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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1 (184/265)

〈 184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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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는 오랜만에 오네.'

마지막으로 방문한지 한참이 지나서 이제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미르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미르에 방문한 내 옆에는 화련이가 아주 딱딱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기분 좀 풀어... 그래도 우리 고향에 온 건데..."

"여긴 내 고향이 아니다. 오래 살아온 걸로 따지면 중국에서 더 오래 살았고 마음의 고향을 따지면 아해가 내 고향이니 이런 작은 도시를 내 고향이라 칭하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미르에 온 이유가 이수아와 만나기 위해서라 그런지 화련이가 아까부터 굉장히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꽝꽝 얼어버릴 것만 같은 한기에 나도 화련이의 눈치만 보면서 걸었다.

"와 진짜 많이 바뀐 것 같지 않아?"

식스가 실권을 잡고 이수아가 식스의 호위를 맡은지도 벌써 시간이 꽤 지났다.

늘 우중충했던 사람들의 표정엔 생기가 들어섰고 어딜 가나 북적거림이 가득했다.

독재자가 미르를 지배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의 미르를 만들기 위해서 솔에서 투자를 엄청 했다고 들었는데...'

투자한 값어치는 하는 지 전체적으로 도시가 많이 발전해 있었다.

솔은 커녕 우리도시보다도 못할 듯 하지만 미르에도 기반시설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 제대로된 도시의 역할 정도는 하고도 남았다.

"많이 바뀌긴 했군."

"저기봐 노점상도 있어."

화련이의 관심을 이수아에서 미르 그 자체로 옮기니 화련이의 표정이 상당히 나아졌다.

검마와 함께 미르를 방문해 본 적이 있으니 그 절망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그 때와 지금의 차이점만 비교하면서 도시를 둘러봐도 기분이 색달랐다.

"도시는 참 괜찮군..."

"지배자쪽이 문제긴하지..."

식스야 타락하지 않고 잘 지낼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수아쪽은 어떻게 됐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큰 문제 없는 걸 보면 여신이란 거 때려치고 잘 살고 있는 걸 수도 있고 단순히 세력 확장을 멈춘 채 다른 도시의 침공을 방어하는 역할 정도만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한 명을 잡아서 물었다.

"혹시 여신의 존재에 대해 아시나요?"

"여신님이요? 알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멎어 버릴 뻔했다.

이수아 이년, 아직도 여신 타이틀을 못 버렸구나.

심지어 길가다가 만난 아무 사람 한 명한테 물어도 알 정도로 그 성세를키웠구나.

"저희 도시의 S급 각성자님의 이명이시잖아요."

"이명... 이요?"

"네, 그 성격이 너무 여신님 같으셔서 다 여신님이라고 불러요."

"네... 알겠습니다."

이수아가 성격으로 여신으로 불린다고?

'전 도시에 미약한 세뇌를 걸어서 자기를 여신이라고 부르게 하는 거 아니야?'

화련이를 슬 바라보니 화련이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만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 반응으로 보아하니 진짜 세뇌를 당해서 저러고 있는 건 아닌 듯 보였다.

'그렇다고 이수아가 진짜 착해졌다고 다짐할 수는 없어. 이미지 관리를 엄청 잘한 걸 수도 있잖아.'

자기 신도들을 풀어서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들의 대부분에게 자신에 관한 착한 이미지를 널리 퍼뜨린 것이 분명하다.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도 여신에 대해서 물은 결과 하나같이 자기 도시의 S급 각성자인 이수아의 이명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를 착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또 일부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그녀를 욕했기 때문에 이게 대규모 세뇌인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도시에서도 하연이를 욕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특히 빈민가 쪽으로 가면 많긴 하지.

"일단 이수아한테 찾아가 볼까?"

"그게 좋을 듯 하다."

이수아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가지고 있던 화련이었지만 시민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의문이 무럭무럭 자라났는지 이수아를 만나자는 내 말에 조금에 지체도 없이 긍정의 의사를 표시했다.

'역시 싫어하는 게 있으면 의문으로 해서하는 게 기본 법칙이지.'

그런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밖에 나오기 싫어했던 공주님을 크게 파티를 열어서 밖으로나오게 했던이야기.

"이수아가 어딨는 지 알 것 같아?"

"걱정하지 마라. 이 정도 거리에서 내 기감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없으니."

화련이가 내 어깨를 꼭 잡았다.

"혹시라도 이수아가 아해에게 최면을 걸려고 하면 내가 필사적으로 막겠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났어."

"무슨 생각 말이냐?"

"네 모습을 숨긴 채 나만 이수아한테 찾아가는 거야. 그러면 이수아가 진짜로 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정신 차린 척 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지 알 수 있잖아."

천마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내 의지를 굽히지 않고 강하게 말했다.

"이수아를 계속 위험분자로 냅두는 건 쓸 데 없이 신경만 소모하는 일일 뿐이야. 이번에 확실히 이수아의 성향을 알아내면 그만한 걱정을 덜해도 되잖아."

"아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다. 내가 몸을 숨긴다고 아해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것도 아니니 아해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하지만?"

"아해를 그 년이랑 단 둘이 두는 것 자체가 싫단 말이다! 그년이 아해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은 거냐?!"

화련이가 분노에 가득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당연히 기억나지. 하지만 나는 이수아가 제대로 반성했다면 용서해줄 의향이 있어."

"나는 그럴 의향 없다."

"당사자인 나도 용서할 건데 네가 용서 안해서 어떡하려고?"

화련이를 빤히 바라봤다.

이수아에게 나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여자들의 의견을 모아 나는 지금 원래 체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하게 올려다 보지 않아도 화련이의 눈을 직시할 수 있었다.

"... 알았다. 일단 이수아의 의중 정도만 파악해 보지. 내가 장담하는 데 이수아는 주변에 아해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는 순간 아해를 지배하려 들거다."

"그건 가봐야 아는 일이지."

화련이의 몸이 스르륵 하며 사라졌다.

순간이동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사라짐이었는데 내 볼을 툭툭 건드는 감촉이 있는 걸 보니 순간 이동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이게 은신을 한 모양이었다.

"갑시다."

화련이가 나를 잘 따라올거라 믿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이수아가 살고 있다는 장소에 도착했다.

'오올, 성공했는데?'

저번에 봤을 땐 작은 빌라에 몸을 숨기고 살았는 데 이젠 으리으리한 2층집에서 사는 모양이었다.

미르는 그 크기가 상당히 작았기 때문에 고층 건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도시 중심부에서 혼자쓰는 2층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미르에서는 상당히 상위권에 속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신이라고 칭송 받는 것 치고는 오히려 소박한 집이려나?'

커다란 대문쪽으로 다가가니 보안 장치로 보이는 기계가 나를 막아섰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발견한 초인종을 누르니 가벼운 소리가 들렸는데 안에서 반응이 있을 때 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철컥

안에서는 아무말이 없고 문만 덜컥하고 열리길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에 굳게 잠겨있어서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잠겨 있던 것이 아니었는지 현관문은 상당히 쉽게 열렸다.

"안녕하세요."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며 들어가니 거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수아 있어?"

"어... 어! 있어!"

거실에서 굉장히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보다 상태가 훨씬 나아진 것 같은데?'

늘 목소리에 들어가 있던 은은한 선민의식도 안 느껴지고 불안감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한 긴장감,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만 느껴지지 광기와 비슷한 감정은 하등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가도 돼?"

"어! 들어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니 이수아가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소파의 등쪽이 거실 입구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수아의 등 외에는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오랜만이야."

"그... 그래! 진짜 오랜만이다... 왠 일로 왔어?"

"수아 보고 싶어서 왔지."

일단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결국 물어볼 것이 있어서 온것이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지... 진짜 나보고 싶어서 온거야?"

이수아가 벌떡 일어나서 이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엔 상당한 환희가 담겨 있었는데 그 어디에도 추악한 욕망은 보이지 않았다.

"어, 그러면 내가 거짓말 하겠어?"

"나도 진짜 보고 싶었어!"

이수아가 뛰어와서 나에게 안겼다.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를 보고 있을 화련이의 분노가 은은히 느껴지는 듯 했지만 아마 기분탓일 게 분명했다.

이수아가 전투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S급 각성자인데 그런 인간 앞에서 분노를 표현했다간 들켜버릴 게 분명했으니까.

"이...일단 앉아 차부터 내올게."

이수아가 나를 소파에 앉히고 부엌으로 뛰쳐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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