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재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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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게이트의 제작자가 전투경험이 없다고 해도 너무 약했어. 내가 아니라 월하가 해도 쉽게 끝냈을 것 같은데?"
"게이트 제작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해야?"
화련이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움직이는 꼴을 보면 몬스터는 아닌 것 같고 나름 지성체 인 것 같은데 게이트 안에 우리 말고 다른 지성체는 게이트의 제작자 정도를 제외하면 없는 거 아니야?"
"아해는 그렇게 생각했나보군? 여기에 지성을 가진 존재가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러면 아니야?"
화련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웃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누굴 찾으러 여기에 왔지?"
"연... 아! 방금 상대가 연하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으거야?"
화련이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전투를 못해도 게이트를 만든 보스몬스터가 이렇게 형편없이 지진 않을 것 아닌가, 상대가 연하였다고 완벽하게 확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보스몬스터가 아해를 상대했을 확률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네 말 들으니까 그런 거 같아... 내 상대가 연하라... 일단 연하가 여기 있을 확률이 굉장히 올라간거네?"
"그렇다. 상대가 연하였다고 확신 할수는 없기 때문에 이 게이트에 연하가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단 있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 것은 맞지."
"멀쩡히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앞으로 무슨 위험이 닥쳐올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멀쩡히 잘 살아있다는 뜻이니 마음이 한결편해졌다.
"그런데 왜 연하가 시작한 곳과 다른 곳에서 시작한 걸까?"
"보스몬스터의 의도거나 단순히 들어오는 시간의 차이가 컸기에 발생한 현상일 수도 있지. 아마 연하는 연하대로 방들을 개척하고 있을 것이다."
"연하는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이 곳에 있었으니까 더 많은 방을 발견했겠지?"
"이미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계속방을 탐색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연하가 이 게이트안에 있다는 게 반쯤 확실시 된 상황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의문이 있었다.
"연하는 왜 이 게이트에 들어온거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 길드장이 시켜서 들어온 걸 수도 있고 오던 길에 검은색 게이트를 보고 들어왔는데 탈출구도 없고 해서 방을 막 개척하는 중일 수도 있다. 어느쪽인지는 만나서 물어보면 훨씬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
화련이가 앞쪽을 향해 나아갔다.
"게이트가 아무리 커도 무한한 크기를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다. 이미 연하또한 상당한 크기의 방을 개척했을 테니 우리도 충분히 방들을 클리어하면 결국 연하와 만날 수 있겠지."
"같이 가요!"
빠르게 걷는 화련이의 뒤로 나와 월하가 뒤따랐다.
"빨리 미션을 내라 보스 몬스터."
화련이 장난스럽게 한 마디 하자 방 중앙에 거대한 시계가 생겼다.
째깍...째깍...
시계는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많은 기어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있었다.
"어쩌라는 거지?"
"시간이 좀 안 맞는 군 소리가 한 번 들릴 때 마다 1초가 흘러야 하는데 미묘하게 시간이 더 흐른다. 아무래도 그걸 고치는 것이 이 방의 미션인 듯 하다."
"가능 한 거에요?"
"가능은 하다. 기어를 건드릴 때마다 시간이 얼마나 달라질지를 측정하고 계산해서 시간을 맞추면 클리어는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 다른 방으로 가볼까요? 방이 여기 밖에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게 좋겠군."
왔던길로 쭉 돌아가서 완전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꼭 이렇게 직진할 필요가 있는 거야?"
"일단 계속 직진 해서 벽에 도달해야 게이트 전체의 크기가 감이 잡힐 것 아니냐.그리고 연하를 찾아야 하는 입장으로서 개척한 방 대비 최대한 많은 방과 인접할 필요가 있으니 직선으로 이동한 것이다."
뒤쪽의 방에 도착하니 이번엔 붉은 색의 피부를 가진 괴물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모양은 인간형이었지만 단순히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형이라고 칭한 것이지 실제 모습은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
콱!
다만 그 몬스터 조차 화련이의 일격에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가자."
몬스터가사라지고 문이 생기자 마자 바로 다음문으로 이동하니 30초 만에 방하나를 돌파했다.
이 이후에도 지금까지와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화련이가 가볍게 처리해 버리고 적당한 난이도를 가진 미션이 나타나면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 클리어한다.
시계처럼 아예 오래 걸릴 것 같은 미션이 나타나면 옆으로 빗겨가면서 1시간 동안 50개가 넘는 방을 개척했다.
1시간은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게이트를 공략하는 입장에선 그렇게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당장 샤킹을 잡는 데만 3시간이 넘는 시간이 날아간 만큼 1시간정도면 아직 초입 정도라고도 볼 수 있지.
내가 왜 이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을 강조하고 있냐면 어려운 방만 슬쩍슬쩍 피해가면서 직진하던 우리의 앞에 한쪽 방향의 벽이 막혀있는 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단 이쪽이 끝인 것 같군."
"혹시 모르니까 옆쪽으로 건너가서 확인해 봐요."
바로 옆방을 클리어 하니 마찬가지로 한쪽 벽면이 막혀 있었다.
"다시 뒤로 돌아가서 지금뚫어 놓은 곳의 수평으로 이동하자꾸나."
"알았어."
그나저나 엄청 넓네.
한쪽으로 50칸가까이 왔고 게이트 내부가 정사각형이라고 가정을 해 보면 아무리 적어도 2500개의 방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말이 2500개지 한개당 1분씩만 잡아도 40시간이 걸리는 거대한 곳이었다.
'이걸 언제 다 뒤지냐...'
당연히 다 뒤지는 게 아니라 일정 간격을 두고 직선으로 밝혀 내야 연하와 만날 확률을 올릴 수 있겠지.
다시 뒤로 걸어서 중간지점에 도착한 뒤 이번엔 옆쪽으로 이동했다.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오래 걸리진 않으리라 본다. 우리가 연하를 눈치챈 것 처럼 연하도 아해임을 눈치챘다면 우리와 만나기 위해서 직선으로 길을 파 놓을 태니 아마 금방 만나게 되겠지."
이번에도 아까 처럼 파죽지세로 방을 개척해 나갔다.
몬스터가 나오는 방은 30초 안돼서 뚫렸고 대부분의 방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돌파당했다.
가끔 나오는 어려운 방 정도만 빗겨 지나가보니 다시 30여개의 방을 돌파했다.
콰직!!
검은 갑주를 두른 몬스터가 생성됨과 동시에 짜부가 되어 죽어버렸다.
화련이의 이능을 버티지 못하고 즉사해 버린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평범하게 3개의 문이 추가로 개방됐다.
"찾았다 아해야."
나는 기감같은 거 없어서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천마의 기감에 연하가 잡히는 듯 방긋 웃었다.
"혼자서 많이도 개척해 놨군 다만 한 군데에 뭉쳐있다가 이제야 한가닥 쭉 뻗는 걸 보니 우리를 찾기 위해 이동한 모양이다."
"연하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거지?"
"그래 아까 만난 존재가 연하였던 모양이군."
괜스래 기분이 좋아졌다.
연하를 찾은 것도 좋고 연하보다 내가 순수 전투실력만큼은 앞서나간다는 것도 좋았다.
"연하는 우리를 찾아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방 너머가 잘 잡히지 않는데 아무리 연하씨가 정보계열 각성자라고 해도 방을 너머서 저희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러면 몰래 가서 놀래켜 줄까?"
화련이가 걱정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멀쩡히 잘 있는 것 같으니 장난 한 번 치면 재밌겠지.
"좋아요. 빨리 가요."
천마를 따라서 앞쪽문으로 넘어가니 이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오지 않고 3개의 문이 모두 뚫려있는 방이 나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쭉 가면 연하가 나온다."
"얼마나 가야하는데?"
"8칸 정도만 가면 된다 가는 도중에 새 미션이 나오지도 않으니 오래 걸리지도 않지."
"일단 연하가 있는 방 바로 전칸까지 가고 생각하자."
문을 따라서 방을 돌파하니 모든 방이 클린했다.
모든 방이 비어있었고 문만 아름답게 박혀있었다.
"어떻게 놀래켜 주는 게 좋을까?"
"그냥 몰래 뒤에서 따라가다가 벽에 부딪히고 돌아올 때 서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좋은 생각이야."
연하의 한 칸 뒤에서 계속 이동했다.
그렇게 30분 동안 20개의 방을 돌파하자 연하가 벽을 마주했고 주변 한칸들을 살펴보더니 뒤로 돌아서 우리방 쪽으로 왔다.
"어?"
연하는 우리를 보자마자 얼타면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왜 여기서 나와요?"
"너 따라왔지."
오랜만에 본 연하가 너무 반가워서 꼭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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