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 현장5
* * *
골렘을 완전히 쓰러뜨린 이후의 일처리는 상당히 쉽게 돌아갔다.
연하는 능력으로 사람들을 불러서 핵의 잔해를 수거했고 그대로 게이트 밖으로 나갔거든.
"다른 것들은 안챙겨도 된는 거...에요?"
말을 하다 말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자연스럽게 존댓말로 바꿔서 연하와 나의 관계를 들키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연하한테 이런걸 편하게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했으니까.
심지어 공식적인 사수인 박지현도 있는 상황에 말이다.
"에구 우리 애기 그게 궁금했어?"
연하가 나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설정으로 봤을 때 부터 나에대한 관심을 보여줬던 연하였기 때문에 박지현도 그렇게 의심스런 표정을 짓진 않았다.
"신입이 싫어합니다."
"에이, 싫어한다니, 안 싫지? 우리가 안에서 얼마나 친해졌는데."
연하가 나를 보고 살짝 윙크했다.
"맞아요! 저희가 얼마나 친한데요!"
"아무튼 왜 골렘의 핵만 챙기는지 궁금해 했었지?"
"네."
"써먹을 만한 게 저거 밖에 없거든, 원래 열대우림이나 사암사막이나 채취할 만한 건 하나도 없는 곳이고 몬스터의 사체나 가끔 쓰는 정도인데 다른 애들이 조사해본 결과 몬스터의 시체도 못찾았다고 했으니까. 골렘의 몸을 이루는 요소는 사암이랑 핵밖에 없는 데 사암은 그렇게 메리트가 없으니까 골렘 핵만 가져온 거고, 정작 골렘핵도 한대 뭉쳐 있어서 들고 온거지 사막 이곳저곳에 숨어 있었으면 안 찾고 그냥 돌아왔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풀어주실래요?"
"에이 왜 도망갈라고 그래?"
연하가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악! 아파요!!"
그렇게 몇 번 버둥거리다가 경비대장한테 보고하러 가야 한다면서 나랑 천마를 데리고 경비대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게이트가 마무리 된 이후 정리하는 것도 보고 싶었는데 연하가 강제로 끌고 갔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언니 저 왔어요,"
"어, 잘 처리했어?"
하연이가 여러가지 서류들을 처리하며 말했다.
"네 잘 처리했어요. 골렘들이 지들끼리 잡아먹어서 일어난 현상이더라고요. 분석해보니까 원래도 골렘이랑 열대우림의 맹수들 둘로 쪼개져 있던 곳 같은데 골렘이 한 번 열대우림을 청소한 후에 세력을 불리고 다시 골렘들끼리 싸워서 300개의 핵을 가진 골렘이 나타났더라고요. 다행히 게이트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어서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스으으읍, 이런 일은 처음이지?"
"아예 처음은 아니죠. 게이트에서 그 게이트의 등급보다 높은 몬스터가 나오는 일은 간간히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이번에는 E급 게이트에서 A급 몬스터가 나오는 말도 안되는 경우였지만 한 등급 정도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꼭 나와요. 예전 솔이랑 비슷하죠."
"그래, 그게 문제지... 우리도시는 솔보다 훨씬 작은 데 말이야."
"솔도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자주 나올걸요?"
하연이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있어?"
"요즘 게이트들이 하나같이 이상한 변수를 가지고 나타나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경비대를 집어 넣는 거라서 당장에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 불안해 지는 거죠. 태양길드 내부에선 두 번째 대격변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니까요?"
"뭐?"
두 번째 대격변이라고? 그러면 진짜 큰 일나는 거 아닌가?
"대격변이라고 해도 처음 일어났던 대격변 처럼 급진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걸로 추정하고 있어요. 서서히 변하면서 우리가 적응할 시간을 주겠죠. 대신 게이트가 터지는 일도 더 잘 발생할 거고 경비대들의 업무강도도 높아지겠죠. 요즘엔 월하언니가 도와줘서 일이 꽤 줄었지만 지난 몇달간 계속 난이도가 오르고 있었거든요."
아니,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자기들 끼리만 알고 있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대비 가능한 범위니까. 하연언니가 한숨을 푹푹 내쉬는 건 게이트가 변화함에 따라 언니의 일이 늘어나서 그러는 거지 큰 위험이 닥치는 걸 걱정하고 계시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다행이고..."
그래 별 일 없겠지.
설머 두 번째 대격변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 도시엔 S급 각성자만 세 명이다.
천마는 두번 째 대격변이 터지면 천마신교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연이와 월하가 있다.
그 둘이라면 아무리 큰 사건이 벌어져도 도시를 잘 지켜낼 것이다.
'잘 해결해 낼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자.
"무거운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게이트 처리 부서 체험은 어떠셨어요?"
"네 생각보다 엄청 정교하게 돌아가던데? 예전에는 빠져나오는 몬스터도 관리 못하는 쓰레기 기관이라고 욕했었는데 그걸 좀 반성하게 되네."
"그 때는 장비도 부족했고 훈련도 부족했고 인력도 부족했으니까요."
"그걸 지금까지 개선시켜 오신게 하연 언니란 말씀, 크으 다들 박수."
나와 연하가 신나게 박수를 쳤고 천마도 작게 박수를 쳐줬다.
하연이가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것이 썩 귀여웠다.
"혹시 게이트 처리 부서에 더 있고 싶으세요?"
"으음, 일단은 다른 부서도 구경하고 싶어. 전체적으로 다 둘러본 다음에 내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활동할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요?"
"솔로 돌아갔다고 치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봐야지."
"그러면 내일 부터는 치안대에 넣어 드릴게요. 도시를 순찰하면서 빌런들을 체포하거나 수상한 사람을 잡고, 시민들간의 다툼을 중재하는 기관인데 아마 게이트 처리 부서보다는 직접적으로 할게 많을 거에요. 게이트 처리부서는 아무래도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실전에 참여 할 수 없지만, 치안대는 완벽하게 교육이 되지 않아도 사수 하나랑 붙어서 순찰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잠깐."
천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내가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본 치안대는 전부 2인 1조, 혹은 혼자 움직이던데 우리랑 같이 갈때도 2인 1조로 움직이나?"
"네, 2명이서 한조로 움직일거에요."
"그러면 내가 아해랑 붙어다니지 못한다는 거 아니냐!"
천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화났다기 보다는 삐진얼굴?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운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죠. 지금까지 신입이 들어오면 사수 하나 붙여서 둘이 보냈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마천아 같은 A급 신입이 들어왔는데 사수 하나에 신입 둘을 붙여서 보낼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악습이다!"
"악습이라뇨! 한명이서 둘을 가르치면서 일하는 거랑, 한명이 한명만 마크하면서 일하는 거랑 난이도가 같은 줄 아세요? 이게 얼마나 효율적인 방법인데요! 그리고 천마님은 오라버니랑 많이 붙어 다니셨잖아요 이번만큼은 좀 떨어져서 다니세요."
"크윽."
천마가 데미지를 입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연이가 천마를 말빨로 이겼어...'
"후우, 알았다. 이번엔 내가 양보하도록 하지."
"그러면 내일 부터 일하는 걸로 해둘테니까, 게이트 처리 부서 가서 일단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두세요. 다시 만날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다."
하연이의 집무실에서 내려와서 중앙 건물을 빠져나와 게이트 처리부의 건물로 향했다.
아침에 가서 대기하던 곳으로 들어가니 박지현을 포함해서 아까 출동했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장비들을 손질하고 정리하고 있었다.
"어, 대장님한테 보고는 다 드렸냐."
"네, 다 드렸습니다. 사실상 연하님이 거의 다 말하셨지만요."
"하긴, 우리 연하님이, 너희한테 보고를 맡길만한 인물은 아니시지, 그나저나 처음 현장을 보러 갔는데 이상 현상이 터졌네... 아마 점심먹고 기다리다 보면 새 게이트가 배정될 것 같은데 그거라도 구경해."
"넵!"
"말할 게 있다."
언제 말할지 타이밍을 잡고 있던 와중에 천마가 먼저 박지현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얘기?"
"내일부터는 치안대에서 활동한다. 일단 경비대의 모든 일을 다 체험해 보고 자신한테 맞는 일을 고르라고 하더군."
"흐음, 치안대라... 좋은 곳이지. 거의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박지현이 씩 웃었다.
"아마 너희는 여기로 다시 오게 될걸? 도시만 빙글빙글 도는 치안대 보다 게이트 처리부가 더 재밌으니까. 아, 그렇다고 치안대가 안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상대적으로 게이트 처리부가 더 재미있다는 거지."
"생각해 보겠다."
점심시간이 찾아오자 이번엔 연하까지 합류해서 5명이서 밥을 먹었다.
인원이 인원인 만큼 이상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고 다시 열린 게이트를 보러 갔다.
이번에는 다행이 이상현상이 없었고, 방벽으로 주변을 막아두고 게이트에서 나오는 모든 몬스터 들을 쓰러뜨리면서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저기 서 있는다라... 나쁘지 않겠네.'
그렇게 게이트 부서 체험이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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