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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화 〉 캣 파이트­3 (127/265)

〈 127화 〉 캣 파이트­3

* * *

천마가 한 손엔 팝콘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내 엉덩이를 만지작 댔다.

천마의 손길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몸을 비틀어 피해보려고 했지만 천마는 능숙하게 나를 제압하고 계속 엉덩이를 주물럭 댔다.

"추릅... 좋군."

"너 진짜 변태같아."

거울을 볼 수 없어서 모르지만, 아마 천마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내 경멸 어린 시선에도 천마는 씩 웃으며 내 엉덩이를 주물럭 거릴 뿐이었다.

"진행해 줘요!"

"자, 다들 토론하시고 마피아 찾아서 투표 하세요."

"어제 자기가 경찰이라고 주장하던 천마님이 죽으셨어."

하연이가 연하를 의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면 네가 마피아 아니야? 경찰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죽은 거잖아."

"아마 천마님이 저를 숨겨주시기 위해서 경찰 코스프레를 하셨나 봐요. 그 전략이 잘 맞아 떨어졌을 뿐이고요. 오늘 제가 아니라 천마님이 죽으셔서 제가 조사한 결과를 볼 수 있게 됐어요."

"누구를 조사했는데?"

"언니요."

근데 3명 밖에 없으니까 누구를 조사했든 마피아의 정체를 알게 되는 거 아닌가?

"언니... 정말 실망이에요, 어떻게 천마님을 죽이실 수가 있어요?"

"무슨 소리야, 나 마피아 아니거든?"

"아니에요 언니는 마피아고 월하 언니는 의사에요!"

"하연씨..."

월하는 자연스럽게 연하에게 합류했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 거렸다.

"타임! 뭔가 이상한데요? 기사님, 정보 잘 전달한 거 맞아요?"

"응, 난 잘 전달했는데?"

경찰이 하나도 없어서 조사하세요! 라고 말만하고 기다렸지만.

"으음, 네 알겠습니다."

아마 연하가 경찰도 아닌데 트롤짓 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월하의 입장에서도 하연이를 몰아가는 연하를 따라서 하연이를 찍어야 자신이 승리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연하에게 합류했다.

"얘들아, 진정해봐, 지금 제대로 생각 안 하면 바로 끝나. 우리 지금 세 명이야."

"언니가 마피아인거 이미 조사했다니까요?"

"맞아요 하연씨, 조사 하셨다잖아요."

결국 하연이가 처형당했다.

"하연이 언니 마피아 맞죠?"

연하 너는 게임 다 끝났는데도 연기를 하는 구나.

"네! 하연이는 마피아가 맞습니다!"

네 말에 연하와 월하과 동시에 굳었다.

"네? 하연언니가 마피아라고요?"

"하연이 뿐만 아니라 연하, 월하, 리우잉, 천마 전부 다 마피아였습니다!"

말을 끝마치자마자 바로 장롱으로 들어가서 숨었다.

애들이 어이가 없었는지 정적을 유지하는 게 장롱문을 넘어서 느껴졌다.

"... 다음 라운드를 진행하죠. 이번 라운드의 승리상품인 발 마사지는 모두가 받는 걸로 하고, 가장 먼저 오라버니를 꺼낸 사람이 오라버니의 입술을 훔칠 수 있는 걸로 해요."

연하 너 화 많이 났나보다? 엄청나게 저 텐션이 됐네.

목소리가 워낙 귀여운 편인 연하다 보니 아무리 낮게 말해도 크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애들이 단단히 화가 나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어떤수를 쓰든 상관 없나?"

"네, 상관 없어요."

그와 동시에 장롱 안에 누군가가 순간이동해 왔다.

"으흡!"

내가 몸을 움직일 시간도 주지 않고 입을 막은 뒤 엉덩이를 마구 주물럭 거렸다.

10초 정도 그 상태를 유지한 천마가 내 입과 엉덩이를 놔줬다.

"끄아아아악!!"

바로 장롱 밖으로 튀어나왔다.

'더... 더럽혀 졌어..."

"참 쉽군."

"이번 라운드 우승자는 천마님! 키스권 한 장 획득하셨습니다."

"나중에 쓰고 싶군, 일단 해야할 일이 있으니 말이야."

여자들이 나를 5각형 모양으로 둘러쌓다. 한번도 연습한 적 없을 텐데 간격이 딱딱 맞춰서 서 있었다.

"오라버니, 할 얘기 없으세요?"

"미안, 장난이었어?"

"장난이면 단가요? 저희가 얼마나 머리를 굴려가며 열정적으로 싸웠는데! 오라버니가 친 장난 한 번에 그게 전부다 의미 없는 행동이 되버렸다고요!"

연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이럴 땐 절대로 변명하면 안된다.

애들의 화가 식을 때까지 무조건 맞다고 하면서 머리를 조아려야만 한다.

"사실 난 별로 화 났어."

"본좌도 크게 화 안났다."

"네?"

'갑자가 배신을 때려 버리는 하연선수와 천마 선수!'

"저도 화 안 났어요. 오히려 귀여운 기사님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좋았는데요?"

­엥? 수현이가 장난 쳤었어?

"뭐에요? 저만 진심이었던 거에요?"

"잠깐 따라와보게."

천마가 연하를 데리고 가서 소근소근 말하니, 연하가 금세 상쾌해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방금전까지 크게 화를 내던 애가 아주 조신해져서 돌아왔다.

"뭐, 결론 적으로 오라버니 덕분에 마피아 전원이 승리해서, 모두가 오라버니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좋아요."

"방금전까지는 엄청 화냈으면서..."

"아까는 거기까지 생각이 가지 않아서 그랬죠. 데헷!"

연하가 자기 머리를 콩 찍으며 말했다.

'연하야... 귀엽긴 한데, 좀 깬다.'

"발마사지 그거 지금 해야해?"

"당연히 안되죠. 다들 발 뽀득뽀득 깨끗하게 닦고 부탁할 거니까. 아마 다음 주 중에 하게 되실 거에요."

"꼭 발을 닦아야 해요?"

"싫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예의 아닐까요?"

S급 각성자는 굳이 씻지 않더라도 몸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이니까 씻지 않고 해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아무튼 당장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네, 그런거에요."

그렇다고 하니 일단 무릎 꿇은 걸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세요? 아직 벌 끝난 거 아니에요. 다음 게임해야 하니까 다시 앉으세요."

"넵."

바로 자리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무슨 게임 할건데?"

"이미지 게임 할 거에요."

"이미지 게임?"

연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돌아가면서 하나의 이미지를 말해요. 얘를 들면... 애완동물 키우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사람? 이라고 하면 오라버니가 한 명을 지목하시면 돼요. 가장 적게 지목 당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이해 된 거 같아."

사실 이해 못했어,

"사람이 5명이니까 세 바퀴 정도 돌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상은 뭔가?"

"상이라... 합의를 해보죠. 뭐가 좋을 까요?"

"오늘 잘 때 내 오른쪽 자리에 눕는 건 어때?"

애들이 갑자기 침묵했다.

"... 얘들아?"

"후후... 엄청 큰 게 걸렸네요."

"이러면 무조건 이겨야 겠군."

아까 내 엉덩이를 차지하기 위한 긴장과 맞먹는 긴장감이 펼쳐졌다.

'내 옆에서 자는 게 그렇게 중요해?'

역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가 없다.

"그러면, 저부터 시작해서, 하연언니, 월하언니, 천마님, 리우잉 순으로 돌아갈 게요. 자기가 지목되지 않아야 유리하니까, 자기가 지목당하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을 하면 좋겠죠?"

"빨리 하기나 하셔."

"어릴 때 가장 강할 것 같던 사람은?"

망설임 없이 천마를 가리켰다.

천마의 어린 시절은 내가 본적이 있었으니까.

"이거 반칙이 아닌가, 아해는 내 어린시절의 모습을 안다."

"반칙 아닌데요, 그런 이미지를 물은 거잖아요. 실제로는 천마님이 가장 강하시긴 했더라도 이미지를 따지면 다른 사람이 이길 수도 있는 거고 말이에요."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하연 언니 차례에요."

연하가 천마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으음, 가장 요리를 잘 할 것 같은 사람?"

"요리라..."

잠시 고민하다가 리우잉을 가르켰다.

다른 애들은 높으신 분들이라 스스로 요리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리우잉은 왠지 요리를 해 봤을 것 같다.

'우리 누나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일부러는 무슨 일부러야, 나는 내 소신대로 행동하고 있는 거야.'

"천마님 1점! 리우잉 1점! 공동으로 꼴찌를 달리고 있습니다!"

저런 거 보면 남 약올리는 건 참 잘해요.

"제 차례죠? 가장 변태 같은 사람은?"

월하가 천마를 은근슬쩍 쳐다 봤다.

아까 엉덩이 주무른 거 보고 천마를 저격한 질문인 것같은데, 생각 잘 못했어 월하야.

나는 망설임 없이 월하를 가리켰다.

"네? 왜 저에요?"

"왜 너긴, 저번에 너랑 같이 잤을 때,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잊어버린 거야?"

그거에 비하면 천마가 엉덩이 만지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푸흡, 나를 저격하려 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군."

"...이미지 게임이잖아요! 실제 행동을 반영해도 되는 거에요?"

"내 머리 속에서 네 이미지가 변태인데 어떡하냐."

월하가 충격을 받은 듯 휘청 거렸다.

"다음은 본좌의 차례로군, 누군가가 아해의 신발을 훔쳐갔다고 상상해보자. 누가 훔쳐 갔을 것 같나?"

아니 갑자기 신발을 훔쳐간다고?

"하연이?"

"네? 갑자기 제가 왜 나와요?"

"천마는 훔쳐 가는 게 아니라 당당히 가져간다고 할 것 같고, 리우잉도 현수한테 달라고 할 것 같고."

아닌가 발목째 잘라서 가져 가려나.

"월하는 새 신발을 사주면서 자연스럽게 헌 신발을 가져 갈 것 같고, 연하는 훔쳐갔다가 다시 돌려놔서 내가 보지못하게 할 것 같아서?"

"저를 도둑질이나 하는 년으로 생각하신 거에요?"

"아니, 네가 도둑질을 한다는 게 아니라, 다 안 할 것 같은데, 굳이 한 명을 뽑아보자면 너라는 거지."

하연이가 삐진듯 고개를 휙 돌렸다.

­... 가장 잘 삐질 것 같은 사람!

"리우잉!!!"

"푸흡!!"

육성으로 웃음이 튀어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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