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1화 〉 치안대­1 (151/265)

〈 151화 〉 치안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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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출근했을 때 우리는 치안대가 있는 곳으로 안내 받았다.

게이트 관리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남는 박지현이 우리를 안내해 줬지만 치안대의 경우 치안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분도 꽤 바빴기 때문에 천마에게 사수 한 명, 나에게 사수 한 명이 붙어서 일을 알려줬다.

천마가 나한테는 남자를 붙이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나한테 붙은 사수는 여성분이셨다.

천마한테 붙은 분도 여성분이시고,

시간이 나고 어느정도 연차가 있는 치안대원들이 전부 여성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데 나를 보고 눈을 불태우던 천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바람피면 죽여버린다는 눈빛이었지...'

그런데 내가 바람을 필리가 없잖아? 무서운 사람이 천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연하, 하연이, 월하 이렇게 세 명이 있는데 내가 다른 사람한테 눈독을 들일리가 없지.

"치안대하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순찰을 돌고 사람이 행한 범죄를 잡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치안대원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순찰을 많이 돌지 않아요. 우리 도시의 주요 순찰로가 8개 정도 되는데 순찰로 하나당 2팀씩 돌거든요. 보통 2인 1조나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무리 많아도 32명의 치안대원들만 순찰을 돌고 있는 거죠."

그렇구나. 치안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정보도 처음 들어봤다.

"제가 고양씨한테 알려드릴건 이 8개의 순찰로들과 순찰 중에 빌런과 맞붙으면 어떡하는지, 시민들이 난동을 부리는 걸 목격하면 어떡할지에 관한 기본적인 업무 활동에 대한 내용들이에요."

"질문 있습니다!"

"네, 무슨 질문이신가요?"

"32명의 치안대원들만 순찰을 돌고 있다면 나머니 치안대원들은 그동안 뭘하고 있나요?"

"놀거나 쉬지는 않고요, 언제든 다른 치안대원들이 도움을 요청할때 달려나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죠. CCTV를 감시하기도 하고, 가끔 여러일에 걸쳐서 일을 진행해야 할 때는 그것에 대한 조사를 하기도 해요. 저번에 빈민가에서 빌런 조직들에 의한 납치 사건이 벌어졌었는데 그걸 조사하고 빌런들을 잡아들이는 데에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이 다 달라붙어서 노력했던 적도 있었죠."

저번에 빌런들 잡으러 왔던 경비대원들이 치안대의 사람들이었구나?

"순찰로 하나를 도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오래 걸리진 않아요. 한바퀴 도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이면 끝나요. 2팀이 도니까 순찰로에 속하는 모든 구역들은 15분에서 30분 간격으로 치안대원이 지나가는 거죠."

"생각보다 더 촘촘하네요."

"백하연 대장님이 오시고 개선된 거에요. 예전에는 명확한 순찰로 없이 적당히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하연님의 명령으로 효율적인 순찰로를 짜고 일정 간격으로 치안대원조를 배치해서 도시 전구역을 감시할 수 있게 한거죠."

사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커다란 지도를 하나 꺼내오셨다.

"제대로된 순찰로는 직접 움직여 봐야지 아실 수 있겠지만 지도로 표현되는 순찰로는 이런 느낌이에요."

지도를 보니 중앙 치안대 건물에서 출발해서 도시를 돌아 치안대로 돌아오는 서로 다른 루트 8개가 보였다.

"이거 나름 기밀사항아니에요?"

"기밀사항이라고 볼 수도 있죠. 빌런들이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구역에서만 움직일 수도 있고 순찰로를 도는 치안대를 습격하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도 더 쉽게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순찰을 도는 치안대원들한테 이 지도를 안 보여 줄 순 없잖아요? 최대한 정보가 빠져나가지 않게 조심하고 있을 뿐이죠."

순찰로를 일정주기로 계속 변경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나중에 하연이 한테 말해보자.'

어쩌면 하연이도 비밀 유출을 우려해서 순찰로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걸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 순찰로를 바꿀만한 시기가 되지 않아서 안바꾸는 것일 뿐일 수도 있고.

"그런데 이 순찰로 대로라면 암흑가는 아예 안 지나가는데요?"

"네, 암흑가는 안지나가요. 공식적으로 치안대뿐만아니라 경비대조차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태양길드의 길드장님께서 달빛 아래의 여왕에게 암흑가의 자치권을 보장해 주자마자 모든것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면서 치안대랑 경비대의 출입을 막아버렸어요. 암흑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저희는 전혀 모르게 된거죠."

사수님이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면서 몸을 떨었지만... 글쎄? 월하는 오히려 암흑가의 청정화를 노리는 것 던데.

다른 모든 조직들을 자신의 밑으로 무릎 꿇리고 암흑가 스러운 활동보다는 생산체제로 돌리려는 게 보였다.

기술자들도 육성하고 암흑가내의 게이트를 처리하는 전담 팀들도 만들 면서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암흑가는 못들어가서 6번 순찰로의 모양이 다른 순찰로에 비해서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짧아요. 원래는 암흑가를 돌고 나오는 순찰로인데 그게 짤려버렸으니까요."

"그렇군요."

"오늘은 1번부터 8번 순찰로를 전부 돌아볼거에요. 제대로 순찰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길을 익힌다는 생각으로 따라오시면 더 편하실 것 같아요."

"마천아씨도 저희 같이 순찰로를 돌아보나요?"

"네,아마 그럴거에요. 저희랑 번호 하나정도 차이가 나게 돌겁니다. 아마 1번 순찰로로 출발 했을 걸요?"

천마가 나보다 먼저 갔다 이거지...

"저희는 언제쯤 출발하나요?"

"30분쯤 뒤에 출발할 겁니다. 마천아씨 팀바로 다음 타임으로 움직이겠네요."

조금 기다리다가 1분 순찰로를 돈 팀이 오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치안대 건물에서 출발해서 부자 거리를 도는 순찰로였는데 옷도 좋은 옷을 입고 딱봐도 부자인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였다.

"저 이런데 처음 와봐요."

"저희 도시에서 가장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요. 도시가 처음 세워졌을 때 솔에서 이주하신 분들인데 도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셨죠. 각성능력으로 건물을 세우기도 하시고, 기틀을 잡는데도 도움을 주셨으니까요."

순찰로를 쭉 돌아도 특이한 건 없었다.

아니, 굳이 따지면 몇몇 건물앞에 경호원이라도 되는 듯 보이는 각성자들이 있다는 것 정도?

"저 각성자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건물주가 따로 고용한 각성자들이에요. 건물을 지키거나 사람을 지키는 경호원들인데 덕분에 이 동네에서는 소란이 잘 안 벌어져요. 혹시 나중에 치안대로 들어오시고 순찰일정을 받았을 때 1번 순찰로가 많다면 오늘은 꽁이구나 생각하시면 돼요.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진짜 할게 없는 곳이거든요."

그렇게 30분쯤 돌았을 때 주변 벽에서 푸른 글씨가 나타났다.

­나를 빼놓고 다른 여자랑 둘이 다니니 좋더냐 아해야.

명백히 나를 겨냥하고 쓴 것 같은 글씨는 다른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지 유유히 허공에 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렇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아해만 생각하거늘, 아해는 나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겠지.

­8개의 순찰로를 도는 동안 아해는 나를 계속 따라오겠지만 그 동안 우리가 계속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그런식의 문장들이 한 블록 건너서 계속 쓰여 있었다.

나를 향한 천마의 사랑을 알 수 있어서 괜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순찰을 돌면서 이런 글씨들을 적고 있었을 천마를 생각하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번 순찰로는 난이도 가 낮은 대신 길이 좀 길어요.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데 이게 오래 걸린다고 빠르게 움직이시면 안돼요. 지금 움직이는 속도 그대로 움직이셔야 제대로 일을 하신 거에요."

사수님을 따라서 길을 걷다 보니 한 노인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길 좀 물을 수 있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사수님이 방긋 웃으시면서 맡이하시고 곧 길을 알려드렸다.

"가끔 치안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면 도와드리면 돼요. 너무 박하게 굴었다가는 민원들어와요. 융통성 있게. 아시죠?"

"네, 알겠습니다."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나 둘러보며 천마가 쓴 글씨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어느새 치안대 건물에 도착했다.

"1번 순찰로를 다 돌아봤는데 질문 있으세요?"

"혹시 순찰을 돌다가 게이트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요?"

"경비대 본부에 최소한의 통보만하고 계속 순찰을 도시면 돼요. 경비대라는 하나의 집단에 묶여 있긴 하지만 치안대랑 게이트 관리부는 다른 부서거든요. 그쪽 일은 그쪽이 메뉴얼대로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저희가 나서서 도와줄 필요는 없어요. 게이트 관리부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는게 원칙이긴 하지만요."

"그렇군요."

그렇게 사수의 뒤를 따라서 4개의 순찰로를 돌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천마도 점심을 먹기 위해 치안대 건물에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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