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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 캣 파이트­7 (131/265)

〈 131화 〉 캣 파이트­7

* * *

시작한 직후에는 다들 큰 움직임이 없었다.

연하의 말대로 5분까지는 절대로 시간이 되지 않으니 일단 셔로를 견제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인 모양이었다.

"다들 진짜로 안 움직이시네요."

"어차피 본격적인 승부는 5분이 지난 후부터인데 벌써 힘을 뺄 필요는 없잖아요?"

나한테는 다행인 일이었다.

최소한 경기 내내 공격당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2분가량의 정적이 흐른 뒤 하연이가 내 쪽으로 조심히 다가왔다.

처음으로 움직인 하연이의 모습에 다들 움찔했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하연이를 막아서지는 않았다.

결국 하연이는 완전히 나에게로 다가와서 나를 꼭 안았다.

"이것보다 많이 닿아 있을 수는 없겠죠?"

"지금이야 그치만, 하연 네가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가."

천마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쉽게 풀지는 않을 거예요."

하연이가 그대로 나를 들고 구석으로 향하려고 하자. 다들 하연이를 막아섰다.

"이제 슬슬 탈환전을 시작해도 되지 않겠어요?"

처음 덤벼든 건 연하였다. 하연이를 안고 있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긴 했지만 하연이는 정말 여유롭게 피해 냈다.

연하는 하연이 보다 등급이 낮았으니 괜찮다고 쳐도 문제는 월하와 천마였다.

둘이 작정하고 덤벼들자 연하는 곧 두 사람에게 잡히게 되었다.

"으으윽!!"

나를 안고 있는 팔을 풀려하는 천마와 월하에게 저행해서 나를 더욱 꽉 끌어안았는데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이 나에게 전해졌다.

"오라 버니 죄송해요. 근데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요."

"기사님 괴롭히시지 말고 이제 그만 놓으시죠."

"두 사람이 덤벼들지 않으면 이렇게 세게 안을 일도 없어!"

하연이가 분전했지만 천마와 월하 두 명의 협공을 당해 낼 수는 없었는지 곧 팔이 풀리고 말았다.

월하와 천마 사이의 경쟁에서는 천마가 승리했다.

내가 하연이한테서 풀려나자마자 바로 나를 안아 온 것이다.

"내가 우위를 차지 했군."

"하연씨는 어떻게든 벗겨낼 수 있었는데, 천마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나, 그냥 포기하면 되는 것을, 너희가 내 손에서 아해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가?"

"그건 해 봐야 아는 거죠.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월하와 하연이가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연하와 리우잉은 따로 생각하는 전략이 있는지 멀찍이서 우리 쪽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자!"

"구령 한 번 특이하군."

하연이와 월하가 천마를 잡고 팔을 풀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천마의 힘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하연이때는 얘가 너무 꽉 안아서 숨이 막히는 수준이었는데 천마는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여유가 있었지 숨도 막히지 않았다.

"너희 들도 도와 이러다가 천마가 이기겠어."

"저희도 저희만의 작전이 있답니다."

시간이 지나서 5분대가 되자마자 리우잉과 연하가 움직였다.

그러더니 앞쪽에서 천마를 해체하는 월하와 하연이의 앞쪽으로 쏙 들어와 나를 앞에서 안아왔다.

"아무리 천마님이 오라 버니를 안고 계시다고 해도, 그 보다 더 많은 부위에 닿아 있으면 그만 이잖아요? 해체는 둘이 알아서 하시고 저는 이렇게 있겠습니다."

같이 움직이기 시작한 리우잉또한 옆쪽에서 나를 안아오면 어떻게든 연하를 밀어 내려 했는데 기본적인 능력치 차이가 있다 보니 영 쉽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이 쯤 되니 월하와 하연이도 다른 사람들의 사이를 비집도 들어와 나를 안아왔다.

미녀들 사이에 안긴 기분은 정말 달콤하긴 했지만,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강한 압박으로 나를 안아와서 힘들기도 했다.

"아욱! 잠깐!"

슬슬 아파져 오는 몸에 버둥 거렸지만, 5명의 여자들은 내 몸을 꼭 잡고 놓아줄 생각하지 않았다.

"5분만 버티세요 오라 버니!"

애들이 자기들끼리 밀면서 어떻게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계속되자 가운데에 있는 나만 죽을 맛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속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일단 천마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쪽이 제일 넓고 단단한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천마 바로 옆자리에 있던 하연이와 월하를 필두로 천마를 몰아내는 작전이 시작됐다.

둘이서 몸으로 천마를 압박하고 연하와 리우잉이 천마의 팔을 제거하는 작전인 듯 보였는데 팔이 떨어져 나가진 않았지만 천마가 조금 밀려 나면서 확실히 천마를 견제 할 수 있는 수준됐다.

'이게 진짜 밀리네.'

두 사람이 몸으로 밀어대니 전력을 다하지 않은 천마 정도는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천마의 몸이 들리면서 등 쪽에 공간이 많이 생겼고 그 공간 사이로 월하와 하연이가 들어 왔다.

한 번 사이로 사람이 들어오자 천마도 그 자리를 되찾을 수가 없었다.

"원통하군,"

­삐비비빅삐비비빅

그때 시간이 다 되었다는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누가 제일 많이 닿아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얘네들은 계산할 수 있겠지.

"쳇... 승자는 하연이 언니예요. 몸집이 커서 그런가? 닿아 있는 면적이 제일 많으시네요."

"내가 이때를 위해서 키를 키웠지."

다들 떨어지니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안겨 있을 때는 몰랐는데 그냥 강하게 껴안아져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많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로 고개를 몇 번 저으니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일어나서 몇 번 몸을 풀어 보니 조금씩 괜찮아 지는 게 느껴졌다.

"바로 해주면 돼?"

"네, 미룬다고 해도 딱히 좋을 게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 자랑 하듯 맞으면 더 좋겠죠?"

하연이가 가만히 서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천천히 가서 하연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그래 이거지..."

하연이가 기분이 좋은 듯 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고작 볼 뽀뽀 한 거로 저렇게 떨 일인가 싶었지만 얘들의 사랑은 아주 묵직하니까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게임... 을 할까요?"

"안 하면 안 돼? 오빠 이제 슬슬 힘들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강하게 안겨서 이러저리 부비적 거려지니 진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당장에라도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라 버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그만해야죠. 오라 버니 의시가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고맙다."

"그러면 지금 부터 제 1회 캣 파이트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캣 파이트는 어떻게 진행 될 줄 모르지만, 다음 캣 파이트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너희가 참여를 안할 리가 있을 까?"

하지 말라고 해도 참가 할 것 같은 데 말이야.

"그건 모르는 일이죠. 어떤 방법으로 캣파이트가 이뤄 질 줄 모르니까요."

"그런가?"

그나저나 진짜 재밌게 논 것 같다.

캣 파이트 라기보다는 운동회에 가까운 느낌이긴 했지만, 재밌게 놀았으니 그걸로 된 거지.

"그러면 이제 슬슬 잘 준비하죠."

"그러자."

다들 양치도 하고 옷매무새도 정리하고 물도 마시고 가볍게 간식도 마시면서 뒷정리를 했다.

꺼낸 물건이 몇 개 있긴 했지만 많이 꺼내진 않았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잡아 먹지도 않았다.

"이렇게 다 정리하고 보니까 왠지 씁쓸하네요. 정말 재밌게 논 것 같은 데 흔적 하나 없는 거니까요."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계속 놔둘 수는 없잖아."

"그것도 그래요."

다른 애들이 양치를 하러 간 동안 연하와 내가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라 버니는 양치 안하세요?"

"아까했잖아. 너는 안해?"

"저도 아까했어요. 다른 언니들이랑 리우잉은 아까 제가 양치할 때 엄청 비웃던데, 저는 덕분에 오빠랑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될 수 있어서 아주 기뻐요!"

"전략을 잘짰네."

"그냥 오라 버니가 이를 닦으시는 모습을 보고 그때 같이 닦았을 뿐이예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칭찬이 기분이 좋았는지 연하가 어깨를 크게 폈다.

"애들오면 떨어지는 결국 떨어질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죠. 오라 버니의 옆자리를 차지한 건 월하랑 천마님이니까 말이예요."

애들이 한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진짜로 잘 준비 하죠. 오라 버니는 침대 가운데 앉으세요. 그 편이 공평하니까요."

군말없이 침대에 눕자 내 양옆으로 월하와 천마가 다가와서 누웠다.

­나는 스승님 옆자리 할래!

천마 옆에는 리우잉이 누웠고 그 옆에는 하연이 누웠다.

연하는 하연이 옆에 누우고 싶다는 듯 하연이쪽을 바라봤지만 좌우의 균형을 맞추기 위서 월하의 옆에 누웠다.

'침대 엄청 크네.'

성인 남녀 5명이 눕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큰거야?

"그러면, 다들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봅시다."

"그래 내일 보자."

월하와 천마가 내 팔을 꼭 안았다.

말하기 부끄러운 살덩어리가 내 팔에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티를 내지 않고 꾹 참았다.

괜히 티냈다간 짓궂은 애들 때문에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몸이 힘들어서 그런 걸까? 눈을 감자마자 천천히 잠이 몰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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