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캣 파이트5
* * *
"네? 갑자기 찍먹이냐 복먹이냐뇨?"
연하가 나에게 물어 왔다.
"그러면 갑자기 내지, 너희가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낼까 봐?"
"그건 아니자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 뜬금없잖아요."
연하가 툴툴대고 있을 때 리우잉이 조심히 손을 들었다.
나는 현수가 선택한 거 고르면 되지?
"당연하지."
다른 애들이 결정했다는 듯 확고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선택했어요."
"본좌는 선택했느리라."
"뭐예요. 이런 문제도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주최가인 아해가 하고 싶다는 데 어찌하겠느냐. 그리고 어차피 못 맞출 문제도 아니다."
사실 나는 부먹이냐 찍먹이냐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적었었다.
어쩔 수 없는 겻이 하연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꽤 가난한 편이기도 하고 도시의 분위기도 있는 만큼 소스랑 같이 먹는 음식을 먹을 기회 자체가 많이 없었다.
하지만 하연이를 만나고, 월하를 만나게 되면서 밥을 먹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어지면서 소스가 따로 나오는 음식들을 몇 번 먹어 본 적이 있었고, 개인적인 취향을 확립하게 되었다.
'내가 먹는 모습을 자세히 봤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겠지만...'
그래도 아마 찍지 않을까?
애들이랑 같이 밥 먹을 때는 각자 자기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편이니까.
"찍먹은 제 기준 오른쪽 부먹은 제 기준 왼쪽으로 모여 주세요."
다들 오른쪽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뭐야, 다 찍먹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기사님이 식사하시는 걸 본적이 있ㅇ니까요. 대대부분은 찍어서 드셨던 거 같아요."
"우리가 그 정도 눈썰미도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래, 너희 믿을 테니까 너무 부담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줄래?
너희가 진지한 건 알겠지만, 문제를 내는 사람의 입장도 생가해 줘라.
"네, 여러분의 생각대로 저는 찍먹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현수는 다를 수 있죠?"
아냐! 현수도 찍먹이 맞아.
이래서 눈치 빠른 애는 싫다니까?
스케치북을 뒤로 젖혀 확인하니 나와 현수 모두 찍먹에 동그라미를 그려놨다.
"다들 정답입니다! 모두가 정답을 골랐기 때문에 아무도 점수를 획득하지 못합니다!"
"그게 뭐예요?"
"어차피 모두한테 1점씩 주나, 그냥 점수를 주지 않나 똑같은 거잖아? 그러니까 그냥 점수 안 줄 거야."
"부우."
연하가 자기 뺨을 크게 부풀렸다.
"그러면 다음 문제 갑니다."
스케치북의 다음 란에는 고양이, 그리고 강아지가 적혀 있었다.
"내가 키우고 싶은 동물은 뭘까요."
"... 이건 잘 모르겠는데요?"
당연히 잘 모르겠지, 지금까지 티 낸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래도 내 행동을 분석해 보면 어떻게든 정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천마도 고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었다
'눈빛 참 강렬하네.'
걸린 게 걸린 것이다 보니 모두 최선을 다한다는 게 느껴졌다.
"아까처럼 고양이는 오른쪽 강아지는 왼쪽에 서 주세요."
이번엔 표가 갈렸다.
"고양이는 아해랑 닮았다는 소리를 늘 드는 만큼 같이 지내는 것에 좀 불편함이 있겠지. 하지만 강아지는 어떠한가 아해랑 관련 있는 점이 딱히 없으므로 더 쉽게 키울 수 있을 테지."
"저도 같은 생각으로 강아지에 왔답니다."
멍! 멍멍!
다른 두 명의 고양이 변호가 시작됐다.
"오라 버니가 고양이랑 닮으신 만큼 저희한테 고양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오셨잖요? 많이 들어 본 만큼 오라 버니의 귀에는 고양이라는 단어가 박혀 있을 테고 무의식 적으로 고양이를 고를 게 분명해요!"
"맛습니다!"
연하의 말에 하연이가 맞장구 쳤지만...
"유감, 나는 고양이 보다는 강아지 파아."
"네? 왜요? 왜 강아지를 더 키우고 싶어 하시는 데요?"
내 개인 기호인데 그런 거에 이유가 필요해?
"고양이는 이미 한 마리 기르고 있는데 굳이 강아지를 더 키울 필요는 없지 않겠나. 아마 그런 이유탓에 강아지를 고른 것일 테다."
"섦마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나 말하는 거야?"
"그러면 아해 말고 누구를 말하는 거지?"
너무 하네, 아무리 장난이어도 사람을 강아지 취급을 하더니.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갈까? 연하랑 하하연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1점이 부여 된 상태에서 다음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억지 텐션을 높인 후 스케치북의 다음 장면을 띄워냈다.
"토맛토마토 대 토마토맛토, 나는 뭘 선택할 것 같아?"
"네?"
"뭐라고요?"
연하와 월하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다시 물어 왔다.
"토맛이 나는 토마토랑, 토마토맛이 나는 토 중에서 뭘 선택할 거 같냐고. 정 모르겠으면 너희의 선택을 한 다음에 나랑 잘 맞는 사람이기를 기다리고 있어도 되지."
"토맛토마토랑 토마토맛토라..."
다들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아마 자기보고 고르라고 했으면 금방 골랐을 텐데 시간이 이렇게 걸리는 모양이다.
"토맛토마토는 오른쪽, 토마토맛토는 왼쪽입니다."
리우잉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왼쪽, 리우잉만 오른쪽에 서 있었다.
"왜 다들 오를쪽에 서 있어?"
"오라 버니는 맛만 좋으면 그 음식의 실체가 뭔지에 대해서 잘 신경 쓰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니까요."
"리우잉은 왜 토맛 토마토를 선택했어?"
현수는 맛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토맛토마토를 했어!
스케치북을 드니, 현수와 나 보두 토맛토마토에 동그라미를 그려놨다.
"현수랑 마찬가지로 나는 음식의 맛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맛없는 게 아니라면 잘 안 가리거든, 토를 먹느니 토마토를 먹고 말지.
리우잉을 제외한 다른 애들이 축 늘어지는 게 보였다.
하긴 리우잉을 제외한 다른 애들은 점수 1점을 잃은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리우잉이 1등으로 달려나갑니다!"
"빨리 다음 문제 줘요!"
"다음 문제! 나는 밥을 좋아할 까요 면을 좋아할까요? 밥은 오른쪽 면은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애들이 고민할 것도 없이 왼쪽에 쏠렸다.
"오라 버니는 면이시죠."
"맞다, 면이지."
얘네들 앞에서 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아무도 안 헷갈려하고 전부 정답을 맞춰버렸다.
"이런 의미 없는 문제 말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몇 개 스킾하고 너희가 잘 모르는 문제 낸다? 그냥 나랑 마음이 얼마나 잘 맞는지 테스트 해 본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봐."
애들한테 주의를 준 후 스케치북을 넘겼다.
'좋은 문제가...'
"다크 초콜릿 대 화이트 초콜릿. 나는 어느 쪽을 좋아할까?"
이건 아마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초콜릿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애들 앞에서 자주 먹은 적도 없어서 아마 모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심지어 다크 초콜릿이랑 화이트 초콜릿이라니.... 아무리 나를 잘 아는 애들이라 하더라도 이건 잘 모를 확률이 높았다.
"다크 초콜릿은 오른쪽 화이트 초콜릿은 왼쪽에 서면 돼."
애들이 고민하듯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감은 다크 초콜릿이라고 말하는데 말이죠."
"정 고르기 어려우면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골라, 나랑 겹치면 그건 그것대로 기분 좋잖니."
애들이 한참을 서 있다가 어슬렁 거리면서 각자 서기 시작했다.
"나는 다크 초콜릿을 더 좋아해, 화이트 초콜릿도 부드럽고 그 특유의 맛이 있어서 좋아하긴 하지만 다크 초콜릿이 더 달거든."
난 단 게 좋으니까.
어디 보자... 정답자가...
'기가 막히게 동점이 되네.'
연하와 하연이를 제외한 다른 애들이 전부 틀리며 리우잉 2점, 다른 애들은 1점으로 공통된 점수를 가지게 되었다.
"제가 문제 내봐도 돼요?"
"그래, 한 번 내봐."
"천마님께 어딘가를 반드시 유린 당해야 한다면 엉덩이? 아니면 입술."
이거 세게 들어오는 데...
"아해야 잘 생각해야 한다. 연하가 유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결코쉽게 끝내주지 않을 테니까.
"둘 다 안 하면 안 돼?"
"안 돼요. 이건 게임이니까. 동전이라도 던져서 답을 내 주셔야만 해요."
스으으읍, 그래도 입술이 낫지 않나? 엉덩이를 내주면 진짜 큰일 날 것 같은데?
"일단 스케치북에 미리 적어 놓을 테니까, 알아서 서."
"넹!"
현수와 상의를 해서 스케치북에 선택을 적어 놓고 애들을 바라봤다.
"참고로 이번엔 현수 생각이 아니라 내 생각을 맞춰야 한다 리우잉, 천마는 현수 엉덩이나 입술을 노리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안 바뀌어."
천마를 제외한 모든 애들이 엉덩이에 가 있었다.
입술같은 중요한 부분보다는 엉덩이를 유린 당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보지?
"이번엔 많이 틀렸네. 입술이야."
"네? 입술을 유린 당하시겠다고요?"
애들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물어 왔지만 진짜인걸 어떻게, 엉덩이는 한 번 유린 당한 적이 있고 입술은 아직 없는데 당연히 당해 본적 있는 걸 더 무서워하지.
"승부 조작이다! 오라 버니가 승부조작을 저질렀어!"
"승부 조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천마님을 올리기 위해서 일부러 천마님이 선택한 걸 고르신 거잖아요!"
참나, 내가 왜 굳이 천마를 올려?
"진짜야. 스케치북에 미리 적어 놨는데도 의심을 할 거야?"
"칫..."
그렇게 리우잉과 천마가 2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문제가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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