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 캣 파이트­2 (126/265)

〈 126화 〉 캣 파이트­2

* * *

피부가 따끔 거릴 정도의 긴장감이 방안에 감돌았다.

다들 진심 100%의 표정이 돼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보면 세계의 지배권이라도 걸린 줄 알겠어?'

정말 우스운 사실은 지금 얘네들이 이렇게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이유가 고작 내 엉덩이를 주물럭 거리기 위해서 라는 거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

도대체 남정내 엉덩이가 뭐가 좋다고 저러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부끄럽지도 않아? 나라면 너희 엉덩이가 걸렸어도...

'아, 전력을 다하긴 하겠구나.'

다른 이들이 얘네 엉덩이를 만진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으니까.

아마 애들도 자기가 만지고 싶다기 보다는 다른 애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는 게 아닐까?

"오라버니한테도 기회는 있습니다! 최후의 승자와 엉덩이 씨름을 해서 승리하시면, 오라버니의 엉덩이는 자유를 유지할 수 있어요!"

"푸흡, 아해가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느냐."

­맞아! 우리 중 최약체인데!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가만히 있었다.

천마나 리우잉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애들도 나랑 싸울 때 마다 신체 능력을 비슷하게 맞춰져서 그렇지 나보다 몇 배는 강력한 애들이다.

아마 제대로 싸우면 한 번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마나는 당연히 사용 금지지만 신체 능력은 전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나를 제외한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하실 수 있는 거에요."

"더 이상 시간 끌 거 있나 바로 시작하지."

천마가 일어나서 방의 중앙에 섰다.

"아해의 엉덩이는 내 것이다."

아뇨, 제 엉덩이는 제건 데요 왜 마음대로 뺏어가시는 거죠?

그리고 엉덩이가 네거 라고 하면 뭔가 뚫릴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 순화해서 말해줘.

"제가 한 번 덤벼보죠."

월하가 일어나서 천마에게 다가갔다.

둘 사이의 어마어마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장면에서 딱 컷하고 끝내면 진짜 멋있는 장면일 텐데 둘은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마주대고 섰다.

왠지 한심 해 보이는 모습에 이마를 탁 치려는 순간...

­쾅!

­쾅쾅!!

아니 시벌, 이게 엉덩이가 부딪히는 소리 맞어?

월하가 먼저 공격에 들어갔는데 천마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듯 멀쩡하게 서 있었다.

"그게 끝이냐?"

­천마가 부드럽게 월하의 엉덩이를 미니 너무나도 손쉽게 넘어져 버렸다.

"당신은 엉덩이도 잘 다루시는 건가요?"

"예전에 양 팔이 잘렸을 때를 대비해 만든 무술이다."

저기요. 양팔이 잘렸으면 그냥 은퇴를 하면 되지 왜 굳이 싸우려고 하시나요.

그리도 발도 있고 머리도 있잖아. 왜 하필이면 엉덩인데?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하연이와 천마의 싸움도 월하와 비슷하게 돌아갔지만 머리를 비우니까 큰 감흥이 없었다.

그래 마음을 비우면 이렇게 편한 것을.

리우잉과 연하도 천마 앞에 무릎꿇었다.

재밌는 건 이 둘은 키가 작아서 천마의 엉덩이로 허리를 밀려서 넘어졌다는 것이다.

"자 이제 마지막 싸움이 남아있습니다."

"일어나거라 아해야."

"기권하겠습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연하가 나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내 뒤에 서도록."

천마가 나에게 자신의 뒤태를 자랑하며 말했다.

일단 천마의 뒤에 서니 천마의 엉덩이가 내 뒤쪽에 부드럽게 다가왔다.

'시발 이게 뭐야.'

엉덩이가 엉덩이를 희롱하는 듯한 개같은 감각에 바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졌다.

천마의 엉덩이 감촉을 느낀 건 나름 감사한 일이긴 했지만 그 정도론 온몸에 돋은 소름을 풀 순 없었다.

"역시 아해는 약하군."

­짝!

천마가 내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쳤다.

"흐흐, 역시 기분 좋단 말이지."

그대로 천마에게 끌려가서 엉덩이를 만져지는 신세가 됐다.

계속해서 주물럭 거리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좋아서 이러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음 경기! 제발 다음 경기!"

경기 할 동안은 천마에게 풀려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연하를 보고 소리쳤다.

"다음 경기는... 뭘로 할까요?"

"야!"

"아이디어가 떨어졌단 말이에요~"

저거 빼박 일부로 저러는 거다.

"그렇다고 진짜 캣 파이트 처럼 다같이 머리채 잡고 싸울 순 없잖아요."

"맞다. 우리들은 아주아주 친한 사이니... 추릅."

얘는 대체 왜 침을 흘리는 거야.

'천마 무서워...'

"마피아 게임이라도 할까요? 오라버니가 사회자를 보시면 딱 맞을 것 같은데."

"보상은 뭘로 할 거지?"

"승자팀이 오라버니한테 발 마사지 한번씩 받는 거 어때요?"

뭐? 발마사지?

내가 무슨 종으로 보여?!

라고 화내기엔, 실제로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은 데다가 마피아 게임을 진행 하는 동안 천마에게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주 솔깃했다.

"좋아. 다들 둥글게 모여 앉아 주세요."

애들이 빠릿하게 모여 앉았다.

"마피아 한명, 의사 한 명, 경찰 한 명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일단 의사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업드려 주세요."

"오라버니 목소리 짱좋아요! 평소에도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진행한다고 목소리를 깔았더니 연하가 좋다고 난리를 피운다.

앞으로는 절대 이 목소리 안내야지.

"의사 고르겠습니다."

"아까 그 목소리로 해달라니까요!"

"목소리!"

"오라버니 제발요!"

이거 반발이 심하군, 일단은 진행투로 해야겠다

"아무튼 의사를 고르겠습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누구를 골랐는지 알 수 없게했다.

"그러면 이번엔 경찰을 고르겠습니다."

다시 빙글빙글 돌았다.

내가 누굴 골랐는지 알 수 없게 열바퀴 이상 돌았다.

"마지막으로 마피아를 고르겠습니다."

­콕콕콕콕콕

지나가면서 모든 애들의 머리를 한 번씩 찍었다.

그 후 다시 3바퀴를 더 돈 뒤 아침이 옴을 선언했다.

"아침이 됐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태양만세를 외쳐주시길 바랍니다."

"태양 만세!"

진짜하지 마 연하야. 드립이잖니, 네가 그럴 때 마다 이 오라버니는 깜짝 깜짝 놀란단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나부터 말하지, 본좌는 경찰이다."

"천마님이 경찰이시라고요?"

연하가 천마를 째려봤다.

'아주 꿀잼이군. 팝콘 없냐?'

'나는 있는데 너는 없지. 나는 정신세계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데 너는 못 꺼내 먹잖아.'

'못 꺼내 먹긴 무슨.'

"얘들아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밖에 나가서 팝콘용 옥수수를 튀겨 왔다.

'행동력 빠른 놈...'

"자 이제 계속하면 돼."

팝콘을 씹어먹고 있는 내가 영 아니 꼬왔는지 애들이 눈을 좁혀서 나를 바라봤다.

"아무튼... 천마님이 경찰이시라고요?"

"그래, 본좌가 경찰이다."

"그럴 순 없어요. 제가 경찰이거든요."

'아, 천마 선수와 연하 선수, 서로가 서로를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사기를 치고 있어요. 사실은 둘 다 마피안데 말이죠.'

월하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기가 마피아인데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두명이나 되는 게 의심스럽겠지.

하지만 일반인이 자신이 경찰이라고 주장하며 진짜 경찰을 숨겨주는 전략을 취하는 걸 수도 있고, 연하가 그냥 트롤을 하는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가만히 있는 듯 했다.

"한 도시에 경찰이 둘이나 있을 순 없는 법. 덤벼라. 진짜 경찰을 가리자."

"누가 경찰을 싸움순으로 뽑아요!"

"마피아가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데 당연히 강한 자를 경찰로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천마도 참 궤변을 잘 늘어놓는 단 말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말 같게 참 잘해.

"일단, 다른 사람들 자기소개 부터 하죠."

"나는 시민이야."

"저도 시민이에요."

­나는 마피아야! 모두를 빵야빵야 해서 죽여버릴 거야!

와! 리우잉!

와! 트롤짓!

'트롤짓이라니! 우리 누나는 멍청한 척을 해서, 시민이 마피아 인것 처럼 트롤짓 하는 것 처럼 꾸며서, 오히려 시민으로 보이려고 작전을 짠 거라고!'

리우잉이 그런 작전을 짰다고? 에이,말도 안되지.

그리고 그 전략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저런 트롤이 나오면 마피아 입장에선 저 트롤부터 죽이고 시작하자고 선동할테니까, 그런데 그런 마피아가 네 명이나 있네?

­아니 왜 나를 처형해?

"자기 입으로 마피아라면서요? 자수 감사해요. 바이바이!"

­히잉, 나 죽었어...

리우잉이 게임 끝났다는 소리를 하기 전에 빠르게 데려와서 앉혔다.

­수현, 원래 마피아 게임이라는 게 마피아가 죽어도 안 끝나는 거였어? 마피아가 죽으면 다들 평화롭게 게임을 하는 거야?

"팝콘이나 먹으면서 지켜보셔."

리우잉에게 속닥인 뒤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고개를 숙이시고 마피아만 손을 들어서 자기가 죽일 사람을 선택해 주세요. 이는 고개를 들었다가 다른 사람이 눈치채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니, 조심히 손만 들어서 죽일 사람을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푸흡!

리우잉이 작게 웃었다.

천마를 제외한 다른 애들은 모두 천마를 가르키고 있었고, 천마는 나를 가르키고 있었다.

'천마는 눈치 챘나 보네~'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들 일어나주세요."

­꼬끼오!!

"간밤에, 사람이 총 맞아 죽었습니다... 의사는 살리지 못 했어요..."

"누가 죽었나요?"

"우리 천마님이 총에 맞아 죽으셨어요."

"꽥."

천마가 작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땅에 쓰러졌다.

"자 천마님, 퇴장하시죠."

천마를 질질 끌고 구석에 오자마자 천마가 벌떡 일어났다.

"아해의 죄는 나중에 물을 테니 일단 팝콘 부터 내놔라."

"네이네이, 알겠습니다."

빠르게 팝콘을 대령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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