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경비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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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이론 교육을 마친 이후에는 수신호 훈련이 있었다.
대부분 게이트 밖에서 몬스터를 막아 내는 만큼 수신호 보다는 무전을 훨씬 자주 이용한다고 하지만 게이트 내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자주 이루어지고, 이 경우엔 무전기를 이용하면서 나는 소리까지 줄여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신호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많이 쓰진 않아. 그런데 안 외워두면 필요할 때 못 쓰니까 미리 미리 외워두는 거지."
전음을 쓰면 수신호 같은 건 필요 없거늘.
'너랑 리우잉밖에 못 쓰는 걸 왜 가지고 오냐...'
요즘엔 하연이랑 월하도 천마한테 배워서 쓰는 거 같긴 하던데 일반적인 각성자들은 못 쓰는 기술이잖아.
'리우잉도 잘 쓰는 걸 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너희 생각보다 외우는 속도가 빠르다? 대부분 외우는데 일주일 이상 걸려서 알아서 외우라고 시키고 일주일 뒤에 재검사 하는데 너희는 굳이 그럴 필요 없겠다야, 어차피 수습인력이기도 다른 일 배우면서 선배들한테 알려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한참 수신호를 배우고 있을 때 박지현의 무전기가 울렸다,
"어, 왜 무슨 일 있어?"
"연하님이 솔에서 온 수습생들 좀 보러 방문하신데요."
"언제?"
"지금 당장이요."
말이 끝나자 마자 문이 열렸다.
"네 연하님,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지현님이 무전기를 끄고 연하한테 다가갔다.
"아니 그냥 솔에서 신입이 왔다길래 한 번 들러봤지, 내가 지금은 외교관으로서 이 도시에 있지만 예전에는 솔의 경비대장이었잖니? 솔에서 온 애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을지 보러 왔어."
변명도 단단히 준비해서 왔구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늘어 놓는 연하의 모습에 속으로 이마를 탁 쳤다.
"얘네들이 수습생들이야."
"이고양입니다!"
"마천아라고 한다."
"이야, 우리 신입은 간이 참 큰가봐, 상사한테 반말도 하고?"
굉장히 껄렁이는 표정으로 천마를 자극했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아주 평범한 장난처럼 밖에 안보였다.
진짜 악의가 담긴게 아니라 이왕 우위를 잡은 거 놀고 싶다는 이미지가 강했으니까.
그런 상황을 알리가 없는 박지현만 발을 동동구르며 천마를 바라볼 뿐이었다."
"당신내들 대장인 백하연은 내가 반말 쓴다고 해도 아무런 말도 안하던데 왜 당신이 나한테 지랄이지?"
"아니 그냥, 조금 마음에 안들어서 말이야.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신입인데, 너무 거만한 거 아닌가?"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연하님!"
"그래? 네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지?"
"물론이죠!"
박지현이 크게 소리 치자 연하는 그제서야 시선을 돌렸다.
"넌 진짜 귀엽게 생겼다. 몇 살이야?"
"17살이요."
"아이구 귀여워라."
연하가 나를 꼭 끌어 안았다.
천마가 또 화낼까 하고 바라봤는데 다행이 화가난 기색은 안 보였다.
아해야, 내가 지금 화난 척을 해야 맞는 건가?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천마는 나를 좋아하지만 마천아는 이고양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적당히 얹짢은 표정만 짓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근데 나는 화난척을 해도 되지.'
"이거 놔요!"
연하의 품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지만 연하는 꿈쩍도 안했다.
"에이,왜그래, 누나가 너 귀여워서 안아주는 거 뿐인데."
"저는 경비대원으로서 여기 있는 거거든요? 누나한테는 별로 안기고 싶지 않네요."
"맞습니다, 연하님, 아무리 애가 귀여워도 그렇지 일하러 온 애를 그렇게 안고 계시는 건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동이 아닐까요?"
"그런가?"
연하가 나를 풀자마자 바로 멀찍히 떨어졌다.
"그러면 일 끝나고 이따가 보자. 그 때는 업무 끝난 상황이니까 이렇게 빼면 안된다?"
연하가 그리 말하고 천마의 앞으로 이동했다.
"너도 상사한테 반말하는 버릇 좀 없애, 너 그러다가 미움 엄청 받는다."
연하가 천마의 머리를 콕콕 찔렀다.
'후환이 두렵지 않나?'
멀리 갈것도 없이 오늘 저녁에 바로 후환이 들이 닥칠텐데...
"그러면 나는 간다. 애들 관리 잘해라!"
"안녕히 가십쇼!"
연하가 문을 닫고 나가자 마자 박지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안하다, 저 양반이 워낙 괴짜라..."
"평소에도 저러고 다녀요?"
"평소엔 이렇게 강압적인 분은 아니시긴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이상한 일도 자주 시키긴 하지만 착하신 분이야 오늘은 왜 저렇게 까칠하신지 모르겠네... 대장님께 말씀드려서 천아가 존댓말 쓰는 건 재고하는 걸 부탁드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아마 연하님도 오늘 기분이 나쁘셔서 꼰대짓을 하신 거지, 괜찮아 지시면 사과하실거야."
연하로 인해 벌어진 한바탕의 소동이 끝나고 다시 교육을 재개했다.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를 막기위해서 어느 장소에 서서 포메이션을 잡아야 하는지, 위기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 등을 배우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밥 먹으러 가자, 게이트 처리부의 밥이 아주 맛있걸랑, 다른 부서 애들도 엄청 부러워해."
"부서별로 밥을 다 따로 먹어요?"
"어, 각 부서별로 건물이 따로 있고 크기도 쓸 데 없이 커서 남는 공간이 많거든, 괜히 식당을 하나 더 만들어서 왕복하는 건 시간적으로도 손해가 조금 있고 부서별로 순서를 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그냥 각자 부서에서 요리사 고용해서 먹어."
박지현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점심시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됐는지 길이 꽤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밖에서 나가서 먹는 사람은 없어요?"
"언제 출동할지 알고 밖에나가? 다 여기서 먹어, 가끔 외부에서 손님 오실 땐 나나 부장님이 밖에서 먹을 때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전부 식당에서 먹어야 해."
박지현의 뒤에 줄을 서니 다른 경비대원들이 한 마디씩 말을 걸어왔다.
우리 식당 밥 맛있다, 여기를 처음 먹었으니 다른 부서 가면 밥 제대로 못 먹을 거다.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식당은 뷔페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식사량이 많은 각성자들을 위한 식당이라 그런지 상당한 양의 음식들이 쌓여 있었다.
나야 원래도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다가 체격까지 작아졌기에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것만 담았는 데 천마는 커다란 접시 위에 음식으로 산을 쌓았다.
"엄청 많이 먹는 구나?"
"몸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먹을 뿐이다."
적당히 빈자리 찾아서 앉기 직전에 싸이렌이 크게 울렸다.
"너흰 가만있어, 우리일 아니니까."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던 경비대원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다 먹지 못한 음식과 접시만이 남아있었는데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금방 치웠다.
"저 사람들이 키퍼에요?"
"키퍼들도 있고 전문처리반들도 있어, 전문처리반애들도 장비 챙기고 준비하고 출발해야하니까 바쁘게 움직여야지, 보통은 저 정도 남은 건 다 먹을 수 있을만한 시간이 있는데 애들이 준비할 게 좀 많았나봐."
박지현이 태연하게 앉아서 밥을 먹길래 우리도 따라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때? 맛있지?"
내 생각보다도 훨씬 퀄리티가 높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집에서 해 먹는 것 보다는 훨씬 맛있었고 월하네 뷔페랑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었다.
"그러게요. 제 상상보다 훨씬 맛있는데요?"
"가끔은 대장님도 드시러 오신다니까? 그만큼 음식이 맛있으시다는 거지."
"그래서 오늘도 왔다."
하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4인용 식탁의 빈자리에 앉았다.
"아, 대장님 오셨어요? 내 말 맞지? 우리부서 점심 진짜 맛있다니까."
"그것도 있고 신입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도 확인하러 와봤다. 어때, 잘 하는 것 같아?"
"기본적인 실력도 출중 하고 배우는 속도도 빨라요, 오늘까지만 이론 교육을 하고 내일 부터는 현장에 나가서 배우게 하려고요."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군, 잘 된 일이야."
"이런 애들을 다시 솔로 보낸다고 생각하니 배가 좀 아프네요."
즐겁게 식사를 한 뒤 오후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실에서 몇시간동안 훈련을하고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박지현의 말을 겨우 거절하고 집에 돌아오니 8시였다.
"오셨어요?"
왜 경비대장이 일반 경비대원보다 먼저 끝나는 걸까? 하연이는 이미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 많이 고프시죠? 밥 해놨어요."
연하가 크게 소리쳤다.
"연하, 잠깐 나 좀 보지 않겠나?"
"하... 하하, 천마언니, 아까는 장난으로 그런거 하시죠? 진심 아니신거 아시잖... 꺄아아아아악!"
"난 화나지 않았다."
천마가 연하의 머리를 마구 주물렀다.
지압하듯 꾹꾹 누르는 걸 보니 엄청 아파보였다.
"오늘은 좀 괜찮으셨어요?"
"어,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됐고, 뭐 외우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의지가 좀 생기더라, 확실히 재밌던 것 같아."
"내일 부터는 현장으로 갈테니까, 아마 오늘 보다 더 나을 거에요. 위험할 것 같으면 천마님 뒤로 숨으셔야 해요."
"알았어."
적당히 대답한 후 저녁을 먹고 방에 누웠다.
오늘이 첫날이니 만큼 나 혼자 자고 싶다고 하니까 오늘 같이 자는 순번이었던 하연이가 흔쾌히 허락해 줬다.
'물론 주말에 구멍을 메꾸긴 해야하지만...'
내일은 현장에 나간다고 했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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