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0화 〉 회의­2 (170/265)

〈 170화 〉 회의­2

* * *

게이트에서 있던 일 중 대부분은 하연이와 연하가 설명했다.

나도 구석에서 따로 진술서를 쓰긴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하연이와 연하가 했던말과 일치했기 때문에 내가 달리 활약할 수 있을만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진술서나 쓰고 있을 동안 높으신 분들의 회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내 비록 진술서나 쓰는 신세긴 하지만 하연이와 연하의 오라버니로서 쫓겨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기밀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기밀이긴 하지만.'

게이트 안에서 있었던 내용들 가지고 회를 하다보니 아무리 비밀 스러운 이야기를 해도 내가 다 아는 내용일 수 밖에 없었다.

귀를 열고 슬쩍 들어보니 이번에 나타난 신형 게이트들을 등반형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붙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층 단위로 천천히 공략하면서 공략자들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샤킹에 말에 따르면 등반형 게이트들은 게이트에 들어간 사람을 성장시키고 시험하기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단순히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략들은 다른 몬스터를 상대하면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연이 같은 S급 각성자가 들어감으로서 무슨 변화가 생긴 게 아닐까 의심할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다음에 등반형 게이트가 나타나면 S급 각성자는 배제하고 각 층에 알 맞는 병력만 투입시키기로 합의를 본 것 같다.

'어째 회의가 계속 길어진다.'

3명이서 말하고 있음에도 각자 뭐 그리 할말이 많은 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데 S급 각성자 두 명과 A급 각성자 한 명과는 다르게 나는 평범한 비각성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게이트 안에서 받았던 피로가 싹 밀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까 축 쳐지고 눈 한번 감았다 뜨는데 시간이 수십분씩 훅훅 지나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진짜 졸리네...'

한 번 눈을 감고 일어나니 내 몸에는 담요가 덮어져 있었고 길드장과 동생들은 아직도 회의 중이었다.

눈을 감고 들어보니 보스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아서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들어봤다.

"등반형 게이트들을 만든 자들은 정도 이상의 강함을 가진 자들이 아닐까 싶어. 분체라고 불리는 놈도 A급 정도는 넘었으니까 아마 본체는 더 강하겠지."

"게이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수준 부터 이미 기존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애들인 거 아니야? 지금까지는 S급 게이트라고 하더라도 그 몬스터가 게이트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느낌은 없었잖아. 당연히 게이트를 S급 몬스터가 만든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진짜 문제는 등반형 게이트가 우리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만든 거라면 일반적인 게이트들은 누가 만들었냐는 거에요. 우리를 공격하려는 이들이라고 막연히 예쌍만 할 수 있지 자세한 건 알 수가 없잖아요."

'되게 진지하게 이야기 하네.'

"그리고 대격변이 벌어진지 한참이 지난 지금 등반형 게이트가 나타난 것도 이상해, 왜 지금이지? 앞으로 더 큰 위험이 나타난 다는 의미인가? 샤킹 같은 애들은 그런 상황속에서 우리가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도울을 주기 위해서 등반형 게이트를 만든거고?"

"샤킹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아직 샤킹의 말을 믿을 그 어떤 근거도 없어요. 그냥 샤킹이 그렇게 말해서 생각이 그쪽으로 쏠리는 거지 아직 우리는 등반형 게이트 덕분에 얻은 그 어떤 이득도 없다고요."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해, S급 게이트 같은게 갑자기 발생해서 몬스터를 막 풀어놓고, 견뎌봐라. 이걸 견디는 인간들만 성장 시켜 주지, 이런 식으로 막장으로 나오면 우리도 할 이야기가 없어."

길드장의 이야기에 연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처럼 그냥 가만히 있지 왜 갑자기 이지랄인지..."

"어쩔 수 없어. 샤킹이 한 말이 진짜든 거짓이든 우리에겐 새로운 위험이 찾아올거야. 어차피 받아들여야 하는 미래라면 최선을 다해서 막아내는 게 맞지."

"그렇겠죠?"

등을 보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연하의 씁쓸한 미소가 머릿속에서 연상되었다.

"일단 기본적인 회의는 이쯤하면 된 것 같고 태양길드의 중진들을 모아서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 회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긴급 소집해놨어. 슬슬 모일거야."

방금 전까지 계속 이야기 해놓고 회의를 또한다고?

'진짜 강철 체력들이구만...'

길드장은 몰라도 연하랑 하연이는 게이트에서 꽤 고생하고 왔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회의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면 강철이라는 단어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고위 각성자인만큼 체력이 강한건 당연했지만.

"바로 회의 들어갈거야?"

"아, 오라버니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셨어요는 무슨 나 일어난 것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

"바로 시작하진 않을 것 같아요. 다른 길드원들에게도 대충 상황을 설명해 주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해줘야 할테니까요."

"그 일은 내가 할 테니까 두 사람은 오라버니랑 같이 밥이라도 먹고 와, 게이트에서 나온 다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을 거 아니야."

"그러면 밥 먹고 올게요."

"3시까지만 와."

무릎을 짓고 일어났지만 너무 비몽사몽해서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어, 나는 괜찮아. 그냥 좀 졸릴 뿐이야. 밥 좀 먹다보면 낫겠지."

하연이와 연하한테 연행당하듯이 이동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한 중국집에 들어와 있었다.

"죄송해요. 좋은 데 대려다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가 솔에 있다는 것도 기밀취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런 곳 밖에 못 왔어요."

"괜찮아. 나 중식 좋아해."

정작 제대로 된 중식은 하연이를 만난이후에 처음 먹어봤고 월하의 뷔페에서 간간히 먹어본 게 고작이었지만 나름 내 입맛에 맞고 맛있었다.

"탕수육 시켜도 되지?"

"저희 눈치보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시키셔도 돼요."

"나는 그러면 짜장면이랑 탕수육"

"나도 짜장면, 곱배기로."

"저도 짜장면 곱배기로 시킬게요."

연하가 짜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길드장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게이트 이야기요. 아무래도 중요하고 나름 급한 일이다 보니 오라버니가 구석에서 주무시는 것도 내버려 두고 계속 얘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죄송해요..."

하연이가 축 쳐져서 말했다.

"아니야 난 괜찮아.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몸도 결리는 데가 딱히 없는걸.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큰 틀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언론엔 어떻게 알릴 건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압막음은 어떤식으로 할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한 이야기들은 되게 많아요."

"너희는 어떨거라고 생각해? 큰 위험이 우리한테 찾아올까?"

하연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이링 생길 것 같긴해요. 그 위험한 일이 등반형 게이트일이지, 아니면 사킹같은 존재들이 우리를 키워줄 필요가 있을 거라고 느낄 정도로 위험한일이 우리에게 닥쳐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붜가 있긴 할 거에요."

"그리고 저희는 그걸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연하가 씩씩하게 말했다.

"특히 저희 도시는 S급 각성자만 세 명이 있잖아요? 물론 천마언니는 천마신교를 지키로 가실테니 자주 못오신다고 쳐도 월하언니랑 하연언니 둘이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크기에 비해서 엄청난 전력이 모여있는 게 우리 도시니까.

한결 나아진 하연이의 표정을 보면서 짜장면을 먹으니 짭조름 한게 아주 맛있었다.

탕수육 같은 경우는 우리 삼남매 모두 찍먹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싸움 없이 평화롭게 찍어먹을 수 있었다.

"길드원끼리하는 회의에는 못들어가겠지?"

"그럴거에요. 아까는 게이트내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서 옆에 계셔도 됐는데 이제부터는 진짜 비밀스러운 회의가 진행 될테니까요."

"죄송하지만 오라버니는 저희가 길드에 방 하나 잡아드릴테니 거기서 피로라도 풀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았어, 잠이나 푹자지 뭐."

이번에도 한참 회의하려나? 세 명이서 회의해도 그렇게 오래 걸리는 데 다수의 사람과 말싸움도 하고 설득도 시키고 설득당하기도 하다보면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겠지.

아마 푹 자고 일어난 다음에도 회의가 안 끝나지 않을까?

그렇게 짜장면을 다 먹고 일어났는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늘 카드나 말로 계산하던 연하와 하연이였는데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위해서 카드 같은 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했고 애들이 미안하다고 계속 비는 걸 겨우 말리고 태양길드에 방 하나 잡아서 푹 잤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