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8화 〉 현장­3 (148/265)

〈 148화 〉 현장­3

* * *

연하가 들어가고, 다른 경비대원들이 들어간 다음에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경비대원들은 주변 경계를 마치고 있었다.

'대단하네...'

주변을 살펴보니 높은 나무들이 가득한 밀림과도 같은 곳이었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봐."

연하가 능력을 발휘해서 주변 공간을 스캔했다.

"뭐지?"

연하가 표정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 있습니까?"

"생명체 반응이 없는데?"

"골렘같은 무기체가 나오는 게이트 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연하가 다시 한 번 능력을 발현했다.

"일단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저 멀리서 파장 딱 하나만 느껴지는 데?"

"하나요?"

"어, 너무 멀어서 완벽하게 가늠할 순 없는데 딱 하나만 느껴져."

"이런일은 또 처음이네요... 한놈만 있어서 게이트 밖으로 안나온 걸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일단 주변에 적으로 추정되는 반응은 없으니까 경계 풀고 주변 수색해도 돼."

연하의 말에 경비대원들이 이곳저곳을 찍고 물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한 건가? 아예 안 움직이는데?"

"지금까지 이런 적이 있었나요?"

슬쩍 천마를 바라봤지만 천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인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상한게 많아, 분명히 열대우림인데 나타나는 몬스터가 무기체인 것도 그렇고 몬스터 반응이 딱하나 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연하가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몬스터한테 갔다올게. 너는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경비대원들을 지키고 있어."

"괜찮겠어요?"

"신참도 데려갈거야. 위험할 것 같거나 몬스터가 너희쪽으로 움직이는 게 포착되면 바로 돌아올테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저도 같이 가도 됩니까?"

한쪽 손을 들고 물어보자 박지현이 먼저 만류했다.

"안돼! 무슨 위험이 있을 지 모르는 곳인데 비각성자가 움직이려 해?"

"제가 순수무력은 약해도 권총을 이용한 견제는 기가막히게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가 상대라면 어중간한 각성자 보다는 제가 훨씬 더 나을 걸요?"

"좋아. 같이 가지."

"연하님!"

연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지현을 노려봤다.

"지금은 비상상황이야. 지금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거야?"

"... 죄송합니다."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데려간다고 한거야, 3명 모두 안전하게 돌아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연하가 발걸음을 옮기자 나와 천마가 따라갔다.

"무사히 다녀와라."

"알겠습니다!"

박지현을 향해 크게 소리쳐 준 뒤 계속걸었다.

더 이상 경비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어오자 분위기가 좀 풀렸다.

"무슨 일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골렘 한마리가 다른 골렘들을 흡수한 것 같아요. 파장이 다른 골렘에 비해서 훨씬 크거든요. 예전에 B급 정도 되는 게이트에서 골렘이 나타난 적이 있는데 그 때 골렘이 다른 골렘을 먹는 현상을 포착한 적이 있어요. 아마 이번에 그거랑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아요."

"골렘이 골렘을 잡아 먹는 다고?"

"은유적인 표현이에요. 다른 골렘을 부수고 그 핵을 흡수한 거니까요."

연하가 계속 굳은 얼굴로 말했다.

"게이트 내부에서 등장하는 골렘은 전부 같은 사람이 만든걸로 추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기들 끼리 싸우거나 하지 않아요. 그 때는 워낙 넓은 게이트다 보니 제작자가 다른 골렘들끼리 서로 싸우면서 핵을 흡수했는데 여기서는 다른 이유로 골렘이 핵을 흡수한 것 같아요."

"얼마나 강할 것 같아."

"제가 아까 B급 게이트라고 했었죠? 거기서 B급으로 나타나는 골렘이 골렘의 핵 100개를 흡수한 놈이었어요. 그리고 E급 게이트에 골렘이 나타날땐 보통 망가진 핵을 가지고 있는 놈들 200여 마리가 나타나고요. 아무리 잘났어도 B급, 그 이상이 될 순 없어요."

연하의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B급이면 리우잉이 와도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연하 입장에선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

"혹시 골렘이 나타나는 게이트가 닫히기 직전의 모습을 알고 있나?"

"아뇨, 골렘들은 부산물 가치도 떨어지고 주변 환경이 그렇게 좋지도 않아서 게이트에 따로 진입해서 일을 진행하지는 않거든요."

"게이트에 남아있는 골렘들은 자기 스스로의 핵을 회복시킨다. 중국에서 E급의 골렘 게이트를 방치하다가 D급 골렘이 등장해서 크게 난리가 난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지, 수백개의 핵을 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 놈이 뭘하겠나, 핵을 회복시키고 있겠지."

"200개 짜리 핵을 가지고 있는 골렘이라는 뜻이군요..."

"정말 잘하면 A급 까지 될 확률도 높다."

'A급...'

그래도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연하만있으면 몰라도 천마가 옆에 있었으니까.

"E급 게이트에서 A급 몬스터가 나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거야?"

"아예 안되진 않아요. 게이트는 미지의 곳이니까요. 수백, 많게는 천에 달하는 E급 몬스터의 힘이 하나로 모여있는 건데, 골렘의 특성상 A급 까지 무력이 상승한다고 해도, 이건 법칙을 넘어섰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

"미리 말했지만 나는 평균적인 A급 각성자의 무력만 발휘할 거다. 진짜 위험한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천마로서의 실력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아."

"A급 정도로도 충분해요. 저도 전투계열은 아니지만 A급 각성자고, 오라버니의 탄환도 나름 도움이 될태니까요. 평범한 전투 계열A등급 각성자와 함께라면 골렘 한 마리 정도는 손쉽게 잡을 수 있죠."

연하가 상당히 편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글쎄, 나는 애초에 골렘을 잡는 것 조차 회의적이다. 아까 분명히 골렘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했지?"

"네,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요."

"굳이 건드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계속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감수해야죠. 저 골렘을 내버려 두면 24시간동안 여기에 발이 계속 묶이는 거에요. 그리고 이왕 싸울거면 게이트 밖에서 싸워서 괜히 위험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 보다 게이트 안에서 싸우는 게 피해도 훨씬 적고요."

"24시간이라... 어차피 너나나는 남는 인력 아닌가? 계속대기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만?"

"오늘 천마님이 오라버니랑 같이 주무시는 날이잖아요? 오라버니 집에서 혼자 재우시고 밖에서 몬스터나 감시하고 있으시게요?"

천마가 고민하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로 말을 바꾸었다.

"잡는 게 나은 것 같군, 우리만 24시간 대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경비대원들도 감시하느라 시간을 쓸태니 말이야."

역시 천마를 설득하는 데에는 나를 가져다 쓰는 게 최고인가?

그렇게 잡는 걸로 결정 난 상황에서 쭉 걸으니 어느새 열대 우림을 벗어나 돌로 이루어진 사막에 도착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느낄 수 있겠지만 사암느낌의 돌이 끝도 없이 펼쳐진 뜨겁고 건조한 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열대우림 바로 다음에 사암사막이라니... 게이트를 한 두 번 들어온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이상하단 말이죠..."

"우리가 이상하다 느낀다고 게이트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 빨리 잡고 끝내지."

연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열대우림안에 있는 골렘은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이런 곳에서 나타나는 골렘은 잡는 게 쉽지 않아요. 분명 사암이랑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골렘일텐데 핵을 정확히 노려서 파괴하는 게 아니면 땅속으로 숨어서 다닐테니까요."

"핵이 있는 위치는 연하 네가 알려줄수 있지 않는가."

"알아낼 순 있죠. 제 공격성으로 뚫지 못할뿐... 천마언니, 제가 가르킨 곳 정확하게 노려서 공격할 수 있어요?"

"물론이지. 그런걸 못하는 A급 각성자도 있나?"

저기... 나도 있는데, A급 몬스터용 탄환을 장착하고 발사하면 충분히 깨 부술 수 있단 말이야.

'모르겠다. 일단 얘네들한테 맡겨두자.'

오랜만에 애들 싸우는 모습을 본다는 느낌으로 구경하고 있으면 되겠지.

"놈이 우리를 눈치 챈 모양이에요. 그동안은 반응이 하나도 없었는데 사암을 밟자마자 반응이 오는 걸 보니 벌써 영역화는 끝난 것 같은데요."

"사막 깊숙한 곳에 숨어 들어가면 상당히 까다롭겠군."

"그렇죠? 그런데 아마 안 숨을 거에요. 골렘이란 놈들은 자기 구역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놈들이니까, 골렘이 지키는 구조물을 공격하면 놈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들어낼 수 밖에 없어요."

천마가 검을 꺼내 들고 연하가 언제든지 능력을 발휘 할 수 있게 준비했다.

나도 권총을 들어 양손에 쥐었다.

"녀석이 움직였으면 놈의 스펙도 알 수 있는거야?"

"네, 대충 골렘 핵 300개 정도를 이어붙인 놈인 것 같은데, 턱걸이가 아니라 제대로 된 A급 몬스터 정도는 되는 거 같아요. 공격용 골렘이 아니라 특정 구조를 지키는 방어형 골렘으로 보이고요. 원래 방어형 골렘은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어서 그 등급에 비해서 강한 놈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번에 별의 별 사태가 다 합쳐져서 A급이나 되는 놈이 튀어나왔네요."

"잡을 수 있는 거 맞지."

"맡겨만 둬요."

갑자기 연하의 발밑에서 모래로 이루어진 주먹이 튀어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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