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게이트 정화2
* * *
중국이 미친 듯이 넓은 나라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
한참을 날아가던 우리는 중국이 겁나 넓은 나라라는 것을 겨우 깨달았고 휴식을 위해 한번 땅에 내려온 다음 다시 한참을 날아간 다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더럽게 머네요..."
오랜 시간동안 거의 쉬지 않고 날아오는 것은 아무리 그녀라도 힘들었는지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였다.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니 월하가 아주 예쁘게 웃었다.
"그러면 이제 도착했으니까 천천히 게이트를 닫아 나갑시다."
월하가 의지가 가득찬 채로 손을 하늘 위로 들었다.
월하는 원래 그렇게 활동적인 애가 아니었다.
경비대장으로서 도시 전체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하연이와는 다르게 음지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그녀는 외부에 나가있는 시간보다는 그녀의 집무실에서 조용히 일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으니까.
그런 그녀가 저렇게 억지로 힘을 내는 걸 보니 여기까지 날아가다가 멘탈 여러번 터졌나 싶었다.
"그래, 가자."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문제를 알아내지 못했다.
"@#%^@%#("
우리를 위해서 마나를 사용해 의지를 전달해 주는 리우잉과 검마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중국인들은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대로 일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찾아온 언어의 장벽에 나랑 월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월하야... 너 혹시 중국어 할 줄 아니?"
"모르는... 데요? 평생 저희 도시에서만 있던 제가 어떻게 남의 나라말을 하겠어요."
돌아다니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우리에게 구세주가 찾아왔다.
'넘겨.'
'알았어.'
현수의 확신에 차있는 어투에 바로 현수에게 몸의 통제권을 넘겼다.
내가 현수에게 통제권을 넘기자마자 월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지만 그래도 처음 현수를 만날 때 처럼 많은 양의 앙금이 남아있던 건 아닌 탓인지 그 눈빛 자체는 예전보다 많이 유순했다.
현수는 바로 중국인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도 현수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바로바로 알아듣고 중국어로 화답했는 데 당연히 현지인 만큼 뛰어나진 못했지만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이었다.
현수와 적절하게 의식을 연결하면 상대가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그리고 현수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알아들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현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을 필요가 없었다.
'너 중국어는 언제배웠냐?'
'배운 적 없어, 리우잉누나가 나한테 얘기할때 입으로는 중국어를 뱉으면서 머리로는 의사를 보내오거든? 지금까지 그렇게 들은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야.'
'크으 칭찬한다!'
현수와 사이가 썩 좋지 않은 월하또한 현수의 이런 모습에 의외성을 느꼈는지 신기한 듯한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상황설명은 다 했어. 이 도시의 관리자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거야. 거기서 제대로 다시 설명하고 게이트를 찾아서 그 게이트를 없애면 되는 거지."
굉장히 평안하게 이동하고 있는 도중이었지만 사실 도시 자체는 아비규환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도시에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게이트가 나타나면서 게릴라 전이 버러졌는데 그 탓인지 시체도 상당량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게이트는 기사님 혼자서 들어가셔야 겠지?"
"아마 그렇지 않을까? 괜히 너랑 같이 들어갔다가 더 오래걸리면 어떡해. 한 번 깨본 사람이 들어가서 다시 깨는 게 훨씬 쉬울 거야. 시간도 빠를 거고."
"알았다."
월하가 반말하는 모습은 진짜 오랜만에 보네.
현수도 자기 오라버니로 인정해 주는 하연이와 연하와는 달리 월하는 현수를 철저하게 남으로 대했다.
처음엔 기사님 몸 안에 있는 기생충 정도로 생각을 했던걸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인간 취급은 해주는 지금은 상당히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게이트에 들어갈 때까지 내가 할일은 없었다.
통역은 현수가 했고 무력행사는 월하가 했기 때문에 외지인인 우리의 말을 잘 듣고 게이트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안내... 해 주진 못했다.
왜냐면 이쪽 사람들은 게이트의 본체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거든, 아마 중국의 외곽지라서 그런 것 같은데 천마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정보의 전달 속도도 느린 걸로 추정됐다.
그쪽 사람들은 몰라도 월하가 작정하고 뒤지면 3분만에 게이트의 본체를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자 단 5분만에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보스 몬스터는 달랐지만 시험의 내용은 똑같았으며 이미 한번 시험을 클리어 해본 적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바로바로 깰 수 있는 계역의 시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 바로 이동할게요."
월하가 나를 잡고 순간이동했다.
그렇게 한 도시당 10분 내외선에서 클리어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매우 반복적이고 지루하긴 했지만 뭔가 느끼는 게 많은 순간이기도 했다.
월하가 없었으면 도시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을 거다. 현수가 없었으며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서 시간을 더 썼을 것이 분명했고 내가 없었으면 월하나 현수가 불확실한 가능성에 걸고 시험을 통과했어야 했다.
우리 3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팀이었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존감이 확 높아졌다.
나는 분명 게이트를 닫는 다는 미션을 진행하면서 틀림 없이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었고 분명히 가치가 있는 인간이었다.
'좋덴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그러면 어떻게 하냐?'
원래는 쉬는 시간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움직이려고 했는데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를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5분 쉴 걸 2분 쉬어서 3분 먼저 게이트를 닫음으로서 사람을 몇명이나 살릴 수 있을까.
당장 다음 도시에 있는 게이트를 닫는 시간도 3분이 줄어들고 그 다음 도시도 마찬가지로 줄어든다.
이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
잠?
현수가 일하고 있을 땐 내가 잤고 내가 게이트를 닫으로 갈때는 현수가 잤다. 월하또한 내가 게이트를 닫으로 갈 때나 현수가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천천히 눈을 붙이는 식으로 일했다.
그렇게 한 도시당 10분 꼴로 72시간을 일했다.
정신은 돌려가면서 잘 수 있지만 육체또한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한계에 몰린 상태로 비몽사몽하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가끔은 월하가 실수해서 이상한 장소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쉬지 않고 노력한 만큼 더 많은 도시를 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계속 일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너희가 왜 여깄어?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나오니 리우잉이 우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리... 리우잉누나!"
3일 정도를 쉬지 않고 일한 현수가 멘탈이 펑펑 터진채로 리우잉에게 안겨서 엉엉 울었다.
그래 현수야... 너희가 왜 여깄어?
"천마님 만나러 천마산에 찾아갔는데 천마님은 없고 검마만 있더라고... 천마산 문제는 해결됐는데 중국의 다른 곳들이 문제라고 해서 우리 보고 게이트를 닫아줄 수 없냐고 물어서 지금까지 게이트 닫고 다녔어..."
도대체 애를 얼마나 혹사시켰길래...
"3일내내 쪽잠만 자면서 게이트를 돌았어요0... 걔만 혹사당한게 아니라 저도, 기사님도 마찬가지고..."
"누나도 힘든 것 같은데에..."
확실히 리우잉의 얼굴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은 리우잉 뒤에 있는 권마에게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조금 빨리 움직임으로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확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쪽도 마찬가지 아니신가요?"
맞아... 너희는 어떻게 돌고 있어?
리우잉의 질문에 월하가 핸드폰을 꺼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면 이쪽으로 더 갈필요는 없겠네... 우리는 이쪽 방향으로 움직이니까 서로 안 꼬이게 열심히 하자!
"네, 열심히 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리우잉은 권마와 함께 사라졌다.
"우리도 움직이자."
"알았어."
다시 월하가 현수의 몸을 잡고 이동했다.
아직 우리가 처리해야 할 게이트들은 아주 많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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