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게이트 정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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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 즉 천마산에 도착하는 데 까지는 그렇게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비행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간은 순간 이동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순간이동에 쿨타임이 있다고 해도 그 간격이 수십분씩 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빠른 시간안에 천마신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아는 얼굴이었군.
천마신교의 상공에 다가가기 전에 누군가가 허공으로 떠올라 우리의 앞을 막아섰는 데 그 존재는 참으로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검마."
그래 오랜만이다. 널 데리고 온 여자는 저번에 말했던 월하라는 여자인가?
"저를 아시나요?"
그래, 저번에 천마신교에 찾아왔을 때 그와 그의 일행이 말해주기도 했고 우리 스승님도 당신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있었지.
"그거 참 고맙네요."
둘 사이에 약한 기싸움이 일어났다.
"쓸 데 없이 심력 낭비하지 말고... 천마 어딨어?"
스승님은 다른 곳으로 출장 나가셨다. 중국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보니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천마신교에 자신이 남아있어봤자 의미가 없을 거라고 하시더군.
"아직 게이트를 닫지 못했나 보죠?"
천마산에 벌어진 사태는 해결했다. 스승님이 들어가서 직접 닫고 나오셨지 다른 제자들 중에서는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리우잉만 데리고 중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셨다.
역시 화련이야. 방법을 찾아냈구나?
"화련이한테 연락할 방법은 없어?"
없다. 스승님이 한 도시에서 머물고 계시는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게이트를 닫고 계시는 데 넓은 중국에서 스승님의 위치를 파악하고 연락을 보낼 방법도 없고 편지를 보내거나 하는 방법도 아예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내가 중국에 온 이유는 화련이가 혹시 게이트를 닫는 방법을 모를까 봐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였는데 이미 게이트를 닫는 방법을 알고 리웅이을 데려다가 각지의 게이트들을 닫고 있다고 하니 내가 온 이유가 아예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바로 돌아가는 것도 싫었다.
하연이랑 싸우고 여기에 온 것인데 이렇게 돌아가버리면 오히려 더 어색해 질게 분명하잖아.
그리고 당장 우리 도시로 돌아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너희 도시의 문제는 해결했나 보지?
"네, 저희기사님이 직접 해결하셨어요."
기사? 아, 버스 기사를 말하는 건가? 그만큼 캐리 했나보군.
"아니요. 중세시대에 있던 기사를 말하는거에요."
...쟤가 기사라고?
검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바라봐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얘가 멋대로 기사라고 부르는 거지 내가 부르라고 시킨 게 아니란 말이야.
아무튼 네가 해결했단 말이지....
검마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 날카로워졌다.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는 이도 있고 게이트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 요건도 있다... 어차피 당장 너희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 중국을 돌면서 게이트를 없애주지 않겠어? 사례는 톡톡히 해주지.
"어떡할까요?"
게이트를 없애달라라...
어차피 우리 도시로 돌아가기도 싫었는 데 그냥 해줄까?
보상도 준다잖아.
"다른 게이트를 깬 사람이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도 멀쩡히 깰 수 있어?"
그게 가능하니까 우리 스승님과 리우잉이 전국을 돌면서 게이트를 처리하고 계신 것 아닌가.
아, 그렇게 이야기 하니 이해가 한 번에 댔다.
어차피 내가 가서 클리어가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솔에있는 게이트랑 미르에 있는 게이트까지 내가 처리하고 올 걸 그랬다.
미르에 있는 게이트는 식스가 들어가서 겨우겨우 깨고 나왔다는 데 굳이 도시의 대장이 위험요소를 안을 필요 없이 내가 들어가서 깔끔하게 클리어 하고 나왔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걸...
"좋아. 대신 보상은 제대로 지급해 줘야 한다."
우리 스승님께서 알아서 지급해 주실거다. 나보다는 스승님이 더 다룰 수 있는 자산이 많으니 당연한 것이고 말이야.
환련이가 보상을 준다라... 왠지 제대로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다른 사람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화련이 도와주는 거니까 보상 좀 덜 받아도 괜찮겠지.'
내가 움직이는 만큼 화련이를 더 빨리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나에게도 마냥 손해인 제안은 아니었다.
"어디부터 처리하면돼? 막 움직이다가 이미 천마가 해결한 도시에 도착하면 효율이 떨어지잖아."
일단 나를 따라서 내려오도록 이렇게 허공에서 이야기하는 건 서로 불편할 뿐이니 말이야.
그녀를 따라 천마신교로 돌아오니 공간이 횅했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까지 횅해질 수 있을 지 의문의 들 정도로 공간이 남아 돌았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당장 게이트를 처리하니 원래 나타나던 게이트가 10%대로 줄어들더군, 그만큼 천마신교를 지킬 인원이 덜 필요해 졌으니 중원 곳곳으로 제자들을 보내 그곳을 지원하라 하였다. 다른 쪽은 아직도 상황이 심각하니 말이야.
그래서 사람이 이렇게 없던 거구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S급 각성자들도 모두 다른 도시에 배치되어서 지금 천마산에 존재하는 S급 각성자는 본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와라 너희에게 보여줄 것이 있으니.
그녀를 따라 이동한 곳은 무슨 서류들을 모아두는 창고 같은 곳이었는데 검마는 방안을 뒤져 커다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잘 봐둬라. 이것이 중국 전도다.
"잠깐... 지도면 나름 중요한 기밀 사항 아니야? 그걸 우리한테 보여줘도 되는 거야?"
나름 중요한 비밀인 건 맞지만... 세세한 지형이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도시의 위치정도만 나와있는 지도다. 사실상 약도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어차피 중국을 돌아다니려면 도시의 위치정도는 알아야 할테니 이 정도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 아닌가.
그녀가 펄친 지도를 보니 확실히 내가 한 걱정이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전도라고 펼친 지도는 산이나 강 같은 건 하나도 표현되어 있지 않았으며 밋밋한 색상속에서 도시만 붉은 색 점으로 찍혀 있었으니까.
심지어 이름을 적을 공간조차 부족했는지 도시의 이름조차 쓰여 있지 않았다.
이 정도면 기밀은 커녕 유머 요소 정도로 쓰일 수 있을 법한 느낌이었다.
와! 중국이 이렇게 커요! 도시도 많아요! 외에는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지도의 오른쪽 아래에는 축적도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몰라도 월하 정도면 지도에 나타난 점들의 거리를 특정하여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었다.
"사진으로 찍어놔도 되죠?"
그러면 이걸 들고다니거나 머리로 외우려고 했나?
월하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설명해 주도록 할게.
그녀가 천마산의 반대쪽에 있는 도시를 가르켰다.
여기서 출발해서 아래로 쭉 이동한 다음 다시 위로 쭉 이동하는 걸 반복하면 돼, 도시 하나를 정리하는 걸 완전히 잊은 게 아니라면 디테일한 경로는 너희 마음대로 선택해도 돼.
"천마가 천마산에서 출발했나보지?"
어, 주변에 있는 데 왜 먼저 처리해 주지 않았냐는 민원을 듣기도 짜증났고 스승님이 이곳이 떠나실 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서 딱히 전략을 세우시지 않고 그냥 주변에 있는 도시부터 정리해 나가기 시작하셨거든.
"알았어. 북서쪽 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지?"
바로 출발하게?
"어, 굳이 시간 끌 필요 없잖아."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그만큼 화련이를 만나는 시간이 짧아지겠지.
"그러면 바로 이동할까요?"
"어."
내가 대답하자마자 월하가 뒤에서 나를 껴안고 하늘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북서쪽에 표시되어 있는 도시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월하라고 할까? 지도를 한 번 보고도 대충 거리감각과 방향을 알았는지 월하는 한치의 고민 없이 한 방향을 선택해서 날아갔다.
우리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우리 도시에서 천마산으로 오는 시간보다 천마산에서 첫번째 도시로 향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정도로 거리가 멀다는 것을...
중국은 참... 넓은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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