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실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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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가 돌아오지 않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3일이면 올 줄 알았던 연하가 5일이 다 되가도록 돌아올 기색이 전혀 없자 하연이가 솔에 찾아가서 길드장한테 연하는 언제 오냐고 물었는데 길드장은 연하는 이미 우리 도시로 출발했다는 말만 할 뿐 연하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연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지?'
연하가 자신의 의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연하가 달리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간다고 해도 우리에게 말하고 갔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월하의 말로는 길드장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치고 연하에게 따로 시킨일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글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연이한테 사기를 칠까?
연하가 돌아오면 길드장이 친 사기를 하연이가 알게 되는 데 길드장이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했을까?
'그렇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하의 실종소식을 들은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 그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비록 피는 통하지 않았지만 연하와 나는 남매였으니까.
여동생이 사라졌는데 걱정하지 않는 오빠가 어딨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나 혼자 움직일 수는 없었다.
A급인 연하가 사라질 정도로 위험한 일인데 건 각성도 못한 나한테는 더욱 위험할테니까.
월하랑 하연이는 도시를 비우기 쉽지 않은 몸이라서 화련이랑 같이 움직이려고도 했었는데 월하가 자기도 따라오겠다고 나서서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도시를 비울 수 없는 경비대장과는 달리 암흑가의 여왕은 자리를 비워도 됐으니까.
하연이가 암흑가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정도만 마련해둘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3일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저깨 시작했으니까 내일이면 연하를 찾으려 갈 수 있는 거지.
"천마 너는 연하가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아해야. 지금 그 말 나한테 30번은 넘게 한 것 알고 있나?"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
"진정으로 위험한 일이었으면 내가 진작 움직였을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네 기감에도 안 잡힌다면서 연하가 아무리 작정하고 숨었다고 쳐도 네가 뒤지면 당연히 어디있는지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이것도 20번은 말한 것 같은데 나라고 모든 이들을 기감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상의 마나가 약화되어 있거나 아주 거리가 멀거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면 파악할 수 없지, 그리고 연하는 아마 게이트에 들어간 것 같은데 연하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게이트가 나타난것은 확인하지 못했으니 연하는 안전할 거다."
"그래, 안전하겠지?"
불안감을 담은 채 화련이를 올려다 보니 화련이가 나를 쓱 껴안아 줬다.
"당연히 안전할 거다. 연하가 아닌가. 혹시 모르지 내일 우리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등장해서 태연하게 뭐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맥은 빠지겠지만 연하의 안전은 완벽하게 보장되는 거니까.
"내일 아침일찍 출발하려면 지금부터 잠을 푹자둬야 하지 않겠나. 걱정은 그만하고 가서 잠이나 자도록 혹시 잠이 안오면 말해라 자장가라도 불러줄테니."
"알았어. 너도 잘자."
내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누구도 내 옆에 있지 않았다.
오늘은 원래 연하가 내 옆자리에서 자는 날이었으니까.
***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연하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났다.
연하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물건들을 준비했는데 월하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 안에 전부 들어가서 따로 챙길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연하씨를 찾을 생각이에요?"
"나도 잘 모르겠어..."
연하가 걱정돼서 무작정 나온거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해야, 내가 있지 않나 연하가 들어갔을 만한 게이트 정도는 몇개 추정해 놓은 것이 있고 정 방법이 없으면 솔과 우리도시 사이에 있는 모든 게이트를 뒤져보면 되지 않겠는가."
"그게 가능해?"
"월하와 내가 힘을 합쳐서 밤에 잠도 안자고 반복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게이트를 클리어 하지 않아도 연하가 안에 있는 지 없는지 정도만 파악하면 되니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작업이 아니다."
"저는 반대에요. 되도록이면 미리 알아보셨다는 게이트에서 연하씨가 나오길 빌어야겠네요."
화련이의 몸을 잡고 순간이동하니 상당한 크기의 게이트가 보였다.
"일단 여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굳이 확인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괜히 이런 게이트들을 배제하고 돌아다녔다가 연하가 배제한 게이트에 있다면 고생을 더 하는 것이 아닌가."
월하와 화련이가 이 게이트엔 연하가 없다고 추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평범한 게이트 처럼 주변에 몬스터가 가득 튀어나와 있었는데다가 몬스터의 종류를 분석해 보면 게이트안에서 좋은 자원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게이트 안은 평범한 B급 게이트에 불과했다.
크기가 더 크고 환경이 더 크게 펼쳐졌다는 걸 제외하면 저등급 게이트와도 다른 점이 없는 곳이었다.
"다음 게이트로 이동해요."
"알았다."
그렇게 열 개가 넘는 게이트들을 돌아다녔다.
게이트들 중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평범한 게이트였지만 두 개는 등반형 게이트였는데 층이 나눠져 있었기 때문에 1층과 2층의 몬스터를 모두 쓸어버린 다음에야 연하가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몇개나 남았어요?"
"이제 한 개 남았다. 그리고 연하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지. 아마 다른 게이트들을 다 합쳐도 이 게이트에서 연하가 나올 확률만 못할 거다."
"그러면 처음 부터 여기부터 왔으면 됐던거 아니야?"
화련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하가 앞으로 갈 게이트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한 이유는 그 게이트가 다른 게이트들 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게이트기 때문에 그리 말한 것이다. 게이트 하나를 탐색할 때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다른 게이트들을 먼저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게이트라고 해도 두 종류밖에 없는 데 더 오래 걸리는 게이트가 있어?
"오래 걸린다니? 무슨 게이트길래 그래?"
"이제 우리가 들어갈 게이트는 특수형 게이트다."
"특수형 게이트?"
화련이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해는 평범한 게이트밖에 본적이 없겠지만 게이트가 어느정도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변이가 크지 않아서 평범한 게이트로 묶지만 간혹 그 변이가 너무 커서 따로 분류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게이트를 특수형 게이트라고 부르는 거구나?"
"맞다. 등반형 게이트도 특수형 게이트의 일종이지만 워낙 많이 나오기에 따로 분류를 할 뿐이지 엄밀히 말하면 특수형 게이트가 맞다."
"연하씨가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렇다. 연구를 하기 위해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지간하면 이 게이트안에 있을 거다."
"만약 없으면 어떡해요?"
화련이가 월하를 빤히 쳐다봤다.
"아까 말했지 않느냐 솔과 우리 도시 사이에 있는 게이트들을 다 뒤져보면 된다고."
"그건 제가 싫은 데요."
"싫으면 다음 게이트에서 연하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라."
그렇게 말하고 바로 나를 잡고 순간이동을 했는 데 월하가 바로 따라왔다.
"게이트 색 한 번 특이하네요."
"이런 색은 나도 처음 보는 군."
거대하게 형성된 게이트의 색은 검은색이었다.
누가봐도 불길함이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천마와 월하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바로 들어갈까요?"
"그러도록 하지."
월하가 먼저 망설임 없이 들어가고 나와 화련이가 월하를 따라서 들어갔다.
둘의 발걸음이 거침이 없을 수 있는 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강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어지간한 게이트는 혼자서 들어가도 다 깨부술텐데 그런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겁먹을 게 없을 법도 했다.
"확실히 일반적인 게이트랑은 다르네요."
게이트에 들어오자마자 보인건 노란색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의 방이었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들어왔던 게이트 조차 말이다.
"연하씨가 못 나오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네요."
"이 정도 게이트는 그냥 부숴버릴 수도 있지만... 연하가 못나가고 있는 건지 안나가고 있는 건지 모르니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군 연하는 뒤끝이 심하니 연구 중이었는데 게이트를 파괴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틱틱대겠지."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앞에 녹색의 피부를 가진 괴물이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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