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요리대결1
* * *
다행히 애들이 돌아오기전에 잠에서 깨서 뒷정리를 모두 끝마칠 수 있었다.
정리라고 하는 것도 애매한 게 천마가 힘 한 번 쓰니 냄새까지 완전히 날려버렸기에 나는 달리 할게 없었다.
"솔직히 아해도 좋지 않았느냐."
"좋긴 한데... 기빨리니까 그렇게 하지마..."
소파에서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아있으니 리우잉이 먼저 퇴근했다.
나왔어!
"리우잉 왔느냐."
현수는 잘 지내고 있지?
'잘 지내고 있냐?'
'오늘 오전에 실컷 봤으면서 뭘 물어보냐고 전해줘.'
"오늘 오전 내내 실컷 봤으면서 그걸 왜 물어보녜."
그 잠깐 사이에 안 괜찮아 질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럴 일 없거든?"
리우잉과 실없는 대화를 하는 동안 다시 문이 열리더니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세 사람이 문으로 들어왔다.
"아으... 피곤해..."
"그러니까 말이에요."
3명모두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기에 일단 빠르게 움직여서 물이라도 떠다줬다.
"물이라도 마셔, 그렇게 힘들게 일했어?"
"네... 한동안 빌런 사건 때문에 못하던 일도 다시 재개 하고 빌런 사건도 마무리 짓고 하느라 하루종일 움직였어요."
"고위 각성자들이 고작 그 정도 일로 힘들어 하다니, 나는 이해할 수 가 없군."
"힘보다는 정신을 엄청쓰는 일이었거든요. 차라리 다 베어버리면 깔끔할 텐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하연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소파에 앉았다.
"오라버니 넘겨요. 저도 힐링하고 싶어요."
"정말정말 주기 싫지만, 지금까지 내가 계속데리고 있었으니 넘겨주도록 하지."
천마가 나를 풀어주자마자 하연이가 나를 낙아채서 안았다.
"그래... 이느낌이야... 이걸 원했어요."
하연이가 나를 꼭 안았다.
"산통 깨서 미안한데, 나는 도대체 언제쯤 원래 크기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왜 빨리 돌아가려고 하세요? 지금도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우신데..."
"남자키가 150도 못 넘는 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 줄 알아?"
"180 못 넘으시는 건 자존심 안 상하세요?"
"야! 177도 큰거야!"
자꾸 키가지고 뭐라 그러네.
"177이면 남자치고 큰 키는 아니죠. 제가 177인데,"
"맞아요. 적당한 수준이지 큰 건 아니라고요. 애매한 키를 가지고 있으실 바엔 아예 확 작아버리는 게 더 귀엽다고요."
월하와 연하가 한마디씩 거들었따.
'내편은 어디에도 없군.'
"너희키가 30cm증발한다고 생각해봐, 맘 편히 받아들일 수 있겠어?"
"30cm 줄면 120대인데요?"
"150cm에서 오라버니를 올려다 본다라...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
"맞아요. 기사님도 그냥 특이한 경험 한 번 해본다고 생각하시고 맘을 편하게 먹으시면 다시 커질 생각이 적어지실 거에요."
그래, 내가 너희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애들은 언제쯤 오려나..."
"애들은 오늘부터 솔에서 현장체험 학습을 하기로 했어요. 그쪽 초등학교도 다녀보고, 여러기관들도 돌아다녀 보면서 견문을 넓힐거에요."
"그러면 오늘 부터 밥은 계속 내가 차려야 해?"
"무슨 소리에요(인가)?)
이야, 단합 잘 된다 너희들.
"저번에 오라버니가 밥을 하신건, 오라버니가 하신다고 하셔서지, 기본적으로는 저희가 밥을 하는 게 맞아요."
"그리고 지금은 오라버니가 작아지신 만큼 더 음식을 하기 힘드실 거잖아요! 저희가 하는 게 맞죠."
이 분위기를 잘 이용하면 천마한테 딜 좀 넣을 수 있겠는데?
"그치? 너희가 하는 게 맞지? 내가 너희한테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데에는 그런 서비스 비용도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
"괴롭힘... 이라는 표현은 격한 것 같긴 한데, 아예 틀린말은 아니죠.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니까요."
천마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너희는 나랑 둘이 있을 때 내가 점심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줄거야?"
하필 둘이 있는 상황, 심지어 굳이 점심을 언급하자 애들도 나랑 천마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대충눈치를 챘는지 다들 모르는 척 천마에게 딜을 넣기 시작했다.
"당연히 만들어 드리죠, 오라버니를 굶길 수도 없고, 오라버니가 제가 만든 음식을 먹어주신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오라버니가 제 음식을 먹어주신다니, 포상이에요 포상!"
"저는... 그냥 음식점 데려가 드릴게요. 제가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월하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딜이 잘 박혔는지 천마의 떨림이 조금 더 심해졌다.
나도 현수가 요리해 달라고 하면 바로 해 줄거야!
"요리 해달라고 했을 때는 배불러서 자기는 안 먹을 거니까 안한다고 했다가, 결국 내가 한다고 하니까 자기도 먹는 다고 말하진 않을 거지?"
"당연히 안그러죠. 그건 완전 쓰레기잖아요."
"그런짓은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안 해요 오라버니."
"맞아요. 배부르다고했으면 끝까지 배부름을 유지해야지 기사님이 만든다니까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어우, 저는 그런짓을 상상도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미안하다!"
결국 천마가 크게 소리쳤다.
"천마님, 뭐가 죄송하세요? 저희는 기사님의 가상에서 있는 일을 상상하는 것 뿐이지 절대로 누구를 까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맞아요. 설마 천마님이 오라버니한테 저렇게 심한 짓을 하셨으리라고는 저희 중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답니다."
"차라리 욕을 하거라..."
이 분위기를 버티지 못했던 천마는 결국 셀프로 머리를 박았다.
"일어나, 내가 잘 못한 거 같잖아."
바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용서해 줄거냐."
"사실 화 안 났어. 그냥 장난 좀 처 본거지."
조금 더 장난을 처볼까? 하는 마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까 당했던 일이 트라우마 처럼 머리속에서 떠올라서 바로 멈췄다.
괜히 업보를 쌓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저희끼리 요리대결이라도 한 번 해볼까요?"
"요리대결?"
"각자 1인분씩 만들어서 오라버니한테 대접하는 거에요. 줄어들어있는 음식의 양으로 누가 가장 맛있게 만들었는지를 겨루는 거죠."
"나 요리 못하는데?"
"저도요."
"나도 못한다."
나는 잘해!
"괜찮아요. 제가 잘하거든요!"
당당한 연하의 말에 곧곧에서 원성이 쏟아졌다.
"너만 유리한 거잖아!"
"왜요? 아까는 오라버니를 위해서 식사를 차려주실 수 있다면서요. 어차피 맛 없게 만드셔도 오라버니는 제 음식을 먹으시면서 배를 채우실수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요리 연습을 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연하가 맞는 말하네. 재밌을 것 같다, 한 번 해봐."
내가 아무리 동네 북처럼 맞고 다니지만 이럴 땐 또 엄청난권력을 가지고 있지.
떨떠름해 하는 애들의 의지를 불태우는 방법도 알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이번 주 주말 중 하루를 같이 보낼 수 있는 권리를 줄게."
애들이 급속도로 불타올랐다.
"제한시간은 얼마인가요?"
"1시간 정도? 우리가 평소에 7시면 밥 먹잖아. 평소 먹는 시간에 맞춰서 하면 될 것 같은데?"
"1시간이라... 알겠습니다."
월하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실격패!"
"맡기려는 거 아니에요. 재료들 좀 가져오려는 거지.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잖아요?"
"그런거면 인정이죠."
근데 주방이 좁지 않아? 우리 5명인데 저기서 다 요리할 수 있어?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주방은 선착순!"
정신 차리니 천마가 주방에 가서 서 있었다.
"저희 건물에 큰 주방이 있어요. 거기를 빌리면 될거에요. 그곳은 주방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니 기사님이 더 쫀쫀한 마음으로 기대하실 수 있겠죠?"
"기대하는 거 맞지? 불안에 떠는 거 아니지?"
"아무리 못해도 저는 먹을 만한 걸 내 놓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연하만 믿고 있는다?"
나도 맛있게 만들 수 있거든!
근데 네 음식은 차피 현수가 먹을 거란 말이야. 내가 먹을 것도 아닌데 맛있는지 맛 없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일단 재료도 다 시켜놨고 주방도 금방 비운다고 하니 슬슬 내려가죠."
"근데 왜 이렇게 본격적이야?"
애들이 다들 진지한 눈빛을 하고 얘기했다.
"오라버니가 본격적인 보상을 거셔서 그렇죠."
"잠자리를 거니까 다들 이렇게 눈이 돌아가죠. 적당히 허그만 거셨어도 이 정도는 안됐을 거에요."
"결국 잘못한 건 기사님이다. 이 말입니다."
천마가 아무말도 안하길래 잠시 바라보니, 골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에 못 말하면 패스!"
"그런게 어디있나!"
"그러면 이만 내려가죠."
월하를 따라서 밑으로 내려갔다.
왠지 익숙한 길이다 싶었는데 사내식당 뒤쪽에 주방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이 주방을 쓰면 다른 사람들 밥은 어떻게 먹어?"
"적당히 돈 쥐어주고 회식하라고 했어요, 어지간하면 회식하는 것보다 여기 밥이 더 맛있긴 하겠지만, 제가 이 건물의 주인인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갑질이다!"
슬슬 연하 텐션 올라가는 데?
"충분한 돈을 줬으니까 이 정도 갑질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이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요리하러 가요. 기사님 배고프시겠어요."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어라."
그렇게 여자들이 다 떠나가고 나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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