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6화 〉 ???­4 (156/265)

〈 156화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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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의 시작은 우리 총포상에서 였다.

둘이서 집에서 같이 나가도 되는 걸 그러면 기분이 안산다는 이유로 연하가 강자로 시간차로 출발하게 만든것이다.

때문에 나는 우리 총포상 앞에서 하염없이 천마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언제쯤 오려냐.'

연인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껴보기 위해선 상대가 언제 올지도 몰라야 한다는 이유로 천마가 언제 출발하는 지에 대한것도 공지 받지 못한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천마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사장님은 총포상안에서 구경난 듯 나를 지켜보고 계셨고 지나다니던 사람들 마저 한 번씩 나를 훝어 보고 가기를 30분, 드디어 천마가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큼... 어떤가 잘 어울리는가?"

어디서 난 복작인지는 몰라도 평소의 천마와는 전혀 다른 복장이었다.

칙칙하고 어두운 계열의 옷만 입었던 평소와는 다르게 하얀색 베이스에 핑크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옷이었고, 늘 바지만 입던 천마가 무려 치마를 입고 나왔다.

작은 키와 어우러 지는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와... 진짜 쩐다..."

"쩔기는 뭐가 쩌냐, 아해의 작아진 모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주 무난한 수준에 불과하다. 아해의 어린 모습 정도는 돼야, 쩐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이지."

"아냐, 너 지금 진짜 예뻐."

직접적으로 예쁘다는 칭찬을 한 건 오랜만이라 그럴까? 아니면 내 얼굴에 그렇게 진심이 많이 담겨 있던 것일까 천마가 살짝 볼을 붉혔다.

"큼큼, 우리가 칭찬을 하려고 나온 건 아니지 않은가, 데이트를 하러 나왔으니 당연히 데이트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아해가 나를 리드하기로 했으니 바로 데이트를 시작하길 요청한다."

"알았어."

데이트 코스라고 해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상당히 모자란 코스였지만 천마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데이트 코스를 짰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름 천마를 잘 아는 인간이었으니까.

"일단 점심 먹기 전까지 쇼핑이나 할까?"

"쇼핑 말인가? 본좌는 딱히 살 게 없다. 늘 집에 박혀서 아해랑 같이 있는 히키코모리인데 도대체 뭐가 필요하다고 쇼핑을 간단 말이냐. 그리고 물건이 필요하면 연하나 하연에게 부탁해서 받아오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데이트까지 나와서 물건을 사야 하는 거지?"

천마가 진심으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천마야, 장을 보는 것과 쇼핑을 하는 건 명백하게 다른 행위야. 네가 사고 싶은 걸 사고 구경도 하면서 기분을 올리는 거지 필요한 걸 사면서 심력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고."

"난 잘 모르겠다만... 아해가 그렇게 말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군. 쇼핑이라는 거 한 번 해보도록 하지."

"아마 너도 만족할 거야."

천마에게 손을 뻗으니 천마가 자연스럽게 악수를 했다.

'이건 일부로 장난 친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천마가 해맑게 웃으며 방긋했다.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잡아."

"알았다."

천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아해의 손 위치가 나보다 위에 있으니 상당히 어색하다, 분명 저번에 잡았을 때는 나보다 훨씬 아랫쪽에 있었는데 말이지."

"그때는 내 크기가 작아졌을 때였잖아. 평소에는 높이 비슷했어."

두 손을 꼭 잡고 이동했다.

도시의 여가시설들이 몰려 있는 중앙으로 이동하니 주변의 건물도 계속 좋아지고 길도 업그레이드 되어 갔다.

"이렇게 아해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겁군."

"나도 마찬가지야."

"아해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갑자기 데이트를 신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거라면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꿍꿍이는 무슨, 진짜로 데이트하고 싶어서 나온 것 뿐이거든?"

씨알도 안 먹힐 사기를 친 후 계속 걸었다.

천마가 워낙 미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남자들이 쳐다볼때마다 경계심이 생기긴했지만 다른 여자들이 나를 볼때마다 천마가 옆에서 낮게 으르렁 거렸기 때문에 경계심 같은 건 눈녹듯 사라졌다.

다른 여자를 이렇게 경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팔리가 없으니까.

"아해의 얼굴을 가려버려야 한다. 아해가 너무 잘... 생겼으니 여자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아닌가."

글쎄 내가 보기엔 여자쪽이 너무 아깝다, 하면서 쳐다 보는 거 같은데.

"내 얼굴보다는 네 얼굴을 가려야 하지 않을까? 네 얼굴이 훨씬 예쁜데 말이야."

"나를 헌팅하려는 남자가 다가오면 나는 그를 물리칠 수 있지만 아해는 아해를 헌팅하는 여성을 물리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아해는 얼굴을 가려야 하고 나는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애초에 나한테 헌팅을 걸만한 사람이 이세상에 어딨어?

"나 헌팅할 사람 이세상에 하나도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저기, 정말 귀엽게 생기셨는데 저랑 밥 한끼 어떠세요?"

"..."

"..."

천마와 내가 아무말도 없이 연하를 째려보자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쳐서 사라졌다.

"봐라. 있지 않나."

"있긴 뭐가 있어! 누가봐도 장난이잖아!"

"장난인지 아닌지 그걸 어찌 아나! 진심으로 다가온 걸 수도 있지 않은가! 일단 얼굴 가려라!"

천마가 까치발을 들고 폴짝폴짝 뛰어가며 내 얼굴을 가리려 했다.

"그러면 네 얼굴도 가려!"

서로의 얼굴을 가린답시고 아둥바둥거리기를 10분, 나와 천마가 거의 동시에 현타를 느끼며 손을 떨궜다.

"시간도 아까운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군 오늘 만큼은 맨 얼굴을 까고 다니는 것을 혀용해 줄테니 데이트나 그냥 진행하도록 하자."

"그래, 데이트 하자."

화해의 의미로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걸었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백화점같은 곳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춰섰는데 나는 우리 도시에 이렇게 거대한 백화점이 있다는 사실을 어제 처음 알았다.

"천마는 이런데 많이 가봤지? 천마신교의 지배자잖아."

"내가 이런 곳을 왜가나,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가져올텐데 말이다."

극과극은 통하는 걸까? 가난한 사람도 백화점에 갈일이 없고 부자인 사람도 백화점에 갈일이 없으니...

"일단 들어가 볼까?"

천천히 걸어서 들어가려고 하자 백화점 앞에 있던 경비병이 우리를 막아섰다.

하연이가 뽑아준 신분증을 내밀자, 바로 통과 되었다.

"우와..."

백화점 안은 정말 넓었다.

일단 처음 보이는 로비가 엄청 넓었고 꽤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많이 있었다.

"뭘 사야하나?"

생각보다 거대한 백화점의 내부에 당황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천마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를 잡아끌었다.

"뭘 사야한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돌아다니다가 끌리는 게 있으면 사면 되는 거야."

"끌리는 거라..."

천마가 고민하더니 나를 엘리베이터로 잡아끌고 7층을 눌렀다.

'7층이... 분명 검 같은 거 파는 곳이었던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보인 것은 검, 창 등 수많은 냉병기들이었다.

'데이트 나와서 무기를 사?'

하긴 이게 천마니까.

'그런데 천마가 살만한 무기가 있나?'

외뿔이의 뿔을 잘라서 압축시켜서 단검을 만들 수 있는 천마였다.

그런 천마가 이런 곳에서 무기를 산다?

'관상용이면 그럴수도 있을 것 같기도해.'

"이거 어떤가 아해야, 정말 멋있지 않나."

천마가 가리킨 건 검은색 금속으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광택이 조금 있는 걸 제외하면 칠흑처럼 어두웠는데 내 안에 있는 흑염룡을 깨울 법한 이미지였다.

우리가 검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자,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검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검을 보는 눈이 정말 뛰어나시네요. 이 검은 최근에 잡힌 S급 몬스터인 외뿔이의 뿔 중 일부를 체취해서 가공한 무기로, 뛰어난 마나 전도성과 성능을 발휘한답니다."

"가격이 얼마나 되지?"

"1억 5천만원입니다."

...뭐? 검 하나가 1억 5천만원? 장난치는 거 아니지? 진짜 1억 5천이라는 뜻이지?

"적당한 가격이군, 검과 같이 쓸 검집을 추천받고 싶은데."

"네, 같이 제작된 검집이 있는데..."

더 이상 직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정신이 멍해졌다.

"계산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남자가 할거다."

천마가 나를 툭툭건드리고는 새로 산 검이 마음에 들었는지 쭉 훑어봤다.

"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거 진짜 긁어도 되는 거 맞아?'

하연이가 마음껏쓰라고 카드를 빌려주긴 했는데 그게 한 두푼이여야 망정이지 1억이 넘는 금액이 한번에 결제가 되나?

그렇다고 이제와서 안 산다고 할 수도 없으니 조심스럽게 카드를 내밀었다.

"네! 계산 되셨습니다."

역시 하연이... 1억 5천 정도는 한번에 빠져나가도 큰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흐흐,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검이군, 검으로서 기본에 충실한 무기야, 이걸 만든 장인을 보고 싶어질 정도다."

검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천마를 지켜보니 왠지 검에게 질투심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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