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7화 〉 ???­5 (157/265)

〈 157화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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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보면서 실실대고 있는 천마의 손을 잡아끌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해야? 아해는 여기서 살 것 없나?"

"나는 더 이상 강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니까? 그런데 무기 봐서 뭐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후 17층을 눌렀다.

"천마 너는 외뿔이 같은 S급 몬스터의 신체 기관을 눌러서 내가 쓰는 단검 같이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런 무기를 구매한 거야?"

"내가 만든 건 엄밀히 말하면 무기가 아니다. 나름 절삭력이 높고 마나가 담겨 있긴 해서 아해 같은 비각성자가 몬스터를 벨 수 있게 해주기는 하는데, 그렇게 잘 만든 단검은 아니지. 그런데 이 검을 보라! 무게 중심도 완벽하고 절살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재료도 상당히 좋아서, 나 같은 실력자가 쓰면 내가 만든 무기 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지. 여기서 이런 무기를 찾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운이 정말 좋았다."

기뻐하는 천마를 보면 분명 나도 같이 기뻐야 했는데 왠지 기분이 미묘했다.

기쁘긴 한데, 이게 데이트인가? 싶은 느낌?

'그래, 천마한테는 이런 느낌의 쇼핑이 더 즐거운 거겠지.'

천상 무인이니까,

솟아오르던 질투심을 억누르고 17층에서 내렸다.

"여기는 뭘 사러 온것이냐 아해야?"

"옷 좀 살려고,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옷이 어디서 난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입는 옷들은 칙칙하고 어두운 옷 들밖에 없잖아? 나온김에 옷이나 좀 사가면 좋을 것 같아서."

"아해가 알아서 고르거라, 나는 이 검을 좀 길들여야 하니.'

'저기요 아주머니, 저희 지금 데이트 나온 거거든요? 그런데 나 버리고 검만 만지고 있겠다고?'

"천마."

내가 살짝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천마가 화들짝 놀라서 나를 올려다 봤다.

'오, 꽤 귀여운데? 나중에 몇번 더 해봐야 겠다.'

"우리 지금 데이트 온 거 맞지?"

"맞다! 우리는 지금 데이트 온거다."

"네 옷 사러 온건데 남친 혼자서 옷을 고르라고 떠나 보내고 너는 검이나 만지작 대고 있는다고?"

"아니다! 같이 다니겠다."

성능 확실하구만.

천마를 잡아끌고 옷을 쭉 둘러봤다.

한 층 전체가 여성복전문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쭉 돌았다.

"마음에 드는 옷 있으면 말해, 바로 사줄게"

검 사는 데 1억 5천만원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돈 쓰는 걸 좀 아까워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1억이 넘게 빠져 나갔는데 여기서 몇 백만 원 더 추가된다고 부담이 가진 않겠지.

"마음에 드는 옷이라..."

천마가 말을 흐리면서 계속 층을 돌았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라고 해도 당장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전생에서는 늘 정해진 복장을 입고 살거나 되는 대로 입고 살았고 현생 역시 늘 비슷한 옷 만을 입었는데 갑자기 옷을 골라보라고 한들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을 처음 봤을 때 처럼 눈을 잡아끄는 거 없어?"

"눈을 잡아 끄는 것이라..."

천마가 슬금슬금 구석으로 이동하더니 여성용 슈트가 있는 것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슈트라는 건 정장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게이트에 들어가는 경비대나 입을 법한 장비를 말하는 것이다.

'저걸 사설에서 판다는 것도 웃기네.'

"이런 옷 하나 장만해 두면 나름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네 몸에?"

"내 몸이 어지간한 것에는 상처를 입지 않는 몸이긴 해도 귀찮은 것 정도를 처리해 줘도 충분하다. 독성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갈 때 굳이 마나를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 독소를 처리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돈 값은 충분히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각성자용 슈트를 구입하는 건 반대였지만, 가격대가 높은 애들은 디자인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천마가 제발 비싼 걸 골라주기만을 염원하고 있었다.

'비싼 것들은 아마 고위 각성자가 입는 거겠지?'

하연이나 연하같은 애들이 입는 걸거다.

천마가 슈트를 쭉 훑어 보더니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무광의 슈트를 가르켰다.

"이걸로 하지."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손님, 이 슈트는..."

그 뒤로 엄청난 양의 기능들을 말했는데, 솔직히 가장 쓸모 있는 기능은 평상복 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이었다.

하늘을 난다거나 보호막을 펼친다거나 하는 기능들을 천마가 사용할 것 같지도 않았고.

"7억 8천만원입니다."

그래, 더 이상 생각을 포기하자.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뭐.

하연이의 계좌에는 돈이 두둑히 담겨 있었는지 무사히 결제가 진행됐다.

"어떠냐 아해야."

천마가 슈트를 입고 일상복으로 형태 변환을 한 뒤 나를 바라봤다.

슈트는 검은색이었지만 평상복일때는 하얀색이어서 보기에 훨씬 좋았다.

"괜찮네, 그런데 아까 입었던 옷이 더 예뻐."

"그러면 그 옷으로 갈아입고 오겠다. 이 옷은 나중에 배달해 주도록."

천마가 주소를 적는데...

'어디 주소를 적는거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월하네 건물이다.

암흑가의 중앙에 있는 곳인데다가 워낙 유명한 건물이어서 그쪽 주소를 적으면 우리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건 바로 들킬텐데...

뒤에서 주소를 훔쳐 보니 우리 총포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기면 오케이긴 하지.'

나중에 따로 들려서 챙겨가기로 하자.

"그러면 이제 아해의 옷을 보러 가도록 하지."

"응? 나?"

"설마 나만 새 옷을 입히고 아해는 평소와 같이 지낸다는 말은 아니지? 아해가 요즘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서 질리는 감은 아예 없지만 그래도 나는 더 다양한 모습의 아해를 보고 싶다."

천마가 내 손목을 잡고 바로 위층으로 이동했다.

여성복 전문인 17층과 다르게 18층은 남성복들이 전시 되어 있었는데 정장들도 보였고 일상복들도 보였다.

"흐흐, 뭐부터 입혀 볼까나."

천마가 불안한 웃음소리를 냈다.

'잘못 걸린 것 같은데...'

자기 옷 고를 때는 그렇게 고민했던 천마가 내 옷 고를때는 아주 거침 없었다.

옷들을 쭉 돌아보면서 어느정도 시선이 머무르게 되는 옷들을 전부 집어서 나한테 입혔다.

대부분은 무난하게 입을 만한 옷이었지만 몇개는 내가 입기엔 부끄러운 옷들도 있었다.

동물 무늬 잠옷 같은 거야. 그럭저럭 입을 만 했는데 도대체 이런 옷은 왜 만드는 걸까 싶을 정도로 야시시한 옷을 나한테 내밀때는 그만 정신을 잃어 버릴 뻔했다.

"흐흐흐, 좋군, 지금까지 입어봤던 거 모두 구매하도록 하지."

"내 맘에 안 드는 것도 많았는데?"

"어차피 돈도 많은데 사놔서 안될거 뭐가 있나. 그냥 창고에만 박아 놓을테니 신경 쓰지말고 결제하라."

저는 저런 옷이 집에 있는 것 만으로도 불안하거든요?

자고 일어났는데 저 옷이 입혀져 있다거나 벌칙게임같은 걸로 입게 된다거나, 월하와의 업보 청산시간에 입게 된다거나 하는 모습이 내 눈앞에 훤히 보였다.

"약속해, 절대 입히지 않기로."

"그건 약속 할 수 없다 아해야. 이세상에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강제로 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건 약속할 수있지. 흐흐."

무슨 이상한 꿍꿍이를 부리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일단 하연이 카드를 꺼내서 결제했다. 당연히 배달 장소는 우리 총포상으로 적어놨다.

'사장님... 많이 당황하시겠네.'

수십벌의 옷을 샀음에도 나온 가격은 천만원이 안됐다.

옷으로 수백만원 쓴 거면 엄청 많이 쓴 게 맞는데 검이 1억 5천만원이고 슈트가 7억 8천만원이라는 걸 생각하니 푼돈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안돼, 경제 관념이 산산히 부서지고 있어.'

"옷은 이 정도 샀으면 된것 같은데 이젠 또 뭘사러 갈 것인가."

"사고 싶은 거 있어?"

"달리 사고 싶은 건 없다. 무기류를 더 구매하고 싶긴 한데, 데이트라는 핑크빛 분위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겠지."

그래서 데이트 시작하자 마자 검을 사셨어요?

"더 사고 싶은 거 없으면 밥 먹으러 가자."

"나는 아해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다."

"너는 데이트 나왔는데 남친이 해준음식을 먹고 싶어?"

"음식의 맛보다는 아해의 정성을 맛 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나올 수는 없는데..."

그 때 익숙한 모습의 두 여성이 우리 주변을 스쳐지나가면서 마치 우리보고 들으라는 듯 말했다.

"호수가에서 피크닉을 하는게 그렇게 재밌다지?"

"주변에서 재료들을 사서 간단하게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말이죠."

"연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는 데 우리는 애인이 없어서 갈 수가 없네."

익숙한 백발을 가진 두 자매는 혹여나 우리가 못 들을 것을 걱정해서 설명을 마칠 때까지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 호수가로 갈까?"

"그게 좋을 것 같다 아해야."

호수가로 목적지가 정해져서야 두 자매는 우리 주변을 떠났다.

"쟤네는 왜 저러는 걸까?"

"아침부터 저러더니만... 아마 시간이 남아 도는 모양이다."

일단 무시해야겠지?

천마의 손을 꼭 잡고 호수가로 향했다.

가는 길을 잘 몰라서 좀 해매긴 했는데 10분만에 호수가로 도착할 수 있었다.

"와아, 우리 도시에 이런 곳도 있었어?"

푸른 풀들 사이에 자리 잡은 호수의 모습은 아주 장관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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