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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화 〉 ???­3 (155/265)

〈 155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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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와 나는 서로를 단 한 번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천마가 나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방금 들었으니 굳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쳐도 내가 천마의 본명을 아예 모르고 있다는 건 꽤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

어릴 때는 서로를 번호로 부르고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났을 때는 천마라는 명칭을 가져다가 부르고 있다.

연인사이에 애칭이 필요하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 나중으로 미루는 건 불가하겠지?"

"이름 말해주기 전까지는 각방쓰는 거야."

"끄응."

천마가 앓는 소리를 냈다.

"왜 그렇게 내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지? 천마라는 호칭도 충분히 멋지고 좋지 않나."

"천마도 멋지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네 이름을 아예 모르는 게 정당화 되지는 않아. 역으로 물을 게, 왜 네 이름을 나한테 숨기고자 하는 건데? 혹시 이름이 부끄러운 이름이야?"

"그리 부끄럽진 않다... 먼저 돌아가신 부모님이 나에게 붙여주신 이름이니... 하지만 전생의 이름을 굳이 가져 오고 싶지 않다. 아해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이름이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아해의 본명인 이수현을 내 입에 담지 않는 건 그 것이 69호가 붙여 준 이름이라 거부감이 들어서 그랬고, 내가 아해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것도, 이 곳에서 내 전생의 이름을 사용했다간 전생을 끌어올 것 같아서 그런것 뿐이다. 나는 아해에게 미르에서 환생한 천마 정도로만 남고 싶다."

쉽게 알려줄 것 같은 기색은 아니네.

"그러니까, 천마 네 과거의 이야기는 나한테 한 마디도 해주지 않겠다는 거지? 천마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배경 지식정도로 듣고 내가 그 세계에 대해서 너무 관심을 가지지 말아줬으면 하는 거야?"

"맞다."

"천마, 전생에서 남자 여럿 후리고 다녔나봐?"

비꼬듯 말하니 천마의 얼굴이 당혹감에 가득 찼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아니 왜, 찔리는 게 없으면 굳이 전생의 이야기를 안 할 필요가 없잖아. 천마신교에서 가장 높으신 천마님이시겠다. 중원도 맛있게 드셨겠다. 너한테 장가 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수두룩 했을 거 아니야. 이쪽이 찔려서 나한테 전생의 이야기를 안하려고 한거지?"

"아니다! 나는 전생에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 아해만 사랑했단 말이다! 모함하지 마라!"

천마가 진짜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어라, 이렇게 까지 억울해 할줄은 몰랐는데.'

일단 진정 좀 시킬까?

"알았어. 믿을 테니까 일단 화 좀 풀어."

"아해가 나를 그것밖에 믿지 못하다니... 상처 받았다."

'상처받긴 뭘 상처 받아.'

표정 보니까 화난 척 하고 논지를 흐리려는 모양인데,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러면 이름 말해줘! 자꾸 숨기려 드니까 계속 의심하는 거 아니야!"

"못 말해 준다!"

팽팽한 신경전이 우리 둘 사이를 흘렀다.

"네 본명, 네 제자들한테도 말해 준 적 없어?"

"없다. 내 이름을 오직 나만 알고 있다. 그리고 알려줄 생각도 없다. 평생 나만 알고 있다가 죽을 거다."

아까는 작정하고 넘기려 들면 넘어올 것 같이 굴더니 이제는 갑자기 완강하게 구네...

"자꾸 이름을 캐내려 하지 마라!"

천마가 나를 뒤에서 안고 손으로 입을 꽉 막아버렸다.

"으으읍!! 읍!!!"

'얘 진짜로 막았어.'

아무리 애를 써도 입술을 꼼짝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히 막아놨다.

"우우웁."

풀어달라는 의미로 천마의 팔을 톡톡 쳤지만 천마는 여유롭게 내 입을 막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해가 내 이름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연인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니,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인건 맞지, 하지만 말이다. 나는 내 전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전생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우웁."

작게 우웁 거리니 천마가 그제서야 나를 놓아줬다.

"나는 천마의 전생까지 사랑할 수 있는 데 말이야."

"아해가 내 전생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 가."

"모르지만, 알 수 있어. 현생의 천마는 많이 봐왔잖아? 아마 전생의 천마도 틀림없이 아주 멋지고 강한 사람이었겠지."

"그리고 미친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미친 점도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건 아해가 내 광기를 보지 못해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아해가 내 광기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아무리 아해라도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마, 생각보다 자존감이 많이 낮구나...

"그러면 전생이야기 좀 해줄 수 있어?"

"싫다. 괜히 말해서 나에대한 아해의 애정을 더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다. 아해는 나의 좋은 부분만 알았으면 좋겠다."

"그건 연인이 아니지, 서로 못난부분을 보듬어주고 이해해 줘야 연인인거 아니야? 그리고 전생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잖아. 이미 해결한 문제점인데 왜 자꾸 숨기려고 해?"

"아해야, 집요한 남자는 인기가 없다. 더 이상 말하지 말고 가서 밥이나 해오도록."

"저번에 나한테는 가부장적이다 어쩌다 그러더니 갑자기 밥을 해오라고?"

"그러면 내가 해오도록 하겠다."

천마가 쌩하고 주방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하냐...'

진짜 안 알려 줄것 같은 분위기인데...

무슨 수를 써도 이름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덤벼들었지만 천마는 쉬이 입을 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더 알려달라고 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천천히 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냥 라면 끓이겠다."

"그래, 라면 끓여."

어떻게 하면 천마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과거를 실토하게 만들 수 있을까.

'협박은 너무 치졸한 방법이고...'

아마 작정하고 같이 안 자고 이야기도 안나누면서 협박하면 먹히긴 먹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적이 아니라 연인이잖아? 서로 사이가 나빠지는 방법은 사용하면 안되지.

'느려도 괜찮아. 천천히 공략하자.'

"다 끓였다. 와서 먹거라."

"알았어."

천마가 끓인 라면은 썩 맛있었다.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라면 그 자체의 맛이었다.

"내일 둘이서 데이트나 하러 갈래?"

"데이트 말인가?"

"어, 데이트, 저번에 한 번 같이 걸어보니까 느긋하게 걷고만 있어도 좋더라고, 작정하고 데이트하러 나가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데이트라... 좋긴 하다만 다른 애들의 시간을 뺏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괜찮아. 어차피 다 출근 하러가잖아? 애들이 형평성을 요구하면 그 다음에 다른 애들이랑도 가면 되는 거고, 같이 나가자."

"알았다. 내일 애들 출근 한 후에 데이트를 나가도록 하지... 그런데 가서 뭘 할 건가?"

"쇼핑도 하고 그냥 걷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그런거지."

방긋하고 웃으니 천마도 마주 웃었다.

"근데 경비대에게 들키는 것 아닌가? 아해는 작은 모습으로 경비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나는 이 모습 그대로 경비대에서 돌아다녔단 말이다. 본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너무 커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텐데..."

"작아지면 되는 거 아니겠어?"

방긋 하고 웃으면서 천마를 바라봤다.

***

밤 10시, 우리는 모두 모여앉아 달라진 천마의 모습을 감상했다.

"천마언니 너무 귀여워요!"

"흥! 아무리 본좌가 작아졌어도 연하 너보다는 크다. 그런데 뭐가 귀엽다는 말이냐!"

160대 정도의 아담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천마는 평소와는 그 느낌이 달랐다.

분명 생긴 것도 천마랑 닮았고 단순히 키가 작아졌을 뿐인데 다른사람처럼 느껴져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죠."

"하아... 아해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당장이라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군."

"나도 꽤 오래 있었으니까 천마 너도 그렇게 버텨봐."

"알겠다..."

천마가 축 쳐진 채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이전에는 옆에 앉으면 어깨가 맞붙었는데 이제는 볼이 내 어깨에 왔다.

"마음 같아서는 더 작았으면 귀여웠겠지만... 오라버니랑 같이 다니는 건 데 너무 작으면 오라버니가 변태로 오인 받을 수도 있잖아요? 데이트를 하는 만큼 어른으로 보일 필요는 있어서 좀 덜 줄인건데, 그래도 귀엽네요."

"자꾸 귀엽다 귀엽다 하지 마라."

천마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데이트 코스는 미리 생각하신 거 있으세요?"

"당장 생각나는 장소가 몇개 있긴 해."

"혹시 예약해야 하는 곳에 찾아가실일이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세요. 예약이고 뭐고 바로 뚫어버릴 테니까."

"믿음직 스럽네."

내일 천마와 내가 데이트를 한다는 걸 처음 말했을 때는 이렇게 까지 격렬하게 도와줄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애들이 마치 자기일 처럼 나서주는 걸 보면, 확실이 애들끼리도 많이 친해지긴 했어.

"하아... 데이트는 내가 리드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잖아요. 여기는 우리 도시니까 지리를 더 잘 아는 오라버니한테 맡기시고 천마신교에서 데이트하실 때는 천마님이 리드하는 걸로해요."

그렇게 모두가 집중하는 상황에서 다음날이 찾아왔고 데이트가 시작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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