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6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4 (166/265)

〈 166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4

* * *

하연이를 선두로 해서 경비대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초입은 이미 조사가 끝났다고 해도 직접 들어가려고 하니 상당한 긴장감이 내 몸에 감돌았다.

게이트에 진입하는 것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곧 내 차례가 왔다.

'이미 한 번 들어가 본적있잖아. 너무 겁 먹지마.'

먼저 들어간 사람들을 따라서 게이트의 안으로 들어가니 넓찍한 초원과 미리 짜여진 포지션대로 경계를 하고 있는 경비대원들이 보였다.

"전원 진입했습니다!"

"알겠다. 백연하는 일단 게이트 내부부터 스캔하도록."

연하가 능력을 발현 시켰다.

"주변에 생체 신호 다수, 대략적인 수준은 D급으로 추정됩니다. 게이트 내부의 마나가 고루 분포되어 있는 편이라서 장거리 탐색은 어렵습니다."

"강렬한 마나반응은 느껴지지 않나?"

"반경 300m가 넘어간 곳에서는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습니다. 마나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주변의 몬스터 부터 잡는다."

게이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던 몬스터들이 인간들에게는 관심을 가졌는지 천천히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근처의 몬스터를 모두 소탕한 후 조사 범위를 넓힌다."

"알겠습니다!"

박지현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와 동시에 경비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변에 다가온 몬스터들을 허무하리만큼 쉽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하연이랑 연하를 제외해도 A급 각성자가 한 명에 B급 각성자가 4명이야 고작 이 정도 몬스터들한테 고전하진 않겠지.'

나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권총을 사용하는 내 전투 특성상 탄환이라는 자원이 소모되기 마련이니까.

진짜 바쁠 때 손을 거들어 줄 때나 내 지원이 의미가 있는거지 이렇게 여유로울 때 내가 총을 싸봤자 그건 탄환낭비밖에 되지 않았다.

"백연하."

"제 감지 거리 밖에서 추가적으로 몬스터가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럼 당장 눈에 보이는 정도면 제거하면 된다는 의미군."

하연이가 손을 쓱 흔드니 서 있는 모든 몬스터가 단번에 잘려나갔다.

"앞으로 C급 이하의 모든 몬스터는 내가 맡는다, 몬스터 처리보다는 조사에 집중에서 움직이도록."

"알겠습니다!"

아까와 같이 박지현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동을 위한 대형으로 바꾼 뒤 일정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동안에도 수많은 몬스터들이 우리에게 덤벼들었는데 하연이의 힘으로 주변에 다가오기도 전에 쓰러져 버렸다.

"대장님!"

"왜 그러나?"

"저희가 이동해도 제 탐지위치가 그대로 입니다. 저희가 들어온 게이트 기준 300m정도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마 그 범위 너머와 이전이 모종의 방법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몬스터가 더 들어오지도 않고 공간도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알 수 없는 일이군..."

반지름 300m면 어마어마하게 넓은 너비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쭉 돌면서 하연이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썰고 있으니 결국 연하가 탐지 가능한 범위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단절되어 있어."

연하가 어둡게만 보이는 벽을 두드리며 말했다.

"내 권능으로 쉽게 잘릴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영역안에서 더 이상 생체 반응은 보이지 않아요."

"게이트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쓰러뜨렸다고? 이렇게 간단하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나버린 탐사에 정신이 멍해졌다.

어려운 탐사를 바란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어렵고 힘들 줄 알았는데 하연이가 나서서 몬스터를 쓸어버리니 다 죽어 버리고 거기서 끝이났다?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지.'

하지만 달리 위협이 없는 게이트에 계속 남아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연이의 명령아래에 천천히 움직여서 다시 게이트가 있던 장소까지 돌아갔다.

"정지, 정지."

하연이를 포함한 모든 경비대원들이 놀랐다.

우리가 들어왔던 게이트 옆에는 다른 색의 게이트가 열려있었다.

"게이트...? 여긴 게이트 안인데."

연하의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백연하, 전례가 있는 일인가?"

"없습니다."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보나?"

"...들어가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게이트가 다른 게이트와 다른 점이, 적 게이트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이번에도 나 먼저 진입하겠다. 내가 진입한 후 1분간 돌아오지 않는다면, 계속 대기하도록."

"그럴 순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나에게 가해지는 시선들을 참고 말했다.

"대장님은 저희의 구심점이십니다. 그런 대장님을 두고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내가 당당하게 소리치자 주변 사람들도 동조하듯 내 말을 따랐다.

"맞아요 대장님! 대장님이 돌아오시지 않는다고 대장님을 구하러 가지 않을 정도로 저희는 나쁜놈들이 아닙니다!"

"너희들..."

하연이가 감동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감성적으로는 감동을 먹었어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모두가 다 따라가진 않더라도, 일부의 인원은 대장님을 따라가도록 해주십쇼!"

"하아... 그래, 내가 1분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면 너희들끼리 알아서 조를 짜든 뭘하든 해서 나를 따라오도록, 누가 나를 따라오는지는 신경쓰지 않겠다."

하연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위잉.

작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다.

긴장감과 걱정, 우려가 담긴 마음으로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하연이가 우리쪽으로 나왔다.

"들어가도 될 것 같다."

"넵!"

다들 활기차게 대답하고 아까와 똑같은 대형으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번 들어가 봤다고 이번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는데 지금까지 봤던 푸르른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도시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 나타났다.

'이번엔 멸망한 도시 컨셉인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커다란 건물들이 마구 세워져 있었고 그 중 몇 개의 건물은 일부가 망가져서 땅에 흩부려져 있었다.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마라. 백하연!"

"500m 정되의 범위안에서만 생체 신호가 탐지됩니다. 대부분 D급 이지만 저쪽 건물에는 B급에 달하는 보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됍니다."

"보스형 게이트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다른 놈들은 내가 다 제거하겠다."

그녀가 아까처럼 손을 휘둘렀고 마찬가지로 주변의 몬스터들이 사망했다.

그런데 하연이의 반응이 아까같지 않았다. 어딘가 어색한듯 표정을 찡그렸다.

'지금 물어볼 수는 없겠지.'

그녀는 이 탐사대를 지위하는 대장이었으니까, 그녀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였다면 진작에 말했을 것이다.

"백연하, 저 건물에 보스몹으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있다고 했지?"

"네, 저 건물에 있습니다."

하연이가 건물쪽을 바라보다가, 인상만 찡그렸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나?'

"백연하, 잠시만 이리좀 와보도록."

연하가 하연이에게 움직이자 연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하는 내 역할대로 나도 역시 걸어서 천천히 다가갔다.

"혹시 능력이 제한되거나 하지는 않아?"

"그런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언니 권능은 제약을 받는거야?"

"어, 왠지 모르겠지만 여기로 들어오니 평소 같이 자연스럽게 권능을 발현할 수가 없어, 마력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권능자체가 제약받는 느낌이야."

"위험한 거 아니야? 언니가 여기 최대 전력인데 언니 전력이 깎여 버리면..."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닌 거 같아. 권능이 제약을 받을 뿐이지 아직은 A급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으니까, 혹시나 다음 게이트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 안서 내가 어느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지 보고 움직이면 될거야."

연하가 울먹이면서 하연이를 바라봤다.

"언니..."

"그렇게 보지 마, 나한테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외부에서 나를 억압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니까 밖에 나가면 멀쩡해 질 거야."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A급 각성자와 B급 각성자들이 나서서 주변의 몬스터들을 전부 정리했다.

위험한 함정이 있는게 아니라 상대가 몬스터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자, 다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스 처럼 존재했던 몬스터를 잡을 때까지 단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C급 정도는 되는 게이트였을 텐데 이렇게 빨리 정리되다니..."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하니까.'

하연이가 아니더라도, 대단한 각성자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보스몹을 쓰러뜨리자 이번에도 새로운 게이트가 열렸다.

'결국 열렸네...'

이번에도 역시 하연이가 먼저 게이트에 발을 집어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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