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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2 (185/265)

〈 185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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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달라진 건가?'

화련이가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일단 나한테 정신적인 능력을 사용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화련이 성격상 이수아가 조금이라도 내 정신에 간섭할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인다면 바로 튀어나와서 이수아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디가고 너만 왔어?"

"다들 바쁘다고 해서 나만 왔지. 하연이가 나만 데려다 주고 바로 우리 도시로 돌아갔어."

"그렇구나아..."

내 주변엔 다른 이들이 없다고 밝힘으로서 내 무방비를 그녀에게 들어냈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를 제어하려 들지도 않았고 표정이 씩 바뀌면서 '그러면 넌 이제 내꺼야!' 를 시전하지도 않았다.

"너한텐..."

"그런데... 아."

서로 말이 엉켜버렸다.

"수현이 너 먼저 말해!"

잔뜩 당황해서 나에게 말을 넘기는 데 그 모습이 이수아 답지 않게 귀여웠다.

"여신일은 잘..."

"꺄아아악!! 그런말 하지마!"

이수아가 갑자기 자기 얼굴을 가리고 바닥을 뒹굴었다.

화가나거나 정신적인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고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갑자기 왜 그래?"

"여신이라고 부르지마! 흑역사란 말이야!"

"...응?"

뇌가 정보를 처리 하지 못했다.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분명 저번에 만났을 때는 자기가 여신이다. 그리고 하연이도 여신이다 이지랄 했던 것 같은데...

"수현이 네 조언을 듣고 나한테 거는 세뇌를 끊었더니 천천히 내 정신도 회복되더라. 나는 여신이 아니라 S급 각성자일 뿐이고 누군가가 나를 섬길 필요는 없어. 아무리 S급 각성자로서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건 내 선행이나 행동에서 나와야 하는 거지 사람을 강제로 세뇌해서 얻으면 안되는 거였어..."

얘가 진짜 정신을 차렸나?

이전에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입을 벌리고 이수아를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너... 많이 변했구나?"

"이젠 복수만 바라는 홀몸이 아니니까. 나도 나름 길드를 만들었고 이 도시를 지키기도 해야 하니까. 언제까지고 내가 여신... 으윽... 이라는 환상속에서 살아갈 순 없지."

아직 제대로 판단하기엔 이른 걸지도 모르지만 이수아는 확실히 바뀌었다.

자신이 여신이라는 개소리도 안하고 정신도 뚜렷히 박힌 듯 평범한 S급 각성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너한테 용서 받으려면 나 스스로도 정상인이 돼야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랑 영원히 친한상태로 있고 싶다고 세뇌나 거는 또라이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아."

"그러면 나를 세뇌할 생각은 앞으로도 없는거야?"

"당연히 없지. 친구는 세뇌같은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되는 게 아니라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야 얻을 수 있는 것인걸..."

우리 둘 사이의 침묵이 오갔다.

"아. 수현이 네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냥, 지금 처럼 지네도 돼... 서로 거리 유지하고... 다른 도시에서 만나지도 않고..."

"수아야."

"응?"

"한 가지만 약속하면 널 완전히 용서할게. 그리고 다시 친구로 지내줄게."

"뭐.. 뭔데?!"

수아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다시는 예전 처럼 돌아가지 않을 것. 네가 지금 모습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예전처럼 친한 친구로는 계속 남을 수 있..."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수아가 빠르게 나가와서 나에게 안겼다.

"알았어! 절대 안 변할게! 지금 성격 그대로 있을 테니까 제발..."

수아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과거의 잘못한 번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다시 내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해서 최대한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나에게 먼저 다가오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래, 이 정도면 용서해 줄만 하지.'

"좋아. 그러면 우리 다시 친구다?"

"응!"

수아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포근함만 꾹 전달되는 기분 좋은 껴안음이었다.

"후우..."

나와 수아 둘만 있던 공간에서 제 3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거운 소리에 수아가 화들짝 놀라서 나에게서 떨어졌다.

"누...구세요?"

"본좌는 천마다. 아마 우리는 구면인 걸로 기억하는 데?"

"아... 저희 도시를 해방 시켜주신 분이셨죠? 그리고..."

"1호기도 하다."

"네에..."

수아가 상당히 주눅든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봤다.

"본좌는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감히 아해의 정신을 만지작 거렸으니 그 벌은 죽어서도 갚지 못할거다."

"죄송합니다."

"... 하지만 아해가 너를 용서한다고 하니, 당사자도 아닌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겠지..."

"그러면..."

"그래 나도 널 용서하겠다."

"고맙습니다!"

수아가 얼굴을 펴고 화련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명심하도록 나는 너를 용서해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를 싫어하는 내 마음까지 돌아간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너를 싫어하며 이 증오는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든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그래도, 일단 용서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화련이가 수아를 용서해 줄 정도면 수아가 몰래 뒷공작을 벌이고 있지는 않았다는 거네.

내 오랜 친구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그럼 부차적인 이야기는 다 끝났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나와 수아간의 이야기를 부차적인 것 취급하는 화련이의 모습도 꽤 귀여웠다.

쓸 데 없이 질투심을 보여주는 듯 보였으니까.

"본론이라니요?"

"너한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화련이의 거친 태도와는 다르게 수아의 말투는 너무나 해맑아서 그 갭차이가 상당히 심했다.

'은근히 잘 어울리는 듀오인데?'

수아가 나를 지배하려 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3명이서 정말 친한 친구사이가 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설에서 지낸 이들이 미약한 각성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너도 알고 있겠지?"

"네, 식스한테 들었어요."

"그것에 관련돼서 너한테 물을 게 있어서 왔다. 자연 각성 이후에 너의 능력 외에 다른 능력이 발현되었던 적이 있는가?"

"아뇨? 근데 그건 왜 물으세요?"

수아가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화련이에게 물었다.

"우리 동기들이 각성을 하면 기존의 능력이 강화되는 것인지 새 능력을 각성하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 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을 법한 인물이 너이기 때문에 찾아온 것 뿐이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얼굴도 보는 김에 말이야."

수아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제대로 능력을 알아차리기 전에 각성해서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까지 다른 능력을 개화하진 않을 걸 보면 기존 능력이 강화되는 방식 아닐까요?"

"그렇군 알겠다."

"그런데 왜 그걸 굳이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에요?"

"아까 말했지 않느냐 동기들 중에 자연각성한 이가 너밖에 없으니..."

"아뇨."

수아가 아주 당당하게 화련이의 말을 끊었다.

"저 말고도 각성한 사람 있잖아요."

"누가 각성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

"알 수밖에 없을 텐데요? 천마님이 각성하셨잖아요. 저보다 훨씬 강하신 만큼 자신의 각성능력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으신가요?"

"아..."

수아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화련이도 자연각성한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왜 바로 옆에 있는 화련이를 내버려 두고 수아한테 물어보러 왔을까?

나는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것 마냥 입을 멍하게 벌리고 서 있었지만 화련이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수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건 안된다. 나는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기 전부터 각성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응? 그 때부터 각성했었어?"

완전 금시초문인 이야기 같은데...

"5살 때 각성했다. 그 때는 F급 이었는데 시설에서 나오고 작정하고 수련하니 S급 까지 빠른 속도로 치솟더군, 그 때문에 무료감도 느끼고 했고 말이지... 아무튼 나는 애초에 실험을 당하기 전에 각성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

"그... 그렇군요."

화련이의 거친 어투에 수아가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네? 일단 기존 능력이 강화될 확률이 높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는 거고."

"거의 성과가 없군..."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신 거에요? 혹시 인공적으로라도 각성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건가요?"

"아니 그런거 없다."

화련이가 딱 잘라 말했지만 수아는 모든걸 깨달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떻다.

"천마님도 수현이를 좋아하시니까 각성을 시켜줄거라고 믿어요."

"인공적으로 각성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따위는 없다."

"없어도 말이에요."

수아가 방긋하고 웃었다.

화련이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 같았는데.... 수아도 만만치 않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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