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 회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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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몬스터가 점액을 펼쳤다.
처음처럼 전체적인 크기를 늘린 건 아니고 점액의 체인 모양으로 엮어가면서 범위를 늘려갔는데 두 번째 페이즈에서 보여줬던 공격보다 확연하게 약점이 적은 모양이었다.
최소한 뿌리부분을 공격한다 점액들이 모두 소모될 것 같진 않았다.
'대신 본체가 위험해졌지.'
체인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회색빛을 띄고 있는 본체가 보일 정도로 본체에 대한 방비가 약해졌다.
"저 놈을 잡을 방법은 두가지가 있겠네요. 아까처럼 점액을 하나하나 깍아나가는 방식으로 싸우거나 아니면 본체를 한 번에 노리거나..."
연하가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고양이는 최대한 집중해서 놈의 본체에 총알을 박을 수 있는 각이 나오는지 살펴봐. 대놓고 본체만 때리는 건 위험할 것 같고 천천히 견제하면서 틈을 노리면..."
연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이가 보스 몬스터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언니?"
연하의 의문문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보스몬스터의 점액이 쩍하고 갈라졌다.
본체의 바로 앞의 점액까지 갈라져 버리는 장면은 상당히 압권이었지만 곧바로 점액이 다시 달라 붙기 시작했다.
써겅!
다시 붙는 점액들을 향해 하연이가 검을 휘둘렀고 작은 점액뭉치가 땅에 우수수 떨어졌다.
"두께를 얇게하면 나한테 카운터 맞는 다고! 전력으로 싸우고 싶었으면 아예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어야지, 작아질대로 작아져서 뭔 전력이야!"
까다로운 방법으로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보스 몬스터를 놀리듯 하연이의 검은 보스몬스터의 점액을 무차별적으로 덜어냈다.
"저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요?"
"그러게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
점액이 사라져 갈 수록 보스 몬스터의 크기는 작아져만 갔고 점점 회색의 몸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쥐인가?'
얼마 남지 않은 점액으로 겨우 몸을 둘러싼 보스 몬스터는 쥐의 모습과 굉장히 닮아있었다.
그것도 덩치가 사람만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쥐.
"징그럽네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취하고 있진 않았지만 점액에 휩싸여서 더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쥐의 모습은 그 자체로 혐오스러웠다.
"네 정체가 뭐지? 너는 누군데 인간의 말을 하는거지?"
크하하하, 그래 너희는 내가 누군지 들을 자격이 있지.
분명 쥐의 모습인데 그 표정이 눈에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물의 군주 샤킹이다. 작은 늪지대에서 태어나 늪지대를 오물로 덮어 버린 뒤 주변으로 확장시킨 위대한 군주! 의 분체다. 나는 진짜 샤킹이 아니야.
자신을 샤킹이라 말한 보스 몬스터가 크게 웃었다.
"그래 샤킹, 이 게이트를 만든 것이 너인가?"
정확히는 나의 본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나는 본체가 보스 몬스터의 역할로 만들어낸 분체일 뿐이고 기억과 경험은 본체와 동일한테 힘만 약한 분체라니 우스운 일 아닌가.
"너의 본체는 왜 이런 게이트를 만들었나. 분명 시험을 통과했다던가 이곳은 나 같은 인간을 위한 곳이 아니라던가 하고 지껄였잖아."
그 말 그대로다. 이 게이트는 너희를 침략하기 위해 지어진 게이트가 아니라 너희를 성장시키고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이트다.
"왜 우리를 성장시키고 시험하려고 했지? 그리고 다른 게이트들을 만드는 존재도 따로 있는거야?"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라, 나만큼 너희에게 협조적이지는 않을 테지만 앞으로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게이트들이 차근차근 나타날 거야. 그 때가서 그 놈들한테 물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샤킹이 누런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나름 제약이 걸려 있어서 많은 말을 할 수 없거든, 곧 위험한 일이 닥쳐올테니 너희를 단련시키기 위해 생성된 좋은 게이트라고 생각해. 그리고 너는 앞으로 게이트 들어오지 마. 나라서 네 힘을 제약하는 선에서 끝난거지 다른 놈들이었으면 욕하면서 바로 탈주했을 거다.
샤킹의 몸이 점차흐려졌다.
인연이 닿으면 나중에 보자고 다른 세계의 인간들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샤킹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일인지."
연하가 어지러운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위이잉
작은 진동과 함께 샤킹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게이트가 생겼다.
"다음 층도 있는 건가?"
"그건 아닐 것 같아요. 구성이 첫번째 게이트에 있던 구성이랑 많이 비슷해요. 아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게이트 같아요."
"주변 탐색만 더 진행한 뒤 별 다른 게 없다면 바로 탈출하도록 하지."
긴 시간동안 힘 썼던 고위각성자들이 쉬는 동안 다른 각성자들과 연하가 힘을 합쳐서 주변을 수색했지만 샤킹이 사라지면서 주변의 점액들 조차 사라졌기 때문에 마땅히 조사할 만한 게 존재하지 않았다.
"조사할 건 다 조사했어요."
"그러면 이제 철수하겠다."
오와 열을 맞춰서 게이트를 통과하니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갔던 그 장소로 나갔다.
나와 연하가 마지막으로 나왔는데 연하가 밖으로 나오자 마자 게이트가 사라졌다.
"오늘 조사한 게이트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말도록."
하연이의 몸에서 상당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누구라도 다른 이에게 게이트에 대하여 유출하는 자가 있다면 무겁게 처벌하도록 하겠다."
검을 한손에 들고 말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온몸에 가해졌다.
"오늘 게이트조사에 참여한 전원에게 3일간의 휴가를 줄 테니 다들 푹 쉬도록."
단순히 휴식을 주기 위해서 휴가를 주는 건 아니겠지? 아마 다른 동료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함도 있을 거야.
"대장님... 다른 애들은 몰라도 고위각성자들은 출근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 고위 인력이 갑자기 빠져버리면 업무에도 구멍이 뚫릴텐데."
B급 각성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말했다.
"알았다. 고위 각성자들은 딱 하루만 휴가를 가지도록, 처음 게이트를 탐사 할때는 일주일이 넘게 탐사만 할거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으니 하루 정도 쉬는 건 다른이들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을거다."
"넵!"
"다들 짐 정리하고 해산하도록, 그리고 이고양과 백연하 둘만 나를 따라와라."
분주하게 짐들을 정리하는 경비대들을 내버려 두고 하연이를 따라서 이동했다.
"후우... 복잡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백씨 자매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일단 길드장님한테 갈까요? 저희끼리 이야기 할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일단 길드장한테 가서 보고 하자 가서 회의만 24시간 하면 어느 정도 방안이 나오겠지."
"이번엔 나도 같이 데려가."
"안 그래도 데려갈 생각이었어요. 길드장한테 편하게 데리고 갈 만한 게이트 탐사 인원이 연하랑 오라버니 밖에 없는데 오라버니도 같이 가서 진술하시는 게 설명하기엔 더 좋을 테니까요."
하연이가 연하와 나를 잡았다.
이젠 익숙해진 감각과 함께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사각...
풍경이 바뀌자 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만연필로 무언가를 적고 있는 길드장의 모습이었다.
"왔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하네."
"당연히 알았지, 저쪽도시에서 느껴지는 기감이 살짝 늘어났으니까. 작정하고 숨었으면 몰라도 그렇게 살벌하게 기세를 뿜어댔는데 내가 설마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거야?"
길드장이 방긋하고 웃으며 글씨를 적던 공책을 접었다.
"탐사는 무사히 끝났어?"
"무사히는 끝났지. 절대로 잘 끝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야."
"희생자 안나왔으면 됐지 뭐가 문제야, 그리고 하루만에 탐사를 끝냈다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성과야. 중국에도 우리한테 나타난 게이트랑 비슷한 게이트가 나타났다면서? 어차피 계속 나타날 거라면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알아낼 필요는 없지."
길드장이 진지하게 말하며 나를 쓱 바라봤다.
"뒤에는 누구야? 동생?"
"오라버니야. 변장하고 게이트에 들어가셔서 지금 저 상태로 계신거지."
"아, 오라버니셨구나? 귀여우시네."
연하가 나를 쓱하고 가렸다.
"오라버니한텐 관심 가지지마."
"질투도 심해요."
길드장이 씩하고 웃었다.
"그래서 게이트 조사 결과가 어떻게 돼? 표정을 보니까 중간에 나온 것 같진 않은데."
"그게 말이다..."
하연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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