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6화 〉 도시 재개발­2 (206/265)

〈 206화 〉 도시 재개발­2

* * *

"와우..."

눈을 어지럽히는 밝은 빛들.

깔끔하게 포장된 바닥에 깔려 있는 수많은 LED.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왠지모르게 촌스러운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다른 도시에라도 온 것 같은 문화충격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곳은 암흑가였다.

월하가 지배하는 곳 맞다.

"어때요? 이번에 천마님한테 받은 자원을 사용해서 싹 뜯어고쳤는데."

"엄청... 대단하네..."

화려한 건 둘째치고 이전의 암흑가와는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지긴했다.

예전엔 어깨 쓰는 형님들이 돌아다닐 것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도박장들이 우후죽순으로 깔려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으니까.

"월하언니가 이런 취향이었다니... 저는 몰랐어요..."

"제가 다스리는 구역은 암흑가잖아요? 도시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도시랑 판이하게 만들고 수익구조도 서비스 쪽으로 완전히 치장해 버렸죠. 돈이 좀 들긴 했지만... 천마님이 준 자원이 너무 많아서 건물 올리고 사람 고용하는데에는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았어요."

"그으래..."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하는 걸까?

월하의 얼굴에 자부심이라는 감정은 찾아 볼 수 없는 걸 보면 이게 월하의 취향에 의해서 만들어 진 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애초에 월하가 암흑가를 다스리는 방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의 정석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암흑가의 모습이 어떻게 됐든 그녀가 의도한 대로만 잘 흘러가고 있다면 아무리 이상한 모습이된다고 해도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동안 일 때문에 다들 피곤했잖아요? 이제야 어느 정도 도시가 안정화되고 일거리가 줄어드는 시기인 만큼 분위기를 한 번 환기하고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여러분을 이렇게 불렀어요. 저희 암흑가에 놀 거리가 그렇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월하야. 네가 생각하는 놀거리랑 여기서 말하는 놀거리랑은 다른 개념일 것 같은데?

도박장이 건전해 보일 정도니 말 다했다.

"일단... 찢어져서 즐길까요? 저랑 하연언니는 도시에서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놀다가 들켜서 기사라도 나면 상황이 엄청 어지러워 지거든요. 들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잘게 찢어져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연하가 그렇게 말하면서 하연이에게 신호를 줬다.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두 사람의 신호체계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연하가 하연이에게 같이 튀자고 말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셋 셋 찢어져서 다니는 게 좋을까요?"

"리우잉! 우리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 늘 스승님이랑 같이 다니는 것도 재미없잖아."

­그럴까?

하연이의 급박한 말에 리우잉이 하연이쪽으로 붙어버렸다.

"그러면 이쯤에서 헤어지고 실컷 놀다가 집에서 모이도록 하자."

"그래도 저녁정도는 같이 먹는게..."

월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연이가 리우잉을 번쩍들고 사라졌다.

"가셨네요."

"그러게..."

"원래 놀려던 인원이 반토막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저희끼리라도 재밌게 놀아봐요."

월하가 아주 해맑게 웃으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래... 재밌게 놀자."

그런데 우리가 놀만한 데가 있으려나?

***

가장 처음 이동한 곳은 도박장이었다.

암흑가 자체가 음지인 와중에 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음지의 도박장이라기보다는 도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 처럼 아주 세련되고 깔끔한 도박장이었다.

아직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담배냄새도 안나고 깔끔하고 좋은 곳이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옆에서 로브를 푹 눌러쓴 월하가 중얼거렸다.

암흑가의 지배자인 월하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체형까지 거의 완벽하게 가릴 수 있는 로브를 입고 도박장을 거닐었다.

"기사님 그거 아세요? 도박장은 돈을 따려는 마음으로 오는 게 아니라 여유로운 돈을 써서 재미를 즐기는 용도로 와야 한데요."

"도박에 빠지면 패가 망신의 지름길이니까."

"물론 여긴 제 소유의 도박장이라서 아무리 흥청망청 써도 파산할 걱정은 없지만요."

그렇게 말한 월하가 칩을 교환하는 곳으로 가서 한번에 1억원치의 칩을 바꿔왔다.

"기사님은 얼마로 시작하실거에요?"

"50만원 정도로 해볼까?"

앞으로 공장에서 나올 돈은 없는 셈 치고 지금까지 내가 모아놨던 돈의 일부를 꺼내서 쓰기로 했다.

"소박하시네요. 천마님은 얼마로 시작하실거에요?"

"나는 할 생각이 없다. 어지간한 종목은 다 내 동체시력으로 파훼가 가능하니 도박에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하긴... 천마님이시니까요."

월하가 운영하는 도박장인 만큼 이곳 전체에는 각성자의 능력발현을 무력화하는 권능이 발휘되고 있었다.

월하가 늘 도박장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 없는 만큼 그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A급 각성자가와서 능력을 발휘하려해도 그녀가 발휘한 권능에 감지는 되기 때문에 각성자의 능력 사용은 막을 수 없어도 모두 감지해내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화련이 정도 되는 애가 능력을 사용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일단 5만원 짜리 칩 8개랑 만원 짜리 칩 10개를 들고 이곳저곳 구경을 떠났다.

어디서 고용했는지 모를 딜러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남딜러들은 잘 생겼고 대부분의 여딜러들은 아름다웠다.

특히 여딜러들은 특정 부위가 많이 부각...

"아악!!"

"기사님? 대체 어디를 쳐다보고 계시는 거죠?"

"아해야. 우리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 딜러를 본다고 해서 정보가 나오진 않는다."

금세 월하와 화련이에게 팔을 꼬집혀 묵살당하고 말았다.

"슬롯머신이나 한 번 해볼까?"

"안됍니다."

편하게 앉아서 즐기고 싶다는 내 꿈을 월하가 가볍게 깨 부숴 버렸다.

"왜?"

"슬롯머신은 많이 돌릴 수록 기사님한테 손해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져 있단 말이죠. 블랙잭이나 다른 게임들은 최소한의 심리전이라도 할 수 있는 데 슬롯 머신은 너무 과한 도박입니다."

아니 도박장에 왔는데 과한 도박이 있고 안 과한 도박이 있어?

어이가 없다는 듯 월하를 바라보고 있으니 블랙잭을 하는 곳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저기서 해요."

"알았어..."

빈자리를 적당히 찾아 앉으니 딜러가 카드를 셔플하기 시작했다.

돈을 건 뒤 카드를 받으니 나한테 주어진 카드는 8과7, 이건 좀 너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한 패였다.

"한 장 더 받을게요."

바로 8이 나오고 부스트.

심리전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카드를 내려놓고 바로 일어나서 슬롯머신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기사님?"

"나는 역시 다른 사람이랑 하는 도박보다는 혼자하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아."

그렇게 슬롯머신 앞에 앉아서 코인을 하나씩 넣고 굴리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없었다.

한 번 굴릴 때 마다 만원, 내지는 5만원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편안함에 비하면 너무 비싼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간혹 맞는 문양이 있어서 내가 처음 들고 온 돈 보다는 많이 굴릴 수 있었다.

­탕!

그렇게 평화롭게 슬롯머신을 즐기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총성이 들렸다.

여기가 사실 경마장이었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입구에 총을 든 무장강도 집단이 들어와 있었다.

'이야. 개시 둘쨋날 만에 바로 강도가 들어오네.'

"당장 무릎꿇고 업드려!"

"여기선 아무도 능력을 쓰지 못한 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총맞아서 죽기 싫으면 다들 알아서 기시지?"

딜러 중에서 한명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작스럽게 강도들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도박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주변에 실드가 쳐졌다.

­탕!!

당황한 강도가 딜러에게 총을 쐈지만 딜러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달려나갔다.

총알은 각성자한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었으니까.

"바보들, 도박장에서 능력을 못쓰는 건 일반 손님들한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요. 내가 그 정도 컨트롤도 못할 줄 알았나?"

한참은 강도들 때문에 씨름 할 줄 알았는데 고작 5분도 안돼서 딜러들한테 제압당하고 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강도들이 모두 잡혀나가고 다시 5분만에 도박장이 재 가동될 정도였으니까.

"저희 도박장은 범죄에 대해서 완벽하게 안전하답니다."

허리를 당당히 펴고 말하는 월하의 어깨를 화련이가 톡톡하고 두드렸다.

"왜 그러세요 천마님?"

"저기 저자들, 다 같이 짜고 사기를 치고 있는데 저건 못잡는 건가?"

화련이가 가르킨 곳에는 누추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포커를 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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