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4화 〉 재앙­2 (194/265)

〈 194화 〉 재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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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이후 최악의 재앙.

도시가 건설 된 후에 처음 발생한 유래없는 대위기에 도시의 상층부는 바쁘게 돌아갔다.

모든 인원이 더 이상 도시에 피해가 없게 하기 위해서 힘 썼으며 태양길드와도 수많은 정보 교류를 하며 게이트를 빠르게 잡아낼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하연이는 더 큰 도시인 솔에 지원 갔고 월하는 이번 사건의 위중함을 받아들여 달빛 아래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잠시 내려놓고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들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아무리 월하라고 하더라도 게이트 발생을 막거나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저 빨리 움직이며 게이트가 발생할 때마다 몬스터를 차단하는 게 그녀의 일이었다.

그녀가 도시의 안전에 도움을 주면서 다른 각성자들에게 여유가 생겨났고 이미 나타난 몬스터를 잡거나 도시의 치안을 안정시키는 일 등에 투입될 수 있었다.

화련이는 중국으로 건너갔다.

가기 싫어하는 걸 내가 억지로 보냈다.

등반형 게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 처럼 간단한 상황이 아니었다.

워낙 강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천마신교다 보니 천마산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진짜 문제는 이 재앙이 고작 한 두개 의 도시에 한정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미 천마신교의 영역 아래에 들어왔다고 말해도 무방한 중국 전체에 우리 도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천마신교의 강자들은 천마신교에만 머물지 말고 전 중국을 케어해야한다.

그런데도 우리 도시에 남아있겠다고?

천마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고 일갈해 줬더니 울먹이면서도 떠났다.

내가 위험에 처하면 바로 알아차리고 돌아올 거라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 듯 보였다. 아무리 천마라도 게이트 안에 들어가 있는 이의 안전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녀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 있거나 내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내가 아무리 큰 위험에 빠지더라도 그녀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결국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다른애들도 도시 일을 처리한다고 바쁜 와중이다.

나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불안해야 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해방감이 느껴졌다.

안전이 곧 행복은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위기가 닥쳐올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나에게는 훨씬 더 짜릿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게이트는 그 공간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게이트들은 그 크기가 컸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는 잘 등장하지 않았다.

게이트가 기존에 있던 물리적 공간을 파괴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등장하는 게이트들은 그 크기가 기존보다 훨씬 작아서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실내에서도 튀어나왔다.

때문에 단순히 집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하는 정도로는 나의안전이 보장 되지 않았다.

"저, 너무 불안해요."

월하가 잠시동안의 쉬는 시간에 집에 찾아와서 나에게 말했다.

"기사님을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리우잉도 화련이를 따라서 중국으로 갔다.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충분히 강해졌으니까."

내가 강해진 것은 그녀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나를 걱정하는 건 그녀가 그만큼 나를 좋아해서 겠지.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하게 보호하는 감이 있지만...'

이제는 나를 좀 믿어줬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내 몸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월하를 꼭 안아주니 떨림이 조금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하다가 기사님이 위험에 빠지신 것 같으면 바로 구하러 올게요."

"일하던거 계속해, 이제는 어지간한 걸로는 위험에 안 빠지니까. 나 이제 슬슬 섭섭하려고 한다? 나 못 믿어?"

나를 너무 걱정하는 것도 나를 무시하는 것의 일종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 알았어요..."

월하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면 됐어."

"그러면 전 일하러 갈게요."

10시간 가까이 일한 월하였지만 휴식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몸을 과하게 혹사시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지만 연하 말로는 이는 초기라 그런것 뿐이고 어느 정도 체계가 자리잡아가면 다른 각성자들이 게이트 처리에 더 집중할 수 여건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월하의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나만 너무 편하게 쉬는 기분인데...'

물론 비각성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많지는 않겠지만 너무 가만히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애들이 문을 막아서 나를 감금시킨 건 아니고 애들을 지켜야 하거든,

실내에서도 게이트가 튀어나오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집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눈앞에 검은색 게이트가 튀어나와서 나를 잡아 먹었다.

***

"으윽..."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마치 무중력의 공간에 떠 있는 것 처럼 나는 그 무엇과도 맞닿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었다.

'분명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에...'

내가 게이트로 들어온 걸 보면 근래에 새로 생겨난 게이트에 빨려 들어온 건 아닌것 같고...

'안숭 처럼 다른 존재가 나를 게이트 안으로 데려온 건가?'

그런데 왜 나를?

내가 아니라 월하나 하연이, 그것도 아니면 길드장을 데려오는 게 훨씬 더 맞지 않나?

­넌 나와 닮았구나.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전 방위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에 어디서 이야기를 하는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여기다. 아이야.

이번엔 명황한 방향성을 가지고 들려온 소리에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니 붉은 눈을 가진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

아니야. 분명 인간은 아니었다.

인간이라기엔 그 분위기가 너무나 어색했다.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한 모양이구나. 나는 평범한 흡혈귀일 뿐이다. 너무 의문을 가지지 말도록.

"당신이 저를 이곳에 데려왔나요?"

­그래, 내가 너를 이곳에 데려왔지. 인간 전체의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게이트를 만들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인간 한 명의 실력을 올려주고 싶었거든.

"그게 저고요?"

­그래 아이야, 너는 나를 닮았다. 재능이 없음에도 발버둥 치는 모습이 어릴 때의 나와 똑 닮았어. 나도 너처럼 절망도 해보고 질투도 해봤으며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약간의 성취에 감동하기도 했지.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분이시잖아요. 이렇게 나타나신 걸 보면..."

­그래, 너보다는 내 재능이 뛰어났지, 나는 흡혈귀였으니까.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강해질 수 있는 종족으로 태어났으니까 너보다는 훨씬 시작지점이 좋았어. 물론 흡혈귀 치고는 낮은 재능을 타고난 내가 여왕의 자리에 오른 건 순전히 내 노력 덕분이지만 말이야.

"그래서, 저는 왜 부르신 거죠?"

­내가 말했잖니. 내가 지원하고 싶은 인간을 지원해 주고 싶었다고.

"왜 저죠? 이 세상에 저만큼 재능없는데 노력하는 인간이 저 하나뿐이진 않을 텐데요."

­하지만 너만큼 짙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이는 없었다. 주변의 인물들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그런 열등감을 가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저한테 어떤 지원을 해주실 거죠?"

­너에게 정보를 하나 주겠다. 지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정보지.

"좋네요."

­그 정보를 토대로 게이트를 막아낸다면 각성까지 남은 미량의 마나도 채워주겠다.

너무 나한테만 좋은 조건이었지만 등반형 게이트를 만드는 존재들은 애초에 인간을 지원해 주기 위해 게이트를 만드는 만큼 일단은 믿어 보기로 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인데요?"

­게이트를 처리하는 데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마라. 내 계산대로라면 너는 충분히 혼자서 해낼 수 있어. 너 스스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 도시의 영웅이 되어라. 그러면 너 스스로에게도 조금 더 당당해 질 수 있을 거야.

내가 혼자서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무슨 특별한 방법이있나본데?'

무슨 방법으로 게이트를 막을 수 있는 건지는 알수가 없었다.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그 크기를 키워가던 열등감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은,

내 입에서 알겠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좋아. 그러면 계약은 성립됐어.

그녀가 구슬하나를 만들어 나에게 건냈다.

­그곳에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그 정보를 토대로 일을 해결하면 그 안의 마나가 너의 마나로 흘러들어가게 될거야. 그러면 너는 비로소 F급 각성자로 각성하게 되겠지. 그토록 원하던 힘을 가지게 되는 거야.

"알았어요."

일단 이걸 들고 나가자.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그 다음에 확인해도 되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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