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꽁냥꽁냥
* * *
천마가 나를 껴안고 있다.
그것도 나를 무릎을 올려놓고 턱을 내 머리 위에 올려놓은 채로 말이다.
본인피셜 자신의 키를 줄이고 있다고 말한 천마와 내 키를 생각해 보면 이런 자세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지금 내 키는 모종의사건으로 인해 작아져 있는 상태였기에 너무나도 손쉽게 천마에게 끌어 안아졌다.
"후후, 작은 아해도 귀엽구나."
"작으니까 귀엽지, 그러면 작아졌는데 더 안 귀여워지겠냐?"
천마의 오른손이 내 머리를 마구 쓰담었다.
왼손은 계속 내 옷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길래 막느라고 안간힘을 주고 있었다.
천마와 나의 힘차이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 반항은 가볍게 뚫을 수 있는 천마였지만 이런 의미 없는 반항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배를 마음껏 만진 후. '반항 안해서 싫어하는 줄 몰랐다.' 같은 소리나 할 게 뻔했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서 막았다.
"지금 시간대에 아해를 독점할 수 있다니 정말 기분이 좋군."
백씨 자매와 월하는 잠입 사건 뒤처리로 바쁘고 리우잉의 경우는 자기 시간이 아니라면서 빈민가에 놀러갔기 때문에 집에는 나와 천마밖에 없었다.
"너무 귀여운 것 아닌가 아해야."
천마가 진짜 행복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꼭 껴안았다.
"평생 이렇게 있어주면 안 되나? 아무리 봐도 큰 아해보다 작은 아해가 훨씬 귀여운 것 같은데."
"멋진 나는 보고 싶지 않은 거야?"
"키가 컸을 때도 아해는 멋짐보다 귀여움상에 가까웠다. 커져봤자 귀여움만 줄어들지 멋짐이 늘어나진 않는다."
팩폭 되게 세게 때리네...
"그래도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150도 안되는 키로 살아!"
"자존심 챙기기엔 이미 늦지 않았나? 당장 아해의 동생인 하연 보다도 작고 월하와도 차이가 근소하며 나보다도 작지 않은가."
"너랑은 비슷했잖아."
"말했잖느냐, 아해 자존심 상하지 말라고 줄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원래 키가 얼마나 되는데."
천마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185는 넘는다."
"드럽게 크네."
천마에게 계속 안겨있는 것도 슬슬 숨이 막혀왔기 때문에 풀어달라는 의미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지금 애교부리는 것이냐?"
"풀어줘, 답답하단 말야."
"조금만 더 애원하는 투로 말 해보거라."
'이년이...'
"풀어줘어!"
애처럼 한번 소리치니 천마의 숨결이 거칠어 지는 게 느껴졌다.
"아해 너무 귀엽다!"
"나 귀여운거 아니까 이제 풀어달라고!"
"아해야 원래 인생은 약육강식이다. 강자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그 강자보다 강해질 생각을 해야지 강자에게 풀어달라고 앙앙거려도 강자는 한 번 물은 먹잇감을 절대 놓치치 않는 법이다."
"아깐 풀어준다며?!"
"그건 아해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설마 진짜로 믿었느냐?"
얼척이 없어가지고...
"빨리 안 풀어주면 나 화낸다?"
"아해가 고작 이 정도로 진심으로 화내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네네, 님 눈치빠르셔서 참 좋겠네요. 근데 진짜 힘드니까 좀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빠져나오래두? 힘으로 안되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무슨 방법으로 빠져나와. 힘만 밀리는 게 아니라 모든 능력치에서 다 밀리는데...
"슬슬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해를 안고 있는 것 만으로도 배가 충분히 불러서 밥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만?"
"내가 배가 고파서 말이야. 당장이라도 점심을 해결하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같아."
"그정도로 배가 고프다면, 사실 배가 고픈게 아니라 아픈 걸 수도 있다. 내가 좀 만져주도록 하마."
천마의 왼손이 내 배로 침투해 오려는 걸 가까스로 막았다.
"아니 배고픈 거라고!"
"배고픈 것도 조금 만지다 보면 나을 거다. 포기하고 내 손길을 받아들이도록 해라."
"경찰아저씨! 여기 변태 있어요!"
"집에 있는 경찰 한 명은 이미 출근했다!"
결국 천마의 손길로 배를 마구 만져지고 말았다...
"기분 더러워...."
"나는 정말 좋았다. 아해의 배는 아주 부드럽더군."
"가서 밥이나 차려와."
평소라면 내가 차렸겠지만, 나는 굉장히 기분이 나쁜 상태다. 전부 천마가 자초한 일이니 만큼 밥 정도는 지가 알아서 하겠지.
"허, 연인에게 밥이나 차려오라고 하다니, 아주 가부장적이군."
"평소엔 내가 했잖아!"
"본좌는 상처 받았다. 힐링이 필요하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들고는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나로 인해 상처 받고 나를 통해 치료한 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히 말이 되지 않은가. 아해는 그만큼 귀여우니까. 아마 귀여움에 수치를 맺을 수 있다면 내 눈에 비친 아해의 귀여움은 무한대를 뛰어넘을 것이다."
"무한대는 수가 아닌데..."
"말이 많군."
천마가 내 볼을 꼬집었다
"!!!"
갑자기 천마가 엄청나게 떠는 게 느껴졌다.
"왜 그래? 무슨일 있어?"
"이... 이 무슨 부드러움과 탄성이란 말인가..."
그러다니 양 손을 내 볼에 올려놓고 마구 주무르기 시작했다.
"꺅! 뭐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라 그러다가 다친다."
천마가 내 볼을 마구 문질렀다.
다시 만났을 때도 볼에 집착했던 것 같은데...
"하악... 하악... 너무 좋다. 완벽하다... 중독되어버릴 것만 같다."
'이미 중독되신 것 같은데요!"
내가 팔을 올려서 반항하는 기색이 보이자 허벅지로 내 팔을 봉인 시킨 뒤 마구 만져대는 데, 처음이야 천마의 부드러운 손길이 얼굴을 주물럭 거리니 나도조금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타임! 잠깐 타임! 나 진짜 힘들어!"
진심을 가득 담아 소리 친 후에야 천마가 내 볼을 유린하는 짓을 멈췄다.
"후우... 너무 중독성이 넘쳤다... 방금까지 했는데도 또 하고 싶다."
"참아줘... 아프단 말야."
볼 위에 손을 올려다 대니 볼이 따끔 거렸다.
"이렇게 보니 조금 더 작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타콘 새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천마는 진짜 쇼타콘이 맞는 것 같다.
다른 애들은 애들과 애들 입장에서 만나 나에게 반한 거지만 천마는 아무리 몸이 어린애인 상태라고 해도 어른의 정신을 가진채 나한테 반한거잖아?
'레알 쇼타콘이었네.'
"쇼타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해의 어린 모습이라 좋아하는 거지, 모든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절대로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해의 어린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 나 한정 쇼타콘아."
아픈 볼을 부여 잡고 부엌으로 가니 천마가 바로 뒤에 따라 붙는 게 느껴졌다.
"어디가나?"
"네가 밥 안해줘서 내가 해 먹으러 간다. 불만 있냐?"
"이왕 하는 김에 내 것도 만들어 줘라."
어이 없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 천마를 올려다 보니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까는 나만 봐도 배부르다며?"
"아해를 보고만 있는 것 보다, 아해와 같이 식탁에 앉아 아해가 만들어준 음식을 앙해와 같이 먹는 것이 훨씬 더 배부르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하아... 그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해가 먹고 싶은 걸로 만들어 먹어라."
우동면사리를 꺼내고 간고기를 꺼낸 뒤 적당히 소스를 만들어서 간고기와 함께 볶기 시작했다.
"고기요리를 하는 것이냐?"
"아니, 면 요린데."
"가만 보면 아해는 면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몬스터 고기로 만든 대체 식품중에, 밥같은 건 진짜 맛 없었거든, 그나마 면이 좀 상태가 좋아서 면을 주로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
어느정도 물기가 올라오자 물 약간과 우동사리를 넣어서 우동을 익혔다.
우동이 다 풀어진 후 소스와 함께 볶으니 먹음직 스러운 볶음 우동이 완성됐다.
"추릅... 맛있겠군."
"맛있어야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인데."
두개의 접시에 나눠 담고 식탁위에 올려놨다.
"젓가락은 내가 가져오겠다."
부엌에 있던 젓가락이 하늘을 날아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 이제 먹자꾸나."
"잘먹겠습니다."
면발 하나를 잡아서 입으로 집어 넣으니 탱글한 면발이 입안에서 존재감을 들어냈다.
간도 잘 맞았고 적당히 매콤했다.
거기에 고기도 들어있으니 감칠맛까지 살았다.
"크으 내가 만든 건데 진짜 맛있는 것 같아."
"진짜 맛있는 거 맞다. 아해는 요리를 참 잘한다."
말 없이 우동을 전부 먹은 후 설거지를 한 후 다시 거실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잘 먹었다."
"다행이네,"
소파에 누워있으니 천마가 소파에 기대 앉았다.
"역시 아해와 단둘이 있으니 기분이 평소보다 7배 정도는 더 좋은 것 같다. 이런시간을 오래 가지면, 아해를 독점하고 싶다는 잘못된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할 것 같다."
"네가 나를 독점하면 지금 처럼 편하게 안 대해 주지."
"그것도 그렇다. 결국 아해가 나를 편하게 생각해 주고, 좋아해줘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
밥 먹고 소파에 누워있으니 눈이 슬슬 감겨오기 시작했다.
"졸리나?"
"어, 방금 밥먹어서 그런가 괜히 졸리네."
"그러면 낮잠이라도 같이 자는 것이 어떤가?"
"괜찮겠어?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면서."
"괜찮다. 잘 때도 옆에 꼭 붙어 있으면 되는 일이니."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니 천마도 나를 따라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