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재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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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이에게 실컷 시달린 후에 우리 도시로 귀환했다.
"오... 오라버니 얼굴이... 이수아년한테 무슨 이상한 짓 당한 거 아니죠?"
하연아 나는 수아한테 당한 게 아니라 화련이한테 당한거란다... 화련이의 뽀송뽀송한 얼굴을 보면 모르겠니?
나를 보고 걱정하던 하연이는 화련이를 바라보더니 덜컥하고 굳으며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아... 둘이서..."
하연이의 눈빛이 괜스래 뜨거워지는 것 같았지만 아무리 하연이라도 화련이가 주변에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덮쳐들 애는 아니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미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축 쳐서저 소파에 기대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화련이가 모든 것을 다 알려줬다.
수아가 변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서 안숭이 만든 게이트에 빨려들어갔던것 그리고 내 마나가 많이 증가하면서 F급 각성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미르에서 24시간 30분 동안 쉬는 시간 하나 없는 노동을 했다는 것 까지 모두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억양이 너무 강해서 나도 모르게 짠내가 느껴진 것은 기분탓이 아니었다.
"잘 돌아오셨어요."
하연이가 나를 토닥토닥 거렸다.
"후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몸에 힘이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겨우 힘을 줘서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수련하러 갈려고. 너무 오래 가만히 있어서 감 다 죽었어."
"네? 오라버니가 왜 굳이 수련을 하려고 하셔요?"
그렇게 말하는 하연이의 눈에 어차피 수련해봤자 강해지지도 못하면서 왜 굳이 힘을 빼냐는 듯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를 향한 무시는 아니었지만 결국 내가 강해지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면에서는 크게 나를 바 없는 시선이었기 때문에 괜스래 자존심에 타격이 갔다.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거지.'
"아까 이야기 못들었어? 조금만 더 열심히 수련하면 F급 각성자가 될 수 있다 잖아."
"F급 각성자가 되도..."
하연이가 끝말을 흐렸다.
"F급 각성자가 되도 그렇게 대단한 무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하연이가 흐린 말을 바로 연하가 이어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나를 향한 무시 보다는 장난기가 더 많이 차 있었는데 내 무력에 대한 애들의 취급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들기 시작했따.
"누가 알아? F급 각성자에서 시작해서 너희만큼 대단한 각성자가 될 수 있을지 말이야."
"아마 힘들걸요?"
거의 즉답하는 연하와는 다르게 하연이는 상당히 고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라버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라버니가 지금까지 성장하지 못한 건 각성자라는 시작점에 돌입하지 못해서일 뿐 각성자로서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나이에 F급 으로 시작해서 A급까지 올라오는 거, 저는 힘들다고 봐요."
"나도 힘든 거 알아."
그래도 노력하지 않는 것 보다는 노력하는 게 더 낫잖아?
30분 정도만 딱 쉬고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아무리 마나가 늘어났어도 지금까지 마나에 대한 수련을 거의 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 마나를 잘 다룰 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련은 화련이의 지도 아래에 현수가 진행했다.
그렇다고 나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F등급으로 올라서면 나에게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감각이 주어질 확률이 높다는 화련이의 말에 따라서 화련이가 현수에게 설명하는 모든 마나에 대한 이론을 세세하게 받아서 기억했다.
나를 가르치는 화련이 조차 내가 각성할 거라는 기대는 크게 하고 있지 않은 듯 했지만 지금 당장 각성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화련이가 해줄 인공 각성으로 각성을 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내 혼신의 힘을 다해서 훈련했다.
근 일주일을 집에서 있지 않고 수련장에서 마나를 다루는 훈련만 하고 있으니 애들, 특히 리우잉이 삐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화련이랑만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애들의 지도도 받아가면서 수련 하는 것으로 애들이랑 합의를 봤다.
"후우... 후우..."
"그래도 진짜 많이 느셨는데요? 굳이 각성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오라버니랑은 차원이 다르게 강한 건 분명해요."
오늘의 수련 상대는 연하였다.
아직도 내가 각성하고 일정 이상 강해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연하였지만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명백하게 인정해 줬다.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지. 이전이랑은 싸움 방법이 완전히 바꼈는데."
지금까지 내가 싸우면서 마나를 사용한 건 능력이 전부였다.
집중력을 올리고 순발력을 올리는 데에만 사용해도 마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뿔이이의 뿔로 만들어진 단검에 저장된 마나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방법도 아주 힘들게 사용할 수 있고 아주 가끔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 실전에서 써 먹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마나가 늘어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감각의 극대화에는 일부의 마나만 투자해도 됐고 화련이가 알려준 마나의 흐름에 따라 마나를 움직이면서 신체능력을 강화하니 내 전투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단검도 더 잘 써먹을 수 있게 됐지.'
이전까지는 끽해여 0.1초 단위에서 다룰 수 있던 단검의 마나를 이제는 초 단위로 날을 유지하면서 밸 수 있었다.
S급 몬스터의 뿔을 통째로 압축시켜 만든 단검의 마나답게 제대로 타이밍을 맞춰서 공격하면 하연이나 월하한테는 제대로된 피해를 입히지 못해도 연하한테는 그럭저럭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의 날카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실전에서 연하한테 공격을 명중 시켜봤자 바로 다시 제압당하긴 하겠지만 A급 각성자에게도 먹히기는 하는 공격력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큰 이점이었다.
'난 확실히 강해졌어.'
이전보다 성장했다는 생각이 내 기분을 들 뜨게 했다.
'하지만 나의 힘이 아니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다.
내가 하는건 현수가 마나를 다루는 데 온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몸을 더 잘 다루는 것 뿐이지 나 스스로 마나를 다루는 힘을 늘리는 것은 아니었다.
'네 힘 맞아. 너랑 나를 따로 분리해 둘 수도 없잖아. 나는 네 밖으로 못나가고, 너도 너 밖으로 못나가. 그러면 네 힘이나 다름 없는거지, 그리고 어차피 각성하면 너도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거잖아? 그 때가 오면 너랑 나랑 마나를 둘로 나눠서 다루는 미친짓이 가능할 확률이 높은데 그러면 우리는 한 차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니겠어?'
'짜식 많이 컸네. 형 위로도 해주고 말이야.'
'네가 언제부터 내 형이었냐?'
그렇게 나는 내 힘을 꾸준히 키워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명백히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말이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내 모습에 만족하며 미친듯이 수련만을 반복했다.
그런데 인생지사 언제나 좋은 일만 반복될 수는 없던 걸까?
지금까지 우려해왔던 이상 현상이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등반형 게이트들은 각성자들을 수련시키기 위해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게이트였다.
다가올 위험에서 각성자들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말이다.
실제로 등반형 게이트에서 지난 시간동안 몬스터를 잡아온 저등급 각성자들은 등반형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보다 최소 10%가 넘는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고 하니 등반형 게이트에 들어가는 이점을 얻기 위해서 우리 도시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파벌이 갈려서 싸움이 날 정도로 큰 이점을 가져와 주고 있었다.
각성자들을 이렇게 성장 시킨 이유가 뭘까?
무슨 위험이 있으니 우리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의문으로만 존재해 왔던 재앙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졌다.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그 순서가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게이트가 발생해야 했고 친절하게 대기시간도 있었다.
그 대기시간이 모두 끝난 다음에야 몬스터 들이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에 도시는 게이트를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게이트들은 달랐다.
한 번 등장 할 때 마다 소환하는 몬스터의 숫자는 5기가 고작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게이트의 제한시간이 없었다.
몬스터는 갑자기 등장했으며, 이로 인해 도시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아무리 빨리 신고를 받고 이동해도 이미 늦어 있었다.
게이트가 발생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도시는 대격변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결국 S급 각성자까지 투입하고 정보 관련 각성자를 전 도시에 쫙 깔아서 게이트가 나오는 즉시 없애는 체계를 만들고 나서야 사망자의 수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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