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6
* * *
진액으로 둘러쌓인 보스몬스터가 순식간에 부풀며 커졌다.
원래도 길이가 5미터,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큰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몸을 제대로 부풀리자 높이만 10미터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모습으로 변했다.
크어어어어억!!!
그리고는 지성이 있던 잠시 전의 모습은 온대 간대 없이 난폭하게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캉!!!
놈의 점액이 부드럽게 휘면서 하연이를 내려치다가 중간에 갑자기 단단해 지면서 하연이의 손과 부딪혔는데, 둘 다 분명 맨 몸인데 금속끼리 부딪히듯 강렬한 소리가 났다.
멀어서 아주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하연이는 아주 멀쩡한데 반해 보스몬스터의 몸에는 얇게 베인 듯한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물론 몸이 점액으로 이루어진 만큼 금세 그 부분이 아물어 지면서 회복됐지만 보스몬스터 보다 하연이가 조금 더 강해 보였다.
"대장님! 본체를 찾아서 가격해야 해요! 점액을 베어봤자 금방 다시 붙어 버릴 거에요."
"나도 몰라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하연이가 허리춤에 꽃혀 있던 검을 들고 보스 몬스터에게 달려갔다.
'하연이가 검 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늘 맨몸으로 싸우거나 검 비슷한 걸 휘두르는 모습은 막대기 정도를 본 게 전부였는데 제대로 된 검을 든 하연이를 보자 그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카칵!!!
손과 점액이 부딪혔던 아까와는 다르게 하연이의 검이 보스 몬스터의 중앙을 가르려 하자 상당한 깊이의 홈이 패이며 보스 몬스터의 안이 훅하고 비춰보였다.
본체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겉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연이의 검날이 본체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갈라진 점액사이로 다른 각성자들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점액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다시 붙었다.
쿠어어어어!!!
보스 몬스터가 다시 한번 점액을 크게 휘둘렀지만 모든 각성자들이 능숙하게 피해냈다.
"공격력 자체는 강한데 움직임이 아주 형편 없네요. 제 생각보다는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격도 제대로 안통하는 데 어떻게 잡아!"
하연이도 정신이 없던걸까? 평소에 연하를 대하듯 짜증에 가득한 찬 목소리가 연하가 띄워놓은 하얀색 마나구체에서 들려왔다.
"본체를 공격하라고 헸다고 본체를 향해서 검부터 휘두르는 게 어디있어요? 당연히 따로 공략법이 있죠. 갑자기 말하고 모습 키워놨다고 제가 아까 말해 드렸던 공략법은 다 까먹으신거에요?"
하연이가 한 번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자 연하도 평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도 보스 몬스터가 수차례 공격해 올 정도로 급박한 상황인만큼 괜히 근엄한 말투를 사용하기 위해 꾸밀 여유는 없었겠지.
"점액들을 천천히 떨어뜨리고 본체에 못 달라붙게 하는 식으로 천천히 상대하라니까요? 언니 수준의 각성자가 갑자기 상대가 커졌다고 당항해서 중심을 향해 검부터 날리고 보는 건 너무 미숙한 실수인 것 같은데요? 괜히 언니가 실수해서 다른 분들도 갈라진 틈에 괜히 기운 뺐잖아요."
"미안, 내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려고 날린건데, 다른 애들까지 기운 빼게 해버렸네."
연하와 하연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전투는 계속 됐고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가면서 점액들을 차근차근 떨어뜨려가는 싸움이 거대한 보스 몬스터의 몸 이곳저곳에서 보여졌다.
'협동은 거의 안하네.'
각자 자신의 팀을 이끄는 리더라서 그런걸까? 협력을 통해서 효율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걸 하는 느낌이 강했다.
어쩌면 저런 방식이 제일 효율이 좋을 수도 있다. 한 번도 합을 맞춰보지 않은 인원들이니 만큼 괜히 붙어있다가 서로 방해가 되는 것 보다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나도 간간히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탄환을 발사해서 점액의 일부분을 때어냈다.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기존의 예상보다 너무 과하게 쉬워."
연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쉬우면 좋은 거 아닙니까?"
"좋은 거 아니야, 놈은 보스 몬스터라고, 가용가능한 인력을 전부 쏟아부어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움직임이 너무 단순해서 쉽게 풀려나가고 있는거잖아? 심지어 아까 보스 본스터는 말까지 할 줄 아는 지성체였는 데 말이야 분명히 2페이즈가 있을 거야."
연하의 걱정과는 다르게 전투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6명의 고위 각성자가 작정하고 공격을 퍼붙자 빠른 속도로 점액이 줄어들었는데 2시간에 걸쳐 보스 몬스터의 크기를 절반까지 줄일 때까지 보스 몬스터는 단 한번도 공격을 명중 시키지 못했다.
단순히 점액을 휘두르고 경화시키는 정도의 공격은 한 번 눈에 익숙해진 고위 각성자들이 피하거나 막기가 너무 쉬웠기 때문에 보스 몬스터의 거친 움직임과 위압적인 몸집과는 다르게 우리쪽의 피해는 0에 수렴했다.
"언니 슬슬 조심하세요. 크기가 작아지고 슬슬 본체가 조금씩 비치는 상황이거든요? 아마 슬슬 페이즈가 바뀔 것 같으니까 조심하세요."
"알았어."
하연이의 말과 함께 보스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했던 각성자들의 움직임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지금까지는 적당히 날아오는 점액만 피하고 공격을 계속 가했다면 이제는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공격했다.
공격에만 집중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다보니 점액을 깎아내리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려졌다. 이전에 10분 동안 깎은 양을 30분에 걸쳐 겨우 깎아 냈을 때 드디어 보스 몬스터 쪽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크하하하하, 잘 해주었다! 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성이 완전히 돌아온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다들 한 군데에 뭉쳐서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다들 뭐하는 거지, 내가 무섭나? 너희들은 나를 잡기 위해 파견된 능력자들이 아닌가 그렇게 숨어만 있어서는 안되지.
순간적으로 보스 몬스터의 크기가 쭈욱 줄어들었다.
"밑에! 피해요!"
연하가 소리친 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각성자 들이 서 있던 바닥에서 점액이 튀어 나왔는데 다들 잘 반응해서 피했다.
점액이 다시 늪지대 속으로 들어가고 보스 몬스터의 크기도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나를 공략해 보아라 도전자들이여
'확실히 다른 게이트랑은 다른 것 같아.'
자기가 게이트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몬스터랑은 완전히 달랐다.
단순히 몬스터만 나오고 그들을 처치하면 됐던 기존의 게이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점이 존재했다.
"일단 놈의 공격은 제가 다 예측할 수 있어요. 보스 몬스터가 공격한 다음 공격한 점액이 회수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 때 최선을 다해서 딜링하세요!"
연하가 우리만 들을 수 있게 능력을 사용해서 이야기 했다.
콰가각!!
다시 한 번 바닥에서 점액이 튀어나왔고 연하의 말에 따라 다들 무사히 피해냈다.
"공격!!"
순식간에 엄청난 화력이 점액에 집중됐는데 그만큼 많은 양의 점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효과 확실하네요."
점액을 모두 회수한 보스 몬스터의 크기는 이전과는 확연이 다르게 즐어 들어 있었다.
적응이 빠르군!
"하연이 언니 오른쪽에서 덮쳐와요!"
보스 몬스터도 그새 패턴을 바꾼건지 아주 얇은 점액이 빠른 속도로 하연이에게 쏘아졌다.
연아의 서포팅과 하연이의 반사신경으로 피할 순 있었지만 제대로 맞았다가는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탕!!!
미리 준비해 뒀던 고급 탄환을 사용해서 점액이 시작되는 부분을 맞추자 펑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점액이 통째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양이 나이스!"
자신의 공격이 잘 통하지도 않고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손해가 크다고 느낀 것인지 보스 몬스터가 점액으로 자신을 똘똘 둘러싼 채 우리를 바라봤다.
"그렇게 자신 만만하더니, 생각되로 잘 안되니까 당황스러운 가봐?"
너희들은 뛰어난 능력자들이다. 이미 시험은 통과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하지만 너무 아쉽다!
너희의 이능이 좀 더 약했더라면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너희에게 이능의 강함으로 상대를 물리치는 것이 아닌 전략과 전술을 이용해 적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저 놈은 정채가 뭘까?'
처음 나타날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말만 들으면 우리를 위해서 게이트를 만든 것 처럼 말하고 있는데 우리를 속이려는 수작일까? 아니면 다른 몬스터와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일까?
이제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방법으로 너희를 상대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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