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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3 (186/265)

〈 186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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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김에 저희 도시라도 좀 구경하실래요? 한참 성장하고 있는 도시라서 구경할만한게 많아요."

그 사이에 화련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걸까? 수아가 상당히 편한 말투로 물어왔다.

말투도 존댓말이고 시선도 명백하게 화련이를 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화련이한테 말하는 게 분명한데. 나한테 말을 거는 것 마냥 아주 편안한 어투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덜덜 떨지 않았다?'

그 찐따같던 수아가 맞나?

"됐다. 물어볼 건 다 물어봤으니 이제 돌아갈 예정이다."

"에이, 좀 구경하다가 가시라니까요? 당장 급하신 것도 없으실 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하다만..."

수아가 화련이의 팔을 확 끌었다.

"제가 맛있는 거라도 사 드릴테니까. 따라오세요."

화련이가 버티고 서 있으려다가 수아에게 훅하고 끌려갔다.

나나 연하한테 끌려 다는 걸 상정하고 서 있다가 나름 S급 각성자인 수아의 힘이 느껴지자 그대로 끌려간 것 같은데 얼굴에 당황감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뭐 하긴요. 같이 이동하는 중이죠. 맘 놓고 따라오세요."

먼저 출발한 화련이와 수아를 뒤따라갔다.

"구경할만한 데가 있어?"

"당연히 있지. 어 이상 독재자한테 지배당하던 미르가 아니란 말이야. 재밌는 건축물들도 많이 생겼고 의미 있는 곳들도 많이 있어."

수아를 따라서 처음 이동한 곳은 굉장히 웅장하고 크게 지어진 건물이었다.

"여긴 뭐하는데야?"

"혁명단이 집무보는 곳이야. 안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위해서 일하고 있지. 원래는 독재자의 집이 있던 곳인데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새 건물을 새웠어."

"안에 식스도 있어?"

"가장 바쁘게 일하고 있지.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미르는 아직 완성된 도시가 아니거든, 도시의 지도자인 식스는 할 게 엄청 많아. 아마 지금 찾아가도 흐물흐물 거리면서 미안하다고 다음에 시간날때 보자는 말 밖에 못해줄걸?"

화련이가 퉁명한 투로 말을 이어갔다.

"너는 할 일이 없나 보지?"

"식스에 비해서는 적은 게 사실이죠. S급 각성자가 정치에 까지 관여하게 되면 제 힘이 너무 커질 우려도 있고해서 일부러 업무에는 참여를 안하고 있거든요."

우리 도시랑은 완전 다르네.

당장 도시의 최고 관리직인 경비대장만해도 하연이니까.

'우리도시랑은 별개인가?'

아무리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비대장을 약한 사람을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

그래도 솔이랑 비교하면 체감이 확 되는 것이 거기는 고위 직층 사람이 전부 고위 각성자다.

권력의 독주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미르가 솔보다 나은 점도 분명히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는 무력을 제공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어요. 만약 제가 없었으면 벌써 태양길드한테 먹혔을걸요?"

"지금도 태양길드에게 상납하는 것이 많다고 들었는데?"

"거래죠. 처음에는 그쪽에서 심한 조건을 부르긴 했는데 제가 전면에 나서서 협상하니까 불평등함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처음 조건 처럼 제가 미르를 먹은게 아니라 식스의 혁명단이 독재자를 물러낸 게 컸죠. 만약 제가 미르를 지배했다면 처음 조건들 처럼 속국처럼 변해버렸을 지 몰라요... 그 때를 생각하면 자책이 심하게 들 때도 있어요.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독재자를 막으려고 외세의 힘을 가져다 쓰려고 한 거니까요."

집안 사정을 해결하는 데 외부의 힘을 빌려 쓰는 것 만큼 명청한 짓이 없다.

물론 독재자를 막을 방법이 아예 없었고 독재자에게 지배당하는 인생보다는 다른 도시의 속국처럼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됐다고 하면 달리 할 말은 없었지만 수아가 애초부터 식스랑 손을 잡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일이 진행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잘 돌아가서 다행이군. 이 도시에 미련이나 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육체적인 고향이기는 하니 말이다. 잘 흘러간다고 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그러면... 이제 다른 곳 보실래요?"

화련이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직 독재자들에게 지배당하던 시기의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대단한 특색이 있는 장소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들은 벌써 독재자의 지배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각자만의 일을 하고 있어요. 사회에서 지정해준 일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서 일하고 있거든요.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지만 음식점 같은 경우는 그 특성상 알려질 수 밖에 없어서 작은 도시지만 맛집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꽤 많아요."

"흥, 미르에서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봤자 우리 도시나 솔에서 판매하는 음식보다는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미르가 해방된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음식쪽에서 충분한 숙련도를 쌓은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겠냔 말이다."

"먹어보면 아실걸요?"

수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따라와 보세요. 저희 도시 제일의 맛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차라리 적당한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어떤가? 가장 맛있는 집에 대려갔는데 우리 도시의 적당한 음식점 보다 맛 없다는 평가를 들으면 더 힘이 빠질텐데 말이야."

"길고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라고 하죠. 가서 먹어보시고 판단해 보세요."

수아의 기세가 아주 의기양양한것이 상당히 자신 있는 듯 보였다.

"그래 한 번 가서 먹어라도 보지. 그리 의기 양양한 걸 보니 아무리 맛이 없어도 한 끼 식사 정도로 먹을 만은 하겠지."

연하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먼저 걸어갔다.

그녀를 따라 움직일 때 마다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는데 이윽고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음식인가... 높은 건물이나 잘 차려진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으면 오히려 불안했을 텐데 그래도 시장이라 기대가 되는 군."

미르의 시장은 독재자가 멀쩡히 살아있을 때도 잘 돌아가던 곳이었다.

독재자 사후에 생겨난 식당보다는 그 이전에 시장에서 팔던 음식들이 더 맛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누가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짜 끝내주게 맛있다고요."

"일단 안내나 해라."

수아를 따라서 길을 걸으니 낡고 허름해 보이는 가게가 나타났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서 있는 걸 보니 맛 자체는 확실한 듯 보였다.

"사람이 많군. 나는 인내심이 없는 인간이라서 기다려서 먹는 음식은 먹지 못한다."

화련이가 억지로 얼굴을 굳힌 채 수아를 내려다 봤다.

"어? 저기 여신님 아니야?"

길다란 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가 들린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줄에 서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쪽을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수아를 바라보는 것이지.

"혹시 점심 드시러 오셨나요?"

"네, 옛 친구들이랑 같이 밥이나 한끼 먹으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여신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주세요. 부끄러워요..."

"저희가 여신님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먼저 들어가십쇼."

그리고는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것 마냥 사람들이 갈라져서 입구가 열렸다.

'넌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야...'

이런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움직일 정도면 그만큼 지지도가 대단하다는 뜻이다.

세뇌도 하지 않고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무서워서 자리를 피한 것 같지도 않아...'

시민들의 얼굴엔 두려움 보다는 경외와 고마움이 더 많이 담겨있었으니까.

만약 하연이가 우리 도시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비키게 했다면 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만과 짜증, 그리고 두려움이 담겨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안 피해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여신님께 받은 은총이 얼마나 큰데요. 당연히 먼저 들어가셔야죠."

"감사합니다."

수아가 딱 한 번만 거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안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시민들의 눈빛이 우리쪽으로 확 쏠리는 게 느껴졌다.

"아이고 여신님, 여긴 어쩐 일로..."

그리고는 바로 주인장으로 보이는 이가 나타나서 수아에게 다가왔다.

"밥 먹으러 왔어요."

"당장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거의 만석이었던 자리에서 어떻게든 새 자리를 창충해 내서 우리를 그 자리로 안내했다.

"뭘로 드릴까요?"

"기본 국수 세 그릇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떠나가시고 나와 화련이가 똥그래진 눈으로 수아를 바라봤다.

"너. 도대체 뭔짓을 한거야? 사람들을 세뇌하기라도 한거야?"

만약 수아가진짜 세뇌를 했다면 화련이가 진작에 반응했겠지만 내 상식선에서는 수아가 세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수아를 향한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했으니까.

"세뇌라니. 내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들이 있어서 그렇지. 그리고 식스가 언론으로 나를 띄워주기를 많이 한 것도 있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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