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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2화 〉 경비대­1 (142/265)

〈 142화 〉 경비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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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대체 언제까지 이 크기로 있어야 하는 거야?"

키가 작아진지 오늘로 4일째가 됐다.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있어서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었다.

"혹시 불편하세요?"

"아니, 불편한 건 아냐."

불편할 일이 어디 있겠어. 집안의 모든 일은 여자들이 다하고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가끔 놀 일이 있어도 힘 쓰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불편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자꾸 커지고 싶으신거에요?"

"원래 내 키를 찾고 싶어서 그런거지. 언제까지 작아져 있을 순 없잖아."

"오라버니만 감수하시면 다들 좋아하는 데 왜 자꾸 커지고 싶어하시는 거에요. 저도 저보다 작은 오라버니가 훨씬 더 낫단 말이에요."

들어줄 생각이 없구만?

나는 오늘 아침동안 고민했던 변명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 키로는 다른 데도 못가잖아."

"왜 못 가요. 오라버니가 원하시면 나가면 되지."

"나갈 순 있는데 어른 취급을 못 받잖아. 아마 어디를 가든 애 취급할걸?"

"애 취급 받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연하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혼자서 집안에 있으면 우울증 거릴 것 같아서 뭐라도 하러 나가는 건데 애 취급 당하면 기분이 좋겠냐?"

"오라버니가 나가서 할 게 뭐가 있으신데요?"

"그걸 모르니까 나가서 찾는 거 아닐까? 솔직히 최근 들어서 하는 게 너무 없어져서 지루하다고, 그나마 저번에 잠입했을 땐 화나는 일도 있었고 잠입하느라 키도 작아지긴 했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단 말야."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자신을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 줄 무언가를 하고 싶으시다는 거죠?"

"그렇지."

애들이 출근해도 한 명 정도는 방에 남아있는데다가 다들 출근 하면 리우잉과 현수에게 몸을 넘기기 때문에 좀 낫긴 하지만 가끔 온몸에 무기력함이 넘쳐흐를 때가 있따.

"이건 다 같이 이야기를 한 번 해봐야 겠는 데요?"

"일단 내 키를 키우고서 생각해 보면 안될까? 일단 키가 작을 때 보다 클 때 더 선택권이 많아지잖아."

"일단 뭘 할지 정하고 그 때 키가 필요하면 되돌리면 되죠. 왜 굳이 지금부터 키를 키우려고 하세요."

척벽이네 진짜... 얘네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땅딸막한게 그렇게 좋은가?

"오라버니의 키에 대한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오라버니의 새 관심사를 만들어 드릴 필요는 확실한 것 같아요.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말하실 정도니까, 오늘 저녁에 다 같이 있을 때 얘기를 나눠봐요."

남편 출근하고 집에서 혼자있는 아내가 된 기분이네.

"혹시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

"당장 생각나는 건 없네... 잘 하는 거라고 해봤자 싸움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비각성자가 아무리 잘 싸워봤자 의미가 없잖아."

"싸움으로 의미가 생기는 일도 없고 말이에요."

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스포츠 같은 거엔 관심 없으세요?"

"스포츠?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하는 사람이 있어?"

"네, 높으신 분들이 스크린 골프도 치시고..."

"너 설마 나보고 그런데 가서 골프나 치라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 심지어 이 상태로 말이야."

"하하, 당연히 아니죠."

그렇게 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간만 흘렀다.

"나 왔다."

"아, 천마님 오셨어요."

"그래 왔다."

"일은 잘 해결 하셨어요?"

"해결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정기 보고만 듣고 온 것이니 내가 달리 한 일도 없었지."

새벽부터 없더니 중국갔다 왔나 보구나?

"분위기가 좀 어둡군? 평소 연하의 텐션이라면 둘이서 신나게 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는데 말이다."

"그게 말이죠. 요즘 오라버니가 너무 무료하고 우울한 인생을 보내고 계신다고 해요. 집에 혼자 있는 일도 많고 필사적으로 하는 것도 없고 말이에요."

"흐음, 그럴 만도 하군 천마신교에서 돌아온 이후 저번 잠입을 제외하면 거의 놀면서 지냈으니 말이야. 나름 치열한 인생을 살아온 아해가 무료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 중이예요."

"일단 다들 돌아온 다음에 이야기 해보는 게 좋겠군."

월하와 하연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무료함은 더 커졌다.

아무생각없이 바닥을 뒹굴거리기를 반복하자 천마와 연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말려왔다.

"아해야, 그렇게 힘드나?"

"힘든 건 아냐..."

그렇게 2시간이 더 흐르고 하연이와 월하가 퇴근했다.

"긴급회의! 긴급회의!"

연하가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현관에서 리우잉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듣고 온거야?'

무전기라도 틀어놨었나?

"갑자기 무슨 긴급회의야? 큰일이라도 났어?"

"오라버니가 요즘 너무 무료하고 우울하시데요. 할 것도 없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말이에요."

"맞아, 키도 작아져서 할 수 있는 것도 줄어들었고."

"키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고요... 생각을 해볼만한 문제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다들 소파에 둥글게 모여 앉아서 고민을 시작했다.

"뭔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하셨죠?"

"어, 뭐든 상관 없을 것 같아."

"경비대에 신입으로 들어오시는 건 어떠세요? 나름 할 일도 많고, 임무도 자주 있어서 좋을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저번 잠입을 생각하면 경비대의 일은 내 무료함을 충분히 풀어줄 수 있을 확률이 높고 경비대원으로서 일하려면 아무래도 키를 다시 돌려야 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 인상착의는 저희 경비대 전원이 알고 있어서 키는 못 돌려 드리고요 머리카락 좀 정리하고 염색에 서클렌즈 끼면 거의 완벽하게 속이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굳이 변장을 해야해?"

"오라버니가 제 오라버니로서 경비대에 들어가면 제대로 임무를 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변장하고 들어가야죠."

"아해가 경비대에 들어간다면 나도 경비대에 들어가겠다. 나도 집에서 가만히 있는 건 똑같은데 아해가 떠난다면 나 혼자 남게 된다. 그런 일은 경험하기 싫으니 나도 경비대에 넣어주기를 요청한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천마님이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위험할 일도 적고요."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가 오갔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A급 각성자 이하의 퍼포먼스만 사용하겠다."

"A급 각성자 정도로 긴장감이 유지가 돼요? B나 C까지 내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냐, A급 각성자라고 대충 일하면 게이트 하나 터지는 건 일도 아니거든."

상대적으로 경비대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월하가 하연이에게 반박당했다.

"그러면 일단 길드장님한테 말하고, 솔에서 파견 나온 경비원 두 명, 이라는 설정으로 가죠. 정확히는 연수 나온 신입들? A급 각성자지만 경비대 일엔 잘 모르는 여성이랑 비각성자지만 실력하나만큼은 대단한 남자라는 설정으로 설명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동안 설정이 척척 쌓여갔다.

"오라버니 나이는 어떻게 설명해요? 실제 나이대로 해요? 아니면 어리게 해요?"

"조금은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저 인상으로 25살이라 그러면 엄청 어색할 것 같은데."

"그러면 17살 정도 어때요? 너무 어린 나이도 아니지만, 어릴 때 잘 못 먹고 성장이 엄청 느리게 왔다고 하면 그럭저럭 적당한 나이인것 같은데."

한 번 경비대라는 대안이 나오자 회의가 너무 나도 쉽게 진행됐다.

"게이트 담담 부서에 들어가는 게 제일 할 게 많겠지만 어차피 연수 받는 입장이니까, 돌아가면서 일을 배워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군데를 체험하다가 이 일도 재미가 없거나 안 맞는다 싶으면 솔로 들어갔다고 치고 그만 두시면 되고 한 군데에 재미를 붙이시면 그 부서에서 계속 일하시면 될 것 같아요."

"좋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경비대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백씨 자매 둘이 열심히 회의를 하더니 결론이 나 버렸다.

"언제부터 들어가는 걸로 하는 게 좋을까요?"

"보통 경비대의 인사발령이 통보 1주일 후에 진행되는게 보통이니까 내일 당장 다음주에 신입들이 온다고 말해주고 다음주 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아."

"일단 길드장님한테 가서 이야기 하죠. 솔쪽이랑 말을 맞춰야 하니까요."

늦다면 늦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길드장은 갑작스럽게 순간이동을 해 온 우리를 웃으면서 반겨줬다.

천마의 존재를 알고 있는 길드장이었기 때문에 아물 실력을 숨기고 경비대로 들어간다고 해도 무형적인 이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냥 천마의 눈에 거슬리기 싫어서 오케이 한 걸 수도 있고.'

길드장의 허가까지 받자 다음 일은 더 쉽게 진행됐다.

저번에 염색했던 곳으로 가서 염색과 커트를 진행한 후 다른사람들에게 비밀로 하라는 비밀유지 계약서와 함께 천만원 가량의 돈을 내밀어서 입막음을 했고 경비대원들이 입고다니는 제복까지 받았다.

"천마님은 달리 변장 필요 없으세요?"

"괜찮다. 어차피 천마 입장에서 밖에 나갈 일도 흔치 않고, 혹여 경비대원 신분을 숨기고 싶으면 원래 모습으로 나가면 되니."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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