앉혀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하는 격한 충동을 느꼈지만 월하가 나를 잡지 못할리 없으니 다소곳이 앉아서 월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거 입으세요."
제복같은 복장으로 갈아입고 온 월하가 나에게 내민 것은 엄청나게 낡은 옷 한 벌이었다.
"...이게 무슨 옷이야?"
"첫 컨셉 플레이에 필요한 옷이죠. 아직 시작한 거 아니니까 방 안에 들어가서 갈아입고 오는 것 까지는 허용해 드릴게요."
일단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봤다.
상의고 하의고 다 찢어져서 속살이 비치는 데, 다행이 내가 체격이 되서 엄청나게 역하진 않았다.
그래도 내 몸이 이렇게 들어나는 걸 보니 조금 거부감이 들긴했지만,
"나왔어..."
"시간 없으니까 빨리 설명해드릴게요."
내일 아침까지 너의 시간이라니까 무슨 시간이 없어...
"기사님 역할을 명확하죠? 거지에요. 정확한 배경을 설명하면 고아로 태어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성인까지 성장한 아주 불쌍한 사람이랍니다."
"너는?"
"저는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기사입니다. 업무가 끝나고 기사복이 아니라 제복으로 갈아입은 후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죠."
중세 배경이야? 야동찍는 것도 아니고 뭔 배경이 이렇게 디테일 해?
"기사님은 제가 기사인걸 몰라보고 소매치기를 시도했다가 저한테 잡히신 겁니다. 대충 그런 컨셉이에요."
"질문있습니다."
"뭔가요."
"월하는 누가봐도 엄청 세 보이는데 왜 소매치기가 그렇게 강한 사람을 노리나요."
"그게 낭만이니까요."
도대체 컨셉 플레이에 낭만이 왜 필요한데? 그리고 도대체 어디가 낭만이라는 거야?
"더 이상의 반론은 받지 않아요. 기사님은 지금 약속을 이행하고 계신 거니까. 그냥 입 닫고 제 말만 따르시면 돼요."
"알았어..."
"그러면 바로 시작하죠. 제 주머니에 있는 지갑은 훔치기 위해서 저를 향해 다가오는 것 부터 시작하죠."
"여기서 할거야?"
월하가 잠시 멈칫하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도 따라 들어갔고.
'난 자러간다.'
현수가 사라졌다.
"그러면 시작하세요. 연기에 과몰입해서, 진짜 거지가 됐다는 생각으로 하세요. 아, 그리고 제가 눈을 깜빡거린다는 건 기사님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신호니까. 알아서 잘 대응하세요."
시작됐구나.
마음속으로 한숨을 푹 내쉰 뒤 천천히 월하에게 다가갔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이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상상하는 게 말이 되겠지.
조심히 월하의 몸에 툭 부딪힌 후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아, 죄송합니다."
지갑을 훔쳤다 치고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잠깐,"
월하가 낮게 읍조렸다.
소매치기 짓을 하다가 들킨 상황이나 다름이 없으니 겁먹은 척 연기를 해야겠지?
"왜... 왜 부르십니까?"
"이리좀 와보거라."
분노를 연기하듯 낮은 목소리였지만 내가 듣기엔 욕망이 가득찬 음슴한 말이었다.
'과몰입... 과몰입...'
내가 소매치기였으면 어떨까?
그것도 상대가 기사인 것도 못 알아 보고 지갑을 훔쳐버린 멍청한 소매치기라면?
당연히 튀어야지!!
문쪽으로 달려갔다.
"푸흡, 우습군."
퍽!!
"컥!!"
문 근처에 도착하기도 전에 월하의 로우 킥을 맞고 바닥에 뻗었다.
'시발... 왜 이렇게 본격적이야.'
컨셉 플이라더니 다리에 담긴 위력이 장난 아니었다.
당연히 전력으로 찬건 아니겠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아슬아슬 하게 조절해서 찬 느낌이라고 할까?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아팠다.
"너 따위 소매치기 새끼가 이 기사님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월하가 내 머리를 지긋이 밟아왔다.
스타킹을 신은 부드러운 발이 내 머리 위에 올라가자 엄청난 수치심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교육이 좀 필요하겠군."
월하가 내 머리채를 잡고 침대로 다가갔다.
"광장은 사람도 많고 넓으니 여관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다."
침대가 여관인 컨셉인가?
월하가 내 몸을 침대위에 올리고 곧바로 내 몸위에 덮쳐 올라갔다.
적당한 무게감이 내 몸 위에 가해지자, 두려움도 몰려왔지만 약간의 흥분도 몰려왔다.
이 시점 이후부터 하연이 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간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형벌이었으니까.
"뭘 꼬라봐?"
짝!!
"컥!"
뺨에서 불이 나는 듯한 고통과 함께 얼굴이 휙하고 돌아갔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한순간의 아픔이 아니라 계속 뺨이 아릿하고 아파왔다.
"왜? 여관에 대려오고 이렇게 널 깔고 앉아있으니 너 좋은 일이라도 해줄 줄 알았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유감인데 말이야."
쿵!!
"커흡!!"
월하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 배를 강하게 두드렸다.
그렇게 무겁지 않은 월하였지만 힘을 줘서 강하게 내리친 모양인지 엄청나게 아팠다.
고통에 몸을 비틀며 버둥거리니 이번엔 다시 뺨을 때렸다.
짝!
"손맛은 참 좋군, 처벌을 모두 끝낸 후 너를 도구로 이용할 생각은 있지만 너의 흥분을 채워줄 생각은 절대 없으니 김치국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거야."
월하가 다시 한 번 손을 올리자 나도 모르게 팔을 올려서 얼굴을 막았다.
"우습군"
한낯 거지 새끼의 반항이 기사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월하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내 팔이 순식간에 거둬지고 왼손으로 내 머릿채를 잡은 뒤 오른손으로 내 왼쪽 뺨을 강하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커흡!!"
강하게 내리쳐 지는 손길에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뺨은 미친 듯이 아파오고 기운도 사라질 때쯤 내 시야에 월하가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이 잡혔다.
"ㅈ...죄송합..,컥! 기사님..사.. 살려주십... 컥!!"
어떻게든 월하에게 용서를 구하자 월하의 눈이 평온해 졌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월하가 손을 내리자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한 쪽볼은 망가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왼 쪽 얼굴이 잘 터지지 않을 정도로 아파왔으니까.
"너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겠지."
월하가 내 몸 위에서 일어났다.
"이 침대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너를 풀어주도록 하지. 기회는 단 30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너는 영원히 내 노예로 지내게 될거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빨리 침대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전 기어갔지만 그런 나에게 다가오는 건 월하의 탄탄한 두 다리였다.
"커허어어억!!!"
"뭐하나? 빨리 탈출하래도? 평생 내 노예로 지내고 싶은거야?"
월하의 풍만하고 튼튼한 허벅지가 내 몸을 감싸쥐었다.
두 다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압박감에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지만 월하의 다리는 아무리 내리치고 몸을 비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살려주...세요..."
숨이 통하지 않았다.
분명 배부분을 누르고 있는데...
"푸하하하! 아주 귀엽군."
월하가 다리를 풀었다.
당장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흐음, 보기 좋군."
월하가 내 상의를 살짝 들고 내 배부분을 확인했다.
허벅지에 살짝 짓눌렸을 뿐인데 명확한 멍자국이 내 배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해."
월하가 내 배위에 선후 다리를 가볍게 굽히고 뛰었다.
쿵!
"크헉!!"
배 위에 월하의 엉덩이가 내리쳐졌다.
가뜩이나 멍이 들어서 아려오던 배였는데 다시 한 번 충격이 가해지니 몸을 비트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따.
쿵!!
월하의 힙 드롭은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 계속해서 내 몸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말대로 시간은 많았으니까. 이런 짓도 가능한 거겠지.
"사...살려..."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백번이 넘는 힙드롭을 당하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슬쩍 보이는 배는 멍으로 잔뜩 물들어져 있었고 배에서 오는 통각이 슬슬 무뎌지는 수준에 도달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탈출 안할 거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가락하나만 까딱해도 배에서 격통이 몰려 오는데 어떻게 몸을 움직여? 눈물만 흘리면서 월하를 올려다 보니 월하가 내 얼굴을 짓밟았다.
"너는 딱 그 정도 위치다. 내 의사에 거부할 수 없는 노예에 불과하지. 지금까지는 소매치기를 징벌하는 마음으로 너를 대했다면 이제는 내 소유물의 노예로서 너를 대해주도록 하지."
월하가 내 머리채를 집어 들어 허벅지 사이에 목을 끼웠다.
"잠시 쉬자."
그 말과 동시에 튼튼한 허벅지 가 내 목을 감싸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