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재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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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안겨서 땡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연하는 상당히 귀여웠다.
"와 진짜 오라버니셨어요? 저는 이것도 미션의 일부인줄 알고 깜짝놀랐잖아요."
"도대체 무슨 미션이면 내가 나오냐. 그리고 어떻게 내가 껴안는 걸 보고 진짜 나 인걸 안건데?"
"오라버니의 체격이랑 품의 감촉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단 말이에요. 아무리 보스가 대단해도 오라버니를 완벽히 구현해 낼 수는 없을 테니까 오라버니는 오라버니가 맞아요."
내가 얼마나 연하를 걱정했는데 얘는 마냥 해맑게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굉장히 괘씸해 졌다.
그 마음에 연하의 머리를 콩! 하고 내려치니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척 머리를 매만졌다.
"왜 때려요!"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 줄 알아? 지금까지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저도 나가기 싫어서 안나간거 아니거든요? 집가는 길에 특이한 모양의 게이트가 보이길래 1차적인 조사차 들어왔는데 방은 더럽게 많고 할 것도 더럽게 많아서 아직 클리어를 못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요!"
"그러니까 누가 이상한 게이트를 보고 아무말 없이 들어가래? 하다 못해 길드장한테만 말했어도 맘고생은 훨씬 덜 했을 거 아니야!"
"클리어 하기 전에는 못나가는 게이트인지 어떻게 알았겠냐고요... 다른 게이트 처럼 중간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죠..."
애가 갑자기 축 쳐저서 말하길래 다시 한 번 꼭 끌어안아줬다.
"그래 네가 나오기 싫어서 안 나온 것도 아닐텐데 오빠가 너무 예민하게 군것 같다. 미안해."
그렇게 둘이서 꼭 끌어 안고 있으니 화련이도 옆에서 우리를 안아왔다.
가만히 있기는 뻘쭘했는지 월하도 다가와서 네 명이 뭉쳤다.
"이렇게 모여 있는 것도 좋은데 일단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말이 좋아서 저를 찾으러 오신거지. 오라버니 절 구해주러 오셨군요! 아니 나도 잡혔어. 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혹시 더 탐색할 것이 있느냐?"
"나가려면 탐색을 해야죠. 아무리 어렵고 하기 싫다고 해도 나가려면 하긴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이런 특수한 게이트에 대해서 더 연구할 게 있냐고 묻는 거다."
"아니요? 없는데요."
"그러면 그냥 무너뜨려도 되겠군."
화련이의 중얼거림과 함께 방전체가 크게 흘들리기 시작했다.
방 하나하나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완전히 깨져버렸다.
"역시 천마 언니! 실력 확실하다니까요."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이 완전히 깨지자 하얀색의 거대한 방이 나타났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수평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멀었다.
"나는 무너뜨린다길래 게이트 전체를 박살낸다는 건 줄 알았는데 방만 부수는 거였구나?"
"아해야. 아무리 나라도 게이트라는 하나의 세계를 박살내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를 가두고 있는 방만 박살내는 것이지."
화련이도 못하는 게 있구나.
"그나저나 보스 몬스터는 어디있을 까요?"
"글쎄 아무거나 막 부수고 있으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만! 야만적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어디선가 작고 높은 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특정한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기 보다는 머리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에 가까웠는데 아무래도 당장은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일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목소리의 주인처럼 보이는 존재는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호오, 야만적이라... 자네의 게이트가 아주 박살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천마가 힘을 모으기 시작하자 허공이 일렁이면서 하얀색 빛이 튀어나왔다.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이번에는 그 빛쪽에서 명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하긴 보스 몬스터를 불러내기 위한 의식을 진행중이었지."
저는 몬스터 같은 게 아니거든요? 빛 속에서 탄생한 빛의 정령이란 말이에요!
쬐깐한 놈이 계속 소리치고 있는 것이 보스 몬스터라기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목소리 까지 귀여운 편이었으니 더더욱 보스 몬스터 느낌이 들지 않았고.
"결국 게이트를 만든 주체는 네가 아닌가."
제가 게이트를 만든 것 맞지만 몬스터 같은 거랑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빛의 정령, 자네는 보스 치고 상당히 약한 기세를 소유하고 있는 거 같군?"
'진짜 약한 거였어?'
내가 보기에도 약해 보이길래 실력을 숨기고 있거나 경지가 너무 높아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화련이의 반응을 보면 그런것도 아닌 모양이다.
저는 힘으로 싸우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그러면 무얼로 싸우는가."
세상을 구성하는 존재 중에 하나일뿐이지 싸우거나 하진 않아요. 제가 게이트를 만드는 대상으로 선택된것도 그냥 빛의 정령중에서 가장 오래 돼서 그런 거지 제가 막 대단한 존재여서 그런게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빛의 정령이라... 설명만 들어보면 엄청 강할 것 같은 이미진데 저렇게 조그마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저쪽 정령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령들과는 차이가 좀 있는 듯 보였다.
아무튼! 당신이 제가 고생고생해서 만든 방들을 전부 파괴해 버렸어요! 제가 이것들을 설계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줄 알아요? 수많은 비밀을 심고 대부분의 방을 클리어 한 뒤 최후의 비밀을 풀어야 겨우 클리어할 수 있고 정신적, 그리고 전략적, 지능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게 설계한 곳인데 당신이 아무 생각없이 박살내버렸단 말이에요!
"흐음, 혹시 자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게이트를 만들었나?"
으음... 이건 제약사항이긴 한데 맞아요.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게이트를 만들었어요. 다른 애들은 3개층으로 꼬박꼬박 나누고 전투실력에만 치중하는 데다가 클리어하는 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게 조절하던데 그런 방식으로는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리가 없죠. 저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빡세고 지능적인 사안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제대로 클리어 하려고 하면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글쎄요. 못해도 3달은 걸릴 걸요?
"연하 혼자서 3달 동안 이 게이트를 해맬 뻔 했다는 것이지?"
아니요? 4인 기준 3달이니까 혼자서 클리어 하려고 했으면 1년 정도는 잡았어야...
"갈!"
화련이가 크게 소리쳤다.
"자네의 게이트는 설계부터가 잘못됐다!"
제가 얼마나 힘들게 만든 게이트인데 무시 하지 마세요!
"누가 성장을 위해 3개월을 투자하나. 다들 지켜야 할 도시가 있고 가족이 있는데 그걸 내버려두고 누가 이곳에 오냔 말이다. 이 게이트가 의미가 있으려면 최소한 출입은 가능했어야 했다. 한 번 들어가면 나갈 수가 없는데 한 번 들어오면 3개월이 그냥 날아가 버리니 자네의 게이트는 인간의 입장에선 그저 함정에 불과하다."
화련이의 눈빛은 상당히 엄했다.
연하가 이런 곳에 1년이나 갖혀있을 뻔했다고 생각하면 나도 열불이 치솟았는데 화련이는 거기에 더불어 게이트의 존재 이유까지 섞어서 생각하니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 처럼 보였다.
함정이라뇨 말이 심하시네요!
"함정이 맞다. 만약 연하가 여기 갖혀셔 1년동안 있었다면 외부에서는 무슨 일이 났을 지 상상을 할 수 있나?같은 1년을 투자하더라도 중간에 다른걸 섞어서 할 수 있는 것과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몰라요... 어차피 당신이 제가 만든 거 다 망가뜨려서 다시 만들지도 못하고 손님도 못 받아야요. 제가 새로운 게이트를 만들 때나 참고할게요.
"게이트를 여러개 만들 수 있나?"
네 한 번 게이트가 파괴돼면 일정시간 후에...
하얀색 빛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꺼져서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제약을 넘어선 것 같군."
"그래도 쓸만한 정보를 얻었죠?"
"그래 한 존재가 여러개의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면 충분히 한 게이트의 정보량을 다 쓸만한 가치가 있군."
빛의 정령이 사라진 곳 근처에 검은색 게이트가 나타났는데 누가봐도 밖으로 연결되는 것 처럼 보였다.
"바로 나가요. 이런 곳 더 이상은 지긋지긋해서 못 있겠어요."
"알았다. 같이 밖으로 나가지."
화련이가 압장서서 게이트 밖으로 나갔고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왔던 곳이 나타났다.
우리 4명이 모두 나오자 마자 게이트는 사라졌다.
"후우.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네요."
"가서 편히 쉬세요. 지금까지 많이 힘드셨을 텐데요."
"알겠어요 월하 언니."
월하와 화련이의 공간이동으로 집으로 이동해서 푹 쉬었다.
'빛의 정령이 자기 의도대로 다른 구조의 게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는 건 다른 존재들도 특수 게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 아니야?'
자기 직전에 이런 의문이 떠올랐지만 밤이 늦었으니 내일 애들한테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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