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경비대2
* * *
"저번 주에 안내했던 대로, 오늘부터 연수를 받으러 솔에서 파견나온 신입들이 있다. 각자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경비대의 일에 대해선 하나도 알지 모르는 초짜들이니 최대한 많은 걸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대하도록."
"안녕하십니까!"
"반갑다."
경비대 건물내에 있는 커다란 회의실에 모든 경비대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있었다.
"이쪽은 이고양, 아직 17살 밖에 안됐고 각성도 못했지만, 아마 경비대 전체입장에서 이 놈을 이길 수 있는 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게 소리치니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의 박수소리가 유난히 더 큰 것 같은 건 기분탓이겠지?
"이쪽은 마천아, A급 각성자니 만큼 실력 자체는 뛰어난 편이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해. A급 각성자라고 주눅 들지 말고 선배로서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은 다 알려주도록."
"반갑다."
다시 한 번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번엔 남자쪽의 박수소리가 훨씬 컸다.
"첫날은 게이트 처리부가 담당하기로 했었나?"
"당근 빠따죠!"
주황색 머리가 티나는 여성 한 명이 번쩍 하고 손을 들었다.
"부장은... 게이트 처리하러 갔겠군."
"어제 A급 게이트가 터졌으니까요, 오늘은 제가 대표입니다."
'연하 못지 않게 하이텐션이신거 같은데...'
저런 사람이 상사라...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긴 했다.
"하아, 너한테 신입을 맡길 생각을 하니 골이 다 아파오는 군."
"믿어주세요! 그리고 저희 부서에 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일 잘하는 유나씨도 계시잖아요,"
"쯧, 알겠다. 일단 오늘 하루동안 게이트 처리 부는 무얼 하는지,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 지 상세하게 알려 주도록."
"그냥 게이트로 끌고 가서 실전 경험 시켜주면 되지 않을까요?"
주황 머리의 말에 하연이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저들이 설마 게이트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생각하나? 게이트에서 살아남는 법이 아니라 경비대식으로 게이트를 처리하는 법을 교육하도록."
"치..."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 대장님."
"그래, 유나 너만 믿겠다... 일단 이만 해산하도록."
"너흰 우리 따라오면 돼!"
"알겠습니다!"
주황머리의 여자와 유나라고 불린 여자를 따라갔다.
중앙 건물을 나선 뒤 조금 이동하자 게이트 처리부 전용으로 보이는 건물에 도착했다.
"유나씨, 훈련실로 애들 집합시켜 주실래요?"
"네."
"그러면 우리는 훈련실로 가있자."
주황 머리를 따라 훈련실로 이동하니 건물 전체에 훈련실로 집합하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애들 오기 전에 미리 설명하자면, 우리 부서는 인원만 50명일 정도로 굉장히 큰 부서야. 게이트가 발생하면 주변을 통제하고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들을 막지. 웨이브에 따라서 게이트에 따라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소탕하는 경우도 있고, 최소한의 경비만 남기고 게이트에 더 이상 인력을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어. 예전에는 이렇게만 하고 끝냈는데 새 대장님이 부임하신 이후에는 근처에 혹시 빠져나간 몬스터들이 없는 지 수색도 해. 빈민가나 조금 안 좋은 주택가에 간혹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는 민원이 쌓였거든."
나도 그런 몬스터한테 몇 번 습격 당해 본 적이 있지.
"나는 박지현, 게이트 처리 부의 서열 2위야, 내 위로 부장님이 계시는 데 어제 A급 게이트가 터져서 그거 감시하러 가셨어. 외곽지면 다른 경비대원들이 감시해도 되는 데 꽤 중앙 부근이라서 몬스터가 튀어나오자 마자 바로 대처할 필요가 있거든."
"그렇군."
"그리고 게이트를 처리하셔도 안오실 확률이 높아. 부장님은 야간담당이거든. 게이트가 인간들의 시간을 보고 나타나는 건 아니니까,"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사람이 한 두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들 다 모이면 이야기 시작하자."
곧 사람들이 다 모였고 박지현 앞에나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너희에게 안내해줄 사안이 있다."
"신입입니까!"
"그렇다! 신입이다!"
"이고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천아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오늘은 둘 다 솔에서 왔고, 아예 쌩 신입이라고 한다. 최대한 많은 걸 배워서 돌아갈 예정이라 하니 가르침을 아끼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박지현이 나를 쑥 밀었...
'천마! 너 눈빛!'
천마가 박지현이 못 보는 각도에서 박지현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천마를 바라보자 다행이 살기를 없앴지만 아직도 석연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상당히 불안했다.
"자, 얘는 비각성자인데, 우리 대장님 피셜, 각성자도 때려잡는다고 하시거든? 막내 어디갔어?"
"여깄슴다."
"둘이 한 번 붙어봐 누가 이기나 보자."
꽤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나오니 천마의 표정이 한 번 더 구겨졌다.
왜 막내가 하필 여자인 것이냐!
천마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나는 전음을 쓰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내 생각이 천마에게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최대한 몸에 닿지 말고 쓰러뜨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요.'
천마도 이럴 때 보면 질투심이 참 심하단 말이지.
"제대로 싸워도 되는 검까? 한대 세게 때리면 죽는 거 아임까?"
여자가 장난 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행이라고 할까? 나를 놀리는 표현 정도로는 그렇게 화나지 않는지 천마의 기세가 더 강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되십니까!"
"D금임다."
"전력으로 덤비셔도 됨다."
권총 두개를 꺼내들었다.
내가 단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외뿔이의 뿔이 너무 강력해서 인데 너무 좋은 검이니 만큼 다른 사람 앞에서 보여주면 괜히 의심을 살 수 있으니 경비대에서 만큼은 쌍 권총을 쓰기로 했다.
"권총으로 되겠슴까? 저 권총 같은 걸로는 상처 안 입슴다."
"판정승이 뭔지 들어보셨어요?"
"처음부터 뜨거운데? 바로 시작할까?"
권총을 들고 막내 앞에 바로 섰다.
'몸 좀 풀어 볼까?'
싸움은 상당히 일방적이었다.
예전에도 D급 각성자 정도의 공격은 전부 피해내면서 누적딜을 넣었던 게 난데 현수가 회피를 전담하고 두개의 권총으로 온몸에 물리력을 가하니 제대로 다가오지도 못했다.
'평소에 쓰던 권총이 아니라서 쓸 데 없이 재장전을 해야하긴 하는데 두 개가지고 쏴서 그렇게 까지 어렵진 않네.'
철저하게 거리를 벌리고 싸우는 내 싸움방식에 만족했는지 천마가 흡족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당신이 무슨 쥐새끼입니까?"
"쥐새끼가 총 쏘는 거 보셨어요?"
몬스터용 총알 특유의 물리력으로 접근을 막고, 때로는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서 피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니 박지현이 손을 들었다.
"끝! 승부 안나겠다."
"쳇... 무승부 임까?"
"아니, 네 패배야."
"왜 제가 진검까! 서로 유효타 못 먹인 것 똑같지 않슴까! 그리고 극한까지 길게 싸우면 탄환 다 떨어져서 제가 이김다!"
"쟤가 몬스터를 잘 잡겠니, 네가 몬스터를 잘 잡겠니?"
막내가 입을 앙하고 다물었다.
"너는 각성자라서 탄환이 안통했지만 몬스터를 잡을 때는 탄환이 통하잖아? 아마 얘가 너보다 열배는 더 잘 잡을 거다. 동의하지?"
"알겠슴다."
"우리 새 막내, 생각 보다 엄청 센데?"
박지현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발 터지지 말아주세요.'
천마의 눈빛이 다시 위험해 지기 시작했다.
'집가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쓰다듬어 질테니까 제발...'
내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천마의 표정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저도 한 번 싸워보고 싶습니다!"
키가 꽤 커보이는 여자가 손을 들었다.
"네가? 넌 C등급이잖아."
"그러니까 나선 거죠. 같은 D이랑 또 붙여봤자 비슷한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그것도 일리가 있네."
뭐라고 해야 할까, 여성의 눈에는 나름의 끈적함이 담겨있었다.
대 놓고 끈적하지는 않고, 저 귀여운 아이를 대련을 핑계삼아 마구 만지고 싶다는 느낌?
아무튼 결코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
"고양이라고 했었나? 나는 아까처럼 쉬운 상대가 아닐거야."
나에대한 호의와 느끼함이 담겨 있는 말로 말하자 천마의 정신이 까득, 하고 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으윽
천마가 내 어깨를 밀어서 옆으로 치웠다.
"내가 상대해 줘도 되겠나? 고양만 태스트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어, 당신, A급 이라고 하지 않았어?"
"걱정하지 말도록, 마나의 양도 C급으로 조절하고 딱 C급에 해당하는 능력만 발휘할 테니."
"지현님?"
"재밌을 것 같은데? 한 번 해봐,"
최지현이 씩 웃었다.
"신입이라는 걸 보니까 같은 마나랑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사용하면 어지간하면 네가 이길것 같은데? 한 번 해봐, 막내가 졌는데 선배로서 기를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 하는 걸로 알겠다."
천마가 수련실 중앙에서서 여성을 빤히 바라봤다.
분노를 눈으로 들어내고 있진 않았지만, 내가보기엔 무지하게 화가 나 보였다.
애초에 천마는 화라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모두 저 여성의 명복을 빌어주도록 하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