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화 〉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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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길드의 숙소에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날 때까지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면 나를 찾아 오겠다는 연하와 하연이 모두 내 근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닫고 유추할 수 있었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밖으로 나와서 둘러보니 숙소 특유의 비슷한 방들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 펼쳐져 있었다.
'다른 데 가면 애들이 날 찾을 수 있을까?'
가볍게 산책이라도 한 번 하고 싶은데 괜히 애들이랑 동선 꼬일까봐 걱정이다.
'저번에 솔에서 나를 잃어버렸을 땐 찾는데 시간 꽤 걸렸다고 해었는데...'
그 때는 연하가 나에 대해서 몰랐고 지금은 나를 아니까 능력을 사용해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아무리 멀리가도 태양 길드 내부 정도만 돌아다닐 생각이었으니 도시 전체의 범위에서 나를 찾아야 했을 때랑은 차원이 다르게 쉽겠지.
'혹시 모르니까 쪽지 하나 남기고 가고 싶은데 뭐 적을 만한 게 없네.'
아무리 뒤져봐도 종이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걸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쪽지를 쓰는 포기한 채 일어나서 밖으로 향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해가 쨍쨍하게 비추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날이 엄청 더운 건 아니라서 적당하게 좋은 날씨였다.
'날씨 좋다.'
태양길드의 부지들을 돌아다니면서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고 몸을 좀 풀었다.
'화련이쪽은 어떻게 됐으려나?'
화련이 보다 전력이 약한 우리도 그렇게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등반형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천마신교는 우리보다 S급들도 많고 다른 각성자 들도 무공을 사용해서 동급 각성자보다 월등히 강하니까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
'그쪽도 역시 뒤처리 쪽이 문제려나?'
게이트를 클리어 했더라도 앞으로 나타날 등반형 게이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판단해야 하고 천마신교도 우리처럼 등반형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위험은 뭔지에 대해서 회의하고 연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언제쯤 오려나.'
엄청 보고 싶은데 할 일은 다 끝나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야속했다.
'심심하다.'
아무 생각없이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엄청난 무료함이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연하도 없고 하연이도 없었기에 혼자서 멀리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돼서 태양 길드 내부만 빙빙 돌고 있는 내가 굉장히 한심했다.
'그냥 나갈까?'
연하가 찾을 수 있을 법도 한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태양길드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생긴 건 어린애 모습이라서 그렇게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대답한 번 잘 못했다가는 바로 쫓아낼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럭키.'
내가 내 발로 나가면 동생들한테 엄청 혼날 것 같았는데 이 사람을 이용하면 나한테 돌아오는 화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대신 이 사람이 엄청 혼나겠지만 그건 내 알바 아니겠지?
"그... 그게요..."
겁을 먹고 불안한 눈치로 시선을 피하니 길드원이 엄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들어오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계속 계시면 안돼요. 태양길드 사유지입니다."
"네..."
소심하게 대답하고 길드원을 따라서 태양길드 밖으로 나갔다.
"다시는 오지 마십쇼."
"넵!"
소심했던 모습은 버리고 씩씩하게 대답한 후 바로 밖으로 나갔다.
'태양 길드 경비도 생각보다 허술한데?'
아무리 어려보여도 태양길드 안에서 발견된 민간인을이렇게 한가롭게 보내줘도 되는 거야?
어떻게 들어왔는지 왜 들어왔는지 정도는 취조할 줄 알았는데 다시는 오지 말라고만 말하고 그냥 보내 버리네.
'나야 좋지.'
편하게 나올 수 있었으니까.
태양길드 밖으로 나오니 솔의 번화가가 딱 보였는데 촌뜨기 도시인 우리 도시보다 훨씬 넓고 있는 것도 많았다.
'돈은 충분히 있고.'
시간도 여유로운 편이니까 오늘은 혼자서 놀자!
그렇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걷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음산한 인상의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어깨를 잡은 여자의 손을 털어내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는데 여자는 내 어깨를 꽉 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기요? 왜 그러시냐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애써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변을 지나가는 것이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걸로 보였다.
"너 어제 백하연, 백연하랑 같이 돌아다녔었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언제 본거지? 라는 의문과 동시에 하연이와 연하가 마나를 사용해서 최소한의 은신은 한 상태였는데 어떻게 본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걔네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애들이 아닌데...'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다.
하연이나 연하의 실력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을 알아채지 못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
"누구세요?"
내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여자가 씩 하고 웃었다.
"백씨 자매 직장 동료라고 생각해."
직장 동료라고? 중진들은 전부 회의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태양 길드 내부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야! 회의 중에 도망치면 어카냐!"
"누가 도망쳤다는 거야. 몇 시간째 비슷한 말만 계속 반복되길래 지루해서 쉬러 나온 것 뿐이야."
"그게 도망친 거랑 뭐가 다른데."
"다른 거지."
일단 태양길드의 사람은 맞는 것 같다.
과하게 경계해서 뻐근해진 몸을 풀고 위쪽을 올려다보니 두 여성이 아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너는 그게 문제야 아무리 지루해도 길드 중진들이 다 모인 회의인데 멋대로 나가버리면 어떡해?"
"그러는 너도 지금 나와 있잖아."
"나는 길드장님이 너 잡아오라고 해서 나와있는 거야. 너 같이 허락도 안 맞고 멋대로 나와있는 인간이랑은 다르다고 알아 들어?"
"누가 따라나오래?"
태양 길드 중진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 정도면 굉장히 고급 정보 아닌가?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를 텐데 그렇게 크게 이야기 해도 되는 거야?
"그리고 하연님 오빠분은 왜 데리고 나왔어? 납치극이라도 버리게?"
"내가 데리고 나온 거 아니야. 나오자 마자 우연히 마주쳐서 말을 걸었을 뿐이라고."
내가 하연이 오빠인걸 알아? 어떻게?
"제가 누군지 아세요?"
"알다마다요. 길드장님이 회의 시작 전에 하연님 오라버니가 그렇게 귀엽고 잘생겼다고 얘기를 엄청 하셨거든요. 길드장님의 말씀하신 거랑 똑같이 생기셔서 바로 알았어요."
"그러면 어제 제가 하연이랑 연하랑 돌아다닌 걸 안 것도..."
"맞아, 너희가 같이 돌아다닌 걸 본 게 아니라 어제 같이 돌아다녔겠거니 해서 말한 거야."
그것도 모르고 엄청 쫄았네.
"근데 오빠분은 왜 밖으로 나오셨어요? 길드가 마음에 안 드셨나?"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길드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쫓았어요."
태연하게 말하니 뒤에 나온 여자쪽의 얼굴이 험악해 졌다.
"어떤 새끼가... 누가 그랬습니까?"
"진정해 설마 길드원이 얘가 백하연 오빠인걸 알고도 내쫓았겠어? 외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가라고 했겠지. 걔로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아... 죄송합니다 제가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서요."
꽁트 보는 느낌이네.
"두 분다 회의하러 들어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회의라니, 손님을 두고 어떻게 회의를 하러 가겠어? 우리가 솔을 안내해 줄 태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리만 따라와."
"야!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면 이렇게 작고 여린 사람을 두고 그냥 회의하러 돌아가자고? 솔 치안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닌데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 그래?"
"그것도 그런데..."
"저는 혼자다녀도 괜찮아요."
"우리가 안괜찮아."
그렇게 말하다니 내 어깨를 잡고 천천히 밀기 시작했다.
"가기 싫으면 너 혼자 돌아가."
"네가 더 불안하다."
결국 다른 길드원도 우릴 따라왔고 어색한 3명의 솔 탐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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