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2화 〉 일상­10 (122/265)

〈 122화 〉 일상­10

* * *

천마가 사격장에 섰다.

천마쯤 되는 미녀가 사격장에서 양손에 권총을 잡고 있으니 영화가 따로 없었다.

이장면 그대로 찍어서 팔아도 상업성 보일 정도였으니.

"작동시키거라."

­삑

시작음이 들리더니, 표적이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탕! 탕탕!

'와...'

입이 떡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위치에서 표적이 나오든 천마는 1초도 되지 않고 권총을 돌려서 맞춰냈는데, 엄청 열심히 조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권총을 움직이면서 자연스래 방아쇠를 당겼는데, 그게 전부 표적에 명중 해 버리니 엄청나게 간지났다.

"언니 멋져요!!"

연하가 휘바람불고 만세 하며 환호도 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평소라면, 역시 연하는 텐션이 높군, 하고 넘어갔었겠지만 지금은나도 같이 환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격하는 천마는 진짜진짜 멋있었으니까.

­스승님 멋있어요!

"큼, 별거 아니다. 나 정도 되는 강자가 뛰어난 신체능력을 이용해서 억지로 표적을 맞춘 것이지 전혀 대단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다."

그렇게 말하면서 본심은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갈락 말락 하는 게 보였다.

"진짜 멋있었어."

천마의 뒤로 가서 어깨를 몇번 주물러 주니 천마의 어깨가 으쓱 거리려 하는 게 느껴졌다.

­나도 한 번 해볼래!

"할 수 있겠어?"

­당연히 할 수 있지! 총 줘!

리우잉이 내총을 가지고 사격장 앞에 섰다.

­삑!

­탕!탕탕!!

리우잉이 총을 쐈지만 천마처럼 완벽하게 맞추진 못했다.

빛나가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는데, 100m는 다 맞춰도 200, 250미터는 거의 맞추지 못했다.

­왜 안맞지? 분명 직선으로 겨냥하고 쐈는데?

"직선으로 겨냥하고 쐈으니까 안 맞지."

총알은 물질이니까, 중력을 고려해아한다.

그리고 공기저항도 있고.

"그러면 이제 게이트 가서 연습해 볼까?"

"가서 연습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천마님이 오라버니보다 더 잘 쏘시는 것 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마 몬스터의 움직임도 나보다 더 잘 읽을 테니까. 예측?같은것도 훨씬 더 잘 쏠 수 있겠지."

"벌써 하산인가?"

"다른 애들 가르쳐 주... 는 느낌으로 하기엔 다른 애들도 나보다 잘 쏘지 않을까?"

"이렇게 된 김에 확인 하고 갈까요?"

월하의 제안으로 다들 한 번씩 사격을 하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하, 하연이, 월하 모두 전부 맞췄다.

물론 천마처럼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다들 나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저희도 쏴볼래요!"

"너희는 안돼. 잘못 쏘다가 손목나간다."

안 그래도 반동이 센 총이데 어린애가 쐈다간 진짜 손목 날아갈 수도 있다.

가연이나 아리는 각성자니까 버틸 수있나? 싶긴했는데, 생각해 보니 얘네들은 아직 어려서 순수 신체 능력은 나보다도 약하다.

"나중에 저희 오빠한테는 총 쏘는 법 따로 알려주신다면서요! 왜 저희는 안돼요?"

"사현이가 배울 건 소총이고, 너희가 배우는 건 권총이라 그렇지. 그리고 나는 너희한테 올바른 사격자세를 알려줄 실력이 못돼."

"으우..."

"나중에 크면 쏘게 해줄 테니까. 그 때가서 실컷 쏘렴."

아리의 반항을 잠 재운 뒤 하연이를 따라서 빈 게이트로 이동했다.

"한번 웨이브가 일어난 게이트긴 한데, 아직 안에 몬스터 들이 남아있으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 조심? 이 인원으로?"

"저도 아무런 경계를 안해도 될 것 같긴 한데,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천마, S급 각성자 2명 A급 각성자 1명 비각성자 최강한 명, 이런 인원을 데리고 와서 조심하라고?

대삼림 중앙에 가도 마음 놓고 돌아다녀도 될 것 같은 인력들인데...

"자 이번에도 역시 오라버니의 시범이 있으시겠습니다."

한손에는 권총을 한 손에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나는 권총을 근거리 보조용으로 써, 아무리 멀어봤자 20m안팍? 아예 처음 총알을 박아 넣고 시작하는 전투가 아니면, 보통 20m 안쪽에서 싸워서 권총으로도 충분히 맞출 수 있지."

그렇게 높은 등급의 게이트는 아닌 모양이다. 혼자서 어슬렁 거릴 정도면 이 게이트 내에서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몬스터일텐데, D급 도 안되어 보인다.

"사격이라고 할 것도 없이 한 발 밖으면 끝나지 않냐?"

"몬스터용 탄환이 아니라 일반 탄환으로 잡아주세요!"

"일반 탄환은 아예 데미지가 안 들어가는데?"

"물리력은 통하지 않아요?"

그 물리력이 의미있는 건 인간한테나 그러는 거고, 추진력이 아예 없는 순수 일반 탄환으로는 그렇게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단 해볼게."

어차피 단검만 가지고도 잡는 놈이니까,

탄창을 바꿔 끼운 뒤 놈을 조준했다.

그런데...

­타닥!! 타다닥!!

갑각류 특유의 마찰음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도망쳐 버렸다.

"... 얘들아, 사냥 하는 데 기세를 줄여 놓는 건 당연한 상식 아니야? 누가 기세 안 줄였어?"

여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저희가 평소에 싸우는 몬스터들은 기세 싸움에서 밀리면 안되는 애들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잡몹들은 기세만 풍기면 도망가 버려서, 오히려 그게 더 편해서 기세 숨기는 걸 깜빡하고 있었어요!"

연하가 자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아니 뭐 그리 당당해?'

­나는 나 정도 기세면 몬스터 들이 안 무서워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된거 도망가는 몬스터를 잡아 보는 건 어떠한가 아해야."

"못 잡아."

내가 딱 잘라서 말하자 이곳저곳에서 항의가 들려왔다.

"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어딨어요."

"옳소 옳소! 오라버니는 몬스터를 잡아라! 잡아라!"

"실망이다. 아해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시도는 해볼줄 아는 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빠른 놈인데 저걸 어떻게 잡아?"

지금까지 내가 C등급 이상의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을 잡아 올 수 있었던건 놈들이 나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내가 나타나면 놈들은 절대 도망치지 않고 나에게 덤벼왔고, 그렇기에 단검으로 배든 총을 쏘든해서 잡을 수 있었다.

'몬스터용 탄환을 쓰면 도망치는 애도 잡을 수 있긴 한데,'

그렇게 잡아 버리면 반칙이니 뭐니 엄청 말이 많겠지.

"도망가는 몬스터를 잡으려면 몬스터용 탄환을 쓰거나, 애초에 도망갈 걸 상정해 놓고 작전을 짰어야 해. 지금부터 천천히 추적해서 잡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지루할 걸?"

"우우우! 비겁한 변명입니다!"

"애초에 너희가 기세를 숨겼으면 됐을 일이잖아!"

"아해야, 실망이다. 나는 이 권총만으로 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천마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진짜로?"

"내가 아해한테 거짓말을 칠 이유가 어딨겠느냐. 당연히 진심으로 하는 소리지."

"일반 탄환으로?"

"어차피 가지고 있는 몬스터용 탄환도 없다."

"진짜 권총만 가지고?"

"그럼 내가 검을 쓰겠나?"

"역시 천마 언니! 멋있어요!!"

연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반응이 열렬해, 이러다가 내일 천마 머리색이랑 똑같이 염색하고 오겠는데?

'그런데 권총만으로 몬스터를 잡는 게 가능한가?'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원래 총이라는 물건은 가지고 있는 사람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위력 자체가 늘어나는 무기가 아니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는 데?"

"그러면 내기 하는 건 어떤가? 내가 못잡으면 아해의 소원을 들어줄 터이니, 내가 만약 몬스터를 잡아 온다면 내 볼에 가벼운 볼뽀뽀를 해주도록 해라."

"내쪽이 너무 이득 아니야?"

"이번주의 빈시간 자리에 나를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런 조건을 걸어버리면, 다른 이들이 나를 질투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이야, 연하 봐. 그렇게 천마언니천마언니 하더니 입싹 닫는 거봐.

"아냐, 걸어도 돼. 어차피 그날은 내가 정하는 날이잖아? 천마 네가 도망간 쟤 잡으면 이번 주 하루는 너랑 같이 잘게."

"알겠다. 아해야 잘 지켜 보도록."

천마가 우리 모두를 도망가고 있던 몬스터 근처로 이동시켰다.

몬스터도 우리를 발견하고는 불티나게 도망갔다.

천마가 사뿐한 걸음으로 몬스터에게 다가가더니...

­콰직!!!!

총으로 몬스터를 내리찍어 버렸다.

천마의 강력한 일격에 몬스터가 펑! 하고 터져 버리며 즉사했다.

"잡았다."

천마가 온몸에 피를 묻힌 채 나를 바라보고 웃었다.

그 장면이 섬뜩하면서도 굉장히 아름답긴 했지만,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몬스터를 잡아버린 천마를 보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굳어버렸다.

"어... 천마야, 그거 반칙 아니야?"

"왜? 나는 분명히 권총만 이용해서 몬스터를 잡았다만?"

"아니... 권총은 권총인데, 네 힘을 사용해서 몬스터를 때려잡은 거잖아."

"허, 내 힘은 당연히 사용해도 되는 것 아닌가? 내 힘을 아예 사용할 수 없다면, 나는 권총의 방아쇠 조차 당길 수 없다. 내 몸을 움직이는 근육의 힘또한 나의 힘이니까 말이다."

궤변이다. 내가 말하는 힘이 그런류의 힘이 아니라는 건 천마 스스로도 잘 알텐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안돼! 안 바꿔줄거다! 내가 이긴거다!"

아니 때 쓰지 마 천마 위상에 안 맞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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