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이수아가 달라졌다?4
* * *
"아.... 언론..."
그렇게 말하니 수아의 비정상적인 인기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수아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전도시에 송출되는 방송을 이용하면 수아의 이미지를 한도 끝도 없이 올리는 게 가능했으 테니까.
'아무리 언론의 힘이 있어도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믿는 다는 건 분명 그만한 업적을 세웠으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크흠, 그런데 일반 국수 3개라니, 우리한테 묻지도 않고 국수를 시키는 것이냐? 나는 고작 국수 한 그릇 가지고는 성이 차지 않는다만?"
"두고 보시면 알아요. 제가 여기 데리고 온 이유가 있다니까요?"
그러면서 한 번 찡긋 거렸는데 화련이가 그걸 보고 바로 우욱 하는 모션을 취했다.
"역겹다."
"너무 하시네요. 귀엽기만 하지 않아요?"
"도대체 네 머리속에서 귀엽다는 말은 뭐라고 정의되어 있길래 그런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말이 나오는 지 의문이 드는 군 자고로 귀엽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려면 적어도 아해 정도의 귀여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건 인정해요."
도대체 뭘 인정하는 건데?
"국수 나왔습니다."
다행이 수아와 화련이의 싸움이 심화되기 전에 국수가 나왔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국수였다.
"자, 한 입 드셔보세요."
"한 입에 다 먹을 수도 있다."
그러더니 진짜 한 젓가락에 모든 면을 담아서 호로록 먹어버렸는데 아무리 화련이라도 입안에서 면발을 녹여버릴 수는 없었는지 잠깐 볼이 빵빵해 졌다가 다시 사라졌다.
"호오..."
그러더니 턱에 손을 올리고 국물만 남은 국수를 빤히 바라봤다.
"어때요? 맛있죠?"
"맛은 충분히 있다. 적어도 평범한 음식점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었군... 하지만 양이 너무 적다. 나는 한 끼에 면을 10인분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화련아. 그건 자기 자랑이 아니지 않을까?
"후후후 이 가게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죠 바로 추가 비용만 내면 자기가 원하는 고명을 얼마든지 올려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러더니 수아도 단 한 젓가락에 모든 면을 걸어서 입안에 집어 넣었다.
입안이 빵빵하게 부풀었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따라오세요."
나는 버리고 가는거야?
둘만 같이 이동할 것 같은 분위기에 일단 먹지 않은 국수그릇을 남겨놓고 둘을 따라갔다.
"그릇 들고 오셔야 해요."
"알았다."
나는 아직 다 먹지 못했지만 일단 그릇을 들고가라길래 그릇을 들고 이동했는데 수아를 따라서 도착한 곳에는 각종 고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해물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고기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으며 면도 4종류나 있었고 육수로 보이는 것도 3종류나 있었다.
"여기서 얼마든지 더 추가해서 먹을 수 있어요. 금액은 사장님 능력으로 자동 측정되니까 일일히 계산할 필요가 없어요."
"고명 뿐만 아니라 면과 육수도 자율추가라... 확실히 신박한 방법이긴 하군. 하지만 이 방법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상온에 두면 그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처음 받은 것에 비해서 분명히 떨어지는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인데 도대체 왜 같은 비용을 내고 이렇게 먹어야 하지?"
"후훗, 아직 잘 모르시나 보네요."
수아가 음산하게 웃으며 화련이를 올려다 봤다.
"이 음식들엔 사장님의 능력이 담겨 있어요. 하루 이상 외부에 노출시키면 물론 맛이 변하겠지만 몇시간 정도는 처음 만든 상태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단 말이죠. 한 번 면을 담아서 먹어보세요. 처음이랑 똑같은 맛이 날걸요?"
"아닛."
둘이서 재밌게 노는 동안 나는 고명이나 담았다.
일반 국수에는 고명의 거의 없어서 너무 심심했거든,
얇게 잘라져 있는 고기도 넣고 김치도 집고 해물도 적당히 넣으니 이상한 국수가 되긴 했지만 워낙 음식 자체가 맛있다 보니 그렇게 먹어도 맛있었다.
"캬하... 맛있네."
내가 그렇게 국수 한 그릇을 먹는 동안 수아와 화련이는 몇번이고 움직이면서 국수를 리필해서 먹었는데 거의 무호흡으로 먹는 걸 보니 그만큼 맛있다고 느낀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크흠, 내 생각보다 맛있긴 하지만 그래도 솔의 일반 음식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말도 안돼요! 아무리 대도시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일반 음식점이 이보다 더한 맛을 낸다는거에요?"
"라면이라는 간판 세우고 장사하는 라면집이 있다. 거기는 여기보다 3.2배 정도 더 맛있다."
확실히 그 라면집이 맛있긴 하지.
이쪽국수도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뒤통수를 빵 때리는 임펙트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일반 라면집이 그 정도 맛을 낸다고요? 천마님이 하는 얘기 진짜야?"
수아가 화련이 말은 못 믿겠는지 나를 보면서 물었다.
"한 그릇에 15만씩 받기는 해."
그렇게 말하자 수아의 표정이 단숨에 의기양양해 졌다.
"에이 뭐에요. 그 정도면 일반 음식점이라고 할 수 없죠. 여기는 국수 한 그릇에 7000원 선에서 정리된단 말이에요. 가격대가 다른데 똑같이 맛을 비교하면 안되죠."
화련이가 할 말이 없는 지 입을 앙 다물었다.
"확실히 가성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기가 그 라면집 보다 나은것 같아. 근데 고점은 라면집이 훨씬 더 높고."
"어쩔 수 없지. 미르는 아직 성장중인 도시니까.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직업을 찾아가면 우리도시에도 훨씬 더 맛있는 집이 생길거야."
자부심이 대단하구만.
"먹을 거 얘긴 그만하고 다 먹었으면 계산하고 나가도록 하지. 네가 추천한 가게이니 만큼 당연히 네가 사주겠지?"
"당연하죠. 제가 설마 천마님이나 수현이 한테 돈을 내라고 하겠어요?"
수아돈으로 계산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왔다.
한 그릇당 가격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화련이랑 수아 둘 다 국수를 거의 물 먹듯 집어 삼켜서 상당히 많은 금액이 나왔다.
"이제 어디로 어디로 안내할 것이냐. 딱히 보여줄 곳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도시로 돌아가겠다."
"아니에요. 볼 때 많아요. 그러니까 벌써 간다는 소리 하지 마세요."
하연이가 S급 각성자로서 도시를 함부로 비울 수 없는 것 처럼 수아도 함부로 도시를 나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미르를 지키는 유일한 S급 각성자니 만큼 시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따라서 다른 애들처럼 우리도시에서 나와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욱이 미르와 우리 도시의 거리는 엄청 멀었기 때문에 잠깐씩이라도 왕래하기 힘들기도 했다.
S급 정도의 기감으로는 우리 도시에 있을 때 미르의 상황을 살필 수 없으니까.
즉, 수아 입장에선 우리가 한 번 떠나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수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명백했으니 한 시라도 더 오랜 시간 동안 나와 붙어 있고 싶겠지.
그 마음이 수아의 몸짓과 눈빛을 통해서 여과 없이 들어났다.
"어디부터 안내해 드릴까요?"
"우리는 미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네가 알아서 안내해 줘야하지."
"일단 따라와 보세요."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를 수아를 따라 이동했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 할 질문이 더 있었다."
"네, 말해보세요."
"너희 도시에는 특수한 게이트가 출현한 적이 없나? 내부에 게이트가 두 개 더 존재한다던가 하는 게이트 말이다."
수아가 걷던 자세 그대로 우뚝 굳어버렸다.
"나왔나 보군."
"... 역시 저희 도시에만 나온 게 아니었나보네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비한 것이라 하는 데 솔직히 말해서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각성자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정보가 있긴 하건만 그게 그렇게 대단한 수준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가 위험해서 만들어 줬다는 데 최대한 이용해 줘야죠..."
"그래 네 말이 맞다...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군."
"푸흡, 지금 저희 도시 걱정해 주시는 거에요?"
수아가 풀어진 얼굴로 화련이를 올려다 봤다.
이제는 더 이상 화련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두려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걱정이라니, 그냥 다른 세력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다."
"고향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시더니 미르가 걱정되시긴 하시나봐요?"
"걱정돼서 그런거 아니라고 말했다!"
화련이가 빽! 하고 소리쳤다.
"네네, 알겠습니다. 천마님은 순수한 궁금증으로 미르가 잘 대처하고 있는지 확인 하신거죠?"
"맞다. 절대로 사적인 감정은 섞이지 않았다."
틱틱 대고 있는 화련이는 상당히 귀여웠다.
평소엔 엄청 멋있으면서 가끔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니깐 내가 화련이를 미워할 수가 없지.
이것이 갭모에다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으신분이시니까.
"아무튼 안내나 마저해라. 빨리 안내하지 않으면 바로 돌아가겠다."
"알겠어요~"
그렇게 수아를 따라서 미르의 주요 기관들을 구경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