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7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5 (167/265)

〈 167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5

* * *

게이트로 들어갔던 하연이가 다시 나왔다.

다시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긴 했었지만 만에 하나가 존재했었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백연하랑 이고양, 그리고 나만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겠다."

'우리끼리만 해야 하는 이야기인가?'

하연이를 따라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니 우중충한 분위기의 늪이 모습을 들어냈다.

'찝찝해.'

들어가자마자 습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기분이 정말로 나빴다.

"왜 우리만 부르셨어요?"

"아까 내 권능에 제약이 있다고 했었지?"

"더 심해졌어요?"

연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하연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게이트가 나를 거부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게이트가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고, 주변의 마나들이 나를 방해하는 느낌이야, 이 공간 전체가 나를 견제하고 있어."

"제 능력으로 감지가 되는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

하연이가 힘 없이 웃었다.

"나랑 오라버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애들 좀 데리고 들어와 줄래?"

"알았어요."

연하가 게이트에 발을 들였다.

"어지럽네..."

"그러게 말이에요, 도대체 뭐하는 게이트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둘이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니 경비대원들이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백연하, 정보 수집을 부탁한다."

"넵!"

연하가 크게 소리치고 능력을 발휘했다.

"상황이 좀, 심각한데요?"

연하가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주변에 존재하는 생체 반응은 아까랑 비슷한데, 지하 깊은 곳에서 지금까지랑은 다른 강력한 기운이 느껴져요."

경비대에 긴장감이 쫙하고 펼쳐나갔다.

"A급 몬스터인가?"

하연이의 무거운 질문에 연하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요."

경비대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연하가 저렇게 분위기를 끌었는데 보스 몬스터의 등급이 B등급일리는 없었기 때문에 A급이 아니면 S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S급 몬스터도 아니에요. A급 몬스터와 S급 몬스터의 간격이 엄청 큰데, 그 사이에 있는 정도의 강함을 가진 몬스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A+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것보다는 강해요... 굳이 따지면 S­ 정도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S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 보다는 나았지만 상대가 A+급의 몬스터보다 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워졌다.

"하아..."

하연이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한테 전달해 줄 내용이 있다."

'능력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걸 말해주려는 건가?'

하연이가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A+급이든 S­급이든 문제 없었다. 하연이는 완전한 S등급의 각성자였고, 같은 S급이 아니라면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하연이의 능력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였다.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으며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우리가 두번째 게이트에 들어섰을 때, 나는 내 권능이 제약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미미하고, 어차피 몬스터를 잡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공략을 미루지는 않았지. 그런데 세 번 째 게이트로 들어오니 내 권능이 더욱 제약되더군, A급 각성자라고 하기엔 차고 넘치지만 S급 각성자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상태가 됐다."

무거운 분위기가 경비대 사이를 감쌌다.

"백연하가 말한 보스 몬스터를 나 혼자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은채 시간만 흐르고 있을 때 박지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반항기에 찬 목소리였지만 그 의도가 불순해 보이진 않았다.

"저희 탐사대는 대장님 하나로 구성되어있는 곳이 아닙니다. 대장님이 약해지셨다고 해도 저희는 멀쩡합니다! 그렇다면 계속 탐사를 진행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박지현씨 말이 맞아요. 제가 대충 가늠해 보니까 지금 있는 전력으로도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어요."

연하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하연이를 바라보니 하연이도 결심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마음은 알았다. 탐사대를 물리지는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스몬스터를 처리하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겠다. 모두 따라와 주겠나?"

"그럴려고 들어온 건데요."

박지현의 가벼운 목소리가 주변 분위기를 풀었다.

"그러면 백연하, 보스 몬스터를 분석하도록,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지?"

"네, 할 수 있어요."

"이고양은 백연하를 지켜라 백연하는 보스 몬스터를 분석하기에도 바쁠테니 네가 백연하를 지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일단 일반 몬스터들 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종과는 닮은 곳이 하나도 없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노라면 정신이 혼미해질듯한 역겨움이 몰려오긴 했지만 하연이를 비롯한 고위 각성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썰자 금세 일반 몬스터들이 절멸 해버렸다.

"백연하, 분석은 다 끝났나?"

"네, 다 끝났습니다."

연하가 늪지대 지하에 숨어있는 보스 몬스터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멸하기 시작했다.

덩치가 어떤지 몸에 어떤 무기를 숨기고 있는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데, 그 수준이 내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상세해서 넋을 놓고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까다로운 적은 아닌 것 같군."

연하에게 보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바로 회의에 돌입했다.

놈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30분 정도가 훌쩍 흘러갔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대책을 세운 것 같군."

30분 동안 세운 계획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경비대 전원이 참가하는 레이드라면 난이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겠지만 하연이를 비롯한 고위 각성자들만 레이드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계획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았다.

다른 경비대들도 일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는데 장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이능이 있는 각성자들은 상황을 봐가면서 보스 몬스터를 잡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나도 간간히 권총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고 말이야.

"그러면 바로 진입한다."

하연이가 보스몬스터가 있다는 좌표의 위로 향하자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늪이니 만큼 완벽하게 진동이 전해지진 않았지만 보스몬스터의 크기가 실감이 날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우리를 덮쳤고, 곳 끈적한 진액으로 온몸을 감싼 보스 몬스터가 각성자들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언제 도착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와 보스몬스터와의 거리는 상당히 딸어져 있었지만 보스 몬스터의 소리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들려왔다.

'몬스터가 말도 할 수 있었나?'

고위 몬스터에게는 지성이 있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들었었는데, 말하는 걸 들은 건 처음 인 것 같다.

­내가 준비해 놓은 게이트는 어땠나 도전자들이여.

앞열에 있는 각성자들이 보스몬스터에게 대꾸했지만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크하하하, 그래 당연히 내가 준비했지, 굳이 3개층으로 나누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네 힘 말인가? 당연히 내가 제약했지, 이곳은 너 같은 강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강해지고 싶은 이가 도전하는 곳이지.

­사설이 길었군, 이제 마지막 시험을 시작하겠다.

진액으로 둘러쌓인 보스 몬스터의 크기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며 큰 진동을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